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처럼 츠즈키 씨의 배웅을 받고 교문에서 내린다. 그러자 거기에 어째선지 하야마가 서 있었다.
 
 
"안녕, 둘 다. 오늘도 열렬하네"
 
"……또니, 하야마. 너 끈질겨. 지금 당장 사라져주겠니. 하치만과 나의 공간에 끼어들지마"
 
"미안미안. 지금 좀 히키타니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왠지 하야마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듯한……얼굴은 평소 미소짓는 훈남이지만, 왠지 다른 느낌이 든다…….
 
 
"또 하치만의 이름을……!"
 
"잠깐 유키노"
 
 
발을 내딛으려던 유키노를 막고 내가 그 앞에 선다. 그 순간, 하야마의 눈이 잠깐이지만 주춤해진다. 달인들에게 배우고 성장을 몸으로 느꼈다.
 
 
"무슨 일이냐, 하야마"
 
"말했지? 히키타니랑 할 얘기가 있을 뿐이라고"
 
 
……뭐지? 이 하야마한테 느껴지는 위화감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한 발작, 또 한 발작 다가온느 하야마. 그 모습을 깨달았는지 학교에 들어가려던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꾼이 된다. 구경거리가 아니거든. 외톨이가 구경거리라니, 지옥보다도 괴롭다.
 
 
"멈춰. 거기서 그 상태로 말해라"
 
"……하하. 미움받았구나, 나도. 뭐, 알고 있었지만"
 
 
하야마와 거리는……약 2미터 정동니가. 거기다 발걸음이 어색한……읏!?
 
 
"치잇!"
 
"꺄악!"
 
 
유키노를 있는 힘껏 밀쳐내고 나도 그 자리에 웅크린다. 순간, 머리위로 바람이 갈랐다.
그리고 떨어지는 검은색 실. 틀림없는 내 머리카락이다.
 
 
"어라? 피하면 안 되잖아. 목을 못 베잖아!"
 
"크윽!?"
 
 
추, 축구부의 발차기는 반칙이잖아……!
 
아슬아슬하게 팔로 막고 물러서자, 손에 접이식 나이프를 든 하야마가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은 내게는 없다.
 
 
"이 자식……진짜로 덤볐겠다"
 
"당연하지. 너를 죽이면 유키노시타를 독점할 수 있잖아?"
 
"아니, 그 이론은 이상하다……!"
 
 
하야마는 시원스레한 표정으로 나이프를 찔러온다.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옆으로 뛴다. 켁, 교복 찢어졌어.
 
 
"하치만!"
 
"유키노, 물러나! 하야마, 네가 진심이면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주겠어"
 
"좋네. 한 명의 여자애를 두고 두 남자가 다툰다. 로맨틱하네"
 
 
어디가 로맨틱이냐. 이쪽은 목숨을 걸었다고.
 
 
"너, 무슬을 배웠구나. 그럼 그걸 나한테도 보여주실까"
 
"켁. 후회하지 마라"
 
 
하야마와 거리를 두면서 허리를 낮춘다. 그리고 오른손을 앞에, 왼손을 조금 낮춘 자세를 취한다.
 
발산개세. 힘은 산을 뒤집듯이 강하게, 기는 세상을 뒤덮듯이 크게. 검도 선생님께 배운걸 실전으로 써본다. 뭐, 요컨대 마음가짐이라는 거다.
 
 
"간다"
 
"와라"
 
 
하야마는 반신을 앞으로 내민 자세를 취하고, 왼팔을 뒤로 돌려 나이프를 든 오른손을 크게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단검술!?
 
 
"쉭!"
 
"큭……!"
 
 
목을 틀어 피했지만, 뺨이 베여 살짝 피가 나왔다. 하지만 오른손을 너무 앞으로 내밀었다!
 
 
"잡았다! ……우오!?"
 
 
라며 오른손을 잡으려던 순간, 굉장한 로우킥으로 다리를 차였다.
 
 
"얍!"
 
 
바로 위로 닥쳐드는 나이프를 회전으로 피한다. 있는 힘껏 아스팔트에 부딪친 나이프는 부러져서 어딘가로 날아갔다.
 
 
"어라, 부러졌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예비는 있으니까"
 
"용이주도하잖아……"
 
 
이 녀석이 사용하는 검술, 그것도 단검술은 몸을 낮게 낮추어 상대의 공격범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축구로 익힌 각력과 순발력, 동체시력, 그리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는』힘이 있다.
 
거기다 이 녀석의 단검술은 나같은 벼락치기가 아닌, 아무리 봐도 오랜 시간동안 배워온 움직임이다.
 
 
"얼마나 고스펙인거냐, 너"
 
"그것 밖에 주먹을 나누지 않았는데, 나의 스펙을 대강이나마 감지하는 히키타니야말로 고스펙이라고 생각해. 좀 더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게 좋아"
 
"멍청아.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남이 보는 나 자신이 전부잖아"
 
"……틀림없군"
 
 
하야마도 생각하는게 있는지 쓴웃음을 짓는다. 서로 큰일이다.
 
 
"자아, 아직 멀었다. 선생님이 오기전에, 너를 죽일 각오로 해치운다"
 
"그럼 나는 너를 죽을 각오로 막는다"
 
"무리지. 왜냐면, 너와 나는 익혀온 시간이 달라!"
 
 
하야마는 한발짝만에 자신의 간격에 들어와, 복부를 향해 나이프를 뻗는다. 그걸 나는 하야마의 손목에 수도를 날렸다.
 
 
"크윽……!? 아, 직이다!"
 
"큭!"

 
여, 여기서 머리박치기냐……! 랄까 코피가 장난 아니네. 이거 코피 수준이 아니잖아.
 
 
"죽어!"
 
"어느틈에……!"
 
 
지금 순간에 또 하나 숨겨뒀던 나이프를 꺼냈나……!
 
 
"하지만!"
 
 
나이프와 복부 사이에 오른팔을 끼워넣어, 나이프를 팔로 막는다.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있는 지금의 내게, 그런걸 신경쓸 겨를은 없다. 그저 놀라 굳은 하야마의 멱살을 잡고,
 
 
"이! 바보천치가아아아아아!"
 
 
주먹을 휘두를 뿐!
 
 
"컥……!"
 
 
운 좋게도 턱에 맞고 날아가 움직이지 않게 된 하야마. 그리고 마침 거기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그 외 선생님이 달려왔다.
 
 
"이건……!? 선생님들, 바로 구급차를 두 대!"
 
"아,네!"
 
"하치만! 저기,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아야야. 그렇게 흔들지 마……!"
 
 
아직 나이프가 꽂혀있으니까.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무슨 일이냐, 이건!"
 
"그건……"
 
"잠깐, 하치만. 상처에 좋지 않으니까 내가 설명할게"
 
"……부탁해……"
 
 
아아……왠지 긴장이 풀려……단번에 피로감이…….
 
 
유키노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일련의 사정을 얘기한다. 그걸 듣고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아마 경찰일 것이다.
 
 
"하치만, 바로 구급차가 올거야. 그때까지 참아"
 
"아아. 알았……유키노!"
 
 

 
 
"……헤?"
 
 
유키노를 안고서 앉은채로 회전하여 위치를 바꾼다.
 
푸욱!
 
 
"아하하! 방심하면 안 되지, 히키타니"
 
"……하핫. 그 말대로구만……커헉……!"
 
 
이런……이상한데 찔렸나……? 피가 안 멈춰…….
 
 
"……거짓말……하치, 만……?"
 
"유키노……다친덴 없어……?"
 
"이, 있을리 없잖아……우, 우에에……우와아아아아아아앙! 하찌만, 주그면 안돼애애애애애애!"
 
 
흔들지마 흔들마. 진짜 죽으니까…….
 
 
"뭐하는거냐, 하야마!"
 
"이걸로 유키노시타는, 유키노는 내거다! 앗하하! 아하하하하!"
 
"이 자식이!"
 
 
선생님들 몇 명에게 제압된 하야마는 아직도 미친듯이 웃고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마저 점점 멀리 들려오는데…….
 
 
"빌어먹을……졸려……"
 
"하치만! 하치만! 우에에에엥!"
 
 
아아……유키노, 울려버렸다…….
 
 
"미, 안……해……"
 
 
여기서 내 의식은 끊기고,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
 
 
"……읏……응, 으응……?"
 
 
……모르는 천장이다…….
 
 
라는 드립을 끼울만큼 의식은 또렷한것 같다. 무진장 푹 잔듯한 기분이다.
 
창 밖을 보니, 잎이 떨어져 적적해진 나무가 있었다. 과연, 아무래도 아직 겨울인모양이다.
 
 
"……으윽"
 
 
드, 등이랑 오른팔이 아파……! 그렇다면 그건 꿈이 아니었구나……가능하면 꿈이길 바랬다.
 
 
"……이 노트는……"
 
 
『하치만에게. 유키노로부터』
 
 
유키노……? 뭘 쓴거야?
 
 
『오늘부터 하치만이 깨어날때까지, 매일 이 일기를 쓰기로 했다. 언제 일어나도 좋도록, 우선은 인사부터 씁니다. 안녕, 하치만』
 
『안녕, 하치만. 오늘부터 사건때문에 학교는 잠시 쉬게 됐어. 그러니까 매일 하치만과 있을 수 있어』
 
『안녕, 하치만. 미안해, 참지못해서 키스를 많이 해버렸어. 하치만이 깨어나면 이번에는 하치만이 키스해줘』
 
『안녕, 하치만. 오늘은 여러 사람들이 문안하러 왔어. 하치만의 가족은 물론, 나의 가족도, 유이가하마도 왔어. 다들 정말로 걱정하고 있어. 얼른 눈을 떠줘』
 
『안녕, 하치만. 오늘은 언니가 왔는데, 그렇게 당황하던 언니는 처음 봤어. 언니자 조금 가여워져서, 눈을 뜨고 언니를 만나면 조금 달래줘. 하지만 바람피우는건 안 돼. 바람피우면 죽을거니까』
 
『안녕, 하치만. 하야마 말인데, 소년원에 갖힌 모양이야. 그것도 그럴거야. 왜냐면 나의 하치만을 상처입혓으니까. 오히려 소년원으로 끝나서 럭키야. 본래라면 유키노시타가의 힘으로 하야마를……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하야마는 퇴학. 그리고 하야마 변호사의 신용은 땅에 떨어졌어. 자업자득이야!』
 
『안녕, 하치만. 오늘부터 학교 가게되서 떨어지게 되지만,여기에 묵을 수 있도록 병원측에 수배해뒀으니까 걱정하지마. 다녀올게』
 
『다녀왔어, 하치만. 학교에 갔더니 모두가 말을 걸어왔어. 걱정을 끼친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이 수작 걸어온건 화가 났어』
 
『안녕, 하치만. 하치만과 함께 있던때는 고백받지 않았는데, 또 고백받게 됐어. 죽으면 좋을텐데, 그 원숭이 놈들. 내가 하치만 말고 흥미없다는건 알고 있을텐데』
 
 
……흘려 읽었는데, 유키노 괜찮을까? 설마 어느놈한테 마음이 흔들려지거나……
 
 
"하치만, 다녀왔어!"
 
"그렇지요-"
 
 
유키노에 한해서 그런 일은 있을리 없나.
 
 
"……하치만……? 정말로……?"
 
"……아아. 유키노, 안녕"
 
"……후에……후에에에엥! 하찌마안!"
 
"어이쿠야. ……극……!"
 
 
껴, 껴안은 곳에 상처가아……!
 
 
"유, 유키노. 진정해, 응? 응?"
 
 
아니, 진짜로 진정해주세요, 유키노 씨. 아프달까 진짜 아파……!
 
 
"훌쩍……있잖아, 하치만……"
 
"응?"
 
"……안녕"
 
"……어. 안녕"
 
 
……뭐, 유키노의 미소를 볼 수 있었으니 조금 정도는 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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