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7】
 
 
 
 
체육시간. 그건 외톨이에게 있어 최악의 시간. 일단 나에게는 하야토가 있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필연적으로 나는 외톨이가 된다.
 
하지만 외톨이라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 그건 테니스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테니스를 골랐다.
 
조금 몸상태가 안좋다고 말하고, 혼자서 벽치기를 한다. 벽치기라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 자이모쿠자는 축구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저건 반드시 다수끼리 하는 경기. 자이모쿠자에게는 힘들겠지.
 
"얍, 흡"
 
역시 한 곳을 집중적으로 치는건 무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친다. 하야토와 유키노에게 단련 받았으니까……셋이서 반복 게임을 하는 사이에 둘에게도 가끔이라면 이기게 됐고.
 
그러던 와중에 공이 이쪽으로 굴러왔다.
 
"우왓-! 하야토, 지금 트위트스 서브 아냐-!?"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야. 그거라면……"
 
하야토는 일부러 토베가 칠 수 없는 각도로 서브를 쳤다. 그 공이 나에게 굴러온다.
 
"아, 히키타니! 공 집어줄래-!?"
 
"하치만, 보여줘"
 
켁. 저 녀석, 그걸 위해 일부러…….
 
"웃기지마, 하야토……"
 
"자 그러지 말고"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얼른-!"
 
"아아"
 
나는 가볍게 공을 집고 위로 던져 점프를 한다.
 
"우럅!"
 
"좋네, 그 때 그대로야!"
 
날카롭게 하야토의 눈 앞으로 닥쳐드는 트위스트 서브. 하지만 이미 하야토에겐 이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피하고 간단하게 도려 쳐졌다.
 
"칫"
 
반대측으로 쳐내진 공을 마찬가지로 반대측으로 친다. 하지만 하야토는 읽고 있었는지 이미 그곳에 있었다.
 
"하핫. 너랑 테니스 치는것도 오랜만이네"
 
"뭐, 그래. 요즘 노는 일도 없으니까"
 
그저 몸이 무뎌진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런것도 아니다.
 
"우와-! 히키타니도 하야토도 쩔어-! 이거 프로 수준이잖아 이거!"
 
"카케루, 위험해!"
 
"물러서!"
 
"어, 어어"
 
실은 이렇게 움직일 예정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된거였더라? ……뭐, 가끔은 스포츠다운것도 해야겠지.
 
"합!"
 
"무거웟!?"
 
하, 하야토의 공, 이렇게나 무거웠나!?
 
"큭……!"
 
읏, 떠버렸다……!
 
"받았다! 아……!"
 
하야토가 친 공이, 손이 미끌어졌는지 내 눈 앞으로 닥쳐든다. 이건……피할 수 없어…….
 
통증……몸으로, 통증……예통, 둔통, 미통……지금까지 받아온 통증이 순식간에 옹몸을 달려, 자유를 빼앗는다.
 
누군가……살려――
 
"우옷!?"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내 머리가 있던 위치를 공이 통과한다.
 
"하,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
 
발밑에는……테니스 공? 방금전까지는 없었는데…….
 
"저기, 괜찮아?"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보니 거기에는 어째선지 여자가 있었다. 왜?
 
"미, 미안해? 내가 잘못친 공이 굴러가버려서……"
 
"아, 아니, 괜찮아. 오히려 살았어"
 
"어?"
 
아아, 이 공이 없었으면 지금쯤 나는 보건실이나 병원행이었을테니까.
 
"하치만, 정말로 미안해……나, 나는……!"
 
"아니, 너도 신경쓰지마. 결과로선 다치지 않았으니까"
 
"그건 결과론이잖아! 그러니까……미안해……!"
 
"어, 어어……"
 
하야토는 꽤 오래 품는 타입이니까. 좋은 녀석인건 알고 있지만.
 
"……뭐, 너 덕분에 살았어. ……그러니까……"
 
"아, 나는 토츠카 사이카. 잘 부탁해, 히키가야"
 
 
~~~~~~~~~~~~~~~~~~~~~~~~~~
 
그날 점심시간, 나는 하야토의 사죄와 죄의식을 받고 학교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얻어먹었다. 거절했지만 이미 주문해버린 뒤라서 늦었다.
 
학식은 점심시간에 그릇과 식기를 반납하면 어디서 먹어도 되는걸로 되어 있다. 따라서 오늘처럼 맑은 날은 베스트 플레이스로 가는게 나의 규칙이다.
 
눈 앞에 테니스 코트와 운동장이 펼쳐져있고, 근처에 바다가 있기 때문인지 바다냄새가 바람이 분다. 나는 꽤 이 냄새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어라? 힛키?"
 
"음? 뭐야, 유이냐. 왜 그래?"
 
"유키농이랑 가위바위보하고 져서, 벌게임을 받았어"
 
"나랑 얘기하는겁니까. 죽어버릴까……"
 
"아, 아냐아냐! 주스 사러 가는거야!"
 
뭐야-, 순전히 유키노는 물론 유이한테까지 미움샀나 싶어서 자살을 생각해버렸다.
 
"힛키, 늘 여기서 먹는구나"
 
"뭐 그래. 혼자서 먹는건 좋아하고, 여기 바람이 기분 좋으니까"
 
"확실히 그러게-"
 
유이는 옆에 앉고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여기의 좋은점을 안다는건, 유이도 꽤 좋은 녀석이군.
 
"어라? 유이?"
 
"후에? ……사, 사사사사사사이야!? 야, 얏하로-/////"
 
"응, 얏하로-"
 
"아, 토츠카"
 
"히키가야도 얏하로-"
 
뭐야 이 애 귀여워……아니, 사랑이라던가 관계없이, 치유받는 귀여움이다
 
"사, 사이는 뭐하고 있어?"
 
"테니스 연습이야. 여기 테니스부 약하니까. 점심시간도 열심히 연습해야해"
 
"흐-응. ……응? 여긴 여자 테니스도 있던가?"
 
"힛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아니, 그치만 남자 테니스가 있는건 알지만 여자 테니스는 들어본 적이 없고. 설마, 여자애가 남자 테니스에 들어있는건 아니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 하는거야? 사이는 남자앤데"
 
"……하?"
 
아니, 어? 그럴같은 바보수가. 아니, 그런 바보같을 수가.
 
의혹의 눈을 향하니 토츠카는 부끄러운듯 몸을 틀었다.
 
"으, 응. 나 남자애야. ……저기,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미, 미안……"
 
"므으……!"
 
유이가 어째선지 화내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에, 거짓말. 이 녀석 남자냐. 지금까지 봐온 어떤 여자애보다도 여자같은데.
 
"아, 슬슬 점심시간 끝나니까 나 이제 갈게. 둘 다 또 봐"
 
"아아"
 
"아……응……"
 
아까부터 유이가 이상한데……그러고보니 아까 얼굴 붉히고 있었고……응?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과연.
 
"즉, 유이는 토츠카를 좋아하는건가"
 
"후에에!? 어, 어째서 안거야!"
 
"그치만 알기 쉬우니까"
 
"(그럼 유키농의 마음도 눈치 채주라고, 바보--!)"
 
"뭐라고 했어?"
 
"에에!? 따, 딱히이-?"
 
"……그보다, 유키노의 심부름은 된거냐"
 
"하아? ……앗!"
 
역시 바보구만, 이 녀석.
 
~~~~~~~~~~~~~~~~~~~
 
평소대로 방과후. 나랑 유키노는 각자 독서를 하고 있었지만 유키노는 아까부터 연애책같은걸 읽고 있다. 게다가 나에게 보여주듯 북커버를 벗기고.
 
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이 녀석은.
 
"얏하로-!"
 
"유이가하마, 갑자기 문을 열지 말아줘. 비상식적이야"
 
"아, 미안……어라? 혹시 나,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 유키농, 나 싫어……?"
 
"아니, 싫은건 아니지만……조금 거북하달까"
 
"그거 여자언어로 싫다는 의미거든!"
 
여자언어란 세간 일반적인 언어를 같이 묶지마. 예로부터 언어를 만들어낸 선조들에게 사과해.
 
"아, 맞아맞아! 나 말야, 의뢰인 데려왔어! 사, 사이야, 들어와들어와"
 
"응, 실례할게요"
 
유이가 데려온 의뢰인은 토츠카였나. 그렇다는건 둘을 맺어주는게 이번 의뢰인가?
 
"사이야. 여기 의자에 앉아!"
 
"고마워, 유이"
 
"으……/////"
 
아니, 유이야. 지금 마음은 잘 안다. 그 미소는 반칙 수준이니까. 치트다 치트.
 
"유이가하마"
 
"아, 유키농. 고맙다는 말은 됐어. 거, 나도 봉사부 일원이니까 당연해"
 
"아니, 너 부원은 아닌데"
 
"나 부원 아니었어!?"
 
"그래. 입부 신청서도 받지 않았는걸"
 
"쓸게-! 입부 신청서라면 얼마든지 쓸테니까 따돌리지 말아줘-!"
 
유이는 울면서 립스틱으로 둥근 글자로 입부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럼 쓰고 있는 동안 우리가 토츠카의 상대를 할까.
 
"토츠카. 그래서 의뢰라는건 어떤거니?"
 
"응. 나 테니스부에 들어가 있는데, 약하니까 시합에서 이기지 못해……거기다 유명하지 않으니까 부원도 좀처럼 들어오지 않고. 그러니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줘!"
 
호-. 자신이 강해져서 부활동의 분위기 개선. 그리고 시합에 이겨서 선전효과도 있다는 셈인가. 나쁘지 않군.
 
"……그렇구나……좋아. 그 의뢰 받아들일게"
 
"고, 고마워, 유키노시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연습 메뉴로 할까?"
 
"유키농이 생각할거 아냐? 거, 유키농은 효율 좋은 연습같은거 생각해낼것 같구"
 
"관둬, 유이. 유키노에게 메뉴를 생각하게 만들면 가벼운 고문을 초월한다"
 
중학교 검도부, 유키노가 메뉴를 생각했더니 부의 대부분 부원이 그만뒀으니까. 뭐, 남은 5명이 엄청 강해져서 전국대회에서 우승해버렸지만.
 
"호에에……그치만 일단 들려줘"
 
"아, 나도 신경쓰여"
 
"그렇구나……우선 기초체력향상을 위해 쓰러질때까지 팔굽혀펴기. 쓰러질때까지 복근운동. 쓰러질때까지 달리기. 쓰러질때까지 휘두르기, 일가"
 
""우와……""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 없다. 자칫하면 체벌로 신고당한다.
 
"그, 그거 좋을지도……"
 
"""……하?"""
 
메뉴를 제안한 유키노까지 귀를 의심하고 있다. 어이, 진짜냐.
 
"지, 지금 그걸 듣고 역시 그만둔다고 생각 안해?"
 
"그야, 확실히 힘들다고는 생각하지만…… 나, 보다시피 힘이 없으니까……우선 체력을 올려서 몸을 만드는점부터 시작해야지"
 
……본인은 의욕이 있는것 같으니까 괜찮지만…….
 
"……유키노, 정도껏 해둬"
 
"그, 그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얼굴 피하지마.
 
그보다, 진짜로 쓰러질때까지 시킬 생각이냐, 이 녀석.
 
 
~~~~~~~~~~~~~~~~~~~~~~~
 
 
다음날 점심시간. 테니스 코트에 도착하고 우선 처음으로 쓰러질때까지 달리기를 시작했다. 메인은 토츠카. 나는 딱히 안 해도 되지만 역시 혼자서 하게 하는건 심하니까 같이 어울려준다. 유이는 유산소 운동은 살이 빠진다고 했더니 간단하게 자신도 한다고 했다. 역시 단순하다. 바보다.
 
하지만 유이는 그렇다치고, 토츠카는 생각했던것 보다 체력이 있었다. 과연 1년 이상 테니스부에 소속한 만큼 한다.
 
"(땀 흘리는 하치만, 멋있어……)"
 
"(사이가 빛나고 있어……)"
 
하지만 뭐, 나도 꽤나 체력 있잖아. 빨리 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은 팔굽혀펴기와 복근운동. 뭐, 이 후에 하치만과 랠리가 있으니까 100번씩으로 해줄게"
 
"어이, 그거 못 들었다"
 
"아……미, 미안해……안 되겠니……?"
 
"아무도 안 된다고는 안 했어.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까"
 
"휴우……고마워, 하치만"
 
……그러니까, 나한테 직접 칭찬하는건 하지 말아줬으면 싶다.
 
팔굽혀펴기와 복근 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 유이는 질렸는지 벤치에서 자고 있다. 뭐하러 온거야, 저 녀석.
 
10분 휴식한 후, 마침내 랠리 시간이 됐다.
 
"그럼 랠리할게. 하치만, 부탁해"
 
"아아. 토츠카, 간다"
 
"부, 부탁할게"
 
서브는 토츠카부터. 테니스부인만큼 깨끗한 폼의 서브다.
 
"영차"
 
하지만 하야토나 유키노와 비교하면 아직 무르다. 이번 목적은 랠리와 체력향상이니까 칠수 있나 칠 수 없나 부분까지 쳐볼까.
 
"학학. 하, 하하! 히키가야, 잘 하나!"
 
"뭐어, 그래"
 
"수업중에 봤, 지만. 역시 굉장해!"
 
"현역 테니스부한테, 칭찬받는건 영광인데!"
 
"으응! 히키가야가 훨씬, 잘 하고"
 
"그렇지도 않아!"
 
이런. 오랜만에 엄청 즐겁다. 요즘은 특별히 아무것도 안 했으니 좋은 자극이다.
 
"(므……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나도 사이랑 랠리하고 싶어……)"
 
"……유이가하마, 음료를 사올테니까 잠시 보고 있어줄래?"
 
"어? 으, 응"
 
유키노가 테니스코트를 나가는결 곁눈으로 나와 토츠카의 랠리는 아직 이어진다. 하지만 거기서 간섭이 들어왔다.
 
"아- 테니스 하고 있잖아. 나아 테니스 하고 싶어"
 
그 목소리……나아 씨인가. 그렇다는건 평소 톱카스트 놈들이라는 소린가.
 
일단 랠리를 멈추니 하야토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치만, 어째서 여기에?"
 
"토츠카의 연습상대를 하고 있었어. 그치?"
 
"응! 저기 말야, 하치만 되게 테니스 잘해! 아, 수업에서도 봤지만 하야토도 잘했지"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 그 정도잖아. 나, 일방적으로 당한 기억밖에 없고.
 
"하야하치토츠!? 얽고설키는 삼각관계!? 아니, 오히려 히키타니의 하렘!?"
 
"좀, 히나 진정해! 자, 크응-"
 
"……하야토, 너도 힘들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바꿔줘"
 
"거절한다"
 
누가 좋아서 톱 카스트 같은데 가겠냐.
 
"얘- 토츠카-. 우리도 섞어줘-"
 
"미우라……우리, 딱히 놀고 있는게 아니라……"
 
"어-? 무슨 소리 하는지 안 들리는데-"
 
발끈
 
"어이, 거기 금발 드릴"
 
"하? 나아 말하는거야?"
 
"맞아 드릴 헤드. 귀 안들리는거냐. 뭐야, 난청? 좋은 병원 소개 시켜줄까?"
 
"뭐, 뭐야 갑자기 대단한 소리를 하네? 의미 모르겠네-"
 
"그러냐, 모르는거냐. 그럼 네 부족한 머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해주마"
 
나는, 이런 남의 얘기를 안 듣는 녀석이 제일 싫다. 그 녀석……아버지 같은 녀석을 말야!
 
그만둬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고, 엄마한테 제지받아도 그만두지 않고, 남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폭력과 위압만으로 상대하는 원숭이 자식이……!
 
"귓구멍 뚫어놓고 잘 들어라.
 
 
 
 
 
 
 
 
 
 
 
 
 
 
 
 
 
 
 
 
 
 
 
 
 
 
 
 
 
 
 
 
 
 
 
 
 
 
 
 
 
 
 
 
 
 
 
 
 
 
 
 
 
 
방해다, 꺼져"
 
"읏! 말하게 내버려두니……! 흥, 나아 알고 있거든. 얼마나 잘난채해도, 너, 하야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지!"
 
욱신
 
겁쟁이……라……뭐, 확실히. 나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한다. 하야토나 유키노가 없으면, 지금쯤 대인공포증으로 집에서도 못 나갔다. 겁쟁이니까…….
 
"유미코오!!!!!!!!!!!"
 
"힉……!"
 
하야토의 노성이 공기를 뒤흔든다. 톱 카스트 녀석들도, 구경하던 녀석들도 다들 몸이 위축되었다. 그런 와중에 하야토만 분노한 표정으로 나아 씨에게 다가간다.
 
"유미코, 지금 당장 하치만한테 사과해"
 
"하, 하아? 나, 나아도 그 녀석한테 욕얻어먹고――"
 
"부탁해, 유미코. 더 이상 나를 화나게 만들지 말아줘"
 
"아……으……히키오, 미안……"
 
"남에게 사과할때, 너는 그 사람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거냐"
 
"읏……히, 히키가야! 미안!"
 
"아, 아니, 나는 딱히 아무렇게 생각 안 하니까……"
 
"……다정하네, 하치만은. 그럼 하치만도 유미코에게 사과해. 방해다, 꺼져라는 지나쳤어"
 
"……미안해"
 
"으, 으응. 나아도 말이 지나쳤고……"
 
이래저래 좋은 분위기가 됐구만. 어라? 왜 이렇게 된거지?
 
"그럼, 화해한 김에 테니스라도 안 할래?"
 
"에, 그치만……"
 
……흠. 토츠카는 우리랑 연습을 해서 기술 향상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나나 유키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역시 같은 사람이 계속 하는건 질린다.
 
"괜찮지 않아?"
 
"힛키!?"
 
"히키가야?"
 
"거봐, 나랑 유키노만 연습을 계속 하면 패턴이 똑같으니까 금방 질리잖아? 하야토도 있고, 테니스 선택자인 토베도 있어. 거기다 나아……미우라도 테니스를 하는것 같으니까"
 
테니스를 해가면 반드시 여러 녀석과 시합을 한다. 그걸 위해 가능한 여러 사람들과 연습을 해서 여러 패턴을 몸에 익혀두는게 필요하고.
 
"과연……응! 얘들아, 잘 부탁해!"
 
"맡겨둬-!"
 
"나아, 이래봬도 중학교때 현대회 갔었구. 도와줘도 괜찮은데"
 
"진짜냐. 드릴 헤드는 겉멋이 아니구만"
 
"이건 드릴 헤드가 아니라 흔들 폭신 헤어야-! 히키가야, 틀리지 마!"
 
아니, 여자 머리형태는 모르거든.
 
하지만……아아, 저질러버렸다……남에게 폭언 퍼부었어……이래선 그 녀석이랑 다를바 없잖아.
 
"미우라"
 
"뭐, 뭐야"
 
"잠깐만 와봐"
 
미우라를 코트 밖으로 불러서 벤치에 앉힌다. 미우라도 그걸 따라 앉았다.
 
"저기……정말로 미안해"
 
"아직도 그러는거야? 나아도 미안하대도"
 
"아니, 상처입히면 싫으니까……그것 뿐이야……"
 
"너……의외로 괜찮은 녀석이네?"
 
"야 야, 나만큼 좋은 녀석은 없다고? 너무 사람 좋아서 새로운 신의 가르침을 말할 수준이다"
 
"앗하하! 뭐야 그거 웃기네!"
 
나, 이상한 소리 했나? 역시 여고생의 웃음버튼은 잘 모르겠다.
 
"……하야토가 그렇게나 화낸다는건, 히키가야에게 있어서 정말로 싫다는거라는걸 알았어. 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들을게. 남에게 한 둘쯤 말하고 싶지 않은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주면 고마워"
 
"응……그럼 나아 저기 갈테니까"
 
"어"
 
나아 씨……미우라가 갔을때, 문득 이쪽을 돌아봤다. 뭐, 뭐야.
 
"그러고보니, 히키가야는 지금도 체육복을 입고 있고, 다들 하복으로 갈아입었는데도 긴소매네? 덥지 않아?"
 
……눈치챘나, 이 녀석. 생각했던것 보다도 반 애들을 파악하고 있군.
 
"딱히. 긴 소매를 좋아하는것 뿐이야"
 
"흐-응. ……뭐, 됐어. 그럼 히키가야. 얘기해서 즐거웠구"
 
"어"
 
미우라가 가버리자 몸의 긴장이 풀렸다. 다행이다, 억지로 소매 걷히기라도 하면 어떡할가 생각했다.
 
내가 항상 긴소매를 입고 있는 이유. 그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체육 시간도, 빈 교실에서 혼자서 갈아입고 있다.
 
"하아……이 몸이 원망스럽다"
 
왜냐면 되게 더운걸.
 
"하, 하치만……!"
 
"……아아, 유키노구나. 왜 그래?"
 
"아, 아니……이, 이거. 스포츠 드링크……"
 
"오, 고마워"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고.
 
"……으……여, 옆에 앉아도 대헤?"
 
"응? 딱히 상관없는데"
 
유키노는 다리와 같은쪽 팔을 교대로 내밀며 역시 긴장한 느낌으로 벤치에 앉았다.
 
"……하, 하치……하치, 만……"
 
"어?"
 
"미, 미우라랑……무슨 얘기를 했어……?"
 
"보고 있었냐.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냅시다, 라는 사교 인사같은거야"
 
톱 카스트인 미우라니까, 내일이 되면 잊어버리겠지.
 
"그러니……"
 
유키노는 불만스러워하고 다시 앉은 김에 약간 다가왔다. 뭘 할 생각이야?
 
그대로 눈치 못챈척을 하며, 테니스 코트에서 랠리를 하고 있는 하야토와 토츠카를 본다. 랠리가 멈추면 하야토가 토츠카를 향해 고치는 편이 좋은 버릇 등을 지적하고 있었다.
 
역시 하야토는 대단하네……. 구경꾼들도 꺄아꺄아 거리고 있고.
 
"스으……하아……하, 하치만……"
 
"왜?"
 
"……마, 만져봐도……되니……?"
 
……하?
 
"야 야, 무슨 농담……"
 
유키노의 얼굴은 새빨개져있었지만, 지금까지 없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농담, 은 아닌 모양이다.
 
"……세게 잡지만 않으면 돼……"
 
"그, 그래!"
 
벤치 위에 손을 올리고, 이번에는 유키노가 내 손등을 만졌다. 하지만, 뜨거운거라도 만지는것 처럼 손을 도로 집어넣는다. 뭐하는거야.
 
"(후우-……용기를 내는거야, 유키노)"
 
그러자, 새끼손가락에 위화감 같은걸 느꼈다. 그걸 쳐다보니, 유키노의 새끼손가락이 내 새끼손가락을 감고 있었다.
 
유키노의 표정은……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으로 빨개져 있는걸 한눈으로 알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뭐, 유키노가 나를 싫어하는거에서 보통으로 계급 상승한걸로 하면 되나.
 
 
 
 
 
 
 
 
 
 
 
 
 
"어라? 본관의 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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