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3화
 
 
 
 
다음날 아침,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다는 정보가 돌았는지 아침부터 그 이야기만 귀에 들어온다.
거기에 잇시키 이로하라는 이름은 없다. 오히려 이대로 자연소멸해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장난을 친 녀석들이 바라던 바가 되겠지. 타협점으로 근소차이로 진다고 해도 상대는 그 완벽초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인 이상 득표수에 있어서 큰 차이로 패배하게 되는건 자명한 도리. 그럼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주륜장을 지나 신발장으로 이동하던 중에 유이가하마와 만났다.
"오늘, 부실……갈거지?"
"갈거야. 어차피 그 녀석이 할 얘기도 있을테고"
얼마전에 봉사부의 존재, 그리고 그녀가 학생회장 선거에 어째서 이제와서 입후보한건지 하는 설명도.
"……이대로 봉사부가 사라지는건 아니겠지?"
"글쎄. 그저……지금까지대로는 안 되겠지만"
평소와 다를바없는 일상인데 어딘가 불고 있는 바람은 평소 이상으로 차갑게 느껴졌다.
 
 
 
 
 
 
 
 
 
 
 
수업 따위 듣고 있으면 금방 지나가버려서 순식간에 방과후가 되버렸다.
왠일로 미우라네와 얘기도 하지 않고 유이가하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그대로 같이 특별동에 있는 익숙한 부실로 향해 천천히 내 옆을 걸어간다.
아마도 유키노시타는 봉사부를 떠날것이다. 유이가하마한테 부장을 맡기고 봉사부를 떠나면 원만한 엔딩을 맞이하고 엔딩 크레딕이 흐르는 속에 사라져, 역사 최고의 학생회장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사족 만개의 애프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뭐, 봉사부가 사라진다는 BAD 엔딩을 맞이하는거랑 비교하면 훨씬 낫겠지. 봉사부가 남는다는건 유키노시타가 한가할때 와서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지~ 라는 추억 회상 이벤트도 나온다.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든 하면 그걸로 HAPPY 엔딩이다. 뭐, 유키노시타니까 겸임할것 같지만.
"잇시키는 어떻게 됐어?"
"이로하는 부활동을 못 빠질것 같으니까 좀 늦는다고 아까 메일 왔어"
"아 그래. 하아, 귀찮네"
"힛키도 참……유키농에게 의뢰 말할거야?"
아직 유키노시타에게는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는 말하지 않았다. 격돌할 상대와 시합전에 만나서 그 녀석의 고민 상담을 들을만큼 그 녀석도 만능은 아니다. 선언문 제작, 응원 연설자, 연설내용 작성. 그것들은 유키노시타라고 해도 병행작업은 불가능하다. 라고할까 보통은 하고 싶지 않다.
"말 안하는 편이 좋겠지. 토베때랑 마찬가지야. 이번에는 말 안하는 편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겠냐?"
"그런가……어떻게 될까"
"글쎄"
그렇게 말하고 드르륵 부실문을 열자 오랜만에 그녀의 문고본 읽는 모습을 봤다.
"얏하로~. 유키농"
"안녕, 유이가하마"
"여전히 나는 무시냐"
"어머, 있었구나. 벌레로 보였어, 벌레가야"
"큼직한 벌레구만"
평소 대화를 나누면서 평소 정위치에 앉지만 부실 분위기는 평소같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는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탁 덮고 우리를 본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어"
"처음에는 듣고 놀랬지만……힘내 유키농! 응원할게! 아, 괜찮으면 여러모로 도와줄게!"
"고마워, 유이가하마"
실은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에게 봉사부의 일원으로 남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까지 즐거운 일상을 졸업할때까지 계속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멈출 수 없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제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 나도 그에 따른다. 오히려 제지할 이유가 없다.
"히키가야"
"……그 뭐냐. 힘내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방금전과 변함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
"하지만 쓸쓸해지겠어~. 유키농이 사라지다니"
"그래……하지만 매일 못 만나는건 아니야"
"헤?"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매일 일이 있는건 아니야. 행사전 등에는 못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이외의 날은 가능한 얼굴을 내밀게"
뭐, 그걸 선택하는군. 봉사부는 거의 한가하니까.
"그, 그런가! 순전히 유키농이 봉사부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했어!"
"괜찮아. 학생회장과 봉사부 부장은 겸임할거야. 과거 회장중에도 부활동 회장과 회장직을 겸임한 사람이 몇 명인가 있는것 같으니까"
유이가하마는 지금의 즐거운 공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걸 알고 기쁜건지 아까부터 미소가 끊이지 않고 유키노시타와 대화하고 있다. 나는 그걸 BGM으로 삼으면서 PFP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학교는 유키노시타 색으로 물드는건가…………조만간 유키노시타 각하에게 경례! 라는 바보같은 녀석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때 문이 가볍게 노크되었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들어온 학생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어디에선가 지금부터 최악의 일이 일어나는게 아닐까하는 예언과도 같은 예감을 느꼈다.
이런……상당히 곤란하다.
"너는……잇시키 이로하였던가"
"네. 의뢰한것 때문에 왔어요~"
그걸 듣고 유키노시타는 머리에 ? 마크를 띄우고 그걸 본 잇시키도 머리에 물음표를 띄운다.
"어라? 못 들었나요? 저 봉사부에 의뢰했는데요"
유키노시타는 어떻게 된 일이야? 라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입다물고 있을 생각이 순식간에 붕괴했군.
이런 상황에서 잇시키의 의뢰를 덮어둘 수도 없어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잇시키 이로하가 우리 봉사부에 교실의 나쁜 장난으로 입후보된것과 본인에게는 의지는 없고 선거에서 지고 싶다는걸 의뢰하러 왔다는걸 얘기하지만 어딘가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분노에 가까워진다.
"그래……그래서 선거에서 지고 싶다고"
"네! 저, 회장은 할 생각이 없거든요~"
"……히키가야. 설마 이 의뢰를 받을 생각이니?"
"어쩔 수 없잖냐. 이 녀 석이 나쁜 장난으로 올려진 이상, 동정을 끄는 형태로 지지 않으면 여러모로 그 후에 문제가 일어날테고, 애시당초 본인에게 의지가 없어"
"히라츠카 선생님의 지도는 들어가잖니? 그럼 교실 쪽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말이다. 압도적인 차이로 너한테 패하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데. 사정을 모르는 녀석이 뒤에서 비웃을거 아냐.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유키노시타는 컵을 책상위에 두고 부실에 컵이 놓이는 소리만 크게 울려서, 무심코 나는 그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명백하게 유키노시타는 화내고 있다.
"미안해. 미안하지만 그 의뢰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아"
그야 그렇지. 유키노시타는 진지하게 선거에 참가했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단순히 짜고치는 레이스가 되어버린다면 저 녀석의 성격상 그런건 허용할 수 있을리가 없다.
"에~ 그럴수가~. 이제 선배들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구요-"
"그럼 선거로 싸우면 돼. 네가 진지하게 선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에 이끌려서 적지않은 표를 넣어줄거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우리에게 의지하지 마"
"유키노시타. 네가 화내는것도 알겠지만"
"알고있다면 왜 의뢰를 맡은거니"
푹 찌르는 유키노시타의 말을 뽑아낼 수가 없다.
확실히 그렇다. 유키노시타의 분노를 깨달으면서도 왜 나는 잇시키의 의뢰를 맡으려고 하는가.
그건 내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초등학교때 억지로 회장 선거에 참가된 나는 마치 입을 짠듯이 아무에게도 표를 받지 못하고 굴욕을 입었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다. 아무리 지도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건 그 교실 이야기다. 사정을 모르는 놈들은 뒤에서 웃는다.
"…………경험에서다"
"경험이니까 뭐? 같은 일을 체험했다고 선거에서 지게 만드는 이유는 되지 않아. 그녀의 선거활동을 서포트하는거라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하지만 지는걸 전제로 서포트하는건 봉사부의 의념에 반하는 짓이야"
"그럼 너는 앞으로 잇시키가 선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해서 뒤로 비웃어지는 학생 생활을 보내라는거냐. 자신의 악평은 신경쓰는 주제에 남의 악평은 신경 쓰지 말라는거냐"
"그말 그대로 돌려줄게. 너, 남의 평가는 신경쓰지 않는거 아니었니"
또 유키노시타의 말이 깊게 꽂혀서 뽑을 수 없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응석부리게 해주는 부활동은 아니야…………만약 잇시키의 의뢰를 해결하고 싶다면 너희들만 해줘. 나는 빠지도록 할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재빠르게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문으로 향한다.
"부장인 내가 부활동에 나오지 않는 이상…………부활동은 자유참가로 할게"
그렇게 말을 남기고 부실에서 나갔다.
유키노시타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저 녀석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의뢰다.
"……너, 학생회장 할 생각은 없어?"
"에~. 절대로 싫어요~. 학생회장이라니"
잇시키는 멍한 목소리로 말한다.
"……유이가하마. 너는 어떡할래"
"나, 나는…………"
유키노시타가 참가하지 않게 된 이상, 잇시키의 의뢰는 우리 둘에게 하거나 말거나 결정권이 있다. 둘 중에 싫다고 말하면 남은 쪽에서 하면 되고, 두 사람이 싫다고 하면 이번 의뢰는 없던 일이 된다.
"……일단 내가 할테니까 너는 천천히 생각해둬"
"…………응. 미안해, 힛키"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가방을 들고 부실에서 나갔다.
뭐라고할까 성가신 사태가 되어버렸군……유키노시타에게 들키지 않도록 잇시키가 진지하게 선거활동을 하는걸 내가 돕는 정도 밖에 방법은 없군.
"그런데 너 공약은 생각했냐. 유키노시타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하는 이상은 연설도 해야할거 아냐"
"…………"
내 물음에 아무 대답 못하는 잇시키를 보고 나는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쉬었다.
전부 봉사부에 맡기는거냐……하다못해 공약 정도는 생각해줬으면 싶었다.
"일단 연설을 하기 위한 공약 만들기. 그것부터군"
"그렇네요~. 그럼 점심식사 장소의 자유화같은건 어떤가요?"
"그건 이미 자유잖아. 게임 자유화가 훨씬 낫다"
"그거야말로 아니라구요~"
심해라. 1학년에게 부정당하는 나는 대체 어떤 입장인거야?
"그럼 간단하고 빠른 정기시험의 과거문을 가저오도록 할까"
"아, 그거 좋네요! 늘 곤란하거든요~.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구요"
아마도 정기시험 자체는 하가교에 보존되어 있을테니까 그걸 겉으로 꺼내서 학생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면 지정학교 추천을 노리는 녀석들이라면 기꺼이 이용하겠지. 여러모로 제한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참에 공약 같은건 한개라도 좋다. 문제는 선거다.
"연설문은 네가 생각해줘. 적당해도 좋으니까"
"에~"
선거전에 하는 연설 정도는…………아뿔싸. 응원 연설도 있다. 나쁜 장난으로 이름이 올라가버린 이상, 잇시키의 반에 응원연설을 맡아줄만한 녀석은 없다. 응원연설은 딱히 없어도 할 수 있지만 그래선 별로 인상에 남지 않는다……아, 지면 되니까 응원연설 따윈 필요없나.
그 후에 우리는 공약을 둘 정도 생각하고나서 해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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