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4화
 
 
 
 
며칠후 아침, 나는 평소처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의뢰의 결말을 생각한 결과는 어떡하면 잇시키에게는 대미지는 가지 않고, 더군다나 동정을 끌어낼만한 폐막으로 선거에 지게 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서 컨트롤러를 잡아가지만 게임 화면에선 성공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머리 속에서는 실패화면만 나온다.
유키노시타와 대화한 날 이래로 그 녀석은 부실에 오지 않는다. 그 대신에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선거공보의 기사에선 자주 그 녀석의 얼굴은 보고 있다.
전교생 중에 대체 얼마만큼의 사람이 유키노시타를 지원하고 있을까. 아마 같은 학년의 지원율은 거의 100%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3학년은 40~50. 하급생에 해당하는 1학년에 관해서는 거의 유키노시타를 모르는 녀석이 많으니까 3학년의 반 이하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표를 모은다면 거기다. 거기다 다른 반의 녀석들……아니, 아마 히라츠카 선생님의 철권제제라는 이름의 설교를 받은 이상, 녀석들에게 표를 따는건 가능할 것이다. 그걸로 30명은 손에 넣는다고 해도 다른 반 녀석들은 조금 고생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어쩌지……어떡하면 다른 반 녀석들의 표를 잇시키에게 집중시킬 수가 있나.
"오빠, 아침 다 됐어~"
"음. 알았어"
게임을 일시중단하고 테이블로 가자 평소처럼 구운 빵,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라는 기본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사이에도 잇시키의 의뢰에 대해서 생각한다.
뭔가……뭔가 쉽게 확산할 수 있고, 거기다 녀석들의 표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왠지 오빠의 눈이 빛나고 있네"
"나는 어디의 영화에 나오는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녀석이냐. 나는 언제나 눈은 썩어있어"
"음~. 뭔가 평소랑 달라……무슨일 있었어?"
"아니. 평소대론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머리속으로는 표의 집약방법을 생각한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평소 일상이 변모한것 뿐이다. 나에겐 아무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마치의 집요한 질문에 나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는걸 계속 지적받는다는게 몹시 화가 났다.
"있잖아,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진짜 끈질기네"
우유를 단번에 다 마시고 테이블에 컵을 가볍게 둘 생각이었지만 짜증이 손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외로 세게 두어서 거실에 컵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뭐, 뭐야 그 어투! 이쪽은 걱정해서 묻고있는건데!"
"걱정 안해줘도 돼. 평소엔 걱정도 안 하는 주제에"
"이제 됐어! 오빠 따위 이제 몰라!"
뿡뿡 화내면서 철컥철컥 바쁘게 식기를 치우고 싱크대에 집어넣어 말없이 거실에서 나가, 이미 현관에 준비해뒀던 가방을 들고 학교로 가버렸다.
코마치가 화내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까 그 이상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지는것 같아서 화가 난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시간. 학교는 변함없다. 변한건 우리 봉사부의 관계 뿐이다.
유키노시타는 그날 이래 부활동에는 오지 않고, 착실하게 다가오는 학생회 선거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소문으로는 메구리 전 학생회장이 응원연설에 들어간다던가. 지지율로 말하자면 유키노시타가 압도적 우세이며, 대항마인 잇시키 이로하는 말 그대로 배수진. 하지만 이대로 진행시켜버리면 그녀의 입장이 위태로워진다.
잇시키가 그 녀석에게 이기려면 적어도 유키노시타의 관심이 옅은 1학년의 표를 집약시키는것과 함께 선거에 흥미가 없는 녀석들로부터 쥐어짜는 수 밖에 없다.
그 상대는 지금은 국공립, 혹은 사립대학을 일반수험이나 센터 이용등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줄리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체육대회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가진 내가 잇시키에게 표를 모아주려고 해도 유키노시타의 지명도와 비교하면 먼지다.
"있잖아, 힛키"
"음? 왜 그래"
"…………부활동, 어떡할거야?"
부활동이 자유참가가 된 이상, 나는 갈 생각은 없고 그 녀석도 갈 생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이가하마다. 저 녀석은 지금 나도 아니고 유키노시타도 아닌 미묘한 위치에 있다. 그 미묘한 위치이기 때문에 가장 싫어하는 위치다. 둘 모두의 모습이 보이니까.
"자유참가잖아. 그 녀석은 당분간 선거로 바쁠테고, 이쪽도 잇시키를 돕느라 돌아다닐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가……역시 이로하의 의뢰는 하는구나"
"…………이번만큼은 내버려둘 수 없어"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이상, 잇시키 이로하를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나는 부실에 갈게. 의뢰자가 와도 곤란하니까"
"음"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나로부터 떠나, 다시 미우라네의 원 안에 들어간다.
수학여행이 끝나도 미우라의 주위에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건 물론 수학여행 이전과 완전히 같은 구도다. 에비나와 토베가 웃고 하야마도 미우라도 웃는다. 그게 저 녀석들이 바란 결과다.
이 만큼 좋은 상황 유지는 없다.
"히키가야"
"아?"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 하야마가 있었다.
"이번주 토요일 말인데"
"……무슨 소리야"
"오리모토네 말이야. 같이 놀러가자고 해……혹시 연락 안 갔어?"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을 체크하지만 오리모토한테서 메일 따위는 오지 않았고, 애시당초 오리모토의 메일 주소 따위는 모른다. 학년 초에 교실 모두가 교환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PFP를 하고 있었으니까 휴대폰조차 안 꺼냈고, 애시당초 말을 걸린적도 없다……아, 아니 그래도 오리모토만 말을 걸러 왔던것 같네.
"못 들었어. 딱히 너만 가도 되지 않냐? 그쪽은 그걸 바라고 있을테고. 그보다 휴일에 외출 안 해. 휴일은 게임하는 날이라고 내 안의 휴일 결정기관이 말했다고"
"그래선 인원이 맞지 않아. 와주지 않을래?"
하야마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부탁하는것도 드물지만 애시당초 카스트 톱과 최하위인 내가 논다는건 말도 안 된다.
"네 친구라도 데려가. 인원수를 맞춘다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그런가…………알았어. 미안해, 말 걸어서"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는 미우라네한테 돌아간다.
……결국, 우리가 보내온 시간은 이렇게나 간단하게 부서지는군.
 
 
 
 
 
 
 
 
 
 
 
 
 
밤 11시 30분. 나는 그런 시간이 되어도 혼자서 거실에서 PF3를 하면서 발로 카마쿠라의 배를 롤러를 굴리듯이 빙글빙글 굴리고 있었다.
놀아주는 코마치가 분노를 원동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시종인 나한테 와서 배를 쓰다듬어달라고 하자 얼른 원하는 수준까지 쓰다듬어라, 자, 자 라는듯한 얼굴로 뒹구르 배를 보여서 발로 빙글빙글 돌려주니 "뭐, 뭐……라고!? 하, 하지만……분해! 기분 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라고 할법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참고로 나는 지금은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라고 질질 끄는 초대형 로봇을 상대로 수류탄만으로 이긴다는 폐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뭐, 상대는 나를 쓰러뜨리려고 덤벼오지만 내 입장으로 보면 카마쿠라를 한 손으로 돌리는거랑 같은 수준이다.
"아, 약해"
귀찮아져서 시간차이로 펑펑 수류탄을 로봇의 다리를 향해 던져주자 그게 의외로 위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연속으로 폭발한 후, 로봇의 양 다리가 분쇄하여 그대로 쓰러져서 상대가 강제 로그아웃을 먹어서 내 승리가 결정됐다.
그때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는것과 동시에 내 미간에 무언가가 직격했다.
"아야……너"
"전화"
퉁명하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거실에서 나갔다.
던져진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니 보류화면으로 되어 있어서 그걸 해제하고 귀에 댔다.
『햣하로~』
"무슨 용건입니까. 그보다 왜 동생 번호를 알고 있는거에요?"
『아니~. 문화제에서 우연히 만나서 얘기를 했더니 네 동생이라는걸 판명해서 말야! 가만 있을 수 없어서 메일 주소를 교환했어!』
"그건 뭐……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들었어-. 데이트 초대받았는데 안 간다고 했다며. 어째서 안 가는거야?』
하야마로군……정말이지, 놈의 정보망은 헐렁하군.
"그럼 반대로 묻겠는데요, 제가 갈 의미 있습니까? 두 사람은 하야마와 데이트를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제가 가도 방해꾼이 될 뿐이죠"
『그럴려나~. 모처럼 중학교 동급생이랑 만났으니까 쌓인 얘기도 있을거 아냐? 그 오리모토라는 애는 하야토에게는 그런 마음도 안 품은것 같았구』
"쌓이고 자시고 저의 중학교 시절은 엄청 깨끗했거든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정말이지 진짜…………정말로 너를 구성하고 있는건 게임이구나. 거기에 남이 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야』
"잘 아시네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말에 답변할 말을 찾을 수 없다. 그걸 긍정으로 본건지 하루노 씨는 쿡 살짝 웃는다.
『지금은 유키노도 가하마도 네 안에 존재하고 있지. 둘 중 누가 큰게 아니야. 둘 다 네 안에서 서서히 커지고 있어. 아니야?』
"…………글쎄요. 어떠려나요"
『후후. 일단 데이트에는 갈것. 요일도 금요일로 세팅해뒀으니까』
왜 이 사람은 내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거지.
『안가면 집까지 부르러 간다~』
"그때는 거수자로 쫓아냅니다. 제 스토커로 말이죠"
『우으~. 그럼 또 봐』
거기서 전화는 끊겼다.
너머로 뚜- 뚜- 하는 무기질적인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아서 테이블 위에  코마치의 휴대폰을 두고 문득 시간을 쳐다보니 이미 시간은 12시를 가리키고 있고, 날짜도 바뀌어 있었다.
의외로 길게 얘기했던 모양이다.
PF3 전원을 끄고 소파에 누우면서 카마쿠라를 배 위에 올리고 천장을 본다.
뭘 하고 싶은건지, 나는 둘에게 뭘 바라고 있는건지, 대체 나는 어떤 ED라면 납득하는걸까……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싫어진다.
불을 끄고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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