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후아아……"
 
 
아-, 졸려. 왜냐고?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했으니까. 딱히 유키노랑 이런짓 저런짓 한게 아니야.
 
그나저나 수업중에 크게 하품을 하다니……아, 지금 현대국어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수업이잖아.
 
 
"호오……히키기야. 내 수업은 그렇게 재미없느냐?"
 
"아뇨, 아닙니다. 하품이라는건 뇌가 산소를 흡수하기위해 하품을 하는겁니다.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있으면 뇌는 산소를 사용하고, 그 만큼 산소가 필요해집니다. 그렇기 대문에 반사적으로 하품이 나오는 것이지, 결코 제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 엄청 우등생"
 
 
음, 완벽하다. 완벽한 변명이다. 변명이 좋지? 네, 좋습니다.
 
왜냐면 변명이라는건 상대의 분노를 감지할 수 있는 본능적인 동작이다. 요컨대 방어본능이며, 그 본능에 따르고 있는 나는 어떤 의미로 야생. 야수 하치만. 뭐야 그거 멋져.
 
 
"그래서? 달리 할 말은?"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좋다. 수업이 끝나면 교무실로 와라"
 
 
에. 진자로? 사과했는데 교무실로 연행이라니, 사기잖아. 교육위원회에 연락하면 이길 수준이다.
 
마지막 발버둥으로 책상 위에있는걸 조심히 정리한다. 그리고 수분 보급. 음, 수분보급은 중요하다.
 
 
"히 키 가 야 ?"
 
"네, 죄송합니다!"
 
 
무, 무셔……선생님, 눈이 진심이라고요…….
 
하아, 어쩔 수 없다. 갈――
 
 
"하치마-안!"
 
"흐걱!"
 
 
갑작스런 습격에 무심코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보다, 이 충격은……
 
 
"유, 유키노……"
 
"왜? 아, 알았어"
 
 
뭘?
 
 
"응"
 
 

 
 
"……유키노, 아니잖아"
 
"뭐가?"
 
 
정말로 모르나.
 
 
"키스는 어제 잔득 했잖아. 아직 학교인데다 다들 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쉬는시간마다 하고 싶어"
 
 
그건 지나쳤다.
 
 
"……히키가야……"
 
"아. 아니, 이건 그게……"
 
"……유키노시타. 지금부터 히키가야에게 설교를 할테니까 떨어져주지 않겠나?"
 
"싫어요. 하치만과 저의 사이를 찢어놓으려고해도 소용 없어요. 저희들은 사랑하고 있어요. 늦깍이 선생님하고는 다르다구요"
 
"크헉!"
 
"구체적으로는 졸업하고 바로 결혼할거에요. 희망은 졸업식이 끝난 날에 하고 싶네요"
 
"잠깐. 여러모로 잠깐만"
 
 
거기까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아니, 결혼할 생각은 있지만.
 
 
"훌쩍……우으……오늘은 이만 집에 갈래……"
 
 
선생님, 아직 학교 안 끝났는데요?
 
 
"아, 하치만. 오늘 도시락은 팥밥이야. 기대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키스를 하고 만면의 미소를 짓고 교실을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교실안은 소란스러워진다.
 
 
"히, 힛키-! 유, 유키농이랑 사귀는거야!?"
 
"아, 아아. 어제부터"
 
"어제……하, 하하. 그렇구나……응,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네에……중학교때부터니까……축하해, 힛키. 유키농을 울리면 용서 안할거야!"
 
"어, 어어……?"
 
 
뭐, 상당히 날카로워서 민감해진 나다. 유이가하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바로 헤아릴 수 있다.
 
 
"미안. 유이가하마"
 
"응……역시, 힛키는 다정하구나"
 
 
마지막으로 미소를 짓고 톱 카스트 자리로 돌아가는 유이가하마. 그 대신에 이번에는 하야마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히키타니…점심시간에 할 얘기가 있는데"
 
"할 얘기가 있는 놈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녀석하고 할 얘기는 없다"
 
"잠깐만 너. 하야토가 말하는데 뭐야 그 말씨"
 
 
우와아……왠지 요즘 여자애라는 느낌인 애가 노려봤다. 뭐야 저 사람 무서워. 좀 쫄아버렸잖아.
 
 
"유미코"
 
"읏……흥"
 
"미안. 히키가야.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 주지 않겠어?"
 
"……딱히 상관없어. 유키노한테 허가를 받으면. 그건 네가 설득해라"
 
 
유키노에게 전화를 걸자, 한번의 뜸도 없이 바로 받았다. 여전히 빠르구만.
 
 
"아, 유키노? 지금 괜찮아?"
 
『그래, 괜찮아. 무슨 일이야?』
 
"하야마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대. 부탁한다, 얘기해줘"
 
『……알았어』
 
"미안"
 
 
말없이 노려보는 하야마에게 전화를 건낸다. 왜 나를 노려보는거야? 무섭다, 무서워.
 
 
"……유키노시타? 히키가야랑 점심시간에 할 얘기가……아, 그게……그러니까……미, 미안……아니, 그건……무, 무리……읏……미안해……죄, 죄송합니다 유키노시타 님……"
 
 
어, 뭐야? 왜 마지막에 유키노시타 님이라고 부른거야? 저 녀석, 무슨 소리 한거야?
 
 
"……휴대폰 고마워……"
 
"어, 어어……"
 
 
휴대폰을 건내고 진심으로 울려고 하는 얼굴로 교실을 나갔다. ……어라……어쩌면 좋지?
 
 
"잠깐! 하야토! 너, 하야토한테 무슨 짓 한거야!?"
 
"나는 아무짓도 안했다. 유키노랑 전화했더니 왠지 울었어"
 
"……유키노시타……"
 
 
아, 이번에는……드릴 머리가 교실에서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반 애들이 조금씩 웅성이기 시작했다.
 
어라……나는 어쩌면 좋지?

 
 
결국, 하야마와 드릴 머리가 돌아온건 오전 수업이 다 끝난 후였다. 둘 다 눈이 부어있어, 울었다는게 훤히 보였다.
 
그보다, 드릴 머리도 울렸나. 과연 유키노 씨. 그것에 동경한다!
 
 
"힛키, 오늘은 유키코랑 같이 밥 먹을게?"
 
"음, 그런가. 그다지 나랑 유키노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신경쓰여! 밥 먹을때 옆에서 히히덕거리면, 거북하잖아!"
 
"그, 그러냐. 그럼 방과후에는 올거지?"
 
"응. 나도 봉사부 일원이니까"
 
"알았다. 그럼"
 
"응. 또 봐"
 
 
정말이지, 분위기 읽는 애는 바쁘구만. 나라면 커플 옆에서 라노벨을 당당하게 읽을 수준.
 
 
"하치만!"
 
"어, 유키노. 뛰어와도 괜찮아?"
 
"하아, 하아. 무, 무리일지도?"
 
"어이어이……"
 
 
체력이 너무 없잖아, 유키노 씨.
 
 
"하치만 업어줘-"
 
"네네"
 
 
여기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거절해야하겠지만, 유키노의 얼굴을 보면 도저히. 응?
 
 
"있잖아, 왜 오늘은 팥밥이야?"
 
"어제부터 정식으로 사귀게 됐잖아? 그러니까 그거 축하야"
 
"어제밤은 연어를 먹고 오늘 아침은 장어, 카레, 소간요리……뭔가 타의가 있는것 같은데"
 
"응, 그래"
 
"쉽사리 인정하는구만"
 
"뭐, 팥밥은 사전축하야. 오늘밤에 첫 아이가 생길거니까"
 
"붓!"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그, 그런건 아직 이르지 않아? 거, 거봐, 우리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고. 아이는 졸업하고나서 키우는게 이상적이라고 할까……"
 
"어머. 유키노시타가의 힘을 쓰면 육아에 곤란하진 않아"
 
"그게 아니라……그보다, 아이 정도는 우리 손으로 기르고 싶잖아. 그걸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공부하고나서 해야지"
 
"그, 그렇구나. 응. 우리들의 손으로……후후"
 
 
……왜 이 녀석은 이렇게나 행복한 얼굴로 나의 마음을 자극하는거야? 너무 귀엽잖아 젠장.
 
 
"아, 그렇지. 하치만, 내일 방과후에 시간 돼?"
 
"……내 예정을 묻는거야?"
 
 
네네. 어차피 예정의 예자도 없다구요.
 
 
"그럼 내일 나랑 와줬으면 하는 곳이 있어"
 
"헤에. 어딘데?"
 
 
이때, 나는 거짓말이라도 예정이 있다고 해두면 좋았을걸 이라 후회했다.
 
 
 
 
 
 
"실가야. 어머니가 데리고 오래. 오랜만에 같이 밥먹고 싶은 모양이야"
 
"……진짜냐……"
 
 
그 사람들이랑 먹는건가……뭐, 처음은 아니지만……이런. 도망치고 싶다.
 
 
"사귀게 됐다고 말하니까, 기쁘다면서 돌아오래"
 
"그 사람이 기쁘다니……상상할 수 없는데"
 
"어머니도 너를 마음에 들어하니까 당연한게 아닐까"
 
"……어쩔 수 없다. 알았어"
 
 
내일인가……가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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