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와 동거를 시작한지 3주가 지나니 이 생활에도 익숙해져왔다.
 
여전히 유키노의 방은 보여주지 않지만, 뭐 가까운 사이에도 예의라는게 있으므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 3주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
 
 
"다녀왔어-"
 
"……또, 구나……"
 
"그렇구만……"
 
 
우리들이 학교를 간 사이, 집의 모든 청소가 끝나있는 것이다. 필시 유키노시타가의 사람이 와서 해준거겠지만……일이 너무 완벽해서 도리어 무섭다.
 
 
"뭐, 이렇게 넓은 집을 둘이서 청소하는것도 힘드니까 불만은 없지만"
 
"하치만과 알콩달콩할 시간이 생겨서 기뻐……"
 
"아아, 그렇구나……"
 
 
쪽……츄릅, 할짝……
 
 
"앗……하치만, 여긴 밖이야……"
 
"어차피 밖에서 안보여"
 
 
보이기라도 하면 공포마저 늒니다.
 
 
"하치, 만……"
 
"자, 여기까지"
 
"……에……?"
 
"오늘은 느긋하게 하자. 피임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틀 간격으로 하는건 힘들잖아"
 
"아, 저기……미안해……"
 
"왜 사과하는거야?"
 
 
뭐 잘못이라도 했나? ……하지 않았지?
 
 
"그게……너무 달라붙어서……"
 
"뭐야, 그거 말한건가. 사랑하는 남녀가 한 지붕안에 사니까 그렇게 되는건 필연이잖아"
 
 
토끼같은건 암수 같이 넣어두면 멋대로 번식하니까.
 
 
"오늘은 느긋하게 쉬자"
 
"그렇구나. 그럼 목욕하러 갈까"
 
"어"
 
 
나와 유키노가 동거하면서 약속을한게 몇가지 있다.
 
 
첫째『목욕은 함께 들어간다』
둘째『집에선 가능한 서로가 보이는 곳에 있는다』
셋째『바람 피우면 죽음』
넷째『키스는 하루에 50번』
다섯째『잘때는 내 위에 유키노가 잔다』
 
 
아직 더 있지만 뭐, 이 정도면 되겠지.
 
목욕하러 들어가서 서로의 몸을 씻는다. 몇번이나 하고나니 서로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졌다. 유키노는 되게 참고 있었지만……새빨개진 유키노가 너무 귀엽다.
 
 
"후에에……살겠다……"
 
"오늘도 수고했어, 하치만"
 
 
내 위에 앉듯이 목욕물에 잠기는 유키노. 그 예쁜 어깨에 턱을 얹고 머리를 쓰다드믄다.
 
 
"응……하치만이 쓰다듬어주는거 좋아해"
 
"나도 유키노를 쓰다듬어 주는거 좋아해. 고양이같아"
 
"……고양이……냐"
 
 
아, 자신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이렇게 되면 잠시동안은 돌아오지 않지…….
 
……어쩔 수 없다.
 
30분 정도 목욕물에 잠겨 내 몸과 유키노의 몸을 닦고 옷을 입힌다. 그리고 유키노를 안아서 거실 소파에 앉혔다.
 
 
"자, 오늘 식사당번은 나니까 이제 시작할까"
 
 
……간단하게 스파게티여도 되려나. 분명 유키노는 미트 스파게티를 좋아했지.
 
스파게티는 나도 좋아한다. 간단하고, 맛있고, 그리 실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샐러드와 옥수수 수프도 좋나.
 
 
~~~~~~~~~~~~~~~~~~~~~~~~~~~
 
"완성"
 
 
음, 개인적으로 회심의 완성이다.
 
 
"어-이, 유키노-?"
 
"냐?"
 
 
아직도 세계여행중인가.
 
 
"저녁이야. 스파게티여도 괜찮겠어?"
 
"냥. ……으응. 하치만이 만든거라면 뭐든지 맛있어"
 
 
부끄러운듯 얼굴을 돌리는 유키노 귀엽다. 여신이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치만, 아-앙"
 
"아-음"
 
 
음……완벽한데.
 
 
"유키노는 처음에 샐러드부터 먹었었지. 자"
 
"아-앙. ……응, 드레싱도 직접 만들었구나"
 
"아아. 칼로리를 줄여서 몸에도 좋아"
 
 
손으로 받쳐주는건 안한다. 한번 해줬더니 약 1시간 동안 매도당했고. 그때만큼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뭐, 울상이 된 순간에 유키노의 기분은 풀렸지만.
 
 
"하치만도 요리 실력 많이 올랐구나"
 
"아직 유키노만큼은 아니지만"
 
"나날이 정진할뿐이야. 하치만이라면 금방 나를 쫓을거야"
 
 
쓰담쓰담
 
밥먹는 중에 쓰다듬는거 아닙니다.
 
 
 
 
 
 
""잘 먹었습니다""
 
 
응, 자화자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맛있었다.
 
 
"아, MAX커피 없어"
 
"켁. 진짠가……잠깐 사고올게"
 
"나도 갈래"
 
"밖에 추워"
 
"손 잡으면 문제 없어"
 
"……그것도 그런가"
 
 
자실에서 검은 코트를 입고 스턴건과 나이프, 가스건을 든다. 그리고 지갑과 면허증이면 되나.
 
현관에 가니 이미 유키노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갈까"
 
"그래"
 
 
유키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낙나다. 얼굴에 불어드는 바람이 너무 차갑다.
 
 
"아으……"
 
"괜찮아?"
 
"그, 그래……어라? 하치만, 장갑 하나밖에 없는데?"
 
"그러는 유키노도 안 꼈잖아"
 
""…………양손에 다 끼면 손을 잡을 수 없으니까(잖아)""
 
 
……생각하는건 같은 모양이다.
 
서로의 존재를 확신하듯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는 둥근 달이 신비스럽게 떠올라 있었다.
 
 
"유키노"
 
"왜?"
 
"달이 아름답구나"
 
"읏……그렇네……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네가 더 아름답게 보여.
 
 
"……그거, 내가 너한테 하려고 한 말인데"
 
"어머. 하치만한테는 안 어울리니까 그만두렴. 말주변이 안좋아서 누구에게든 오해받아서 존재마저 인식받지 못하는 너니까"
 
"어이"
 
"그런 네가, 나한테 말만으로 전달될거라 생각해?"
 
"읏……이 녀석"
 
 
말보다도 행동으로 하란 소린가. 정말이지…….
 
달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그 키스는 평소같은게 아닌, 차분하고 달콤한, 평소보다도 애절한 맛이 났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15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