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0화
 
 
 
"아, 유미코"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혹시 메일 얘기?"
미우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적당한 의자에 앉는다.
일단 나도 PFP는 집어넣고 일단은 미우라쪽으로 돌아본다.
"그래서 할 얘기는 뭐니"
"그게……하, 하야토가……어디로 가는지……알고 싶다고 할까"
평소의 여왕님다운 말투는 어디로 갔는지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는 미우라의 모습은 어딘가 어디에나 있는 여고생과 별반 차이없어 보였다.
아니, 미우라도 여고생이지만 평소엔 주위보다도 자신을 높게 보여서 어른스러운척 보인다고 할까……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높이지도 않고,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말하는걸로 보인다.
"요즘, 하야토가 왠지 우리랑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할까, 멀다고 할까"
"확실히 그러게. 토벳치하고도 왠지 떨어져있구"
"왠지 이대로 내버려두면 아주 먼곳으로 가버리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언젠가는 멀리 떨어질거야. 졸업하면 대학에서 떨어지는걸"
정론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야마의 학력은 위에서부터 세는편이 빠르다. 그러니까 미우라하고는 다른 대학으로 가는건 확실하고, 애시당초 문과 이과 선택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것  이다.
"그러니까……그러니까……조금만 더 이대로가 좋다고 할까……계속 이대로가 좋다고 할까"
미우라 자신도 그런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하다못해 고등학교 3년간 정도는 같은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이 닿는 범위의 가까운 곳에서 모두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그런 느낌인가.
"왠지 요즘 하야토가 우리랑 거리를 두려고만 하고 있고, 대화를 해도 무뚝뚝하고……왠지 나아 미움받을만한 짓이라도 한걸까"
……에-. 이렇게까지 얌전해진 여왕님은 처음 보는데.
미우라는 고개를 숙이며 치마 자락을 꼬옥 움켜쥐고 있다.
"…………반대로 하야마가 거리를 두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떡할건데"
"좀, 힛키"
"그치만 그렇잖아. 지금까지 같이 있던 녀석이 갑자기 거리를 두면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거기다 말하지 않는다는건 이미……떨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잖아"
내 발언에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할 요소가 없다……지금까지의 하야마와 지금의 하야마를 비교했을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거라면 그걸로 됐어"
"유미코……"
"하야토가 우리한테서 떨어지고 싶다고 말한다면 됐어……하지만 왜 떨어지는건지 알고 싶어…………나아가 하야토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사과하고, 그걸 고치고……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떨어지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의 눈에선 마침내 눈물이 뚝뚝 흘렀다.
소매로 눈물을 닦지만 그 탓에 화장이 번져서 얼굴이 엉망이 되어도 미우라는 신경쓰지 않고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다.
딱히 떨어져도 좋다. 그것이 자신이 원인이라면 그걸 고치고 사죄도 한다……하지만 원인도 아무것도 모른채 멀리 떨어져가는건 싫다………….
"…………알았어. 어떻게든 할게"
"어떻게든이라니"
"어쨌든간에 유키노시타의 소문도 어떻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됐잖아. 하야마에게 직접 물어보면 끝날 얘기고"
"하지만 누구에게도 안 가르쳐줬는데?"
"평범하게 물어보면 그렇겠지"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범하게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다……다른 방향에서 물어보면 된다. 어쨌든간에 이제 곧 마라톤 대회도 있으니까 물어볼 타이밍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반 정도는 하야마의 생각을 알았고……가장 큰 문제는 유키노시타의 소문이지. 이것만큼은 불특정 다수의 인간이 상대니까 어찌할 수도 없다.
"승부는 마라톤 대회 당일……만약 그 날에 못 들으면 미안하지만"
"괜찮아……그때는 그냥 포기할래……이제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는 터벅터벅 부실을 나갔다.
"자신이 있니?"
"반반……이라고 할까"
"그런가……그치마나 유키농의 소문은 어떡할거야?"
"그게 문제다……지금 당장 해결책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소문은 무척이나 성가시다. 처치를 잘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꼬리를 물고 날아가버리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이번 소문의 경우에는 졸업할때까지 갈테고. 이대로 방치해도 유키노시타가 민폐를 겪을 뿐이다.
"딱히 나는 신경쓰지 않아. 그러니까"
"그에 비해선 피곤한 얼굴이고……벌써 몇 명째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고개를 숙이고 나로부터 시선을 삭 피했다.
이미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가 아니겠지. 유키노시타는 학년은 물론 전교생 중에서도 고령의 꽃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이번 일로 움직이는 녀석은 많을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자칫하면 위험한 방향으로도 갈지 모른다.
"하지만 섣부르게 손을 대면 그야말로 위험하지 않아?"
"뭐 그렇지…………소문을 없애려면 다른 소문을 퍼뜨리면 되지만……그것도 말이지"
나와 사귄다는 소문이 있다면 다른 녀석이랑 사귄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나 자신은 해방될지도 모르지만 유키노시타는 사로잡힌 상태니까 이 안은 보류.
"…………그, 그, 그러면"
드물게도 말을 더듬는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만들면서 슥 일어서서 나를 곧게 쳐다본다.
""그러면?""
"차, 차라리"
""차라리?""
"……소문을 사실로 만들면 되는게 아닐까"
그 말이 마치 어딘가의 요괴 스트라이크처럼 부실 안의 벽을 땡땡팅팅 부딪치면서 돌아다녀, 마지막에는 쑤욱 우리 머리속으로 들어오지만 머리서속에서도 땡땡팅팅 부딪치면서 돌아다닌다.
그 말은 유이가하마 킬러라도 갖고 있었는지 유이가하마는 크게 입을 벌리고 완전 정지하고 있다.
완전 정지한 우리를 보고 유키노시타는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어디까지나 소문을 소문이 아니도록 하기 위할뿐이지 정말로 여, 연인 관계가 되는건 아니야"
"아, 아아……과연. 사실로 해두면 고백해오는 녀석도 없어진다는 얘긴가"
"뭐어, 진짜가 아니라면……하지만 저기, 이걸 기회로 두 사람이……"
아까부터 유이가하마가 중얼중얼거리지만 일단 방치해두고 어떤 의미로 유키노시타의 제안은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 소문이 소문이니까 고백해오는 녀석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문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면 아무도 고백은 해오지 않을거라고……너무 잘 생각한것 같기도 하지만.
"적어도 사실이라면 매달리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상대가 나니까 말이지……하야마 정도라면 모를까"
"하지만 소문으로 사귈지도 모른다고 하는거랑 진짜로 사귄다고 하는건 고백하는 용기의 크기도 다를거라고 생각해. 내 친구도 그랬는걸"
"하아……하지만 언제까지 계속할건데. 졸업할때까지 계속 할 수도 없잖아"
"그것도 그러네"
졸업까지 할 생각이었냐……아니, 딱히 싫진 않지만.
"우리가 자유등교하게 될때까지면 괜찮지 않을까"
"……거의 1년인가……딱히 나는 상관없지만"
"결정됐네……그런데 뭐라고 부르면 될까"
"하? 평소대로 부르면 되지 않아?"
"음~. 그래선 신빙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네……왜 나는 응원모드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해도 나는 모릅니다.
"……그, 그럼 이름으로 부르는건 괜찮을까"
"그, 그렇게 되는군"
"…………하, 하치만"
부끄러운듯이 조금 볼을 붉히면서 이름을 불린 순간, 두근하며 심장이 고동을 크게 치고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게 이렇게나 부끄러운 일이라니…….
"…………유, 유키노"
그렇게 부르자 그쪽도 부끄러움이 정수리를 관통한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나한테서 시선을 피한다.
"우으으으으"
"왜 너는 뚱해진건데"
"딱히……오늘은 더 이상 안오려나"
시간을 보니 확실히 적당한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안 올것이다.
"그것도 그러네……오늘은 이만 끝낼까"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로 부활동이 끝나고 각자 정리를 시작한다.
"오늘도 내가 반납하고 올게"
유키노시타에게 열쇠를 받고 한번 헤어져서 교무실로 향한다.
그나저나 유키노시타랑 연인인척이라…………이제 나 외톨이가 아니라 청춘만끽하는거 아냐? 나의 러브 코메디는 이미 왕도 루트에 올라탄걸지도 몰라……이대로 탈선해서 어둠바닥에 전락하는 미래가 쉽게 떠오르지만.
자, 문제는 하야마다. 아마 그 녀석은 잇시키의 일에 대해서 무슨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우라네와 거리를 두는 이유라는것도 약하지. 한번 일격, 강공격을 먹이면 정답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례합니다~"
"마침 잘 됐다. 내일 방과후는 비어있겠지?"
"엥, 질문이 아니라 확인?"
왠지 수수하게 너는 한가한놈이니까 라고 들은 기분이다……아니, 뭐 그거에 관해선 부정하지 않지만.
"내일 진로상담회가 있지만 인원이 부족해보여서 말이다. 학생회에서 정식발주가 왔다"
"또 잇시키인가요"
"뭐 그래. 그 녀석도 고문에게 확인하러 온 점에서는 조금 성장은 한 모양이다……그런데 너는 어디로 할거냐"
"문과라구요. 저 기억력 좋으니까요"
"그게 수학계열도 좋았으면 불만은 없는데 말이다"
수학이라는건 인류가 해야할게 아니다. 물리는 우주가 모두가 아니다. 화학은……화학은 뭐, 특별 취급으로 고등학생이 할 일은 아니라는걸로 하자. 내 기억력이 통하는 분야가 너무 적은게 안 되는거다. 공식을 기억해도 그걸 못 쓰면 어쩌자는건데.
"역시 이미 결정하고 제출한 녀석은 많은가요"
"극히 소수지만 말이다. 월말까지라고 말한 이상, 마감기간에 내는 녀석이 많다. 하지만 하야마는 제출했지……그런데 하나 확인이다만……그 소문은 사실이느냐"
선생님의 귀까지 들어간거냐……아니 딱히 상관없지만.
"어음 단적으로 말하면 아니지만요……그게 여러모로 있어서"
"흠. 뭐, 그런거라면 깊게는 묻지 않으마……하지만 설마 너와 소문이 퍼지다니. 순전히 하야마 부근이랑 퍼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은 다리를 꼬며 어깨에 얹힌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지당합니다. 뭐, 문화제 부근부터 여러모로 거리가 가까워지는 이벤트가 많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뭐, 조심해서 돌아가거라. 나는 아직 일이 있다"
"고생하시네요"
그렇게 말하고 교무실에서 나오니 어째선지 출구 부근에 유키노시타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아, 아아 뭐어……그리고 왠지 내일 진로상담회가 있으니까 그걸 도우래"
"그래……그럼 돌아갈까"
"……아, 아아"
엥, 뭐야? 연인인 척을 하면 함께 돌아간다는 이벤트도 발생하는거야? 아, 그치만 그런가. 밖에서 보여지는 일이 많으니까 같이 돌아간다는것도 어쩔 수 없나.
그대로 주륜장으로 함께 가서 내 자전거를 꺼내고 그대로 손으로 밀며 교문으로 향하던 도중에 힐끔힐끔 시선을 느끼고 그쪽을 쳐다보니 부활동이 끝난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바로 효과 있나…….
"유, 유키노"
"읏. 뭐, 뭐니 하치만"
"……탈래? 가는김에 집 앞까지라면"
자전거의 뒤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가방을 바구니에 담고 의자에 앉듯 뒤에 앉고 내 허리에 손을 감았다.
설마 또 이런 이벤트가 발생하다니……번뇌퇴산은커녕 불러일으키잖아.
자전거를 천천히 밟으니 힐끔힐끔 시선을 느끼지만 학교에서 조금 떨어지자 금방 그 시선도 사라졌다.
…………청춘은 이런걸 말하는거겠군.
허리에 꼭 감겨진 온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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