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8】
 
 
 
 
 
아침이라는건 하루를 살아남기 위한 원동력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있다. 그보다 아침을 안 먹는 녀석의 마음을 모르겠어.
 
라며 거실로 가니 코마치가 내 T셔츠를 입고 편차치 30이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 녀석의 감성을 때때로 모르겠어.
 
"아, 오빠 잘 잤어-"
 
"그래. 그보다 너 시간 괜찮은거냐"
 
"후에? 아, 큰일!"
 
코마치는 자기가 먹던 그릇을 정리하고 급하게 내 T셔츠를 버렸다.
 
"야, 입에 잼 묻어있어"
 
"어, 잼 묻었어?"
 
"네 입은 자동소총이냐. 그보다 내 T셔츠로 닦지마"
 
"오빠는 가끔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어"
 
"그건 너다. 자, 얼른 준비해"
 
"네-에"
 
아, 이 자식. T셔츠 치워라. 나참…….
 
곧잘 동생이 있는 오빠는 동생 모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동생에게 모에해? 단연코 말도 안 돼.
 
아무리 귀여운 동생이라도, 그건 동생이라는것 뿐이지 딱히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생 모에 동생이라는건 단순한 우상이며 허상이다.
 
"오-빠-야. 얼-르-은-"
 
"뭐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 현관으로 향하니 코마치가 내 자전거 뒤에 타고 있었다.
 
"나참……"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라니까.
 
자전거를 밟자 코마치가 내 몸에 팔을 감아왔다. 이 정도라면 코마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전처치를 위해서 괜찮다.
 
"오빠, 더는 다치면 안 된다? 코마치, 너무 걱정되서 밤에도 잠 못자니까.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짱나…… 밤 정도는 제대로 자둬. 잠부족은 피부의 적이라고 하니까"
 
"오빠가 코마치의 걱정을……! 지, 지금 포인트 높아!"
 
"네네, 포인토 높다 포인트 높아"
 
"우와- 적당해라-"
 
이런건 적당하게 대답하는게 최고야. 귀찮으니까.
 
코마치를 중학교에 배웅해주는 도중, OL이랑 샐러리맨이 우리를 보고 수상쩍은 얼굴을 했다. 뭐, 눈이 죽은 남자가 미소녀를 자전거 뒷자리에 앉히고 있으면 수상쩍을 테니까.
 
"괜찮아 오빠"
 
"뭐가?"
 
"오빠가 신고당해도 코마치가 전력으로 지킬테니까"
 
"신고당하는게 전제냐"
 
"그리고, 오빠 너무 신경써. 어쩌면 커플을 향해 질투하는 시선일지도 모르잖아"
 
"그것만큼은 아니니까 안심해라"
 
우선, 내가 누구랑 사귄다는것 자체가 누구의 머리에도 없을테니까. 게다가, 중학생이랑 사귄다니 말도 안 되고. 신고당하고 싶지도 않고.
 
"오빠……"
 
"……그런 목소리 내지마……나는 괜찮으니까"
 
"응……"
 
솔직해서 좋다.
 
그리고나서 말없이 코마치를 중학교에 보내주고, 신고당하기 전에 거기서 사라진다. 범죄자 취급은 사양이다.
 
~~~~~~~~~~~~~~~~~~
 
그리고 그 날 방과후. 특별히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보낸 나는 부실……이 아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호출받아 교무실에 있었다.
 
"히키가야, 이 프린트는 뭐냐"
 
"그러니까……직장체험 프린트네요"
 
"그래. 뭐냐 이건. 장난 치는거냐?"
 
"어디가 말이에요.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제가, 자택을 직장체험으로 골라선 안 된다고 하는겁니까? 장래의 꿈, 전업주부. 장소, 자택. 이치에 맞잖아요?"
 
"억지이론은 그만둬라. 너는 정말로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거냐? 그럼 상대는"
 
"지금은 아직 신랑수행중이니까 필요없습니다"
 
"요컨대 없다는거렸다?"
 
큭. 하, 하나하나 파고 들어오네, 이 사람. 결혼 못한다고 화풀이? 학생한테 화풀이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라고 말했냐?"
 
"하, 하뇨. 다시써올테니까 투기를 넣어주세요……!"
 
"알면 됐다. 그렇지. 다음주 직장체험, 3인 1조로 행동할테니까 그런줄 알거라"
 
3인 1조……뭐, 하야토랑 토츠카를 부르면 되나.
 
"알겠습니다"
 
교무실을 나오고나서 하야토에게 전화를 건다. 그 녀석 부활동중인데, 받을 수 있나?
 
『여보세요, 하치만? 왜 그래?』
 
"아아, 직장체험 얘기. 같이 안 갈래?"
 
『좋아. 남은 한 명은 어떡하지?』
 
"토츠카면 되지 않아?"
 
『알았어. 아, 나중에 부실로 갈게』
 
"어"
 
하- 다행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고 끝났어. 하야토가 이미 다른 누군가랑 짰으면 어떡하지 생각했다.
 
"여어-"
 
"하, 하치만……어머? 유이가하마랑 안 만났어?"
 
"아? 왜"
 
"아까 찾으러 갔는데"
 
"안 만났어"
 
애시당초 왜 그 녀석이 나를 찾으러 간건데. 의미 모르겠네.
 
드르륵
 
"아, 있다-! 힛키, 어디 갔던거야!"
 
"교무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불렀어"
 
"힛키, 또 뭐 저질렀어?"
 
"왜 내가 뭘 저질렀다는 전제로 얘기를 하는건데. 프린트 재제출이다"
 
긴 책상에 새로운 프린트를 꺼내어 어디 직장에 갈지를 생각한다. 뭐, 학교측이 제시한 직장에서 고르는것 뿐이지만.
 
내가 자택을 선택한 이유? 교사가 깔아준 레일 위를 걷고 싶지 않다고 하는, 나 나름의 반항이다.
 
"아, 그렇지 힛키. 메일주소 교환하자! 거, 나도 부활동 멤버인데 메일 주소 모르잖아!"
 
"딱히 상관은 없는데"
 
적당하게 휴대폰을 건내서 입력하게 하자. 나 그런거 쥐약이니까.
 
"앗, 힛키는 간단하게 휴대폰 건내주네"
 
"딱히 보여져서 곤란할것도 없으니까"
 
중요한건 자택 컴퓨터에……아니, 아무것도 아냐.
 
"영차. 자 여기"
 
"어"
 
유이의 메일 주소와, 주소첩에 들어간 이름을 확인한다.
 
『★☆유이☆★』
 
뭐야 이거, 스팸? 지워도 돼?
 
"아, 그러고보니 아까 하야토가 부실 온다고 했어"
 
"그래"
 
"헤-, 무슨 일일까"
 
"글쎄"
 
아마 유키노를 만나러 오는거겠지. 그보다, 유키노 녀석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구만. 역시나.
 
삐로링
 
"아, 메일. ……우왓"
 
"유이가하마, 왜 그래?"
 
"아니, 좀 싫은 메일이 와서……"
 
"장난? 아니면 괴롭히기니?"
 
"으-응. 아마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나랑 관련된 메일이 아니구"
 
유이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안녕, 셋 다"
 
"아, 하야토. 얏하로-"
 
"어"
 
"안녕, 하야마. 하치만한테 온다는걸 들었어. 그래서 뭐 상담이 있니?"
 
"아 그래. 상담이라는건 체인 메일에 대해서야"
 
"체인 메일?"
 
"아, 그거 아까 나한테도 왔어"
 
유이랑 하야토의 휴대폰을 쳐다보니, 확실히 같은 내용의 메일이 보내져 있었다. 짧게 요약하면,
 
토베는 게임센터에서 불량짓.
 
야마토는 세다리 악질녀석.
 
오오오카는 야구 시합에서 에이스 사냥.
 
이런 점인가.
 
"그래서, 이 체인 메일의 범인을 규명하면 되는거니?"
 
"그건 어렵다고 생각해. 유키노는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걸 규명할때까지는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잖아?"
 
"……확실히 그렇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원만하게 수습하는게 제일 좋지만, 섣불리 움직여서 관계를 부수는건 싫으니까. 조금 조언을 받으러 왔어"
 
"……좋아. 그럼 이 체인메일이 돌기 시작하게 된건 언제부터니?"
 
"그러니까……저번주 금요일부터 였지?
 
"응. 그 정도였어"
 
"나, 체인 메일을 보낼만한 녀석일아 메일 주소교환 안해서 몰라"
 
"힛키……"
 
뭐야 그 슬픈걸 보는듯한 눈은. 이건 나의 어엿한 방위수단이다. 자칫하면 이런 체인 메일의 내용이 나라서 상처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지.
 
"금요일……그 날, 뭐가 있었니?"
 
"특별히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은데……"
 
"아니, 있었어. 직장체험 얘기가 올라왔잖아. 유이, 너 선생님 얘기 정도는 제대로 들어"
 
"우으. 미안……"
 
"직장체험이라……"
 
"그러고보니 하치만도 말했지. 직장체험은 3인 1조라고"
 
"아아. ……응? 잠깐……하야토, 너 토베네랑 늘 같이 있는거야?"
 
"뭐, 대개는 같이 있어"
 
직장체험……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그리고 체인메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하야마. 3인 1조. 비방중상…….
 
 
 
 
 
 
 
 
 
 
 
 
 
 
 
 
 
 
 
 
 
 
 
 
 
 
 
 
 
 
 
 
 
 
 
 
 
 
 
 
빠진다……?
 
"아, 알았다"
 
"어, 빨라!?"
 
"하, 하치만. 뭘 알았다는거니?/////"
 
"간단한거야. 하야토, 너는 톱 카스트 중에서도 항상 중심에 있지"
 
"항상이라니……그런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여. 그래서, 그 그룹의 중심에서 인기남인 하야마 하야토랑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직장체험은 3인 1조. 한 명이 남는다는거지. 그래서, 이런 메일을 보내서 누군가를 따돌리려는 작전이겠지"
 
아니, 작전이라는 거창한건 아니군. 이런건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안다.
 
"오, 오오-"
 
"과연 하치만……/////"
 
"흠……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지 않아? 그게 나랑 하치만이랑 토츠카가 그룹을 짜니까"
 
"이 메일이 흐른건 금요일. 우리 그룹이 결정된건 오늘이야. 이치는 통하지"
 
"과연……역시 하치만이야. 나의 참친우야. 믿음직스러워"
 
"참친우라고 하지마"
 
그보다, 나는 아직 너를 친구에서 멈춰있거든.
 
"그럼 지금부터 셋에게 LINE으로 연락할게. 방해해서 미안해"
 
"아니.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도 돼"
 
"잘 가, 하야토"
 
"아아. 아, 그렇지 하치만. 지금부터 우리집에 안 올래? 새로운 게임 샀거든"
 
"내용에 따라서. 라고할까 부활동은 괜찮은거냐"
 
"오늘은 용건이 있다고 해서 빠져나왔거든. 게임은 어제 발매된 신작 격투 게임이야"
 
"간다. 얼른 준비해, 하야토"
 
"예이예이. 그럼 둘 다. 다음에 또 봐"
 
어제 발매된 격투 게임, 조금 흥미 있었지. 리얼이 아니라 2차원이라서 아프지도 않고.
 
"히, 힛키! 아직 부활동 안 끝났어!"
 
"괜찮아, 유이가하마. 하치만, 즐기고 와"
 
"어. 내일은 꼭 올테니까"
 
게임이라는건 통틀어서 재미있는 것이다. 아프지 않으니까 나라도 할 수 있다. 이런 재미있는것이 있는 이 세상은 버릴게 아니다.
 
"그렇지. 직장체험 어디로 갈래?"
 
"어디라도 좋아. 하야토랑 토츠카가 골라줘"
 
"그러고보니 토츠카도 부활동 쉰다고 했지. 부를까?"
 
"제발, 부탁합니다"
 
"어, 어? 알았어"
 
……핫! 어, 어째서 나는 즉답한거지……? 뭔가 씌인건가?
 
"아아……그럼 사이제의 앞에서. 응, 또 봐. 온대"
 
아싸!
 
"나도 토츠카랑 메일 주소 교환해둘까"
 
"그러는 편이 좋아. 같은 편이 한 사람이라도 많은 편이 좋으니까"
 
"무슨 소리야"
 
"글쎄"
 
이따끔 하야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초능력은 아니지만.
 
잠시 사이제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토츠카가 체육복차림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역시, 이 녀석이 남자라는건 믿을 수 없네.
 
"있잖아, 하야토. 토츠카는 남자야?"
 
"갑자기 왜 그래. 아니, 마음은 모르는것도 아냐"
 
그렇지. 저렇게 귀여운 남자가 있을리 없지.
 
"하아, 하아. 기, 기다렸지"
 
"아니, 기다리지 않았어"
 
"우리도 막 온참이니까. 그럼 갈까"
 
하야토의 집은 아버지가 변호사인 만큼 상당한 호화저택이다. 새삼, 유키노와 하야토랑 나는 맞지 안흔구나.
 
"저기 있잖아. 둘 다, 굉장히 사이 좋네. 소꿉친구야?"
 
"아아"
 
"소꿉친구고, 친우야"
 
"그러니까 친구래도"
 
친우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 친구가 지금의 나에게는 딱 좋은 거리감이다.
 
"좋겠다아……히, 히키가야. 나도……친우가 되도 돼?"
 
"거절한다"
 
"에에!?"
 
"하지만……친구라면, 좋아……"
 
"히키가야……으응, 하치만! 고마어ㅜ!"
 
"어, 어어……잘 부탁해, 사이카"
 
"응!"
 
토츠카……사이카는 기쁘다는 표정으로 우리 옆을 걷는다.
 
"잘 됐네, 같은 편이 생겨서"
 
"……무슨 소리야"
 
"하하. ……얘기해줘, 진정한, 감추는 것이 없는 친구로 있고 싶으면"
 
"……알고 있어"
 
사이카는 나를 진짜 친구로서 접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사이카를 믿을 수 없다. 이 몸을, 과거를 얘기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나도 사이카하고는 진짜 친구로 있고 싶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니까……언젠가, 때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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