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7화
 
 
 
 
첫 참배하고나서 다음날 아침, 나는 치바역의 비전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나서 금방 유이가하마한테 메일이 와서 집합시간과 집합 장소가 쓰여있었다.
그보다 제안한 사람이 늦으면 안 되잖아……하지만 왠지 유이가하마라면 항례행사처럼 느끼니까 화가 나지 않는다……신기하구만. 코마치가 늦으면 한대 때렸을텐데.
그나저나……좀처럼 안 떨어지네. 어제부터 300번 정도는 쓰러뜨렸는데……역린을 하나만 더 모으면 모든 장비・방어구가 MAX소유인데……하아. 아까부터 최대신장과 최소신장을 하도 개싱해서 우울하다……왜 안 떨어지는걸까. 그보다 300번을 해서 안 떨어진다니 무슨 확률이야. 뭐? 확실히 역린은 떨어지기 어렵다고는 하지만……너무 안 떨어져.
"힛키!"
"읏! 놀래라. 갑자기 소리지르지마"
귓가에서 듣고서 황급히 옆을 쳐다보니 베이지 코트를 입은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부풀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불렀구. 게임에 너무 집중해서 남의 목소리를 못 듣다니, 역시 힛키는 힛키네"
"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되는건지 묻고 싶은 참이다……그래서, 어디부터 갈거야"
"일단 저기부터 가자"
"음. 잠깐만. 라스트 한 마리"
"아오-!"
이 이상 화내게 만들면 내 PFP가 분쇄될지도 몰라서 잽싸게 쓰러뜨리지만 또 역린은 떨어지지 않아서 어깨를 떨구어 실의하는 가운데 유이가하마가 기리킨 몰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고 저기고 죄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세일 같은걸 하고 있고, 거기다 복주머니 상전? 같은걸로 사람이 붐비고 있다.
"굉장히 많네~"
"그렇군. 그나저나 뭐 살……아니 없잖아"
옆에 있었을 유이가하마의 모습이 안 보여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자 신경쓰이는 옷이라도 찾았는지 유이가하마는 되게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만져보고 있었다.
양이냐고 딴지걸고 싶어질 정도로 복실복실하군.
그러자 갑자기 유이가하마는 코트를 벗고, 거기다 그 아래에 입고 있던 스웨터까지 벗고서 나에게 건내고 그 되게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입는다.
"어때?"
"……괜찮지 않냐. 복실복실한 느낌이 유이가하마의 바보스러움과 매치하고 있어"
"뭣! 누가 바보야!"
뿡뿡 화내면서도 스웨터를 벗고 내 손에서 옷을 받아들고 잽싸게 입고는 살 생각인건지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들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뭐 살건데"
"생각해봤는데, 유키농은 고양이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양이 관련 상품이 좋다고 생각해"
"고양이 잠옷 같은거 보내면 기뻐하지 않겠냐?"
"……정말로 기뻐할것 같지만 그런거 어디에도 안 팔잖아! 증말! 제대로 생각해"
"나한테 묻는게 나빠. 그보다 왜 나인데. 여자의 옷 취향은 모른다고"
대개는 이런 경우 동성 친구를 데려가주면 좋다는걸 왜 유이가하마는 이성인 나를 데려온걸까. 에비나라던가 미우라를 데려가면 될텐데.
"저기, 이 장갑은 어떨까"
"얘길 안 듣네……고양이손 장갑이라……인형옷의 파츠잖아"
"힛키도 안 골라?"
"엥, 나도 사?"
"당연하잖아. 자, 힛키도 봐봐"
그리 들어도 말이지……판씨……왠지 이런곳에 놓여있을리도 없고 말야. 그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 그 녀석에게 판씨 상품 너무 많이 주지 않았냐? 대부분이 인형이지만.
유이가하마는 고양이 장갑과 실내 양말인가……그럼 나는 뭘 주면 좋을까.
문득 시선을 준 곳에 판씨 그림이 보여서 그쪽을오 가보니 아무래도 처분 세일인듯, 큰 바구니에 대량의 판씨 무늬 헤어슈슈나 리스트 밴드 등의 일용품 소품이 놓여있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은 판씨 관계 소품 같은거 갖고 있지 않았지.
바구니에 손을 넣어 적당한걸 골라서 유이가하마와 함께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조금 걸어서 지쳐서 주변에 적당한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나는 아까 하던 역린을 떨어뜨리는 몬스터 난획을 한다.
역시 떨어지지 않으면 곤란하지.
"힛키 뭐 샀어?"
"소품류. 나는 옷같은건 모를니까. 그리고 이거"
봉투에서 강아지 얼굴이 크게 그려진 헤어 슈슈 등 소품류가 들어있는 봉투를 유이가하마에게 건냈다.
"헤?"
"그 뭐냐……평소의 답례"
"…………고,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바로 봉투 안에 있는걸 꺼내면서 호에~ 늘어진 얼굴로 쳐다본다.
이어폰을 끼고 외부 소리를 셧 다운하고 몬스터의 난획을 하고 있으니 문득 내 어깨 부근에서 좋은 향수 냄새가 났지만 어차피 유이가하마가 들여다보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서 전투를 속행하지만 멋대로 이어폰이 뽑혔다.
"뭐하는…………켁"
"요놈요놈. 남의 얼굴을 보고 싫다는 얼굴을 지으면 좋지 않다구♪"
옆에 있던건 유이가하마가 아니라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친언니이며 라스보스인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평소와 다를바 없는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고 있고 그 뒤에는 하야마의 모습도 보인다.
엥, 뭐야? 나는 이 사람 전용 적탐지를 디폴트로 기동시킨거야? 닌자 대쉬로도 회피할 수 없을정도로 강해? 그거 진짜로 참아줬으면 싶은데.
두 사람은 결국 우리들의 앞에 앉아버렸다.
"둘이서 뭐해? 데이트? 그러면 못 써~. 히키가야는 유키노꺼니까"
"리얼하게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솟아나는겁니까"
"그런데 둘이서 뭐했어?"
얘기 안 듣네.
"유키농의 생일 선물을 사러 와서요……"
"헤~. 그러고보니 이제 금방이지……아, 그래!"
일단 나는 하루노 씨의 장난에 말려들지 않도록 외부 셧 다운 퍼펙트 폼으로 이행하여 PFP에 집중한다.
왜 정월인데도 이 사람을 만나야 하는거야. 진짜로 닌자 대쉬 버그라도 일어난거 아냐? 리얼하게 이 현장에서 플래그 뽑아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어폰이 뽑혔다.
"패스!"
"에, 좀!"
하루노 씨에게 휴대폰을 떠밀려져서 돌려주려고 하지만 화면을 자세히 쳐다보니 유키노시타에게 이미 통화가 걸리기 시작해서 나는 하는 수 없이 귀에 휴대폰을 대는것과 동시에 연결됐다.
『……여보세요』
"……야, 얏하로~?"
일단 적당하게 유이가하마의 인사를 하자 건너편에서 왠지 부들부들하고 소음과 휴대폰 자체를 떨어뜨린건지 둔탁한 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온다.
『어, 어째서 언니의 휴대폰으로』
"아니, 왠지 건내받았어"
『언니를 바꿔줘』
그리 듣고 하루노 씨에게 휴대폰을 건내자 즐거워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한 두마디 말한 후에 전화를 끊었는지 휴대폰을 귀에서 떼며 주머니에 넣었다.
"유키노 온대. 가족끼리 가자는 식사는 거절했는데 히키가야가 있는곳에는 온다니, 누나 질투나네~. 유키노같은 애한테 사랑받는 너는 행복하겠다~"
"방약무인한 임금님이네요"
그렇게 말하자 하루노 씨는 생긋 미소를 짓는다. 옆에 있는 하야마는 기막힌 표정을 짓지만 시종 웃음을 흐뜨리지 않는다.
유키노시타의 맨션에서 이곳까지 오는데는 상당히 걸릴 것이다……가능하면 그 사이에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이 그렇게 해줄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화장실 가는척하고 돌아갈까……어쨌든간에 생일 선물을 건내줄 필요가 있고……도망칠 길이 없는거냐. 데스매치3부터 생츄어리냐고.
"히키가야는 유키노에게 뭐 사준거야?"
"저말임까? 적당하게 샀습니다"
"어라어라~. 혹시 급료 3개월치의"
"그 해피엔딩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만 말해두죠"
그렇게 말하자 뺨을 가볍게 부풀리며 나를 가볍게 노려본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결혼 하는건 없겠지. 그보다 아마했다고 해도 쫓겨나는게 눈에 보인다.
그러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하루노 씨는 나를 히쭉거리면서 쳐다본다.
"얼레~?"
"뭐, 뭡니까"
"히키가야의 안에서너 유키노랑 결혼한다는건 해피엔딩이 되는구나~"
그렇게 들은 순간 지금까지 없던 부끄러움이 솟아오르는것과 동시에 스스로도 알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고, 방금전까지 땀 하나 흘리지 않았을텐데 주룩주룩 땀이 나온다.
"그, 그야 그거라구요……결혼이라는건 미연시 게임에서도 해피엔딩으로 설정됐으니까요?"
"그치만 말야~. 해피엔딩이라는건 거기에 갈때까지 선택지가 있다는 소리지? 그렇다는건 히키가야는 그런 선택지를 준비하고 있다는거지? 하야토"
"어, 아, 아아 그럴지도"
하야마아아아아아아! 네놈 거기서 배신하냐아아아아! 네가 한 짓은 에리어 스틸 x3에서 수속성 상대에게 풀 싱크로에 파이어+30을 3장 더해서 유성군을 맞추는거라고.
"요놈요놈. 장래의 의리 동생. 아, 의리가야다!"
"이제 좀 봐줘……"
옆에 있는 유이가하마는 나 항복, 같은 느낌으로 마른 웃음밖에 짓지 않고, 하야마다 하야마대로 손쓸 수 없다고 멋대로 진단한 환자처럼 방치 플레이고……유키노시타, 빨리 와줘. 내 HP는 이미 위험해.
 
 
 
 
 
 
 
 
 
 
 
"아, 유키노옹!"
유키노시타에게 전화하고나서 약 30분 후, 겨우 유키노시타가 카페에 도착하여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근처까지 빠른걸음으로 다가왔다.
겨, 겨우 이 공간에서 해방되나.
"유키노 늦어-!"
"갑자기 불러놓고……하아"
"뭐, 유키노도 앉아"
……과연.
평소하고는 다른 호칭에 유키노시타 자신도 놀란 표정을 짓고 하야마를 쳐다보지만 자신의 실수를 겨우 자각했는지 얼굴을 잠시 찡그리고 얼버무리듯 미소를 짓는다.
아마 학교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만들어낸 외면이겠지. 본래는 저렇게 부르고 있겠지……뭐, 가족관련으로 옛날부터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면 딱히 이상한 점은 없지만.
"언니가 또 폐를……"
"괘, 괜찮아! 아, 여기 앉아!"
유이가하마가 이쪽으로 밀고와서 한 사람 몫의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유키노시타를 부른다. 필연적으로 하루노 씨하고는 정면으로 마주봐야하는 위치다.
"히키가야도……그게……"
"……딱히 상관없어……"
어디까지나 사양이긴 하지만 유키노시타 자신에겐 아무 책임은 없으니까……있는건 이 나의 정면에 앉아있는 라스보스님이 나쁘다. 예를 든다면 조우할때마다 공격방법이 쉭 바뀌는것 같은거다. 대책을 만전으로 해도 공격방법을 슥 바꿔서 그 대책을 헛되게 만든다.
"옛날에는 이렇게 같이 모여서 놀았는데~"
"따르게 했다는걸 잘못 말한거잖아"
"동물원도 굉장했지"
셋의 추억담에 남이나 마찬가지인 우리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셋만의 절대불가침 영역. 그것만큼은 일절 건드리는것도 보는것도 허락되지 않은 곳……뭐, 그런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나는 신경쓰지 않고 역린 수집에 힘쓰겠습니다- 음……근데 왜 안 떨어지는거야.
"하지만 지금은 왠지 재미없네"
그 한마디로 둘은 말을 잃는다.
"뭐, 지금은 히키가야가 있으니까 괜찮지만~"
"……안 떨어지네"
"얼레, 안 듣고 있네. 그런 구석이 재미있단 말이지…………남의 얘기는 안 듣는 척을 해놓곤 실은 남의 몇배는 생각하고 있어. 특히 두 사람에 대해선 말이야"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PFP를 계속한다. 아마 지금 고개를 들면 눈 앞에 하루노 씨의 미소가 있겠지. 약간 어두운 미소가.
"하루노……어머, 유키노도"
"……엄마"
어이쿠야, 유키노시타의 어머니 등장이냐……아, 앗! 이쪽도 등장했다! 몇 백번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헌트하면 확실하게 역린을 떨어뜨리고, 거기다 40%의 확률로 역린을 능가하는 역왕린을 떨어뜨린다고 하는 환상의 금색Ver! 나도 아직 3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녀석이다……이번에야말로 역왕린을 얻는다!
"아, 이제 이야기는 됐니?"
"네. 이 후에 식사하러 갈거니까 불러왔어요. 하야토도 미안해"
"아뇨,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가 있던 덕분에 즐거웠으니까요"
"친구들……아아. 너네가 유키노의……유키노의 엄마에요"
"아! 유키농의 친구인 유이가하마에요!"
훗. 내 기준으로 보면 금색Ver이든 뭐든 관계없다고……구헤헤헤헤헤! 네놈을 사냥해서 역왕린을 반드시 손에 넣어보겠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자, 잠깐 힛키"
"잠깐 타임. 지금 중요한 국면이야"
"어, 어음 마찬가지로 유키농의 친구인 히키가야 하치만이에요. 자, 얼른!"
필사적으로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데 뭐야 그거. 지금은 이쪽이 중요해.
"어머, 그래……슬슬 가자. 유키노, 너도 올거지"
"저, 저는……"
"안돼. 유키"
"앗싸아아아!"
PFP를 든채로 일어서서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게흐흐흐……떨어졌다……마침내 떨어졌다아아아아! 역왕린! 구하하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모두에게서 엄청난 시선을 느끼고 무심코 PFP를 슬립 모드로 바꾸어 방금전의 무례를 사죄하듯 자기소개를 하면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어, 어음 저는 집중하면 그만둘 수 없어서"
"꽤나 개성적인 분이네요"
절대로 화나있어 지금! 웃는 얼굴이지만 왠지 무서운 미소다…….
……지금 처음봤지만 유키노시타랑 판박이군. 하지만 뭐라고할까……아는 사람의 어머니라는걸로 가볍게 말을 거는걸 망설이게 만드는듯한 분위기라고 할까…….
"괜찮다면 너희도 어떠니"
"에, 그래도"
"아뇨, 이 이상 오래 있는것도 뭐하니까……돌아가자"
"엥, 잠깐"
유이가하마의 말을 자르듯이 대답을 하니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미리 대답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안 됐네~ 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완전히 가족끼리 모여있는 곳에 우리가 가도 분위기에 눌릴뿐이다. 그러니까 저런 대답을 했던걸테고.
유이가하마와 함께 가게를 나오자 우리를 바래다주는건지 유키노시타가 따라왔다.
"……미안해. 괜히 신경쓰게 해서"
"으응! 그런건 아니야! 아, 그렇지! 이거, 조금 이르긴 하지만 생일 선물!"
그렇게 말하고 갖고 있던 봉투를 건내서 나도 그러는 김에 유키노시타에게 봉투를 건내자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우리 둘을 쳐다본다.
"축하해. 이르긴 하지만……그리고 사과해줘. 실례스런 짓을 해버려서"
"…………알았어. 선물 고마워"
"그럼 유키농! 학교에서 봐!"
거기서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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