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5】
 
 
 
 
 
초등학교 무렵부터 생각했지만, 학교라는건 사회의 축도인 것이다. 친구, 지인이 없다는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특이한걸테지. 친구를 못 만드는건 남 사정이겠지만.
 
일단 나에게도 하야토랑 유키노가 있지만, 핸섬남이랑 미인이 친구라면 도리어 원망받고 꺼려진다. 어쩌면 좋냐고.
 
이야기가 틀어졌군.
 
학교가 사회의 축도라는건, 부활동에서의 상하사회.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사장의 턱도 없는 명령.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시끄럽다고 하고, 다물고 있으면 경멸당한다. 말 그대로 사회라는 이름의 쓰레기통.
 
그러니까 나는 그런 쓰레기같은 사회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나의 꿈은,
 
전업주부니까.
 
~~~~~~~~~~~~~~
 
"그으러어니이까아……뭐냐 이 작문은!"
 
"그으러어니이까아, 장래에 대해서 쓴 작문이라고요"
 
장래라기보다는 진로희망에 대한 작문이지만.
 
"하아……너는 봉사부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변한게 없구나"
 
"아니 의뢰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변하지 않는다구요"
 
유키노도 겨우 나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됬으니까. 고개를 돌리면 유키노의 얼굴이 새빨개져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되지만.
 
"아무튼, 내일까지 다시 써오거라"
 
"아니, 저 내일 그거가 그거해서 그거하니까 그거하거든요 무리에요"
 
"히키가야"
 
"녜에! 해, 해오게씀다……!"
 
노, 노려보는것도 아니고, 주먹도 안 쥐었는데……저, 적의로 두통이 느껴져……뭐야 이 사람, 사이어인?
 
새로운 원고용지를 받아 부실로 간다. 그러자 문에 손을 대니 안에서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어-이, 왜 그래?"
 
"하, 하무것도 하니햐……?"
 
너무 깨물어버려서 캐릭터가 흔들리고 있는데.
 
……뭐 됐나.
 
"커, 커흠. 그래서 하치만, 어디 갔었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호출 받았어. 진로희망에 대해서 작문을 다시 쓰래"
 
"진로희망……그러고보니 하치만의 진로희망은 어디야……?"
 
"(잘하면 같은 학교에……!)"
 
"나? 지금 나로선 무리겠지만……뭐, 전업주부가 되려――"
 
"왔다――――――――――――――――――――――――――――――――――――――――――――――――――――――――――――――――――――――――――――――――――――――――――――――――――――!!!!!!!!!!!!!!!!!!!!!!!!!!!!!!!!!!!!!!!!!!!!!!!!"
 
…………하?
 
"괘, 괜찮냐 유키노. 뭐 나쁜거라도 먹었냐?"
 
"……무슨 소리니?"
 
"에, 하지만……"
 
"무슨 소리니?"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거군. 그럼 안 물으마.
 
"(저저저저저저저저저전업주부……! 즉, 장래는……시, 신랑…!? 어, 엄청난 말에 흥분해버렸지만, 설마 하치만의 진로희망은 전업주부였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는다. 눈이 반짝거려서 무서우니까.
 
"(지, 진정해. 힛힛후-. 힛힛후-. 좋아……진정하고 정리하자. 나랑 하치만은 소꿉친구. 우리 집은 부자고, 어머님과 아버님도 하치만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부모님과 사위의 좋은 관계, 클리어.
 
 나의 장래꿈은 검찰관이고, 필시 그건 이루어질거야. 거기다 아버님한테 매달 용돈으로 10만엔을, 지금부터 별로 쓰지 않고 저축해두면……괜찮아.
 
 수입 안정, 클리어.
 
 남은건……하치만에게, 어떻게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 전하는것 뿐이야. 후, 후후후……왔어, 온거야. 신이 나에게, 하치만과 맺어지는 운명에 있다고 하는거야!)"
 
……히쭉거려서 기분 나쁜데. 괜찮나, 유키노?
 
"(아아……하치만하고 만나게 해준, 이름도 모를 신님……제자로 삼아주세요)"
 
이번에는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유키노는 존경하지만 조금 깬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독서로 돌아간다. ……나도 독서로 돌아갈까.
 
드르륵, 콰당!
 
"유키농, 힛키, 부탁이 있어!"
 
"읏!? 노, 놀래라……""
 
갑자기 문 열지마, 어이…….
 
"유이가하마, 시끄러워"
 
"유이, 시끄러워"
 
"아, 아니, 미안……아니, 그런건 둘째치고"
 
그런거냐.
 
"에, 그게……나, 나 말야,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하치만은 안 줄거야"
 
"아, 아니야! 확실히 힛키에겐 감사하고있지만……이길 수 있을리 없는걸"
 
"무슨 얘기하는거야? 뭐,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아무튼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폭력이나 얻어맞지 않도록 해"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힛키, 기분 나빠"
 
"정색하고 기분나쁘다고 하지마. 무심코 자살할 수준으로 상처입는다"
 
확실히 유이에겐 과거 얘기를 안했지만.
 
"아, 미안해 힛키……그래서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야……
 
 
 
 
 
 
 
 
 
 
 
 
 
 
 
 
 
 
 
 
 
 
 
 
 
 
 
 
 
 
 
 
 
 
 
 
 
 
 
 
 
 
 
 
 
 
 
 
쿠키를 만들어주고 싶어"
 
…………….
 
……공기가 얼어붙었다…….
 
좀, 진짜냐 유이야. 네가 다른 사람한테 쿠키를 만들어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유이가하마, 그만해. 그 살육병기는 두번 다시 이 세상에 현현시켜선 안 될 물건이야"
 
"그렇게까지 말하는구나!?"
 
"유이. 너는 봉사부의 비핵3원칙을 모르는거냐? (유이가 식칼을) 들게하지 않고, (요리를) 만들게 하지 않고, (부엌에 극약을) 들고 가게 하지 않는거다"
 
"왠지 악의를 느끼는데!?"
 
악의가 아냐, 진의다.
 
"그 때는 죽는줄 알았다……"
 
"강 건너편에서 할머님이 손을 흔들고 있었어"
 
"그,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구!"
 
아니, 아마 이 표현은 조금 다정한거다. 나는 폭력의 트라우마가 플래쉬백해서 5번 정도 했으니까.
 
"그래서, 유키농 부탁해! 또 요리 가르쳐줘!"
 
"자신 없는데"
 
"오히려 시장에서 파는 쿠키를 그럴듯하게 래핑하는 편이 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다정할거야"
 
"환경마저도!?"
 
하나하나 딴죽거느라 수고하십니다.
 
"그래서 유이가하마. 너 반년전부터 요리 공부나 연습하고 있니?
 
"응! 엄마가 하는거 보고 있거나, 요리 방송 보거나 하는데?"
 
"보는것 뿐이잖아"
 
"요리 감상은 참신하구나"
 
"우으! 됐으니까 가르쳐줘-!"
 
"유, 유이가하마, 이거 놔……!"
 
유리유리하는구만-. 그러고보니 여자끼리 사랑이라도 폭력은 발생하는건가.
 
~~~~~~~~~~~~~~~~~~
 
이러저러해서 가정과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간단하게 들어줬다. 유이의 요리 실력을 모른다고 해도, 안 열어줬으면 싶었다…….
 
이러저러해서 요리개시.
 
"유이가하마,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줬으면 싶은데"
 
"? 괜찮긴 한데, 왜?"
 
"내가 지시힌 도구 및 조미료 이외를 손에 댔을 경우, 즉시 친구의 인연을 자르고 봉사부의 출입을 금지한다, 라는 계약서야"
 
"진심!?"
 
"엄청 진지해. 사망자를 내고 싶지 않으면 여기에 사인을 해줘"
 
"우으……신용받지 못하는구나……알았어어……"
 
아니, 유이의 요리스킬이니까 이렇게까지 하는게 타당하겠지.
 
"저기, 나는 왜 여기 있는거야? 유이의 쿠키라면 안 먹을건데"
 
"힛키, 너무해!"
 
너무하지 않아. 살기 위한 회피처치다.
 
"으……그, 그게……"

"! 유키농, 힘내"
 
"그, 그래. ……먹어, 줬으면 싶……어. 내가 만든 쿠키를……안 될까?"
 
불안하다는듯 올려다보는 유키노. 가슴판에서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만지는 모습이 무척이나……그……귀엽다.
 
욱신
 
"큭……"
 
두통이……!
 
"? 하치만?"
 
"아, 아무것도 아냐"
 
귀엽다고 생각하면 안 돼……그 앞에 있는 감정을 갖지마. 생각하지마, 나!
 
"뭐, 뭐어, 유키노의 쿠키는 최고로 맛있으니까,언제든지 먹어줄게"
 
"……히, 힘낼게! 하치만, 나 힘낼게!"
 
"어, 어어?"
 
왜 갑자기 텐션 오른거야?
 
"유키농, 잘 됐네"
 
"그래. 자아, 유이가하마. 내가 말한대로 만드는거야"
 
"응!"
 
유키노에게 맡겨두면 걱정없겠지만……유이에겐 전과가 있으니까, 역시 걱정이다.
 
 
~~~~~~~~~~~~~~~~~~~~
 
 
"""…………"""
 
조리 종료후, 우리들의 앞에는 세 개의 그릇이 있었다.
 
하나는 유키노가 만든 완벽한 쿠키. 그냥 팔아서 돈을 버는 편이 좋지 않아? 흑발미인이 만든 쿠키라는걸 팔자고.
 
그리고 또 하나.
 
이전처럼 원형을 유지 못하는건 아니지만……왜 탄소가 올라가 있는거야?
 
"죄인, 유이가하마 유이. 뭔가 변명이 있다면 들어보지"
 
"유죄 판정!? 아니, 나 유키농이 말한것 밖에 손 안 댔어! 절교같은건 싫은걸!"
 
"확실히, 유이가하마가 손을 댄거에 아무 이상한건 없었어. 하지만 왜……"
 
"그냥 유이의 손 그 자체가 해악인거 아냐?"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그럼 설명이 안 된다고…….
 
"……유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걸 좋아해?"
 
"어? 응, 엄청 좋아한다고 했어"
 
"유키노. 너, 조금이라도 유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어?"
 
"아니, 그런건……아"
 
"있었나……"
 
"그, 그게. 사용 끝난 식기를 물에 담글때 잠시……"
 
"하아. 유이, 그 때 설탕 엄청 넣었지"
 
"무, 무슨 소리야?"
 
이쪽을 보고 말해라 이쪽을. 남이랑 얘기할때는 그 쪽을 보라고 안 배웠냐.
 
"유이가하마, 화 안내고 절교도 안 할테니까 솔직하게 말해줘"
 
"……조, 조금만……"
 
"판결, 길티"
 
"하으!?"
 
설탕은 타기 쉽다는걸 모르나 이 녀석. 나조차도 알고 있다고.
 
유키노의 쿠키를 먹으면서 유이의 쿠키를 반으로 떼어 본다. 응, 안쪽까지 완전히 타버렸다, 이거.
 
"우으……저게 없다면……"
 
"뭐, 아직 재료는 있으니까. 한번 더 만들어보면 되지 않아?"
 
"으, 응! 유키농, 한번 더 부탁해!"
 
"……알았어. 아까전에는 나의 부주의였으니까 한번 더 만들어보자"
 
"응!"
 
~~~~~~~~~~~~~~~~~~~
 
1시간 후.
 
"""…………"""
 
또 탄소가 생성되었다.
 
"유이, 너 그냥 요리하지마"
 
"털썩……"
 
소리내지마. 바보 같으니까. 아, 원래 바보인가.
 
"어떡하면 좋지……"
 
"제대로 했는데……"
 
"……나참. 유이, 하나만 좋은 사실을 가르쳐주마"
 
"후에?"
 
"너, 유키노가 말한대로 한것 뿐이지. 확실히 열심히 했지만, 하나만 결정적으로 빠져있는게 있다"
 
"? 뭔데?"
 
유키노도 유이도 모르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읏!"
 
"하?"
 
유키노는 놀란듯한, 유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다. 뭐, 이 내가 배려하는 말을 하는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유키노가 놀라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배려란, 사랑의 형태 그 자체니까.
 
"상대를 위해 쿠키를 만드록,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큭. 차, 참아라, 내 뇌야……! 트라우마 따위에 지지마……!
 
"……그런가……응, 그렇지! 유키농, 힛키. 다음에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볼게! 아, 이제 늦었으니까 다음에는 나 혼자 만들어볼게! 바이바이!"
 
"유이가하마, 정리를……벌써 가버렸네"
 
"……하아-, 하아-……"
 
"!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
 
의자에 앉아, 유키노가 가져와준 물을 마신다. 이 통증, 고등학교 들어오고나서 빈번하게 계속되네…….
 
"하치만, 어째서 그런 짓을……트라우마로 하치만이 상처입을 뿐인데……"
 
"……나도, 언제까지고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어……?"
 
어리둥절한 유키노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그런 표정 짓지마.
 
"이대로 있어선 안 돼. 그러니까, 조금씩이라도 좋아. 아주 조금만, 한 발짝을 내딛어야지……그렇게 생각한거야"
 
"하치만……그래, 그랳구나……나도 도울게. 그러니까, 힘내자?"
 
"……아아"
 
아직 감사의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마음을 말로 하자.
 
고마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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