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7화
 
 
 
그날밤은 나는 평소처럼 게임을 하면서 테이블에 스마트폰용 스탠드를 설치하고 거기에 스마트폰을 가리켜서 언제든지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표시되고 있는건 소부 고등학교의 그룹 라인의 대화 모습이다. 아까부터 끊임없이 대화가 진행된다.
먹이는 두 종류. 그 모두 다 등록하고 있는 대부분의 녀석이 걸려들어줬다. 첫 번째는 1학년 애송이들한테 뿌린 카미하치와 통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다. 아무래도 상당히 화제가 되었는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올라왔다. 하지만 나와 통신시켜주니까 표를 줘, 라는 단순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두 번째 먹이가 여기서 유효한다.
『잇시키 이로하라는 학생회 선거에 교실 애들의 나쁜 장난으로 등록되어버린 애가 있습니다. 그 애는 학생회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항하는 사람에게 모든 표를 빼앗겨서 잇시키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잇시키에게 투표를 해주셨으면 하는데 안 됩니까? 딱히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근사치로 패하면 됩니다』
이런 먹이를 뿌려두면 의외로 3학년같은 사람들도 낚여서 가엾다니 모여들어서 대부분의 인간이 잇시키에게 표한다고 까지 말해줬다.
뜻밖에도 우리 고등학교 녀석들은 리얼충이 괴롭혀지면 그걸 지원해주는 엄청 다정한(웃음) 녀석들이 많은 모양이다. 거기에 2학년같은 녀석들은 없다. 알고 있거나 모르는 녀석에게 투표한다면 알고 있는 녀석에게 투표를 하는게 뻔하다. 한 쪽은 유명한 초 미소녀 완벽 초인이니까.
자, 무기는 갖춰졌다. 남은건……잇시키 뿐이다. 내 목적은 이미 정해졌다. 내가 무책임하게 부숴버린 유이가하마가 원하는 지금 일상을 다시 한번 되찾는다.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다.
조금 목이 말라서 게임을 일시중단하고 일어서서 냉장고로 향하려고 한 순간, 거실 문이 열리고 큰 체육복을 입은 코마치가 들어왔다.
코마치는 나를 힐끔 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지만 원하는게 없었는지 그대로 냉장고 문을 닫고 나가려고 한다.
"코마치"
"……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다.
"……그게……미안해. 얼마전에는……좀 말이 지나쳤어"
"…………용서해줄게"
내려다보는 시선 약았네.
"그리고……코마치도 미안했어"
되게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기에 무심코 웃음을 지어버린다.
"조금 얘기를 하고 싶어. 괜찮겠어?"
"좋아. 들어줄게"
코마치를 옆에 앉히고 PF3 전원을 끄고 나는 코마치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한것, 어떤 의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을 부숴버린것, 그리고 내가 지금 해야할것.
긴 이야기를 끝낸 무렵에는 이미 날짜는 변해있었다.
"과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코마치는 기뻐"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코마치를 나는 무심코 쳐다봤다.
그 표정은 정말로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고, 어디에도 평소 만든듯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게임밖에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한 적이 없었던 오빠가 남을 생각하고 있어"
"아니야…………그게 아니야"
코마치가 말한데 고개를 좌우로 저어 부정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지금의 내 얼굴을 감추듯이.
"나는 유이가하마가 원하고 있던걸 부숴버렸어……남은 결국 생각할 수 없었어.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몰랐어.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왜 학생회장이 되려고 하고 있는건지도 이해하지 못했어. 나는 그 녀석이 걸어가려고한 자신의 작은 발걸음을 나 사소한 위선으로 짓밟아버렸어. 그 녀석의 꿈을 긍정해놓고서 나는 그걸 부숴버렸어……유이가하마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 녀석을 아무것도 몰랐어. 그 녀석이 울면서 나한테 말해줄때까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 그 녀석이 원하고 있던 지금 일상을 무책임하게 부숴버린것도……태연하게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괴로운 위치에 서게 만들었어……결국은 나는 아무것도"
거기까지 말했을때 코마치의 가슴에 안겨서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받는다.
"코마치"
"…………그렇지. 오빠는 옛날부터 그래. 게임밖에 생각 안 해서 남을 상처입혀도 전혀 깨닫지 않았어. 코마치도 들었어……중학교에서 오빠의 평판 같은거 말야. 싫어도 귀에 들어오는걸……그치만 오빠는 부숴버렸다는걸 깨달았어"
"으으읏"
"그건 남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아닐까. 부숴버렸다고 깨달았다는건 오빠는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게 아닐까"
"……유이가하마에게 듣고 처음으로 깨달아도 말이야?"
"맞아……왜냐면 오빠, 남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아무 생각도 안 했잖아. 유이 언니가 울면서 말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알았잖아? 코마치는 오빠가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
…………나는 바뀐건가……그건 모르겠다. 하지만……그래도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것이 그 녀석들과 함께 보내온 일상을 긍정하는거니까.
"오빠는 코마치의 오빠야. 오빠가 잘못하면 코마치가 몇번이든 몇십번이든 말해줄게. 오빠를 전부 알고 있는 코마치가 몇번이라도 말해줄게…………오빠. 지금의 오빠는 히키니쿠 따위가 아니야"
"…………그러면 좋겠네"
"맞아.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코마치가 말하는걸"
"…………고마워. 이제 자는게 좋을거야"
"응. 그럴게. 잘 자"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거실을 뒤로한다.
자, 코마치에게 해답 예시는 들었다……남은건 그걸 내 해답으로 만들 차례다.
 
 
 
 
 

 
 
 
 
 
다음날 방과후, 나는 도서실에 있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한숨을 쉬고 있는 잇시키 이로하가 있다.
"선배. 하야마 선배랑 같이 있던 애들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부활동 빠져왔는데~"
오히려 그런 이유만으로 부활동을 빠져온 네 연심이 더 무섭다. 잘도 의심받지 않을만한 이유를 대고 빠져나왔군……이것도 주위에 주목받는다는 자각이 있는 리얼충의 특성일까.
"뭐, 그 정도라면 딱히 아무렇지도 않지만요-"
무섭다……그 혼잣말이 무서워.
왜 여자는 연애 일이 되면 남자가 식겁할 정도로 무서워지는걸까. 중학교때 응석쟁이 야마모토가 데이트 약속을 한 여자애 둘에게 협박을 했더니 모든 여자애한테 온갖 미움을 샀을 정도니까. 그 탓에 야마모토, 멋지게 생겼으면서 여친이 한 명도 안 생겼다고 한다. 꼬시다.
"그런데 왜 부른거에요?"
"음, 아아 그렇군…………너, 하야마 좋아하지"
"………하,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소름 돋는다구요, 선배"
"그 하야마한테 어쩌면 멋진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순간, 잇시키의 눈썹이 순간 움찔거렸다.
"나, 실은 이래보여도 하야마랑 종종 얘기하는 편이니까 그 녀석의 취향인 여자는 알고 있거든 말야~. 그런거라면 그것도 가르쳐줄 마음은 안 드네~. 안 됐네-"
"가르쳐주세요 히키가야 선배. 선배 무지 좋아해요!"
흥, 쉽구나. 하야마여. 문화제에서 나를 핑계삼은것, 원망은 품고 있지 않지만 귀찮은 일이 되었으니까 그 앙갚음으로 너를 제물로 바쳐주마.
"되겠어?"
"네"
내가 얼굴을 가져가자 잇시키도 진지한 눈빛으로 얼굴을 가져온다.
"하야마는 저래 보여도 일을 잘 해내는 여자애를 좋아해. 일을 빼먹는 녀석은 외야, 라고할까 안중에도 들어있지 않아. 거기서 네가 학생회장을 해봐라……적어도 안중에는 들어갈거라 생각해"
"……그치만 저, 부활동 하고 있는데요"
"그게 포인트지. 너는 축구부 매니저라는 위치에 있는 이상 하야마와 위화감없이 대화할 수 있어. 만약 학생회에서 힘들면 하야마에게 상담하면 돼. 밤늦게까지 남아서 말이지. 마지막에는 배웅받는다는 애프터 케어까지 있지. 1학년인 너에게만 있는 특전뿐이잖아?"
"확실히……선배는 머리 좋아요?"
"아니. 게임 말고는 전혀다……그리고 이거"
나는 가방에서 최종병기를 꺼내들고 잇시키의 앞에 펼쳤다.
그 최종병기란 그룹 라인에서 모은 잇시키 이로하를 지원한다고 선언한 녀석들의 대화를 이어붙인 것이다. 물론 쓸데없는 대화는 전부 생략했다. 마치 모두가 잇시키 이로하를 지원하도록 세공했다.
"이거 전부 네 지지자야"
"……왠지 요즘 다들 되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더니 선배의 수작이었군요~"
"심한 소리구만……하지만 너를 지지해주는 녀석은 이렇게나 있어"
잇시키는 한 장의 용지를 들어 대화 내용을 쳐다본다.
만약 잇시키가 라인을 하고 있었으면 불가능한 방법이다……뭐, 다른 방법을 생각했겠지만 이게 제일 빨랐다. 게임으로 표를 모은다는것도 생각했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포기했다.
"잇시키…………학생회장이 되어라"
한번 부서져버린 것을 수복하는 유일한 방법……그건 잇시키의 의뢰 그 자체의 존재를 말소하면 된다. 의뢰가 사라진다는건 잇시키가 학생회장을 지향하고, 분투한다는것. 그리고 그걸로 이기면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은 다시 돌앙온다.
"너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이렇게나 있어. 너를 나쁜 마음으로 추천한 녀석들에게 한방 먹여주자고"
"……후우. 알겠어요. 이번에는 선배의 뜻을 따라줄게요. 이렇게나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그 대신에, 선배도 도와주시라구요? 선배가 말한거니까요"
"아아, 도와줄게……뭐, 그래도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상관없어요~. 실은 하고 싶지 않구요"
하지만 이걸로 잇시키 이로하가 압도적인 큰 차이로 패배를 하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적어도 유키노시타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의 힘은 얻은 것이다. 이제 남은건 하늘에 비는 수 밖에 없다. 잇시키 이로하에게 미소를 지을까, 아니면 완벽초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소를 지을까.
내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이번 선거로 모든것이 정해진다. 부서져버린것을 수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서져서 소멸해버릴지.
"만약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가끔은 도와주세요"
"아아, 도와줄게"
자, 내 미래는 어느 쪽이냐.
 
 
 
 
 
 
 
 
 
 
 
 
 
12월에 들어가, 이제 방한구 없이는 밖을 못 걸어다니게 되어버렸다.
잇시키와 도서실에서 대화한 날로부터 며칠간, 나는 잇시키의 연설 보조를 하고, 어떤 때는 연설문을 생각하고, 또 어떤때는 공약을 생각하고, 또 어떤때는 잇시키의 응원연설을 해줄 사람을 찾는 등 교내를 이래도냐 싶을만큼 돌아다녔다.
결국 유키노시타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밖에 연설은 못했지만 그래도 반응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설을 마친 다음날, 마침내 선거가 시작됐다. 라고는해도 그저 단순히 후보자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를 일제히 펼쳐서 누구에게 동그라미를 치나 마나하는 간단한 작업이다. 나는 물론 잇시키 이로하에게 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방과후, 선거결과가 선거공보 게시판에 붙어져서 유이가하마와 함께 게시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 저거 아냐?"
고개를 드니 한 장의 큰 종이가 게시판에 붙여져있고, 종종걸음으로 보이는 곳까지 가서, 그 종이를 위에서 아래까지 차분히 읽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근소차이로 패하면 좋았다고 했지만……근소차이로 이겨버렸냐"
유키노시타의 특표수는 599. 그에 비해 잇시키 이로하의 득표수는 놀랍게도 601표라는 불과 2표 차이를 유키노시타에게 주고 잇시키 이로하는 학생회장에 당선했다.
마침 그 녀석이 2학년 모두와 3학년의 반, 잇시키가 1학년 모두와 3학년의 남은 반과 한 사람의 표를 모았다는건가…………결국, 내가 한건 뭐였던걸까……잇시키의 의뢰는 패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유키노시타는 화를 내고 나를 부정했다. 하지만 이기어서 잇시키는 학생회장을 하겠다는 의욕을 냈다. 의뢰가 근본부터 소멸해버린 것이다.
본인도 의욕이 생긴것 같고……하지만 한번 생겨버린 도랑은 의뢰가 사라졌다고 해도 사라지는건 아니다.
"……갈까. 부실"
"응"
유이가하마와 함께 차가운 특별동까지 가는 복도를 걸어간다.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거기에는 평소처럼 문고본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모습이 있었다.
"얏하로~. 유키농"
"안녕, 유이가하마"
평소의 정위치에 앉는다.
"그, 그게 안 됐네. 유키농"
"그래. 설마 패할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또 다음 기회를 노릴게"
"그런가……이제 곧 학교도 끝이지~. 있잖아, 크리스마스에 파티 안 할래? 피자 사서 말야!"
"피자는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 그래? 우리집은 특별한 날 말고는 안 사"
…………과연 정말로 이 일상이 한번, 부서져버린걸까.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유키노시타, 평소처럼 기운차게 말하는 유이가하마. 그리고 평소처럼 PFP를 하고 있는 나. 선거가 시작되기 이전과 완전히 같은 구도인데 어딘가 분위기는 다르다.
외면만 갖추고 속은 텅 비어버린 게임같은 것이다. 정말로 내가 한 선택은 잘못되었던걸까. 그때, 잇시키의 의뢰를 거절해야했던건 아닐까. 나는 부숴버린것을 수복하기 위해 분주했다는 대의명분을 보이며 그저 단순히 엉망진창으로 만든게 아닐까…………그렇다면 이 분위기가 되어버린 원인은 전부 나에게 있다.
정말로 지키고 싶었던건 대체 뭐인걸까.
조금 전에 깨달았을텐데 나는 또 보이지 않게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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