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6화
 
 
 
겨울방학, 섣달 그믐날, 정월……그건 1년간 잠들어있던 게임을 노호같이 올 클리어하기 위한 기간이며 결코 그해 마지막 날에 폭소하면서 제야의 종을 듣기 위한 날이 아니다. 라고할까 제야의 종은 시끄럽고 말야. 108 번뇌는 뭔데. 내 번뇌는 108식까지 있습니까냐. 108식째 번뇌는 뭔데. 에로냐? 에로인거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양손으로 자고 있던 UMD를 갖고와서 2대의 PFP를 구사해서 스토리만 간단하게 클리어해간다. 참고로 이거 전용 USB 메모리도 8G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양발로 PF3를 조작하고 태고의 달인 이제 곧 연말이야! 전원 집합! Ver 선곡을 두드린다.
평소라면 여기서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으로 식겁해하는 카마쿠라와 코마치의 시선이 꽂히겠지만 오늘에 한해서 그건 없었다. 어째선가, 그건.
"훌쩍……이젠 무리~!"
저런 느낌으로 아슬아슬하게 소부고등학교에 합격 못할것 같은 성적표를 보면서 소파 위에서 퍼덕퍼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기시험이라기보다는 학력을 재는 실력시험인 측면이 있었던 모양이라, 편차치나 평균 등도 산출되어서 지망학교의 합격판정이 단계적으로 되어 있지만 그건 미묘했던 모양이다.
뭐, 일단 우리 학교도 현내 유수의 진학교 간판을 달고 있으니까.
"성적 안 올랐어"
"성적표 보여줘봐"
코마치한테 성적표를 받아들고 일단 게임을 중단해보니 딱히 비참한건 아니지만 끝 부분에 저번 시험과 점수비교가 쓰여있어서 확실히 별로 오른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뭐, 이과는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치더라도……문과 교과는 만점이 아닌건 힘들잖아.
"오빠야-! 어떡하면 오빠처럼 문과 교과목 만점을 받을 수 있어!?"
"게임 공략을 한 글자 틀림없이 풀 암기. 게임 스테이터스 배분을 보다 폭 넓게 전부 기억"
"아, 이제 됐어. 카뀨우우우우웅!"
치유를 얻기 위해서인지 코마치는 소파에서 누워있던 카마쿠라를 껴안고 뺨을 비비적거린다.
나, 이렇게나 수험생때 고민했던가……아, 나한텐 게임이라는 치유가 있어선가.
"오빠야!"
"아?"
"오빠는 코마치의 숨돌리기에 어울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왜……라고하고 싶지만 정월이라면 딱히 상관없어"
"얏호-! 과연 오빠!"
게임을 하고 있는 내 등에 안겨오지만 동생이 안겨와도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어차피 동생은 어머니랑 아버지의 피가 들어가고 성별이 조금 다른……아니, 대충 성격이 다를뿐인 나와 비슷한 녀석인 것이다.
그렇기에 동생의 속옷 따위는 단순한 천이다.
"적당하게 이익이 있을법한 신사라도 갈까. 이 부근이라면 아버지가 철야해서 간다던 카메이도텐진같은데 아냐? 소부선으로 갈 수 있고"
"아빠의 그런 구석은 기분 나빠"
그거 말하지마. 딸을 위해 철야를 해서라도 카메이도텐진에 합격기원하러 가는 아버지는 보통은 없다고. 하지만 엄마에게 저지당하지 않았다면 다자이후까지 가려고 했고……그에 비해선 나때는 차가웠지만 말야. 나만 정월 세뱃돈은 주지 않고.
"음~. 코마치 기준으로는 고등학교에 가까운 곳에 있는 신사가 이익이 있을것 같은데"
"그런거 없어……하지만 그런거라면 센겐 신사같은거 아니냐?"
"오~. 맨날 축제하는데"
"맨날 하는거 아냐. 네 머리속은 에브리데이 페스티벌이냐"
어디의 48 카츄샤도 아니고……에브리데이 페스티벌로 말하자면 1일부터 3일간 연속으로 한정 던전이 배신되지. 물론 공략하러는 갈거지만 올해 1년도 잘 부탁한다는 면이 강하니까 편한 스테이지겠지만.
"그러고보니 오빠야"
"아?"
"유키노 언니하고는 안 가?"
"그흑!"
게임을 중단하고 코타츠 위에 올려둔 컵에 넘실넘실 따라뒀던 오렌지 주스를 한입 마신 순간, 코마치가 말한 소리에 놀라버려서 기관지에 오렌지 주스가 들어가서 캑캑거렸다.
이, 이 녀석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그보다 왜 거기서 유키노시타가 핀포인트로 나오는거야.
"오빠야, 유이 언니나 유키노 언니하고 사이 좋잖아"
"쿨럭! 저기 말이다, 코마치. 그쪽도 집안 사정이 있다고"
"아, 그것도 그런가……전화 왔어"
"아?"
그 말을 듣고 코타츠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잡아 화면을 쳐다보지만 등록되지 않은 번호같아서 이름이 아닌 번호만이 표시되어 있었다.
장난 전화인가? 내 기준으로는 씁쓸한 경험이 있으니까……뭐, 됐나.
"네. 여보세요"
『안녕. 히키가야』
"…………엥, 왜 네가 내 번호를 아는거야?"
설마했던 상대는 유키노시타였다.
『유, 유이가하마한테 들었어……』
"아, 아 그래……그래서, 무슨 일?"
『괜찮다면 말인데……첫 참배라도 가지 않겠니. 코마치도 불러서』
"코마치-! 유키노시타가 첫 참배 가자고 하는데"
"갈래-!"
"그런고로 갈게"
『그래……센겐 신사 부근이면 어떠니』
"마침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나서 유키노시타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통화를 끊은 후 속공으로 통화이력의 제일 위에 있는 번호를 연락처의 유키노시타 란에 등록했다.
올해는 아무래도 소란스런 연말이 될것 같다.
 
 
 
 
 
 
 
 
 
 
 
 
1월 1일. 근하신년……나는 평소대로 철야로 게임하고 있었지만.
하품을 눌러죽이면서 사람으로 혼잡한 전차에 흔들리길 몇 역. 인파에 맡겨 전차에서 토해지듯이 나와 그대로 개찰구를 나와서 인파에 올라타면서 매끄러운 언덕을 내려가자 센겐 신사의 토리이가 보인다.
유키노시타와 약속으로는 토리이 근처라고 들었을 것이다.
"아, 저기 아냐?"
그리 듣고 코마치가 걸어가는걸 따라가자 경편 니트에 베이지 코트, 긴 머플러를 목에 감고 있는 유이가하마와 그 옆에 하얀 코트와 체크 미니스커트, 검은 타이츠를 입은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아, 힛키 새해복얏하로-!"
"너 그런 인사 만들어내지마"
"…………새해 복 많이 받아"
"어, 어어. 복 많이 받아"
……어째선지 어색한 분위기? 그보다 왜 정월부터 두근두근? 혹시 심부전?
"야 코마치. 왜 히쭉대는거야"
"누후후후. 딱히이-"
"참배하러 갈까"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로 유이가하마와 코마치가 앞을 걷고 그 뒤를 뒤쫓듯이 나와 유키노시타가 걸어간다.
역시 정월이 되면 사람이 너무 많군. 가능하면 이런 혼잡한 곳에서는 빨리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가서 따끈따끈한 코타츠에 다리를 집어넣고 게임을 하고 싶다.
아무래도 정월이라는것도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눈을 끄는 노점도 없고, 그대로 인파를 따라 걸어가니 의외로 빨리 경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 이례이박을 충실하게 하는 참배객이 앞에서 굳어있는 탓에 전혀 나아가질 않는다.
"오빠야, 게임 빌려줘~"
"싫어. 안 갖고온 네가 나빠"
"우-. 짠돌이"
짠돌이라도 됐어……그보다 이 녀석, 3BLACK 데이터를 지운걸 완전히 잊고 있구만. 그 이래로 이 녀석에겐 절대로 게임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러저러하고 있으니 서서히 줄이 앞으로 나아갔고, 5분을 지나니 선두까지 왔다.
각각 5엔 동전을 새전함에 던져넣고 이례이박을 하지만 나는 이런걸 믿는 성격은 아니라 5엔 동전을 새전함에 던져넣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신에게 기도해봐도 어차피 이루어주지 않고,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마지막은 운이 좋은가 나쁜가의 승부지……뭐, 코마치의 합격 정도는 빌어둬도 괜찮겠지.
기도도 마치고 휘적휘적 경내를 걷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소리를 지른다.
"아, 운세뽑기! 다들 뽑으러 가자!"
"코마치도 뽑고 싶어"
"……예이예이"
육각형 나무 상자 옆에 있는 새전함에 100엔을 넣고 드르륵 돌아온 막대기에 쓰여있는 번호를 무녀에게 말해서 무녀에게 종이를 받아서 열어본다.
"아, 나 대길이야!"
"……그래. 잘 됐네"
설마 이 녀석 완성형 뽑기가 아닌 완성 제비는 안 하겠지……대항심이 이글거리는 눈을 봤더니 그런 걱정이 든다. 자, 나는……하?
"대흉……훗"
"어이, 그 이겼다는 표정을 짓지마"
"코마치는 길이었어요~. 오빠 덕분일지도"
"그래. 그가 코마치의 불운을 전부 빨아들여 줄거야. 평생"
"어이, 나는 어디의 흡입력이 변하지 않는 불운 클리너냐"
오히려 그런 클리너의 회전력은 떨어뜨리고 싶다.
그때, 꾸욱꾸욱 옷소매를 유이가하마에게 잡아당겨저서 얼굴 근처까지 허리를 낮추지 귓가에서 속삭인다.
"유키농의 생일, 이제 곧인데 내일 갈 수 있어?"
호오. 유키노시타의 생일은 이런 신년 인근인가. 요컨대 이 녀석은 겨울방학이니까 누구에게도 축하받은 적도 없고, 나도 여름방학이니까 축하받은 적은 없다……공통점이 있으면 왠지 상징성을 느낀다. 아, 풀 싱크로는 아니지만.
"뭐, 갈 수 있는데"
"오케이~. 그럼 내일 연락할게"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다시 유키노시타의 근처로 돌아간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마라톤 대회인가……왠지 달마다 이래저래 하면서 1월말에 할 예정이었지만 2월달로 밀려버린 모양이다. 왜 이런 더럽게 추운 가운데 해변을 달려야하는거야.
"슬슬 돌아갈까"
"엥, 벌써 돌아가? 지금부터 유미코네랑 밥먹으러 갈건데"
"첫 참배만 하러 나온거니까. 거기다 코마치는 공부해야지"
"하아. 왜 오빠는 이렇게 남의 신경을 거스르는거람……오레기 쉬키"
"심해라……유키노시타는 어떡할건데"
화제가 돌려질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유키노시타는 조금 놀라지만 바로 평정심으로 돌아온다.
"그래……나도 돌아갈게. 혼잡한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가……뭐, 학교에서 또 볼 수 있으니까! 그럼 학교에서 봐!"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참배객 속으로 사라져간다.
우리도 돌아가려고 신사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때 갑자기 코마치가 멈춰섰다.
"아, 부적사는거 깜빡했어! 오빠! 유키노 언니 잘 부탁해!"
"엥, 어이"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 의견따윈 쌩무시하고 다시 신사 안으로 들어가 참배객 속으로 사라졌다.
갑작스런 코마치의 이탈에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지만 일단 돌아갈까라는게 되서 서로 말없이 역으로 향해 걸어간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언덕길을 천천히 걸어가, 역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말없는 상태다.
그대로 표를 사고 개찰구를 지나 전차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전차가 와서 거기에 올라타지만 첫 참배객으로 차내는 혼잡해서 자리는 금방 없어졌으므로 결국 서서 타게 되는 꼴이 되버렸다.
유키노시타를 운전실 벽 근처에 세우고 나는 유키노시타의 수직이 되는 방향을 보며 멍하니 선다.
졸린데……돌아가면 잘까. 아니, 3일 한정 던전을!
그때 급브레이크가 걸려서 나는 전차의 진행방향, 즉 유키노시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이 기울지만 벽에 손을 대어서 어떻게든 그녀에게 부딪치는것 만큼은 막았……을 것이었다.
"꾸헤에"
"죄송합니다"
뒤쪽에서 기울어진 승객의 태클을 받고 코끝이 닿을 정도까지 유키노시타에게 다가붙었다.
그리고나서 내 심부전이 재발해서 그 영향인지 스스로도 알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진다.
"미, 미안"
"그, 그래. 딱히 상관없어"
방송 말하길, 긴급정지 버튼이 눌러져서 지금 안전확인을 하는 모양이라 5분 정도 멈추는 모양이다.
그런 정보가 머리속에 둥둥 뜨기만 하지 대부분의 기억능력이 방금전 지근거리까지 가까워졌을때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작동하고 있다.
유키노시타도 부끄러운지 머플러로 입가를 감추려고 한다.
…………역시 이상해……왠지 나, 역시 이상해.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러고보니 실가는 괜찮아?"
"어?"
"너, 혼자 사니까 집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나 해서"
"아아, 그런거구나……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걸. 거기다 연시는 바쁘다고 서로 좋은 일은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겨우 움직이는 경치에 눈을 둔다.
"너도 마찬가지잖니?"
"오히려 없는 편이 좋다고 들을 정도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훗하며 살짝 미소짓는다.
내가 내리는 역 이름이 안내되고, 조금 지나고나서 전차가 감속한다.
"그럼 나는 여기니까"
"그래"
"……조심해서 돌아가"
그렇게 말하고 내리는 사람에 맞춰서 전차에서 내리자 바로 전자음성이 울려퍼지고 전차의 문이 닫힌다.
올해도 바쁜 해가 된다.
그런걸 생각하면서 나는 개찰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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