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7화

 

제 77화
 
다음날 방과후, 우리는 평소처럼 봉사부에 모였지만 특별히 의뢰인이 오는 일도 없어서 시계바늘과 PFP를 조작하는 소리만이 교실에 울릴 정도로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까 게시판을 힐끔 봤지만 요리 교실이라는 모집 포스터가 붙여져 있어서 아무래도 그걸로 인수를 어느 정도 모으는것과 함께 재료비를 징수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되면 너무 어려운 초콜렛은 만들 수 없을테니까 간단하고 맛있는거겠지.
 
"여전한 게임가야구나"
"시끄러. 지금은 발렌타인 랭킹으로 바쁘다고"
"…………저, 저기 하치만"
 
이름으로 불려서 순간 가슴이 두근 고동을 올리지만 어떻게든 억누르고 게임 진행을 스톱시키고 고개를 들어보니 뺨을 붉게 물들인 유키노시타가 거기에 있었다.
어, 어째서 갑자기 부실에서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심장에 나쁘잖아.
 
"어, 어어?"
"그, 그게…………너, 너는 어떤 초콜렛을 좋아하니"
"…………"
아니아니아니! 뭘 나는 기대하는거야! 아니잖아! 이, 이 녀석은 그저 단순히 묻고 있는것 뿐이지 무엇도 나에게 주기 위해서만 묻는게 아니야! 그, 그렇지……착각하지마라, 나!
"따, 딱히 너무 달지 않은 초콜렛이라면 뭐든지……"
"그, 그래……고,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자리로 돌아가 빨개진 얼굴을 감추듯이 책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간다.
"얏하로~! 이로하 데려왔어~"
 
그런 큰 목소리와 함께 유이가하마가나 나타나, 그리고 그 뒤에서 빼꼼 잇시키가 고개를 내민다.
어떤 의미로 유이가하마에게 도움받은 기분이군.
유이가하마는 늘 앉던 자리로, 잇시키는 새로 준비된 의자에 앉고 책상 위에는 학생회에서 정리했을 서류를 펼쳐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미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회의 결과에요, 요리 교실을 열어서 다같이 초콜렛을 만들자고 정했어요. 그러는 편이 인수도 모으기 쉽고, 이렇게 하면 여럿이서 함께 할 수 있구요"
"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교실이라고 하니까 거기에 상응한 수를 모은거니"
"네! 일단 저희 학교에선 저와 하야마 선배 그룹 멤버, 그리고 선배들과 그리고 몇 명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이벤트 회의실에서 하려고 해요"
 
확실히 거기라면 넓고, 남아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에게도 와와와아 시끌벅적하게 떠들어서 나는 소음으로 민폐는 끼치지 않겠지.
서류를 보고 문득 깨달은거지만 아무래도 이 이벤트는 발렌타인 데이 당일에는 하지 않는 방침인 모양이다.
뭐, 당일은 입시고, 담당 교원도 입시 준비나 당번을 하게 되어서 무슨 일이 있었을때 대응을 할 수 없어질테지만.
그리고 그런 사정으로 머리속에서 정리하면서 나는 책상 아래에서 PFP를 조작한다.
 
"나중에 조리기구 리스트를 보여주지 않겠니. 빠진점이 있으면 안 되니까"
"알겠어요! 그리고 만들 메뉴말인데요"
"그것도 나중에 보여주지 않겠니"
 
회의는 거의 유키노시타와 잇시키가 진행해간다.
저리 보여도 잇시키도 학생회장으로서 활동하기 시작한지 1개월 이상은 지났으니까 익숙해지는것도 당연하겠지만 왜 유키노시타는 이렇게나 캐리어 우먼인걸까~.
나에겐 두 사람이 떠드는 내용을 3할밖에 모르겠다.
발렌타인 데이라……평소라면 랭킹 이벤트에서 1위를 확고한 동영상을 촬영해서 동영상 투고 사이트에 투고, 코멘트란에 의한 치트니 부정이니 매도를 먹이 삼으면서 과자를 먹는다는 리치한 저녁을 먹었겠지만……이번에는 예약투고로 해둘까.
참고로 요즘 용돈 금액은 줄어들기는커녕 늘고 있다. 뭐, 그 몬헌 사냥 효과로 인해 늘어났고 잇시키의 학생회 선거때 고안한 나와 대전도 인기를 점했으니까.
최근엔 소셜 게임에도 내딛어봤지만 역시 PFP 쪽이 하기 쉬우므로 소셜 게임은 그만뒀다.
 
"그럼 뼈대는 이대로면 돼. 남은건 잇시키에게 맡길건데"
"네! 부회장이 제대로 해줄거에요!"
그건 네가 해라. 요즘 부회장, 무거운 서류를 들고 한숨을 쉬고 늘어져있는게 자주 보이니까.
"일단, 참가비는 선배들도 부탁드릴게요"
"하? 우리한테도 받는거야?"
"당연하죠"
나, 맛보기밖에 안 할텐데.
"뭐, 당일은 구석에서 게임해둘게"
"힛키도 참가해~. 그게, 장래에 스스로 배고플때 만들 수 있잖아!"
"하아? 그런 노력을 할거면 판초콜렛을 사서 먹겠다"
"네 경우엔 입자 초콜렛으로도 기뻐할것 같네"
 
흥. 이래저래 가족 말고는 초콜렛을 받은 경험이 게임내 캐릭터한테 밖에 없는 나에게 있어서 발렌타인 데이라는 이벤트는 한정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날밖에 되지 않아.
뭐, 이래저래 비슷한 아이템이 박스를 압박하고 있으므로 곤란해하고는 있지만 귀중한 폐인 플레이의 확대를 해주는 무기니까 맥스 찍을때까지 레벨업은 시켜두지만.
 
"선배, 게임하는건 좋지만 너무 기분 나쁜 행동은 하지 말아주세요. 선배는 안 그래도 주위에서 기겁해하고요, 저희 학년에서도 여러모로 소문 퍼져있으니까요"
"엥, 나 기겁하는거야?"
"네. 손가락이 무진장 기분 나쁘다던가, 양손양발로 게임을 만진다거나 물구나무서기 하면서 게임을 한다거나 그러는 끝에는 게임을 좋아해서 세뇌행위도 하고 있다던가"
"나, 나의 게이머로서 평가가 그렇게까지 높아졌다니"
"왠지 기뻐하네"
뭐, 기본적으로 게이머는 미움사는 법이지.
"그럼 저는 이만. 실례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서류를 들고 봉사부에서 나갔다.
 
 
 
――――――☆――――――
 
잇시키가 봉사부에서 나가고나서 약 1시간 조금 지났다.
"이제 곧이구나~"
"그러네……"
그러고보니 봉사부 전원이서 뭔가를 생각하는건 오랜만인것 같다. 요즘은 여러가지로 있어서 개인으로 움직였던게 많았고.
"오늘은 이만 끝낼까"
"내일을 위해서 대비해야지. 아, 힛키 제대로 와야해"
"알고 있어. 나는 애냐……그나저나 비 내릴것 같네"
"정말이야~. 우산 갖고 와서 다행이야. 힛키는?"
"훗. 게임을 적시지 않기 위해서 타올까지 완벽해"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우와아, 같은 얼굴을 짓지만 일단 무시해둔다.
"유키농은? 괜찮아?"
"갖고 오진 않았지만 역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고, 내리면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이라도 살게"
"그러고보니 편의점 비닐 우산은 깨닫고보면 잔뜩 있지~"
"그건 그저 단순히 네가 건망증이 심한거잖아"
"너무해! 유키농도 그렇지!?"
"유감이지만 나도 없어. 애시당초 평소엔 접이식 우산을 상비하니까"
 
유키노시타에게 마저 공감받지 못한게 그렇게나 실망이었는지 유이가하마는 노골적이게 어깨를 떨구구 시무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각 준비를 하고 봉사부 부실 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교문을 나와 각각 귀로에 이른다.
2년 이상 다니고 있는 이 길에서 게임을 하면서 자전거를 밟고 돌아가는건 나에게 있어선 식은죽먹기고, 전봇대에 부딪치는 일 없이 돌아갈 수가 있다.
뭐, 가끔 경찰한테 혼나지만……응?
뚝, 머리에 차가운게 내린 느낌이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고는 끝내 본격적으로 내려버렸다.
일단 그늘로 들어가 PFP를 수건으로 빙글 감고 가방 아래쪽에 집어넣고 우산을 쓴다.
우산을 갖고 와서 다행이었지만 이래선 게임을 못하겠네…….
문득 유키노시타가 신경쓰여서 조금 방향을 바꾸어 자전거를 밟으니 빗속에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여서 자전거로 뒤쫓아서 우산에 들여주자 놀란 얼굴로 이쪽을 쳐다봤다.
 
"하, 하치만"
"네가 내일 감기 걸리면 누가 초콜렛 만드는걸 가르치는데"
"그, 그래……고마워"
 
오른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밀고 왼손으로 우산을 들어 유키노시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미조정을 한다.
그나저나……나는 언제 여자애랑 우산을 같이 쓸 정도로 청춘을 구가하는 남고생이 된거지? 작년의 내가 봤으면 저주할것 같다.
 
"하치만. 어깨 젖고 있어"
"음? 아아, 이 정도는 괜찮아. 드라이어로 말리면 돼. 내 기준으로는 오히려 PFP가 걱정이다"
"게임중심가야구나……자, 괜찮으니까"
"어, 어이"
 
갑자기 유키노시타에게 팔을 잡혀서 견뎌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유키노시타에게 마치 빨려가듯이 쓰러지는걸 어떻게든 발로 버텼다.
하지만 콧머리가 닿을 정도로 지근거리.
그녀의 호흡이 피부에 닿고 심장이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고동을 세게 친다.
 
"……미, 미안"
"그, 그래"
 
어떻게든 의식을 되찾고 얼굴을 떼어 두 사람이 들어가도록 가까이 다가가지만 어깨와 어깨가 부딪친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데 일희일우하게 된걸까……어떤 의미로 히라츠카 선생님이 나를 봉사부에 넣은건 정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진짜를 원한다고 말했다. 함께 게임을 하거나, 말하거나, 점심을 먹거나……그저 그것뿐인걸까.
정말로 나는 진짜를 원한다고 생각한것 뿐일까. 예를 들면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을 원하고는 있지만 무의식중에 그걸 진짜라고 맞바꾸고 있는건 아닐까.
……과연 나는 대체 뭘 원하는거야. 뭘 진짜라고 보면 되는거야……그저, 말할 수 있는건 한 가지.
지금 이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이제 여기면 돼"
"아, 아아. 벌써 도착했나"
"그래. 오늘은 고마워. 내일 또 봐"
"아아, 또 봐"
유키노시타와 헤어져 자전거를 밟으려던 그때.
"하치만"
"응?"
"…………고마워"
"으읏"
 
마지막으로 그녀는 평소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나에게 짓고 개찰구로 빠른걸음으로 걸어간다.
그 미소를 본 나는 잠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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