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2】
 
 
 
 
 
똑똑똑
 
"……응……?"
 
……아아, 잠들었나.
 
조용한 노크로 천천히 머리가 각성한다. 난폭하게 열지 않았으니까 조금 기분이 좋다.
 
똑똑똑
 
"아, 네"
 
"실례합니다"
 
켁. 이 목소리는……
 
"아, 아줌마……"
 
"누나라고 부르렴. 늘 말하잖아?"
 
"아니, 여보. 40대에 누나는 좀 아니커헉!"
 
들어온건 40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과 핸섬한 남성. 즉 유키노의 부모님이었다. 하지만……아줌마, 지금 아저씨를 명치로 사랑한건가. 동정한다.
 
"츠즈키 탓에 다치게 만들어서 미안해. 다리 괜찮아?"
 
"뭐, 익숙하니까요"
 
그래. 나는 어렸을때는 자주 골절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이 통증은 이미 친구같은 것이다. 아니,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옛날부터 말했을거야. 상처입는데 익숙해져 있으면 안 된다고. 두번 다신 그러 말을 해선 안 돼"
 
……내가, 어떤 꼴을 겪었는지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
 
"하……상처입는데 익숙한게 아니라, 상처입는데 익숙해지는걸 강요받은거지……"
 
""읏…………""
 
…………아, 이런. 조금 열받아서 본심이 나왔다.
 
"죄, 죄송해요. 건방진 소리를 해서……"
 
"아니……나야말로 경솔한 발언을 한걸 용서해줘. 미안해"
 
"그럼 비긴걸로"
 
"그러자"
 
살짝 웃으니 긴장하고 있던 몸이 조금 편안해졌다. 과연. 미소라는건 긴장을 풀어주는 모양이다. 공부가 됐다.
 
"하치만. 그러고보니 유키노하고는 잘 되고 있나?"
 
"아-……아뇨, 왠지 그쪽에선 저를 피하는것 같아서……오늘 아침에 그런 일이 일어날때까지는 중학교에선 거의 말도 안 했고"
 
"(부끄러운거네)"
 
"(부끄러운거군)"
 
"(역시 미움산건가?)"
 
으-음……미움 사는데는 익숙해져 있으니 딱히 상관없지만……내가 유키노에게 뭘 했는지, 전혀 짐작이 안 간다. 뭐, 신경쓸것도 없을테고, 알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하치만, 유키노를 잘 부탁한다"
 
"아니, 그러니까 피하고 있다고 말해도――"
 
"그럼 끈질기게 공격하렴"
 
뭐야 그거 의미불명이네.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있든 나하고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이쿠, 여보. 슬슬"
 
"어머, 벌써 그런 시간? 미안해, 하치만. 지금부터 우린 데이……일이 있으니까 이만 실례할게. 아, 치료비랑 입원비는 이쪽에서 부담할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아……"
 
잠깐, 어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그 나이 먹고 데이트 하는거냐, 당신들.
 
"그럼 하치만. 또 봐"
 
"잘 있어라"
 
"아아……네"
 
두 사람이 나가자, 밖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츠즈키 씨랑 얘기하고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더니 갑자기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저, 저기!"
 
"……그 때의……?"
 
거기에는 기세 좋게 문을 열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하는 여자애와, 울것같은 표정의 유키노, 그리고 진지한 표정의 하야토가 있었다.
 
"하치만, 다리는 괜찮아?"
 
"뭐. 아직 아프지만 오래 겪었으니까"
 
골절은 일상다반사니까. 아, 지금 싸움에 몸을 두고 있는 남자 같아서 멋있네.
 
"……너는 그렇게……! 좀더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줘. 이제 악몽은 끝났으니까"
 
"……선처할게. 그래서, 무슨 일이야?"
 
"평범하게 병문안인걸 알잖아……"
 
"……병문안?"
 
하야토……친구.
 
유키노……소꿉친구. 하야토를 좋아함.
 
여자애……뭐?
 
"하야토랑 유키노는 알겠지만 너, 뭐하러 왔어?
 
"넘해!? 사, 사브레를 구해준 답례랑, 다치게 만들어버린 사죄하러 온것 뿐인걸! 그리고 너가 아니라 유이가하마 유이!"
 
"알았다 알았어. 그러니까 병원에서 큰 소리 지르지마. 민폐다"
 
"아으……"
 
유이가하마 유이……외모눈 수수하지만 상당히 단정한 얼굴이다. 그래놓고 상식이 없는 바보 캐릭터라는건가.

 
"딱히, 내가 다친건 네 탓도 비둘기 사브레 탓도 아니야. 굳이 말한다면 내 책임이지"
 
"그, 그런거 아닌걸! 그리고 비둘기 사브레는 뭐야!?"
 
그러니까 시끄럽대도.
 
유이가하마는 또 소란피웠다는걸 깨달았는지 입을 막고 주위를 돌아봤다. 너는 애냐.
 
"자, 유키노"
 
"아, 알고 있어"
 
하야토에게 떠밀려서 얼굴을 숙이면서 앞으로 나오는 유키노. 귀까지 빨갛다. 그러는김에 말하자면, 목부분에서 목덜미까지도 빨갛다. 얼마나 화난거야.
 
이, 이건……역시 그건가?
 
"……아, 아-……미, 미안. 차에 부딪쳐서……"
 
"""……하?"""
 
"아니아니. 확실히 앞뒤 생각 안하고 뛰어든 내가 잘못했고, 거기다 고급차잖아, 그거. 흠집 났으면 미안해"
 
"……하야마. 힛키는 늘 이래?"
 
"뭐어. 이게 기본이야"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이 녀석들. 그리고 힛키는 나를 말하는거야?
 
그러자 유키노가 부들부들 떨며, 주위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여, 역시 화났나. 수선비 얼마 나올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가 있는 힘껏 고개를 들었다.
 
"하치만……하치만은 아무 잘못 없어. 나쁜건 전부 나야……그러니까, 모두 자기가 나쁘다고 하지말아줘. 부탁이야……"
 
유키노가 나에게 손을 뻗어온다.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건지, 만지려고 하는건지 모른다……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 때의 아버지의 손바닥이랑 겹쳐보였다.
 
머리가 아파진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동공이 열리고, 땀이 폭포처럼 흐르고, 심장이 아플만큼 맥동친다.
 
마침내 구토기, 거기다 현기증까지 느꼈다.
 
"유키노!!!!"
 
"읏!? 아……미안해……"
 
"읏, 하악, 하악, 하악……"
 
눈 앞까지 왔던 손바닥이 사라지고, 몸의 긴장이 풀렸다. 한심해라…….
 
"어, 어 그게……"
 
"미안, 유이가하마. 잠시 셋이서 있게 해주지 않겠어"
 
"으, 응……"
 
"……미안, 유이가하마"
 
이 일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돼……원래 알고 있던 녀석과, 교사 말고는…….
 
"……유키노. 지금 행동은 너무 경솔했어. 알고 있잖아?"
 
"그래……알고 있어. 하치만, 정말로 미안해!"
 
"아, 아니 신경쓰지마"
 
트라우마 정도는 누구에게든 있잖아? 내 경우에는 그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넓을 뿐이다.
 
"(좋아하는데 만질 수 없어……게다가 미움사고 있다고 착각당하고 있고……)"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하치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까……?)"
 
"(힘내라, 유키노)"
 
……갑자기 왜 말이 없어진거야? 왜 그래? 무시야? 방치 플레이냐? 게다가 왠지 이신전심 하고 있는것 같고.
 
"……저기 말야"
 
"응?"
 
"뭐니?"
 
"너희들,
 
 
 
 
 
 
 
 
 
 
 
 
 
 
 
 
 
 
 
 
 
 
 
 
 
 
 
 
 
 
 
 
 
 
 
 
 
 
 
 
 
 
사귀는거 아냐?"
 
""………………………하아아아아아~""
 
긴 한숨!?
 
"하치만. 나랑 유키노는 사귀지 않고, 이후로도 사귀는 일은 절대로 없어"
 
"확실히. 나랑 하야마가 사귀는 일은 하늘과 땅이 뒤집힐 수준으로 말도 안 돼"
 
……그렇게까지 부정하면 도리어 수상쩍은데.
 
"(나, 좋아하는 사람 있고……)"
 
"(하치만을 좋아하는데 다른 남자에게 꿈쩍할리 없잖아)"
 
왠지 입을 다물었고……쓸데없이 수상쩍다.
 
"……아. 슬슬 면회시간 다 됐네. 하치만, 또 올게"
 
"어"
 
"나, 나도……와도 돼……?"
 
"아, 아아. 딱히 상관없는데……"
 
싫은 상대한테까지 병문안을 오다니, 유키노 진짜 성실하네.
 
두 사람이 복도를 나가자, 유, 유……? 가하마 씨가 빼꼼 고개만 내밀었다.
 
"힛키, 또 올게"
 
"그니께 힛키는 또 누구여"
 
왜 짜가 칸사이어가 나온거야.
 
그보다 또라니……댁도 올 생각이 가득한겁니까, 가하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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