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네에……"
 
"……그렇구나……"
 
"……그렇구만……"
 
 
방과후. 의뢰인도 없는 시간은 한가하다. 뭐, 요즘엔 유키노는 유이가하마의 시선을 신경써서 인지, 너무 달라붙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책에 집중 할 수 있다.
 
……따, 딱히 외롭거나 하지 않거든!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거나 생각하지 않으니까!
 
 
"유키농! 지금부터 놀러가자!"
 
"하치만이 가면"
 
"힛키!"
 
"패스"
 
"그럼 나도"
 
"에-!"
 
 
기운찬 녀석이구만.
 
 
"괜찮잖아. 그렇게 책만 읽고 있으면 몸에 이끼 자란다?"
 
"알고 있냐. 밖에 너무 돌아다니면 몸에 엽록체가 생겨서 피콜로처럼 구석구석 초록색이 되는 모양이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왜 믿는거야 이 애. 바보냐.
 
 
"유, 유키농. 거짓말이지……?"
 
"사실이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녹색이 된 인물이 있어"
 
"……정말이구나……"
 
 
이 녀석, 이렇게 쉽게 믿어도 괜찮나? 왠지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
 
일단 아이컨택트.
 
 
"(어이)"
 
"(왜?)"
 
"(유이가하마, 왠지 믿어버렸다)"
 
"(어머. 재미있으니까 조금 상태 볼까? 거기다 하치만이랑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벌이야)"
 
"(귀여운 벌이구만)"
 
""
 
 
음?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아. 얼굴이 빨개. 이렇게되면 잠시 방치해두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겠군.
 
 
"어이, 유이가하마. 지금 그거 말인데, 거짓말이거든. 믿지 마라"
 
"헤? 거짓말? ……그, 그렇지! 응, 안 믿었어! 알고 있었어!"
 
"……그렇슴까"
 
 
얼버무리는 쪽이 초등학생 수준이다.
 
 
"아무튼 나는 자주적으로 밖에 나가지는 않아. 밖에 있기보다, 방에서 책을 읽는편이 더 즐겁다"
 
"그치만, 책은 어떻게 사?"
 
"그건그거, 이건이거다. 가끔 Amazon을 쓴다"
 
"정말로 힛키잖아……"
 
 
힛키라고 하지마.
 
 
"유이가하마. 너, 왜 그렇게 놀러가고 싶은거야? 애냐? 바람난 애냐?"
 
"그치만 친구랑 놀러가는거 대개 밖이잖아?"
 
"친구 없어"
 
"유키농 있잖아"
 
"유키노하고는 그런 사이가 아냐. 우리 집에 가거나, 유키노네 집에 갈 뿐이다"
 
"유키농네 집!? 갈래갈래! 나 유키농네 집 가고 싶어!"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그런건 유키노한테 직접 말해"
 
"응! 유키농 유키농!"
 
 
유이가하마가 유키노를 설득하는 사이, 일단 집에갈 준비를 한다. 유키노다, 어차피 또 나한테 맡기겠지.
 
 
"하치만"
 
"괜찮잖냐. 그보다 네 집이니까 네가 정해"
 
"……그럼 유이가하마, 하치만. 가자"
 
"아싸-! 유키농, 고마워-!"
 
"아, 안겨붙지 마……"
 
 
이래저래 말하면서도 유키노도 그리 싫은 얼굴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싫어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싫어하지 않는다. 내 수준이 되면 유키노의 일거수일투족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
 
 
"……여기, 유키농네 집……?"
 
"맞아"
 
"혹시 유키농, 아가씨야?"
 
"아니. 아버지가 현의원일 뿐이야"
 
"그거 아가씨잖아"
 
 
아니, 어느쪽이냐고 하면 유키노는 공주님이지. 귀엽고. 치유받으니까.
 
오토록을 풀고 고속 엘레베이터에 탄다. 중력이 아래로 끌려가는 감각, 늘 그렇지만 좋아지지 않는다. 이건 이미 증오해야할 사상일 것이다.
 
 
"자, 들어와"
 
"우와아……넓어-"
 
"그러니?"
 
 
나도 몇번이나 여기 왔으니까 더는 느끼지 않지만, 처음 왔을때는 놀랬다. 이런 곳에 혼자서 사니까, 부럽기 그지 없다.
 
 
"후우……"
 
"하치만-♪"
 
"어이쿠야. 정말이지"
 
 
쓰담쓰담
 
 
"♪"후냐
 
 
역 무릎배게. 이게 평소 정위치다. 그보다, 이걸 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니까 해줘야한다.
 
 
"……유키농은 학교에서 들은 소문이랑 완전 다르네"
 
"뭐가?"
 
"학교에선 머리 좋고, 쿨하고, 운동도 잘하는 완벽미소녀라고 듣는데"
 
"틀린건 아니구만. 이 녀석, 내 앞에 말고는 주위를 경계하는것 같고"
 
 
요즘,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가 되버리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수준이다.
 
 
"……유키농, 부럽다아"
 
"너도 무릎배게 받고 싶은거냐?"
 
"그, 그런거 아니다 뭐!"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말해도 곤란한데. 조금 화나게 만들었나.
 
 
"유키노, 차를 타올테니까 조금 비켜주겠어?"
 
"아. 내가 내올게. 하치만은 앉아있어"
 
"아니, 내가 타올게. 유이가하마한테도 얼마전에 쿠키 만들어준 답례하고 싶고"
 
"……그래. 차과자는 냉장고에 있어"
 
"어"
 
 
자, 오늘 차과자는……양갱인가. 그럼 녹차를 끓일까.
 
유키노의 집에 오게 되고나서 차를 올바르게 타는 방법을 조사했다. 뭐, 홍차랑 녹차랑 삼백초 차 정도 밖에 끓일 줄 모르지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삼백초 차 끓이는법을 조사한걸까. 그 때의 나한테 묻고 싶다. 그리고 반성 레포트를 쓰게 하고 싶다.
 
 
"오래 기다렸……왜 유이가하마를 무릎배게 해주는거야?"
 
"방금 그걸 봤더니, 무릎배게 받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어. 하는 수 없어서 내 무릎을 빌려준것 뿐이야. 하치만의 무릎배게는 내 전용이니까, 다른 여자를 눕히면 안 돼"
 
"안심해. 나한테 그런걸 부탁할 여자는 너말곤 없다"
 
 
첨부해서 말하자면 남자 지인조차 제대로 없다. 아, 마음의 땀이…….
 
 
"하치만. 울지 말래?"
 
"안 울었어. 마음의 땀이다"
 
"여름 말고도 제대로 담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마음의 땀을 흘리겠니"
 
 
키득키득 진심으로 즐거운듯 웃는 유키노. 이 미소를 보는것 만으로 마음이치유된다. 음, 유키노 말고는 필요없지, 나는.
 
 
"힛키, 운동 안해?"
 
"뭐, 그래. 내 운동은 주로 자전가랑 체육할때 뿐이다"
 
"아니, 대단하게 말할거 아니구. 그보다 그것밖에 운동 안하는데 왜 안찌는거야?"
 
"하치만은 옛날부터 그랬어. 나도 여자애니까, 그런대로 식생활로 몸은 유지하고 있지만……하치만은 밥 먹은 뒤에 과자를 먹어도 찌지 않아"
 
"항상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에너지가 가고 있다"
 
 
세계평화? 라던가?
 
 
"므으. 힛키 치사해!"
 
"원망할거면 먹은만큼 살로 바뀌는 자신의 몸을 원망해라"
 
"어, 어떻게 그걸!?"
 
 
진짜였냐. 그러니까 그렇게 꿈과 희망이 쌓여있는거냐?
 
 
"하치만?"
 
"개인적으로는 다소곳한 꿈과 희망을 좋아합니다"
 
"용서할게"
 
 
다행이다. 지금 유키노의 눈, 고르고처럼 무서웠어.
 
 
"자, 차 끓여왔다"
 
"고마워-!"
 
"고마워"
 
 
1인용 소파에 앉아 녹차를 마신다. 응, 맛있다.
 
 
"그럼 뭘 할까?"
 
"유키농의 방 보고 싶어!"
 
"절대로 싫어"
 
"왜?"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
 
"유이가하마, 포기해. 이 녀석의 방은 나도 들어간 적이 없어"
 
 
너무 고집을 피우잖아. 고양이과냐?
 
 
"므으……그럼 어쩔 수 없네"
 
"그래. ……저런 방을 보여줄 수 있을리 없잖니……"
 
"유키농, 뭐라고 했어?"
 
"아니"
 
 
유이가하마는 못 들은것 같지만, 쓸데없이 단련된 내 귀에는 들렸다. 진심이 되면 현대의 쇼토쿠 태자가 될 수준이다.
 
 
"그럼 Blu-ray 볼까. 잠깐만 기다려줘"
 
"판씨냐?"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호러로 하자"
 
 
……어라? 잘못 들었나? 호러라고?
 
유키노가 방에서 갖고 나온것은 무척이나 호러스러운 표지의 호러 영화였다. 잠깐, 그건 나도 인터넷이나 CM으로 본 적이 있다. 소문으로는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게 된 관객이 8할을 넘은거 아니었나? 게다가 장편 3시간이라는 의미 모를 분량일 것이다.
 
 
"유, 유키농, 그거……"
 
 
아무래도 유이가하마도 눈치챈 모양이다.
 
 
"산건 좋았지만, 역시 혼자서 볼 용기가 없었어. 하치만도 있으니 오늘은 이걸 보자"
 
 
유키노……용기 있구만. 나마저도 보는걸 포기했을 정도다. 코마치는 친구랑 보러 갔다가 후회했다고 했었고.
 
디스크를 세팅하고, 나를 소파 한 가운데에 앉혔다. 그리고 팔장을 끼고 안겨붙는다. 유이가하마도 무서운지 반대측 손을 잡았다.
 
바야흐로 양손의 꽃.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될 영화를 생각하면 흥분은 커녕 도리어 안심이 든다.
 
영화가 시작되어, 첫 30분은 따끈따끈한 영상이 흘러갔다. 하지만, 서서히 형세가 수상스럽게 변해갔다.
 
그리고……
 
남은 2시간 반. 방에는 세 명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롤이 흐른다. 과연 제패니즈 호러. 끝이 업다고 할까, 구제할 길이 없다. 여기가 외국 호러와 다른 점이구나. 응.
 
 
"으에에에엥……히끅……"
 
"흐에에……무서웠어어……"
 
"로구만-. 무서웠지-"
 
 
확실히 무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화장실에 못갈 정도로 무서웠던건 아니다. 뭐, 지금까지 보아온 호러영화 중에선 머리 하나 빠질 만큼인건 확실하군.
 
정말 좋아 홀드 상태인 유키노와, 내 팔이 구겨질정도로 껴안고 있는 유이가하마. 뭐야 이거, 되게 행복하네.
 
 
"자, 슬슬 집에 갈까. 이제 오후 5시 쯤이고"
 
"싫어! 집에가면 안 돼!"
 
"이렇게 겁에 질린 여자애 둘을 두고 집에 간다니, 힛키 너무해!"
 
"아니, 그치만 집에 안 가면 가족이 걱정하잖아"
 
"자고 가! 자고 가줘……부탁해……"
 
"좋아, 맡겨라"
 
 
울상 + 올려다보기 + 간원의 최강 콤보가 작렬. 하치만의 AT필드는 지워졌다.
 
 
"유키농, 나도 자고가도 돼……?"
 
"……하치만"
 
 
그것도 나한테 맡기기냐.
 
 
"제대로 부모님께 연락해라"
 
"으, 응!"
 
 
자, 나도 코마치한테 연락――
 
 
"아, 코마치? 유키노야"
 
『유키노 언니? 안녕하세요, 언제나 오빠가 신세지고 있어요-』
 
 
어째선지 코마치가 내 아내마냥 말하는데. 그보다, 그거 내 휴대폰 아냐?
 
 
"미안하지만 하치만, 오늘밤은 우리집에서 자기로 했어"
 
『수, 숙박!? 기성사실인가요!? 알콩달콩 결정사항인가요!? 코마치, 숙모가 되는건가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후오오오오오오!』
 
"잠깐 너희들. 무슨 얘기하는거야"
 
 
뭔지 모르겠지만 불길하다, 지금 대화.
 
 
"그래. ……그럼 끊을게. 하치만, 오늘 밤은 줄곧 함께야"
 
"에, 아, 응. 어"
 
 
그러니까 그 유무를 말하지 않겠다는 눈은 그만해. 거부 못하잖아.
 
 
"정말로! 엄마, 고마워-! 유키농, 나도 자고가도 된대!"
 
"그래. 유이가하마의 잠옷은 내걸로도 괜찮겠니?"
 
"응! 아, 힛키는……"
 
"괜찮아. 하치만용 숙박세트는 언제나 집에 상비되어 있어"
 
"과연-. ……응? 언제나?"
 
 
저기, 슬슬 놔주지 않겠슴까?
 
 
  X X X
 
 
결국 유키노는 포옹자세로, 유이가하마는 내 손을 잡는 느낌으로 진정했다. 그나저나 유키노 너무 가볍다.
 
 
"그럼 슬슬 저녁 먹을까"
 
"너무 소리질러서 배고파……"
 
"그렇구나. 그럼 만들어볼까"
 
 
……….
 
 
"……유키노?"
 
"……하치만이랑 같이 안 하면 싫어"
 
"……하는 수 없는 녀석이구만. 자"
 
 
유키노를 한손으로 안아들고, 유이가하마와 손을 잡은채로 부엌으로 들어간다.
 
 
"하치만. 나는 요리 만들건데, 절대로 없어지면 안 돼?"
 
"알았다니까"
 
 
유키노는 흠칫거리면서 냉장고 안을 보고, 솜씨좋게 조리해간다. 여전히 훌륭한 칼솜씨다.
 
 
"유키농. 나도 도울까?"
 
"아니. 유이가하마는 거기서 보고 있어줘. 보는것도 또한 공부야"
 
"흐-응"
 
 
확실히, 자신이 잘 하기 위해선 상대가 하는걸 보고, 그 기술을 훔치는 편이 빠르니까. 이 녀석이 그걸로 요리를 잘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유이가하마와 둘이서 유키노를 쳐다보고 있으니, 유이가하마의 손이 떨어졌다. 고등학생이니까 이제 괜찮은 걸테지.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바싹
 
이번에는 팔을 잡아왔다. 그것도 연인끼리나 하는것 처럼. 아니, 정말로 하는건진 모르겠지만.
 
뭉클
 
"읏"
 
어이어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깝잖아!
 
곁눈으로 유이가하마를 바라보니,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귀까지 새빨개져있었다. 그렇게나 부끄러우면 떨어져! 아니, 무서운건 알겠지만 말이야!
 
 
"다 됐어. 옮겨……유이가하마. 너무 가깝지 않니?"
 
"후에에!? 그, 그런건……있을지도……"
 
 
확신범임까.
 
 
"……자, 유이가하마도 하치만도 도와줘. 그리고 하치만의 팔을 놔줘"
 
"미, 미안……그치만 유키농만 치사해"
 
"……뭐, 이번에는 용서해줄게……무서웠으니까……"
 
"응……무서웠어……"
 
""……우으……""
 
"무서운건 알았으니까 슬슬 요리를 옮기자고"
 
 
그보다 요리 들고 있는 팔에 안겨붙는건 그만둬주세요.
 
 
평소처럼, 유키노의 맛잇는 밥을 먹는다. 레스토랑을 차려서 돈을 벌어도 좋겠다, 이거.
 
그리고 그 후에 유키노와 유이가하마는 둘이 사이 좋게 입욕중이지만……
 
 
"하치만, 거기 있어?"
 
"힛키, 사라지면 안 돼?"
 
"아아. 있으니까 안심해"
 
 
왜 나는 눈가리기 한 상태로 의자에 묶여있어야하는겁니까? 그보다, 탈의실에서 이런 상태로 있는건 지나치게 수상쩍잖아. 나라면 즉각 신고다. 아, 내가 신고 당해버리는건가?
 
 
"하치만?"
 
"있거든"
 
 
이 녀석들, 너무 겁에 질렸다. ……조금 놀래켜줄까.
 
 
"힛키?"
 
"…………"
 
"하, 하치만? 나쁜 농담이라면 그만두지 않을래?"
 
"…………"
 
"……히, 힛키. 있지?"
 
 
후후후. 무서워하고 있다.
 
인간이라는건 방금전까지 벽너머로 애기하던 인물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불안해진다. 아마. 실증한 적은 없지만.
 
거기다 방금전까지 엄청 무서운 호러 영화를 봤다. 공포심 증폭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후에……히끅……하찌만……"
 
"있어-. 나라면 여기 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마-. 나중에 머리 쓰다듬어 줄테니까-"
 
 
역시 무리. 유키노가 우는건 견딜 수 없다.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짓을 하는게 아니다.
 
 
"힛키……성격 나빠……정말로 무서운데……"
 
"……알았어. 유이가하마도 머리 쓰다듬어 줄테니까"
 
"으, 응!"
 
 
여자는 머리 쓰다듬받는걸 좋아한다. 이건 코마치나 유키노 뿐만이 아닌것 같다. 다음부터 사이 좋아진 여자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이후 30년은 그럴 기회는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달칵
 
 
"후우. 기분 좋았어"
 
"응. 유키농의 피부 매끈매끈해. 부럽다아"
 
"그럴려나. 식생활을 제대로 하니까 피부 관리를 하지 않아도 돼"
 
"그런거야? 그럼 앞으로 영양 밸런스를 생각해서 요리 힘낼게"
 
"관둬라, 유이가하마. 석탄을 먹어도 몸은 다이아몬드가 되지 않아"
 
"무슨 의미야!"
 
 
그 말 그대로 의미인데.
 
 
"유키노. 다음은 나 들어가고 싶은데"
 
"혼자서 괜찮아?"
 
"괜찮다, 문제없어"
 
 
저건 창작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이 세상의 모든걸 거의 믿지 않는 내게 있어, 저런건 무섭고 자시고 아무렇지도 않다.
 
 
"후우. 겨우 해방됐다. 그보다 너희들은 괜찮냐?"
 
"뭐가?"
 
 
탈의실을 나가는 둘을 보고 문에 손을 댄다.
 
 
"아까 영화, 거실에도 침실에도 화장실에도 창고방에도, 거기에다 부엌이나 서랍, 베란다, 커튼 뒤, 그외 기타 여러곳에 머리가 반쯤 없어진 소녀 유령이 나왔잖아?"
 
 
그것과 동시에 문을 닫고 잠근다.
 
 
………….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하, 하치만! 여기 열어줘! 안에 들여보내줘!"
 
"싫어어! 무서워어!"
 
"뭐, 금방 나갈테니까 둘이서 자고 있어. 그럼"
 
""냐아아아아아앗-!""
 
 
그리고 한동안, 이라고 할까 내가 나올때까지 줄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옆집에 폐가 되잖아. 원인은 나지만.
 
결국 진짜로 무서웠던 유키노와 유이가하마를 침실로 데려가 셋이서 사이좋게 내 천자로 잤다. 뭐, 유키노하고는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누군가 씨의 꿈과 희망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고만 말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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