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마지막 일요일. 이 날은 나와 유키노에게 있어 꽤나 특별한 날이다. 뭐, 이것도 유키노의 제안이지만.
 
토요일은 하루종일 같이 있고, 밤에는 같이 자고, 일요일은……유키노 말하길, 데이트인 모양이다. 데이트로 데레데레시켜서 함락시킨다거나? 죄송합니다, 분에 넘칩니다.
 
 
"하치만, 아침인데?"
 
"으응……"
 
"하치만? 하치마-안?"
 
푸니푸니. 뭉클.
 
"…유히노, 그마네"
 
뭉클뭉클
 
"햐왓, 햐치만, 그마헤-"
 
"너더 그마네"
 
 
서로 볼을 잡아당긴다. 매번 생각하지만, 이 녀석 뺨 부드러운건 뭐지? 떡?
 
 
"몽실몽실~"
 
 
아침부터 안구행복.
 
 
"오빠야, 언니야. 슬슬 내려와"
 
 
"엄허, 코마히"
 
"미한미한"
 
"무슨 말을 하는지 안 들리니까 떨어져.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일요일이잖아? 뭣하면 코마치가 숙모가 되어줘도 좋아. 그 편이 코마치 입장으로는 기쁘답니다"
 
"그렇다는건, 내가 엄마가 되어도 괜찮니?"
 
"네!"
 
"네가 아니지. 유키노도 지나치게 올랐다. 그보다 뺨 비비지 마"
 
 
얼굴 가깝다 가까워. 베리 좋은 냄새.
 
 
"아, 코마치가 집에서 나가는 편이 좋아? 그러면 돈 쓰지 않아도 되지?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잠깐, 코마치. 그런 돈을 쓸 곳을 가르쳐준 기억은 없다"
 
"오빠야, 요즘 중학생 잡지 모르지? 요즘은 꽤 과격한게 많아-"
 
"몰수해서 폐기결정이다"
 
 
다음 책 버리는 날은 언제였더라?
 
 
"오빠의 시스콘에는 좀 깨는데에"
 
"그런 차가운 눈으로 보지마. 우옷"
 
"므으. 하치만, 나를 봐"
 
"읍-! 읍-!"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다소곳한 꿈과 희망에 얼굴을 묻지 마!
 
 
"유키노 언니, 오빠야 죽어버리니까 좀 그만하세요"
 
"응. 그렇구나. 착란해버렸어"
 
 
착란하는건 언제나 그렇잖아.
 
 
"아무튼 결국 코마치는 친구랑 놀러갈 예정이 있답니다. 뒷일은 젊은 사람끼리 알아서. 엣헷헷헤"
 
 
야, 코마치. 지금 너 되게 아줌마 스럽다. 맞선 자리에 동석하는 아줌마 수준으로 짜증난다.
 
 
"하치만, 밥 먹을까?"
 
"그렇구만. 왠지 매번 미안한데. 이번에는 내가 만들게"
 
"신경 쓰지마. 하치만이 먹여줬으면 하니까 만드는거야. 애정을 담긴 애처의 아침이야"
 
"뭐, 확실히 유키노가 시집와주면 기쁘겠는데"
 
""
 
 
……응? ……어머 싫다. 죽었어.
 
거짓말. 거짓말입니다. 그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채 굳어있는것 뿐입니다.
 
 
"유키노-? 유키노 씨-이? ……대답이 없다. 단순한 석상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다. 아래까지 옮겨둘까. 그보다, 지금 대사로 굳어버리다니 얼마나 순정인거야.
새삼 부끄러울일도 아니다.
 
 
  X X X
 
 
결국 내가 전부 다 먹을즈음에 부활했다. 금색 바늘도 갖고 있지않는데 석화에서 회복이라니. 아니, 유키노라면 그럴법한가?
 
 
"하치만, 오늘은 어디 갈까?"
 
"그렇구만……동물원이나?"
 
"고양이 있을가?"
 
"아니, 고양이는 없지 않겠어? 사자라면 있겠지만"
 
"사자라도 좋아"
 
 
좋은거냐. 과연 유키노. 고양이가에는 정신이 팔리는가.
 
 
"뭐, 나는 하치만이 있으면 어디라도 좋아"
 
"네네. 이쪽을 보지말고 제대로 테이블을 보면서 밥을 먹어. 갈 곳은 밥을 다 먹고나서 정하자"
 
"알았어"
 
 
정면위치에서 후면위치로 바꾸고, 작은 입으로 연어를 저작한다. 마치 고양이같다. 카마쿠라의 10배는 귀여운데. 진짜 고양이보다 귀엽다.
 
 
"하치만"
 
"예이예이"
 
 
쓰담쓰담
 
 
"후뉴……"

 
이 녀석은 왜 하나하나 나의 핵심을 찌르는걸까. 언젠간 이성이 사라져서 덮쳐도 내 탓은 아닐것이다. 귀여운 유키노가 나쁘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답니다"
 
 
쓰담쓰담
 
 
"므으. 먹는것 정도는 할 수 있어"
 
"요즘엔 내게 먹여주기만 했잖아"
 
"젓가락 쥐는법 정도는 잊지 않아"
 
 
조금 뚱해지면서도 내게 몸을 맡겨온다. 키가 큰 유키노를 앉히자 마침 머리가 눈 앞까지 와서, 냄새를 그대로 맡아버린다. 그보다, 지금 새삼스럽지만 이 자세 에로하다. 정말로 새삼스럽지만.
 
 
"하치만? 왜 그래?"
 
"뭐가?"
 
"맥박수가 평소보다 한 템포 빨라. 거기다, 살짝 손이 젖어있어"
 
"네가 귀여우니까"
 
"……정마알. ……후후. 나도, 언제나 두근거리고 있어"
 
"서로 같구나"
 
"서로 같네. 기뻐"
 
 
더욱 몸을 맡겨온다. 어깨에 턱을 얹고 머리를 쓰담쓰담. 이 귀여움은 세계유산 수준이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보호해야할 생물이다. 한 명밖에 업속. 멸종위기종이다.
 
 
"자, 어딜 갈까"
 
"음-. 저번 달은 유원지. 그전에는 동물원. 그 전에는 영화관이고 그 전에는 펫 샵. 그 전에는 디스티니 랜드……아, 수족관에 갈까?"
 
"수족관이라……그거 좋은데. 그럼 조금 준비하고 올테니까 기다려줘"
 
"네-에"
 
 
발밑에 있던 카마쿠라를 유키노의 팔 안에 안겨주고 방으로 돌아간다.
 
그것만으로 나한테서 의식이 떨어지는건……슬프기도 하면서 허무하기도 한데……어라? 결국 마이너스 감정밖에 없지 않아?
 
 
 
"여, 유키노. 기다렸지"
 
"냐- 냐-. 아, 냐치만"
 
"…………"
 
"아……~~~~~~으으읏!!!!"
 
 
냐치만 발언에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어라……이거 나까지 부끄러워지는데.
 
 
"……어, 그러니까. 가자?"
 
"아, 응……"
 
 
조금 거북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거기에 속박될 내가 아니다. 그보다 거북한 분위기는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기분 탓이라고 해두자.
 
 
"데이트, 데이트♪"
 
"지나치게 들뜨진 마"
 
"들뜨는게 당연하잖아. 한달에 한번 있는 중요한 날이야. ……혹시 하치만은 즐겁지 않아……?"
 
"항. 얕보지 마. 나는 일주일 전부터 기대하고 있어. 주위에서 히히덕댄다고 걱정할 수준이다"
 
"유감이지만, 나는 한달 전부터 기대하고 있어. 거기다, 주위에서 히히덕댄다고 하는건 항상 그렇잖니"
 
"에, 그렇게나 히히덕거려?"
 
"그래. 내 머리를 쓰다듬을때, 굉장한 얼굴이야. ……나도 남말 못할만큼히히덕대지만"
 
"……하하. 역시 서로 같구만"
 
"후후. 그렇구나"
 
 
그리고나서 나와 유키노는 주위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히히덕거리면서 수족관으로 향했다. 도중에 이상한 아저씨가 엉켜붙었지만 유키노가 합기도로 던져버려서 격침시켰다. 뭐야 이 아이, 엄청 만능.
 
 
"일단 경찰에 전화할까"
 
"됐어. 이런 인간 쓰레기같은걸 더 이상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그런가"
 
 
지금 유키노가 아저씨를 보는 눈이 절대 0도급으로 차가워졌다. 무심코 지갑을 헌상할 참이었다. 내가.
 
하지만,
 
 
"하-치-마-안♪"
 
 
그 후의 반동으로 엄청 친근하게 따르지만.
 
그리고 그때,
 
 
"어라? 유키노랑 하치만?"
 
"응? 하루노 누나?"
 
"……언니"
 
"햣하로-. 하치만, 오랜만이야-"
 
"네, 오랜만이네요"
 
 
유키노랑 쏙 닮은 누나, 하루노 누나. 유키노는 하루노 누나가 거북한듯, 언제나 내 뒤에 숨어서 팔에 매달린다. 뭐, 나도 처음에 만났을땐 이 사람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리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어디 외출나가니?"
 
"네. 수족관에요"
 
"수족관! 좋겠다-. 나도 가고 싶은데-?"
 
"안 돼. 오늘은 나랑 하치만의 데이트야. 언니는 집에 가"
 
"데이트라아. 나도 하치만이랑 데이트하고 싶은데-. 안 돼?"
 
"안 돼"
 
 
어라? 왠일로 유키노가 내 앞에 섰는데.
 
 
"후후"생글생글
 
"므"후샤아-!
 
 
위협하는듯한 유키노의 안력을 생글생글 받아흘리는 하루노 누나. 보고있는 이쪽은 거북하지만.
 
 
"언니한테 하치만은 넘기지 않아"
 
"어머. 유키노 모르니? 남자애는 간단하게 빼앗기는거야"
 
 
빼앗지 말아주세요. 랄까, 빼앗길 처지가 아니잖습니까.
 
 
"뭐 됐어. 오늘은 유키노에게 양보해줄게. 그럼 다음에 봐-"
 
 
유키노와 내 옆을 지나, 싹싹하게 가려고 할때――
 

 
 
"!?"
 
"바이바-이"
 
 
……뺘, 뺨에……얼굴, 가까웟…….
 
 
"하치만? 왜 그래?"
 
"읏. 아, 아무것도 아닌데?"
 
 
유키노에겐 사각이 되어서 안 보였나……? 왠지 쓸데없이 죄악감이…….
 
 
"……거짓말이구나. 하치만, 거짓말을 하면 내 머리에 손을 올리는걸"
 
 
어? 아, 진짜다. 무의식이라는거 무섭네.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
 
 
말할게요. 말할테니까 울먹거리지 말아주세요.
 
 
"……뺨에 키스 받았어"
 
""
 
 
……어라, 또 굳었다.
 
 
"……어쩔 수 없다"
 
 
회복할때까지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있을까.
 
 
   X X X
 
 
"읍-! 읍읍!"
 
"잠깐만! 날뛰지 마!"
 
 
부활한 유키노가 대폭주. 뭐, 예상대로였으니까 바로 대처가능했지만.
 
대금을 치루고 아무튼 밖으로 나간다. 가게 안에서 날뛰기라도 하면 폐가 되니까. 나라면 출입금지시킨다.
 
 
"하치만! 어, 어디, 어디 당했어!?"
 
"오, 오른 뺨……"
 
"오른쪽……"
 
 
유키노의 오른손이 내 왼쪽 뺨에 닿는다. 이런. 싸다귀인가? 한번 맞아본 적이 있는데, 그거 되게 아팠다. 날아갔다고 해도 좋다.
 
 
"오른쪽……"
 
"유, 유키――"
 
 

 
 
""
 
""
 
 
……어라? 유키노의 얼굴이 가깝네? 그쪽을 보니 좀 더 얼굴이 가깝잖아? 입술에 뭔가 감촉이있는데? ……응, 이건……해버렸구만.
 
 
"유, 유키노……어그게, 이건……"
 
"……좀 더……"
 
"어? 으읍"
 
 
얼굴 가까웟. 그보다 키스당하고 있어!?
 
 
"읏, 푸핫. 자, 잠깐만 유키노! 이런건 제대로 사귀고나서……아"
 
"……그래. 요컨대 하치만은 나랑 사귈 마음이 있다, 라는거지?"
 
"아, 아니. 지금 그건 말이 헛나왔다고 할까, 잘못 말했다고 할까……"
 
"아니야?"
 
"단연코 아니지 않아"번뜩
 
 
번뜩이 아니잖아. 나 바보 아냐?
 
 
"……하아. 알았어. ……유키노, 나는 너를 좋아해. 그러니까 사귀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평생 나를 길러주세요, 부탁합니다"
 
"마지막 말때문에 엉망이야. ……하지만 그걸 포함해서 전부 좋아해. 전부 정말 좋아해. 전부를 사랑하고, 전부다 사랑스러워.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주세요"
 
"……이거 대답은"
 
"그래. 우리들답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유키노"
 
"그렇다고는해도, 지금까지도 반쯤 사귀던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우와아. 잘생각해보니 단순한 바보 커플이잖아"
 
"그게 우리잖니?"
 
"……틀림없네"
 
 
닥히 사귀어도, 사귀지않아도, 우리들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려고 한들……특별히 없구만. 응.
 
 
"후후. 있잖아, 하치만"
 
"응?"
 
 

 
……또냐.
 
쪽, 쪽, 쪽
 
많아! 키스 많아! 그보다 여기 역 앞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잖아!
 
 
"잠깐만 유키노! 여기선……응읍!"
 
"줄곧, 이러고 싶었어. 읍"
 
 

 
 
"전부터 줄곧. 기다리다 지쳤어"
 
 
쪽, 쪽
 
 
"하치만, 사랑해"
 
 
……정말이지. 유키노가 이렇게나 키스에 굶주렸다니…….
 
 
"아아. 나도 사랑해"
 
 
아마 이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으니까……그러니까 슬슬 목에 감은 팔을 풀어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엄청 부끄러우니까.
 
……뭐, 평소 스킨쉽이랑 별 차이없나.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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