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4화
 
 
 
판다 판씨를 무사히 손에 넣은 우리는 조금 쉬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아까부터 유키노시타는 한정 판씨를 폭신폭신 만지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소를 짓고, 그걸 본 나는 두근두근 심장이 고동치는걸 감추듯이 음료수를 단번에 마신다.
뭔가 이상해…………뭐가 이상한건진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고마워, 히키가야. 설마 이런데서 네 그 쓸데없는 재능이 도움될 줄은 생각 못했어"
"쓸데없다니 심하구만"
"어머. 쓸데없다는것 말고 뭐라고 말하면 되겠니"
윽. 그리 들으면 아무 소리도 못해.
내가 아무 소리도 못하는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유키노시타는 입가를 판씨로 감추며 전신을 떨며 필사적으로 웃는걸 참고 있다.
"후우…………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한숨을 내쉰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한다.
……아마 유이가하마와 제 1차 싸움을 일으켰을때를 말하는거겠지.
"그때는 하루노 씨도 있었지……설마 여기에도 있는거 아냐"
"……있을것 같아서 무서워"
둘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고 하루노 씨같은 인물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있을리 없나"
"그러네…………초대면이면서 그 사람을 간파했으니까 놀랬어"
"지나치게 이상적이야. 미연시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랑 똑같아"
만화책이나 미연시 등에 나오는 메인 히로인 등은 100% 미인으로 그려진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만화나 게임에서 남자의 이상을 드러내면 인기가 좋다. 그러니까 못생긴건 절대라고 해도 좋을만큼 나오지 않는다.
"언니는 옛날부터 모두에게 사랑받아왔어. 뭐든지 다 해내서 칭찬받으며 자라서……나는 그 뒤에 줄곧 있었어. 인형처럼 조용히. 손이 가지 않는 애라고 들었지만 뒤에서 귀염성 없는애, 차가운 애라고 듣고 있는것도 알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비교당해버린다. 공부, 운동……그 모든것이 오빠나 언니의 그림자가 보인다. 뭐, 내 경우는 반대지만. 동생이 우수하고 오빠가 못났으니까 대체로 표면으로 내세우는건 코마치다.
새해 인사도 코마치가 하고, 학교에서 평가도 그 녀석이 높다.
"그야 겉밖에 모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어?"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잖아. 나라면 게임밖에 안 하는 히키니쿠. 너라면 차가운 애……그럼 유이가하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확실하게 말하는 인상은 다를거 아냐"
……왠지 나는 히키니쿠라고 들을것 같지만.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야. 패키지를 샀을때는 재미있어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미묘하다는 느낌이야"
"…………옛날부터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니에겐 있어도 나에겐 없는걸 깨달았을때는 실망에 가까운 감정을 품었어. 왜 안 갖고 있는걸까 라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 이미 익숙해졌는걸…………너도 나에게는 없는걸 갖고 있어"
"내 기준으로 보면 너도 나에겐 없는걸 갖고 있어"
"그럴까…………하지만 언니도 너도 갖고 있지 않는걸 손에 넣으면……구원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무엇을, 이라고는 묻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유키노시타 자매의 관계는 복잡하고,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생각도 이해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저 진짜를 원한다고 말한 이상…………나는 언젠가 유키노시타가 말하는 진짜라는걸 보고 싶다……그렇게 생각한다.
"슬슬 갈까"
"이제 괜찮아?"
"그래. 괜찮아"
일어서는것과 동시에 데이터 브레이커양에게 전화를 하고, 대충 집합장소 위치를 듣고 거기로 향하자 이미 퍼레이드도 끝났는지 손님수도 서서히 줄어들어가서 어느정도 걷기 쉬워졌다.
"아, 힛키!"
크게 손을 흔드는 유이가하마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자 조금 앞쪽에 하야마와 잇시키의 모습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토베, 미우라, 에비나의 모습이 보였다.
"퍼레이드는 찍었니"
"응! 완벽해!"
유이가하마한테 카메라를 받고 찍힌 사진을 보는 도중에 유키노시타는 분하다는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말해줬으면 퍼레이드 갔을텐데.
그때, 오늘 마지막 행사인 불꽃이 성대하게 쏘아올려지고 밤하늘에 여러 색의 큰 원형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주위에서는 박수가 들려온다.
그때, 문득 잇시키와 하야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불꽃이 쏘아올라갈때마다 서서히 둘의 거리가 가까워져가고, 더는 불꽃보다도 하야마네가 신경쓰여서 그쪽만 쳐다보니 마지막 큰 불꽃이 쏘아올려진 순간, 하야마가 잇시키로부터 떨어졌다.
마치 거절하듯이.
"좀, 이로하스-!?"
불꽃이 끝난 직후, 잇시키는 입가를 잡으며 뭔가를 눌러죽이듯이 인파속을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토베, 미우라, 에비나 셋이서 쫓아간다.
지금 그걸로 대충 알았지만 나는 하야마에게 간다.
"……여어"
"…………그런 표정을 지을거면 사귀어주지 그랬냐"
"그럴 수 없어…………거기다 이로하의 마음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정말로 너는 남을 바꿔가는구나"
"갑자기 뭐야…………너는 좋은 녀석으로 보여놓고 그거구만"
"그렇군……그거다. 잘 알고 있어"
"그런대로 친교는 있었어. 다른 녀석들하고는 질이 다르지만"
서로 '그거'에 대해서는 똑바로 말하지 않는다. 똑바로 말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
"먼저 돌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도 인파 속으로 사라져간다.
 
 
 
 
 
 
 
 
 
 
 
40분 후, 나와 잇시키는 모노레일을 타고 목적지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자신의 목적하던 역에서 내려, 아무래도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네 집에 자는듯 같은 역에서 내려갔다.
"역시 안 됐네요-"
"알고 있다면 가질마"
"들떠버린거라구요-………… 선배랑 유키노시타 선배를 보고 있으면요"
"하? 왜 나랑 유키노시타를 보고 들떠버린건데"
"음~ 그게 말이죠……저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요"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 이 녀석, 히키니쿠와 완벽초인의 슈퍼 하이브리드 학생회장이라도 될 생각인가?
"이 패배는 다음을 위한 포석이에요. 차였으니까 저에게 동정이 모여서……그래서……"
하야마에게 차인게 상당히 깊은 상처가 됐는지 잇시키는 고개를 숙이지만 작은 오열까지는 감출 수 없다.
"……후우"
"선배?"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잇시키의 머리에 손을 두고 코마치를 달래듯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잇시키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그 뭐냐…………수고했다"
"……바보"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울상지으며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나서는 말없이 목적지 역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그건 파티 배럴을 탐하면서 코타츠에 들어가 게임을 하는 최고의 날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홀 안의 의자를 꺼내고 노인의 안내, 거기다 크리스마스 송을 부르는 유치원아, 초등학생들의 안내. 그리고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작은 선물을 들게하는 등 잡다한 일로 어제부터 일하고만 있다.
회의 결과, 소부고등학교 측은 적은 예산과 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일로 초등학생, 유치원아 합동으로 크리스마스 송을 간단한 산타 코스프레한 차림으로 메들리로 부른다는 간단한걸로 정했다. 산타 코스프레는 파티용품을 팔고 있는 가게에서 사온 값싼것을 사용했지만 의외로 유치원아에겐 호평이었다.
그저께가 졸업식, 어제가 휴일이어서 거의 준비는 다 됐다.
카이힌 측은 처음에 제시했던것보다도 어느정도 볼륨 다운했지만 외부에서 클래식 콘서트 출장 서비스와 카이힌 고등학교의 밴드를 가져온 모양이다.
손님의 반응은 꽤 좋았다.
"귀여워-! 역시 유치원아는 귀엽네요~. 선배"
"그러네-. 귀엽네-"
아까부터 잇시키는 무대 옆에서 미니 산타 클로스로 변한 유치원아와 사진을 찍으면서 뺨을 몽실몽실 만지면서 즐기고 있다.
무대 옆에서 힐끔 쳐다보니 하야마나 카와사키의 모습이 보인다. 카와사키는 케이카를 보러 온거겠지~……아까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자꾸만 확인하고 있고.
그리고 카이힌 고등학교측 연주가 전부 끝나, 산타클로스 모습의 유치원아와 초등학생이 일제히 무대로 올라가자 나이드신분들로부터 올라오는 환성, 그리고 찰칵찰칵 울리는 카메라와 녹화모드의 비디오 카메라.
너는 엄마냐.
피아노 반주를 틀어준 유치원 선생님이 연주를 시작하자 산타클로스들은 노래를 부른다.
그 속에는 물론 루미의 모습도 있다.
"좋네요……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흐응~…………"
초등학생이 부르고 있는 노래, 유치원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수제 작은 소품을 건낸다.
"여러모로 있었지만 성공했네요"
"그런가? 뭐어……합격점은 줄 수 있지 않겠냐?"
"솔직하지 않네요~. 실은 기쁘죠?"
……솔직히 말하면 기쁘다. 임간학교에서 도와줬는지 못 도와줬는지 몰랐던 루미의 그 뒷모습도 볼 수 있었고, 내가 정말로 원했던것도 자각할 수 있었고…………무엇보다 무사히 지금을 맞이한게 기쁘다.
"선배. 뒷정리는 저희가 치울테니까 돌아가도 되요"
"아니, 하지만 뒷정리 정도는"
"원래 선배는 외부인이구요. 괜찮아요. 여긴 학생회장인 잇시키 이로하에게 맡겨주세요!"
어째선지 묘하게 밀기가 센 잇시키에게 들어서 그에 달게 받들고 나는 한걸음 먼저 가방을 들고 커뮤니티 센터를 나오려고 1층까지 내려갔을때, 뒤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가방을 든 오리모토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엽.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에-"
"그렇게 싫다는 얼굴 보통 해?"
어쨌든간에 중간까지는 같으니까 딱히 상관없나.
밖으로 나오자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코트 자락을 세우고 머플러를 틈새없이 매우듯이 두르고 주륜장으로 향해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기 시작하니 옆에 오리모토가 따라온다.
"저기 있잖아"
"뭔데"
"히키가야는 말야, 변했네. 옛날에는 그렇게 누구에게 대들지 않았잖아"
"……그야 몇 년이 지나면 나도 변하겠지"
봉사부에 들어갔으니까 그런거겠지……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상의 히키니쿠가 됐다.
"그치만 그립네~. 중학교 시절"
내 기준으로 보면 거의 즐거운 기억이 없는 중학교 생활이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오리모토 말고 별로 말한 기억이 없으니까 도리어 굉장하다.
"……그러고보니 말야, 졸업식 기억해?"
"졸업식? 아아, 내가 없는 상태로 학우 사진 찍은 그건가?"
"아니라니까……그보다 없었구나"
어흑. 그 자리에 있던 이 녀석마저도 눈치 못채다니 나는 당시에 얼마나 강력한 무시 스킬을 발동하고 있던거야. 지금은 그조차도 통하지 않는 녀석이 곁에 있으니까.
"무슨일 있었나?"
"……거봐. 고백했잖아"
그리 듣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확실히 졸업식 당일 아침에 오리모토에게 호출받고 고백받은 기억도 있지만 그 후에 오리모토의 친구가 나왔으니까 그거 벌게임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오리모토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나도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이쪽을 곧게 오리모토가 쳐다보고 있었다.
"했었지. 하지만 그거 벌게임이잖아?"
"……그게, 미안……새삼스럽지만 그런 짓을 해서"
"딱히 상관없지만"
"……그치만, 뭐 벌게임이 아닌것도 섞여 있달까나~ 진심으로 말한것도 있다고 할까"
"하?"
오리모토는 볼을 조금 붉히면서 나를 쳐다본다.
"…………라는건 농담! 히키가야, 그 얼굴 재미있어!"
아까전의 면목없어보이는 얼굴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푸하하하하 라며 배를 잡고 웃는 아저씨처럼 오리모토는 소리를 참지 않고 웃는다. 하지만 어딘가 그 미소는 오리모토의 평소 즐거워보이는 미소가 아닌, 필사적으로 짓는 미소라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을 감추려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 오리"
"말 안해도 돼"
이름을 부르려고 하니 오리모토에게 저지되었다.
"너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잖아? 옛날보다도 지금을 소중히 여겨"
"…………"
"너는 둔하니까 말야. 그 둘도 고생하겠지만"
"왜 고생을 하는데"
그렇게 말하자 오리모토는 기막혀하며 한숨을 쉬지만 곧장 미소를 지었다.
"후우. 뭐, 조만간 깨닫지 않겠어? ……그럼 나는 이쪽이니까…………바이바이"
"……아아, 또 봐"
그렇게 말하자 오리모토는 순간, 울것같은 표정을 짓지만 바로 평소짓는 미소를 지었다.
"또 봐. 히키가야"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졸업식날에 했던 고백은 아마 저녀석의 진심이겠지. 지금 듣고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가 나왔을때 그 놀란 표정은 정말로 놀란 얼굴이었으니까…………하지만 끝난 일이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페달을 밟는 힘에 힘을 넣으려고 했을때, 착신음이 울리고 화면을 쳐다보니 데이터 브레이커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여보세요"
『아, 힛키!? 지금 어디!?』
"어디냐니……커뮤니티 센터에서 나온 참인데"
『마침 잘 됐다~. 실은 지금 유키농의 집에서 크리파하고 있어! 힛키도 와!』
…………뭐어, 봉사부로서가 아니라면 딱히 상관없나.
"알았어. 그리로 갈게"
『오케이! 그럼 기다릴게! 아, 오는김에 다같이 할 수 있는 게임 있어?』
"있기는 있지"
『그럼 그것도 갖고와! 그럼!』
거기서 유이가하마의 전화는 끊겼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 게임 큐브 본체와 3인용 컨트롤러와 파티 게임을 가방에 집어넣고 유키노시타의 집으로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간다.
참고로 코마치도 불렀지만 수험공부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페달을 밟는 힘은 마치 기대라도 하고 있는것처럼 서서히 강해져가는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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