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6화
 
 
 
 
아무래도 쇼핑은 만족한 모양인지 오리모토와 나카마치는 만족스런 얼굴로 폐점에 가까운 가게에서 나오지만 하야마의 얼굴은 적이 피로한걸로 보인다.
고생하십니다. 하야마.
"배고프지 않아?"
"고파-!"
하야마가 시계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물으니 오리모토는 여자애다운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자칭 소탈녀. 누님스런 배려를 하는 오리모토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여자애를 연기해도 별 수 없을 것이다.
"뭐 먹을래?"
"뭐든 좋아"
"히키가야는?"
하야마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눈으로 너네들이 정해, 라고 보내지만 아무래도 튕겨버렸는지 빤히 나를 쳐다봐서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곳에서 배를 채울 곳을 찾는다.
일부러 비싼걸 먹을 생각도 없으니……여기는 무난한 곳에 갈까.
"사이제면 되겠지"
"에-. 사이제는 아니지"
"사, 사이제 좋잖아! 싸고 맛있구!"
나카마치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한다.
그 반응에 오리모토는 황급히 사이에 기어들어서 분위기를 흐트리기 위해선지 필사적으로 내가 한 말을 긍정한다.
오리모토는 설령 이런 나라도 일단 중학교를 같이 보낸 사이니까 해도 될 부분과 해선 안 될 부분의 경계선은 다른 녀석들과 비교하면 제대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나카마치에겐 그게 없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발언을 해도 특별히 캥기는 모습은 없다. 뭐, 오리모토랑 같은 경계선을 타라는게 무리한 이야기다.
"일단 거기 카페라도 들어갈까"
"오케이"
횡단보도를 건넌 곳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는 없나 찾아보니 문득 유리로 구분 지어져 있는 흡연석에 모자를 깊게 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낯익은 여성과 눈이 마주치고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진짜로 저 사람 따라왔어…………무시무시.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해 앉으니 나를 제외한 녀석들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가 와도 셋은 즐겁게 대화를 한다.
"헤에~. 하야마는 축구하는구나"
"뭐 그래. 제대로 시작한건 중학교 정도지만"
"그렇구나. 우리 학교는 죄다 약했으니까~. 그치, 히키가야"
"그랬던가. 잊어버렸어"
"계속 게임 하고 있었는걸-. 아, 그래 맞아! 히키가야 말야! 중학교때 유명한 게임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말야! 그때 비디오를 선생님한테 보여졌어!"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뭘 생각한건진 모르겠지만 내 담임이 카메라를 갖고 마치 수험칠때 응원하는 사람처럼 대회 모습을 녹화했지. 뭐, 그 영상을 본 녀석들은 나의 폐인스러움에 식겁해서 마른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는 사태가 됐지만. 그러고보니 오리모토만 웃었지.
"헤에. 그 무렵부터 히키가야는 게임을 잘 했구나"
"그래 그래! 그래서 왠지 되게 굉장했어! 손가락이 말미잘 같았는걸!"
오리모토는 손짓발짓으로 그때의 모습을 말하면서도 웃고, 하야마도 평소의 미소를 짓고 나카마치는 오리모토를 따라 웃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이 말미잘이라는 표현은 미묘하잖아.
"중학교 시절부터 그랬어? 왠지 깬다-"
어, 깨라 깨. 실컷 깨서 그대로 깨져버려라.
"거기다 방금전에 사이제는 아니지"
그 순간, 하아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오리모토의 웃음이 얼어붙었다.
"여자애랑 놀고 있으니까 좀 더 분위기를 읽어줬으면 좋겠어. 맥도날드면 모를까 사이제라니"
나카마치는 진짜로 순수하게 재미있는건지 그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지만 오리모토는 아와와 허둥대며 나와 나카마치를 교대로 본다.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치-"
"아니. 너 말이야"
하야마는 다정하게, 하지만 독을 가득 칠한 칼날을 나카마치라는 대상을 향해 위협하듯이 들이댄다.
그때, 또각하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왔나"
그렇게 말하면서 하야마가 돌아본 방향을 나도 돌아보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내 모습을 보고 서로 전혀 다른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본다.
"히키가야는 너같은 애보다도 훨씬 멋진 애들과 만나고 있어. 오리모토처럼 그의 과거도 모르는 네가 히키가야를 그렇게까지 바보 취급하고 웃는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하야마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은 없다.
나카마치는 갑작스런 하야마의 변모에 당혹하고 있다.
"미, 미안해. 자, 이제 오늘은 돌아가자"
오리모토는 가방을 들고 나카마치의 팔을 잡아 재빨리 가게에서 나가지만 한번만 나를 쳐다보고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가게에서 나갔다.
미안해……라.
"용건은 뭐니"
"왜 부른거야"
나와 유키노시타의 질문이 동시에 하야마에게 꽂힌다.
"미안. 특별히 용건은 없어"
왜 하야마는 둘을 부른걸까. 하야마의 진의는 늘 잴 수 없다.
미안하다는 듯이 하야마가 그렇게 말하는것과 동시에 흡연석에서 여성 한 명이 일어서서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언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났는지 유키노시타는 진심으로 싫다는 소리를 낸다.
"학생회장 한다며~? 지금까지 엄마처럼 떠넘겨지기만 해온 유키노가 겨우 자기 의사로 움직이네~. 언니는 기뻐"
하루노 씨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의 머리를 쓰다듬지만 바로 그 미소는 지우고 그 희고 가는 손가락이 유키노시타의 목으로 슥 내려간다.
"그래서, 지금 짜고치는 레이스를 하는 기분은 어때?"
유키노시타는 분하다는듯 입술을 깨물고 하루노 씨의 팔을 쳐내고 조금 거리를 두고나서 노려보지만 그런건 그녀의 싱글벙글 배리어로 흘려진다.
그것과 동시에 하루노 씨의 말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나에게도 꽂힌다.
…………유키노시타가 자신의 의사로 내딛은 한 걸음을 나는 짓부순건가…….
"언니하고는 관계없어"
"그래. 그러니까 감상을 듣는것 뿐이야. 지금까지 남이 시키는것만 강제받고 자신의 의사가 아닌데 자신의 의사처럼 칭찬받아온 유키노가 겨우 자신의 의사로 걸어가는데 실은 지금까지대로 똑같은 걸음을 하고 있다는걸 깨달은 기분은 어떨까 해서"
"……용건이 없다면 돌아갈게……히키가야. 너 아직 잇시키의 의뢰를 하고 있는거니"
"아아……"
"……그래"
유키노시타는 슬프다는 얼굴을 지으면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계단으로 간다.
"아, 유키농 기다려!"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듯이 돌아보는 유이가하마가 순간 나를 쳐다보지만 그 시선을 잠시만 맞추고 그대로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아 가게를 나갔다.
"……꽤나 너무한 언니도 있군요"
"그래? 동생을 신경쓰는게 언니 아니야?"
"신경쓰인다고 할까 참견을 해서 재미있어하는것 뿐이잖아요"
나에게는 그렇게 밖에 안 보인다. 참견을 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걸 재미있어하며 보고 있을 뿐이다.
"너는 남에게 다가가서 상처입는걸 두려워하면서 남을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누나의 입장으로는 좀 마이너스려나"
마이너스는 물론 마이너스 무한대다. 나는 과거의 경험만을 우선시켜서 유키노시타의 발걸음을 짓밟았다.
"왠지 흥이 깨졌으니까 나도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가게에서 나간다.
남은건 나와 하야마 뿐이다.
"……일부러 자신의 추한 면을 보여줄 일은 없잖아"
"그래. 더는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그저, 너에게도 알아줬으면 했어"
"뭘"
"자신의 가치를 말이야. 주위가 안고 있는 평가나 마음……………너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이"
그 이상은 말하지 말라는덧이 어미를 세게 말하자 하야마는 후웃,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한번 부숴버렸어. 그걸 되찾는 방법을 지금도 모색하고 있어……너도 있지 않아? 부수고 싶지 않다고 하는게"
그 순간, 지금까지 보내온 일상이 고속도로 재생되는 영상처럼 머리속을 흘러간다.
…………부수고 싶지 않은것……에비나에게도 같은 소리를 들었던가.
"슬슬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들고 가게를 뒤로 했다.
 
 
 
 
 
 
 
 
 
 
 
 
 

나는 결국은 그녀들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전혀 이해하지 않은 거겠지.
그러니까 유이가하마가 바란것, 유키노시타가 바라는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빌어먹을 생활을 보내고 있던거겠지.
지금 시간은 4교시째. 이미 진작에 판서를 옮기는 행동은 멈춰있다.
집에 돌아가고나서 라인을 바라보지만 생각외로 1학년들에게 반향이 있던 모양이라, 나에게 들러붙는게 장난 아니게 강해졌다. 그러니까 거기에 두 종류의 먹이를 뿌려뒀다. 남은건 그 먹이를 물고 늘어지는 녀석들의 숫자를 계측해서 잇시키라는 그릇에 담아주면 된다. 하나의 먹이는 3학년 용으로. 또 하나의 먹이는 1학년 용으로다.
힐끔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노트를 쓰고는 있지만 꾸벅꾸벅 의식이 지평선 너머로 가는지 아까부터 제대로 판서를 보고 있지 않다.
……지키고 싶은 지금, 부수고 싶지 않은것………….
"히키가야"
"아, 네"
"나중에 교무실로 오도록"
그리 듣고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수업은 끝나있고 주위 녀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트와 교과서를 그대로 두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니 교무실의 칸막이로 가려진 응접 공간으로 안내받고, 거기의 검은 소파에 앉았다.
"요즘 모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담배를 피우면서 선생님은 핵심부분부터 건드렸다.
"……뭐, 그 녀석이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서 바쁘다고요"
"그래도 너와 유이가하마는 모일 수 있을텐데"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재떨이에 재를 떨구고 다시 담배를 핀 후에 나를 곧게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뭐, 있었다면 있지만요"
"말해봐라"
"…………딱히. 그 녀석에게 미움산것 뿐입니다"
사실은 아니다. 나는 유키노시타가 달리는 길을 부숴버렸다. 자신의 의사로 걸어가기를 선택한 길을. 나의 경험이라는 사소한걸 우선시켜서 유키노시타의 큰 꿈을 망가뜨렸다.
그 탓에 봉사부는 공중분해 일보직전이다.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이 되어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 녀석이 회장이 되어도 봉사부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유키노시타의 발걸음을 막고 유이가하마를 고통주고 있다.
"요즘 모이지 않았던것도 그 탓인가"
"그렇네요. 전부 제 책임입니다"
"……평소의 히키가야라면 잇시키의 의뢰는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잇시키가 경험할것 같은 일의 심한 Ver을 경험했으니까요"
교실 안의 비밀이었던게 순식간에 학년전체의 공개적인 비밀이 되어버렸다.
"너는……뭘하고 싶은거냐"
"저는 잇시키 이로하가 적어도 동정을 끄는듯한 패배법으로 지도록 합니다……그 후에는 책임을 지고 봉사부에서 사라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순간 놀라고, 조금 뜸을 둔 후에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껐다.
"……이번 소동의 책임이냐"
"뭐, 그렇네요. 유키노시타의 자존심을 상처입히고, 유이가하마를 괴롭게 만들어서 봉사부를 공중분해 직전까지 만들었으니까요……책임은 져야겠지요…………가능하면 퇴부서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조금 생각한 후에 응접공간에서 떠나 한 장의 용지를 갖고 한번 더 응접 공간으로 돌아와 내 앞에 그 용지를 내밀었다.
"이야기는 이상이다…………히키가야. 책임지는 방법은 그만두는것만이 아니다"
"그렇네요……그럼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매일 열쇠를 가질러 온다"
응접실을 나가기 직전에 그리 듣고 교무실을 나온 후, 나는 그 다리로 봉사부 부실로 향했다.
봉사부 부실로 향하는 다리는 평소보다도 어딘가 빠르게 느껴진다.
"아, 힛키"
부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쓸쓸한듯이 혼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모습밖에 없고,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
"응…… 어쩐 일이야?"
"아니……딱히"
조용해져버린 부실에 있는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보면 뭔가를 찔린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서, 무심코 부실을 나가려고 뒤돌아서 문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손을 가볍게 쥐여지는걸 느끼고 뒤돌아보니 고개를 숙인 유이가하마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가지말라고 부모에게 말하는것처럼.
"…………봉사부, 없어지는걸까"
툭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는 심하게 슬퍼보였다.
이대로가면 자연소멸하겠지.
"……그렇겠지"
"……어"
"하?"
"싫어!"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를 못 들어서 되물어보니 이번에는 부실을 울릴 정도의 큰 소리가 정면으로 들려온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받아낼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문에 기댄다.
"어, 어이 유이가하마"
"나는 말야……좋아해. 힛키가 있고……유키농이 있어서……그래서……"
때때로 코를 훌쩍이면서 유이가하마는 울면서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한다.
"셋이서 함께 있는 이 부활동을 좋아해……사라지는걸 원하지 않아……실은 유키농이 학생회장 같은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그래도 그런건 나는 말할 수 없어…………싫어어……"
유이가하마가 바란 것은 셋이서 보낸 일상. 그럼 그걸 부수는 원인을 만든건 누구냐……누구도 아닌 나다. 그때, 잇시키의 의뢰는 거절한다, 혹은 유키노시타가 말한것처럼 선거활동을 서포트해야했다.
나는 그저 단순히 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불필요하게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이가하마는 지금 울고 있다. 그럼 내가 해야할 일은 뭐냐…………유이가하마가 원하는건 지금을 지키는 것이다. 내 손으로 부숴버린 지금을 수정해서, 한번 더 유이가하마의 손으로 건낸다.
나는 우는 유이가하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런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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