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1】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그건 어둠에 비쳐지는 양초와 그림자. 그것이 반을 점거하고 있다.
 
양손을 천장에 매달아놓은 로프에 묶여, 저항도 못한 상태로 얻어맞는다.
 
울며 소리를 질러도, 그만하라고 외쳐도, 그림자는 때리는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자는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
 
"사랑한다"
 
라고.
 
그 그림자는, 아버지는 그 말을 할때만 다정한 얼굴을 한다.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얼굴……어린 마음에, 그 다정함은, 사랑은 거짓이라고 깨달았다.
 
사랑이 이런것일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갖고 싶은건 사줬다. 밥도 제대로 준비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반드시 폭력이 있다. 몸, 팔, 다리. 얼굴 이외의 자리는 항상 상처를 입었다.
 
왜 나는 죽지 않았는가. 그건 나에게는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죽으면 다음에는 동생이 상처입는다. 어쩌면, 엄마도 상처입는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의사만으로, 나는 살아왔다.
 
『사랑』이란 뭐라고, 항상 자문자답했다. 하지만 늘 나오는 대답은 하나.
 
살아받는건 상처입는것. 폭력을 받는것. 아픈것.
 
그렇다면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받을 수 없다. 상처주는것도, 상처입는것도 싫다.
 
그러니까 나는……
 
 
 
 
 
 
 
 
 
 
 
 
 
 
 
 
 
 
 
 
 
 
 
 
 
 
 
 
 
 
 
 
 
 
 
 
 
 
 
 
 
 
 
 
 
 
 
 
 
 
 
 
 
 
평생, 고독하게 살아간다.
 
 
 
 
 
 
 
~~~~~~~~~~~~~~~~~~~~~~~
 
삐삐삐삐삑삐삐삐삐삑삐삐삐찰칵
 
"…………아아, 아침인가……"
 
멍한 머리가 각성할대까지 조금 대기시간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있던게 뒤통수를 쳤나…….
 
주섬주섬 일어나니, 자기방 문이 천천히 열렸다. 거기에는 걱정스러워보이는 표정의 동생, 코마치가 있었다.
 
"오, 오빠, 안녕"
 
"아아, 안녕. 왜 그래?"
 
"아까부터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아까……아아. 그 꿈을 꾸고 신음지었나.
 
"좀 꿈을 꿔서. 뭐, 걱정하지마"
 
그러자 코마치가 나에게 다가와서 다정하게 껴안아줬다. 마치, 새끼고양이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그리고 강하게.
 
"이제 그런건 잊어버려……! 그런건……!"
 
"! 그, 그만해……!"
 
나는 코마치를 밀쳐내고 욱신거리는 머리를 싸맨다. 빌어먹을, 역시 남의 호의를……사랑을, 믿을 수 없어……빌어먹을……!
 
"미, 미안해 오빠"
 
"……코마치, 그 일로부터 벌써 6년이 지났지……"
 
내가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있던건 철이 들었을 무렵있던것 같다. 그리고나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매일같이 학대받았지만……마침내 엄마가 아버지를 경찰에 찔렀다.
 
엄마도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폭력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버지에게 거스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방되었다. 유죄판결을 받은 아버지는 그 죄의 무게로부터 징역 50년. 위자료랑 우리들의 앞으로 인생에 필요한 돈, 5000만엔을 넘겨받았다.
 
그 재판전, 엄마는 어째선지 우리의 변호를 부탁한 하야마 변호사. 그 사람에게는 정말로 고개를 들 수 없다. 실은 가해자측에 붙어야할 변호사가, 피해자측인 우리에게 붙어준 것이다.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하야토도, 나랑 놀아줬고……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할뿐이다.
 
"그렇지만……미안해. 간단하게 구별지을 수 있는게 아닌데……"
 
"코마치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이건, 내가 뛰어넘지 않면 안 될 시련이야. 시련을 뛰어넘고 사람은 성장해. 왠지 멋있지 않아?"
 
어라? 그럼 나, 5년전부터 성장하지 않았다는게 되네? 스스로 말해놓고 슬퍼졌다.
 
"……오빠가 말한다면 코마치도 믿을게. ……자아 오빠! 오늘부터 고등학생이야! 힘내서 가자!"
 
"이웃집에 폐가 되잖아"
 
허나……마침내 나도 고등학생인가. 아버지의 악몽으로부터 눈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소부고등학교에 붙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지.
 
코마치를 방에서 쫓아내고 새 교복에 팔을 넣는다. 역시 새건 좋네. 이 익숙치 않은 느낌이 좋다.
 
그러자, 그 때 고등학교 들어오고나서 산 휴대폰이 울었다. 누구야, 이런 아침 일찍…….
 
"……하야토? 여보세요
 
"아, 하치만. 안녕"
 
"아아. 왜 그래 대체"
 
"아니, 제대로 일어났나 싶어서"
 
"너는 내 여친이냐"
 
스스로 말해놓고 무서워졌다.
 
"하하. 여전하네. 그보다, 오늘은 같이 등교 안 할래?"
 
"아-……미안. 코마치를 중학교에 보내주고나서 갈테니까"
 
분명히, 코마치네 중학교도 오늘 입학식이었다. 그 보조를 해야한다는 모양이다. 나의 소중한 동생을 부려먹다니, 저쪽의 교사들 용서 못해.
 
"코마치는 오빠를 좋아하는 애니까. 그럼 그건 다음 기회에"
 
"아아. 미안"
 
"그렇지도 않아. 아, 그러고보니 유키노도 소부고등학교야. 소꿉친구 셋이서 같은 고등학교라니, 왠지 운명을 느끼네"
 
"……어……"

유, 유키노라……뭐, 그 녀석도 나랑 놀아준 몇 없는 친구지만…….
 
"나, 그 녀석에게 미움사고 있는 모양이니까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진심이야?"
 
"어? 그치만 만날때마다 눈을 피하고, 말을 걸려고 하면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빠른걸음으로 사라지고, 가끔 엄청난 시선으로 쳐다보고 ㅇㅆ고"
 
얼굴 새빨개져서 화내다니, 얼마나 내가 말을 거는걸 원하지 않는거야. 소꿉친구면서.
 
"(……뭐, 하치만도 과거가 있으니까 뭐라 말 못하지만……유키노, 동정할게)"
 
"하야토?"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럼 슬슬 나갈테니까 학교에서 봐"
 
"아아"
 
유키노라……어렸을 무렵에는 그렇지도 않았지만, 어째선지 중학교에 올라가고나서 나를 피하게 됐다. 의미를 모르겠다.
 
거기다 고등학교도 우리랑 같았고……뭐, 유키노는 하야토를 좋아하는것 같으니, 그 부분은 모르는것도 아니다. 유키노랑 하야토 잘 어울리니까.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지 않는걸 빌자.
 
"오-빠-야?"
 
"어-"
 
뭐, 일단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만들어준 밥이라도 먹을까.
 
 
~~~~~~~~~~~~~~~~~~~~~
 
 
아침을 먹고나서 자전거 뒤에 코마치를 태워 중학교까지 보내준다. 슬슬 이 녀석도 혼자서 다닐 수 있게 되주지 않으려나.
 
하지만 역시 아직은 너무 이른가. ……지각하는것 보다는 낫나. 응.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있으니, 반대측 도로에서 파자마 차림의 여자애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뭐, 귀엽나?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
 
"컹! 컹컹!"
 
"좀! 사브레, 잠깐만!"
 
호오. 저 개는 비둘기 사브레라고 하나. ……도, 독창적인 이름이네…….
 
목걸이가 풀려나버려, 짖으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비둘기 사브레.
 
그 때. 뒤쪽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사브레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젠장"
 
자전거를 뛰어내려, 아슬아슬하게 개를 안아들고 전방으로 뛴다. 하지만 다 피해내진 못했는지 다리에 둔통같은걸 느꼈다.
 
"크악!"
 
큭……아, 아파아……! 하지만……그, 그 때의 충격이랑 비교하면……! ……응? 이 통증……설마 부러졌어?
 
아버지가 아직 있을때, 몇 번이나 맛보았던 통증이다. 착각할리가 없다.
 
"……! 저, 저기! 괜찮아요!?
 
"아악……이, 익숙해……!"
 
"익숙하다니……다, 다리가……!"
 
다리를 보니 왼발만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과연, 부러졌군.
 
"다, 당신은……!"
 
"어? ……아, 츠즈키 씨……? 그렇다는건……"
 
"……하, 하치만……? 하치만!"
 
여, 역시 유키노냐……아-, 그러고보니 나 쿨하구만. 쿨한 하치만. 뭐야 그거 좀 멋지네.
 
"츠, 츠즈키 씨, 병원에 전화를!"
 
"네, 유키노 아가씨"
 
유키노는 혈색을 바꿔 내 옆에 다가와선 울것같은 얼굴로 나에게 사과했다.
 
"미안해……하치만, 미안해……! 너를 다치게 만들었어……"
 
"괘, 괜찮아, 응?"
 
"나, 나도 제대로 사브레를 봤으면……미, 미안해요!"
 
"그러니까 괜찮다고……"
 
라고 하지만 이 통증은 꽤 아프다. 진땀이 나왔다.
 
"유키노 아가씨, 구급차가 10분 이내로 도착한다는 모양입니다"
 
"5분내로 오도록 해요! 빨리요!"
 
"알겠습니다"
 
오오흐……유키노, 무서워.
 
그리고나서 구급차가 올때까지 유키노와 여자애는 나에게 사과를 계속했다. 그러니까 딱히 아무 생각 안하는데.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져,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유키노시타가 사람들의 병원인, 그것도 나를 몇 번이나 수술해준 선생님이니까 특별히 아무 저항도 없이 수술에 임했다.
 
"괜찮나, 히키가야 환자"
 
"뭐, 단순한 골절이니까 괜찮슴다"
 
"단순한이라니……골절도 어엿한 중상이야. 뭐, 생명에 별다른 상황은 없으니까"
 
초로의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고 병실을 나가자, 이번에는 츠즈키 씨가 들어왔다.
 
"하치만 님. 이번에는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뇨, 괜찮으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유키노랑 여자애는……학교입니까?"
 
"네. 바로 입학식이 끝났으니까 아가씨를 맞이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여성도 소부고등학교인 모양이라 데려오겠습니다. 그리고 하루노 아가씨랑 사모님도. 실례하겠습니다"
 
"아, 좀……벌써 갔어……"
 
후우……뭐, 조금 잘가. 자기치유력이 올랐다고는 해도, 최저한 1주일 정도는 병원에 있을테니까.
 
꾸벅꾸벅 거리고 있으니 마침내 의식이 수마에 빼앗겼다. 어라? 한동안 학교 쉰다니, 최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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