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8화
 
 
 
이미 12월도 반. 장갑없이는 손이 춥고 머플러 없이는 너무 추워서 밖에마저 나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봉사부는 오늘도 겉만 보면 평상운전이지만 속은 엉망진창이다.
그 선거이래로 나는 유키노시타와 일대일로 대면해서 말한 기억이 없고, 대부분 유이가하마를 통해서 대화밖에 안 한다. 말하자면 유이가하마가 이 부실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생회장에 입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걸 무책임하게 부수고, 그리고 자신의 이유만으로 원래대로 돌려놨다. 깨진 그릇을 똑같이 조립해도 똑같은 그릇이 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부서져버린 것을 재조립해도 그건 똑같지 않다...
유키노시타와 화해……그것이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일. 그걸 나는 아직 못 하고 있다.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를 수행했기 때문에 유키노시타의 화를 산 상태다.
"유미코가 쪼끄만 가습기를 갖고 와서 말야! 수업중에 엄청 보글보글했어!"
유이가하마의 대화에 유키노시타는 이따끔 맞장구를 치고 미소를 지으면서 대응한다.
……내가 있는 의미는 뭐야. 나는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을 부서버린 장본인이며, 유키노시타의 꿈을 향한 한 발짝을 짓밟아버린 장본인이며 지금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내가 있는 의미는……없다. 오히려 사라지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지금 사라질 수는 없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나서 사라져야한다.
"춥네~ 라고 생각했더니 곧 크리스마스지~. 선생님한테 부탁하면 스토브라도 넣어줄까?"
"그건 어렵지 않겠니"
유키노시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PFP를 만진다. 역시 내가 여기에 있을 의미는 없다.
"유키노시타"
오랜만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동시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받은 퇴부서를 책상 위로 내밀었다.
"……이건?"
"퇴부서. 오늘로 나는 봉사부 그만둘게"
갑작스런 일에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번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어. 그 책임을 지고 퇴부하마……미안하다 유키노시타. 네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걸 부정하는 짓을 해서"
"에, 좀. 힛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유이가하마도 미안하다. 네가 좋아했던 곳을 부숴버려서……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일단은 고쳤다고 생각해. 정말로 폐끼쳐서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아무말을 하지 않지만 그거면 된다.
"……그래. 알았어"
"유키농!?"
"네 성격을 고치지 못했던게 평생의 후회야"
"내 성격은 고칠 수 없어…………신세졌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매고 봉사부 부실에서 나와 신발장으로 향하지만 뒤쪽에서 다다닥 거리는 실내화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종종걸음으로 유이가하마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힛키!"
걸음을 멈추지 않는 나를 멈추기 위해 유이가하마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뭐야"
"뭐야가 아니야! 왜 갑자기 그만둔다는거야"
"이번 일은 내가 잇시키의 의뢰를 수행한 탓에 일어났어. 본래는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잇시키의 의뢰를 버리거나 선거활동을 서포트 하는것만으로 끝내둬야했지"
"하, 하지만 힛키가 그만둘 필요는"
"어쨌든간에 남아있어도 분위기가 나쁠 뿐이야…………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유이가하마의 옆을 지나 그대로 걸어간다.
신발로 갈아신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어둠으로 불들어 있고, 운동장을 비추는 가로등불이 조금 현관에 비칠 뿐이지 상당히 어둡다.
어쨌든 내가 남아있는 의미는 없었다. 봉사부를 공중분해 직전까지 몰고간 장본인이 봉사부에 있는건 허락되지 않는다. 그 녀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것 뿐이지 본래는 규탄받아야 한다.
"선배-!"
뒤에서 그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눈에 눈물을 머금은 잇시키 이로하가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바로 옆에서 멈추고 남은 가디건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회장취임하자마자 뭐야…….
"뭔데"
"학생회 일이 위험해요, 엄청 위험해요-"
"헤- 그렇구나-. 힘내라-"
"선배-!"
"쿠엑!"
돌아가려고 하지만 뒤로 힘껏 머플러를 잡아당겨져서 목이 졸려, 가볍게 콜록거리면서 잇시키를 쳐다보지만 방금전과 완전히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 녀석, 나를 죽일 생각인가.
"뭐야"
"이제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래서 지역의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합동으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게 됐어요-!"
"합동? 어디랑"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라는데인데요"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아아, 꽤 옛날에 3교를 통합했다고 하는 고등학교인가. 분명히 엘리베이터나 우스꽝스러운게 있어서 출석은 ID카드, 거기다 단위제라고 하는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 인기 고등학교 중 하나였지. 하지만 우리랑 거기는 별로 접점이 없었던것 같았는데.
"어디에서 그런 기획이 올라온거야"
"그쪽에서 하자고 한게 뻔하잖아요-. 크리스마스는 저도 예정이 있다구요"
학교행사보다도 자신의 예정을 우선시키는 학생회장이라는것도 또 신선한데……라고는 해도 잇시키도 잇시키대로 고민하고 있겠지. 새 학생회를 지도하고나서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이도저도 모르는 와중에 합동 행사 기획이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왜 그걸 나한테 말하는거야"
"선배 말했잖아요-.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도와준다고"
……아~. 그런 소리를 도서실에서 말했던것 같은 기억이 있다……성가셔. 그보다 왜 이 녀석은 메구리 선배한테 안 묻는거야. 나한테 묻는것 보다도 이전 학생회장에게 묻는게 더 좋지 않아?
"일단 같이 와주세요!"
"하? 어이. 나 자전거 타고 왔는데"
"그럼 바로 갖고 와주세요"
소탈한 태도의 잇시키에게 그리 듣고 나는 마지못해 주륜장에 자전거를 가질러 가고 교문 앞에 있는 잇시키가 잇는곳까지 돌아오자 지극히 당연하다듯 잇시키는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뒤에 올라탔다.
왜 여자는 당연하다는것처럼 내 자전거에 짐을 두는걸까?
"역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 알겠어요?"
"음"
"거기서 회의가 열리니까 거기까지 가주세요"
약간 불만을 느끼면서도 나는 소리내어 말하진 않고 마지못해 자전거로 커뮤니티 센터로 향했다.
 
 
 
 
 
 
 
 
 
 
 
커뮤니티 센터로 가던 도중에 있는 편의점에서 회합 차림용인지 대량의 과자나 빵 등을 구입하고 역앞의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더럽게 무거운 짐을 들고 회합이 열린다고 하는 방으로 향한다.
"너, 의외로 세심하네"
"의외라니……저는 이래보여도 배려를 잘 한다구요-. 뭐, 그쪽이 준비해주겠지만요"
"그럼 갖고 올 필요 없잖아. 어차피 저쪽 경비를 쓸테니까"
"그렇게는 안 된다구요"
그렇게 말하는 잇시키의 표정은 조금 무겁다.
뭐, 그쪽이 준비해주는데 받기만할 수도 없을테고, 애시당초 이번에는 합동으로 준비하자는 이야기다. 서로가 선 위치상으로는 동등. 그렇다면 저쪽에서 준비해준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쪽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귀찮게시리…….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무래도 도서관이 되어 있는지, 소음 하나 없지만 잇시키를 따라가서 회담을 하는 2층으로 올라가자 그것도 변해서 이번에는 사람 소리가 들려오고, 거기다 위층인 3층에서는 음악이 들려온다.
"3층에 큰 홀이 있는 모양이라서 거기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모양이에요"
"호-"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걷고 있으니 어떤 방 앞에 멈춰 섰다.
강습실이라고 쓰여져 있는 방에선 왁자지껄 사람들의 대화소리같은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네-, 들어오세요-!"
잇시키가 긴장한 모습으로 문을 노크하자 그런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와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평범한 교실 분위기와 비슷한 공간이 펼쳐져있고,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녀석들과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녀석들이 한 곳에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어서 그 탓인지 부외자인 내가 들어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 이로하 여기야 여기"
상대편 교복을 입은 남자에게 불려서 잇시키가 가는걸 그 뒤로 따라가니 역시 눈치를 챘는지 남자가 수상쩍다는 얼굴로 잇시키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희쪽 도우미 요원이에요-"
잇시키의 잡스런 설명에도 납득했는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타마나와.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을 하고 있어. 다행이야-. 소부 고등학교랑 같이 기획을 할 수 있어서. 서로 리스펙트 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쌓아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
"……하, 하아"
시원스런 자기소개랑 되게 많은 영어 사용에 약간 식겁하면서 나도 인사를 하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바로 PFP를 꺼내서 평소처럼 오늘은 태고의 달인을 한다.
오늘부터 새롭게 크리스마스송을 다운로드 할 수 있으니까. 데이터는 USB 메모리에 넣어뒀으니까 남은건 귀신과 어려운 난이도로 클리어하면 그걸로 끝이다.
바로 흥흥, 크리스마스 송을 선택해서 게임을 개시하니 시야 구석에 누군가의 신발이 보였지만 무시하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스윽, 어깨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나온다.
"히키가야도 학생회야?"
"오, 오리모토"
내 시야에 들어온건 파마머리를 한 오리모토였다.
"또 만났네. 혹시 학생회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치-"
꺅꺅꺅거리면서 오리모토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돌아보고 나를 쳐다본다.
"그쪽 사람 수 적지 않아?"
"몰라"
그리 듣지만 지금은 게임에 집중하고 있어서 적당하게 대답을 하니 오리모토는 흥미를 잃었는지 내 근처에서 떠나 같은 고등학교 녀석들에게 돌아간다.
그것과 교체하듯이 잇시키가 이쪽으로 돌아온다.
"선배. 슬슬 시작하니까 게임 그만두세요"
"신경 쓰지마"
그리 말하니 일부러인건진 모르겠지만 큰 한숨을 쉬어졌다.
그때, 짝짝 손을 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힐끔 잠시만 고개를 들어보니 타마나와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좌석의 위치는 회의실같군. 가로 일렬로 세워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로 의견을 나누는 그거. 딱히 나는 상관없지만.
"그럼 시작할까. 의제는 저번곽 마찬가지로 브레인스토밍부터 시작할까"
그리고나서 툭툭 저쪽에서 손을 들고 생각하고 있었던 의견이 나오고 그것들이 화이트보드에 쓰여진다.
저쪽의 의욕과 비교하면 이쪽의 텐션은 낮다. 뭐, 주최자측과 협찬측으로는 온도차이가 있는건 지극히 당연하다. 길드에서도 리더가 이거 가자고 해도 주위에선 어쩔 수 없이 어울려주는 느낌이다.
"우리 고등학생에게 올 수요를 생각하면 젊은 마인드를 넣어서 이노베이션을 높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요컨대 고등학생다운 생각을 넣어서 상상하는 편이 좋다는건가. 그보다 아까부터 쓰잘데기없이 영어를 쓰는군. 덕분에 잇시키는 호에에~ 라는 느낌으로밖에 얘기를 듣지 않고.
"그렇게 되면 커뮤니티측과 우리의 관계를 WINWIN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네. 이쪽은 즐겁지만 그 쪽은 즐겁지 않다는 필링은 안 된다고 생각해"
요컨대 수요와 공급을 맞추다는 소리군.
그리고나서 의식 높은 계열 발언을 연발해서, 컨셉산스니 이미지네이션이니 영어 용어만개한 회의는 카이힌 주도로 행해져서 우리 소부는 맞장구를 치거나 호에~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회의도 지금은 끝나서 잇시키는 카이힌 녀석들과 무슨 대화를 하고, 나는 PFP다.
"선배~"
"왜"
"게임하지 말고 도와주세요~. 이쪽 일은 의사록 작성 같은거니까요~"
"그럼 왜 나를 부른거야"
"어, 어음 그건 말이죠……"
"이로하"
잇시키를 부르는건 타마나와지만 그 손에는 한 장의 용지가 쥐어져있었다.
"이것도 부탁할 수 있을까? 큰건 이쪽에서 해둘테니까"
"네~. 알겠어요~"
잇시키는 그 용지를 받아들고 대기하고 있던 멤버를 소집해서 일을 분담하고 나에게도 그 일을 배분해서 서류를 쿵, 하고 내 앞에 두었다.
……우리는 잡무를 위해서 불린거로군.
사실 그건 맞다고 생각한다. 카이힌 녀석들이 큰 일을 하고, 우리 소부가 작은 잡무 등을 하며 합동이라는 이름의 작업을 한다. 그거라면 카이힌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다.
팔랑, 서류를 쳐다보지만 그 대부분이 대량의 기획안.
"야, 이거 전부 나온거냐"
"네. 왠지 브레, 베프로? 같아서 나온 기획안을 보고 의사록을 만드는거에요"
시험삼아 종이 한 장에 듬뿍 쓰인 기획안을 쳐다보지만 일단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딱 봐도 이번 행사에는 적합하지 않은것까지 나왔다.
부적합한 것정도는 제대로 빼두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기획안의 개요만 의사록에 쓰고 그 서류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바로 그걸 주워져서 원래대로 돌려졌다.
"버리면 안 돼"
"아니. 이건 딱 봐도 적합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그걸 생각하는거야. 정말로 필요없는지 아닌지. 그걸 생각하면 다른 기획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 예예"
그렇게 말하고 주워진 서류를 옆에 두고 다음 기획안을 보면서 의사록을 작성한다.
"오, 하고 있군"
그런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수트 위에 백의, 하이힐을 신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온다.
이 사람 정말로 일을 자주 떠맡는구만.
"오? 히키가야 혼자냐? 다른…………아아, 그랬지"
"그렇슴다. 이번에는 저 개인으로 잇시키를 돕는것 뿐이에요"
이미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내 퇴부서는 건내졌는지 선생님은 어딘가 슬프다는 눈을 지으면서도 그 이상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는건 그 총리대신마저도 하는 짓이다. 요컨대 세상의 상식이다. 무언가를 실패하고 손해를 입히면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
"슬슬 시간도 시간이다. 저쪽도 할 생각이 없어보이니 돌아가라"
그리 듣고 저쪽을 쳐다보니 와아와아 담소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기획안이 부적합했던 덕분에 오늘 건내받은 몫은 이미 끝났고, 잇시키 쪽도 끝난것 같으니 돌아갈까.
"그럼 선배. 내일도 이 시간에 잘 부탁드려요~"
"음"
적당하게 손을 들고 나는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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