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방과후. 나와 유키노는 의뢰인이 오지 않아, 한가로운 방과후를 보내고 있었다.
 
 
"있잖아, 유키노. 여기 정말로 의뢰인 오는거야?"
 
"와. 빈도는 낮지만
 
"한 달에 몇 번?"
 
"한번 오면 좋은 편이야"
 
 
그거 부활동으로서 기능 안하는거 아냐?
 
 
"아, 하치만. 손이 멈췄어"
 
"아-. 미안미안"
 
 
쓰담쓰담
 
 
"호후으……"
 
 
빌려온 고양이처럼 내 무릎 위에서 포근해지는 유키노. 평소대로 정위치다. 중학교때부터 변함없다.
 
 
"하지만 방과후에 이렇게 보내기만하는건 지루――"
 
""울먹울먹
 
"하지는 않아. 오히려 행복. 너무 행복해서 천원돌파해버릴 수준"
 
""생긋
 
 
이 녀석도 행복해 보이는구만.
 
그러자 그런 평소대로 보내던 일상이 갑자기 깨졌다.
 
똑똑
 
저 문을 두드릴때 나는, 무기질적이고 부실에 몹시나 울리는 소리. 그 순간 유키노는 자신의 정위치인 의자에 앉고 책을잡고 시침떼고 있다.
 
똑똑
 
 
"들어오세요"
 
 
기분 나빠한다. 딱봐도 기분 나빠한다. '화 안낼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하렴'하고 말하는 초등학교 원생급으로 기분 나쁘다. 솔직하게 말했는데 결국 혼내다니 이상하잖아. 그 탓에 어른에 대한 불신감이 생겨났다고. 사과해라.
 
 
"실레합니다-"
 
 
그리고나서 들어온건 머리카락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여자였다. 머리 우측을 경단모양으로 묶고, 교복은 살짝 풀어져 있다.
 
 
"헤에. 이런 곳이구나……"
 
 
들어온 적이 없는 교실이기 때문일까, 희귀하듯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째서 힛키가 여기 있는거야!?"
 
"어째서냐니. 나 여기 부원이니까"
 
 
그보다 힛키는 뭐야. 히키코모리 같잖아.
 
 
"너는……유이가하마구나"
 
"알고 있냐, 이 녀석"
 
"그래. 언제나 눈에 띄는 집단에 잇어. 2학년 F반 유이가하마"
 
"헤-"
 
"헤- 라니. 힛키도 같은 반이잖아"
 
"나는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거니와 폐를 끼쳐진 적도 없다. 요컨대 나는 반에 있는 녀석들은 안중에 없고, 반대로 녀석들은 내가 안중에 없지. 그러니까 나는 너 따위 몰라. 오히려 알 생각도 없어"
 
"우와. 최악-"
 
"뇌의 용량을 효율 좋게 쓰려고 진화한 결과다"
 
 
공부라던가. 책을 읽는다거나. 철학을 생각한다거나. 세계평화라던가. 유키노를 생각한다거나.
 
 
"그런데 유이가하마. 무슨 일로 온거야?"
 
"아, 응. 실은 어떤 사람한테 쿠키를 주고 싶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유이가하마.
 
 
"자리 피해주는 편이 좋나? 그럼 내객용 음료정도는 사올게"
 
"돼, 됐어! 신경쓰지 않아도……"
 
"신경쓰지마, 유이가하마. 그는 다정해. 그 다정함에 맡겨보는건 어떠니? 하치만, 나는 야채생활을"
 
"아, 나는 뭐든 좋아"
 
"알았어"
 
 
 
야채생활과 MAX커피, 그리고 적당하게 남자의 카페오레를 구매하여 부실로 돌아오니 둘은 사이 좋게 담소……
 
 
"므읏"
 
""후샤아-!
 
 
하지 않았다.
 
 
"무, 무슨 일이야?"
 
"……하치만, 이애 너무해"불룩…
"힛키, 이 사람 너무해!"불룩…
 
"뭐, 뭐가?"
 
 
라고할까 겹칠듯한신음소리내지마. 노려보지마. 그리고 힛키라고 부르지 마.
 
"힛키랑 사이 좋은거 자랑만 하잖아!"
"반에 있는 하치만 자랑만 하잖아!"
 
"……하?"
 
 
미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힛키한테 쓰다듬받거나 포옹받거나, 뺨을 문질러주거나!"
 
"쿨한 하치만을 보거나 주위를 경계하는 하치만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웃는 하치만을 보거나!"
 
""치사해!""
 
"진정해"
 
 
모르겠다. 이 녀석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전혀 모르겠다.
 
 
  X X X
 
 
"진정했어?"
 
""응……""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얌전히 앉는 둘. 고양이 귀과 강아지 귀가 보인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거야?"
 
"네가 음료수를 사러 간 뒤에, 유이가하마의 상담을 듣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한테 쿠키를 주고 싶었거든? 그랬더니 유키노시타한테 『그는 그 정도로는 함락하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포기해』라고 했어"
 
"너하고 중학교때 같이 보낸 일이나 지금까지 있던 일을 얘기해줬어"
 
 
아니, 그렇게 으스대면서 말해도…….
 
 
"아니, 유키노는 무슨 부끄러운 소리를 하는거야?"
 
"미, 미안해"
 
"유이가하마는 왜 나한테 쿠키를 만들어주고 싶은거야? 독? 반에 있는 나는 그렇게나 짜증나는 존재야?"
 
"아, 아니야! 그, 그게……입학식 날에, 사브레……개를 구해줘서……으읍"
 
"바, 바보야"
 
 
유이가하마의 입을 황급히 막고 유키노를 본다. 거기에는,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광채가 사라진 유키노가 내 허리에 매달려있었다.
 
 
"뭐, 뭐야? 왜 그래?"
 
"실은……"
 
 
유이가하마한테 그 날의 차에 대해서 말하니, 유이가하마는 갑자기 어색해했다. 그도 그런가. 유이가하마의 입장에서 보면 이 자리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대하고 있는 셈이고, 거기다 유이가하마가 원인이니까.
 
 
"유, 유키노시타. 그……몰랐다고는 해도, 미안……"
 
"잠깐, 유이가하마. 지금 이 녀석한테는 무슨 소리를 해도 안 들려"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
 
 
우와아……진짜 깬다. 그보다 무섭다. 어쩌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병들었다.
 
하지만 이럴때 치료법은 알고 있다.
 
우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목 부근을 매만지고, 등을 살살 문지르면서 무릎 위에 앉힌다. 마지막으로 뒤로 살살 껴안는다.
 
 
"히, 힛키!?"

"뭐, 보고 있어"
 
 
그대로 기다리길 십여초.
 
 
"……읏……으응. ……아, 하치만. 좋은 아침"
 
"어, 좋은 아침. 자, 유이가하마.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다"
 
"그, 그 전에 놓을 순 없어?"
 
"최소한 10분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버리는데, 그래도 되겠냐?"
 
"아, 아니. 저기 유키노시타. 몰랐다고는 해도 미안해"
 
"아니. 나야말로 착란해버려서 미안해.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되니?"
 
"응. 지금부터……"
 
 
 
 
"그런고로 가정가실에 왔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된거야"
 
"뭐, 괜찮잖아. 답례하고 싶으니까 수제 쿠리를 만드는건 꽤나 소녀틱하다구"
 
"겉보기는 빗치인데 말이다"
 
"빗치라고 하지마! 나 아직 처……우, 우와아! 아, 아무것도 아냐!"
 
 
바쁜 녀석이구만.
 
 
"에……유이가하마. 너 고등학생인데도 아직이야?"
 
"어? 유키노시타는 있어?"
 
"상대는 하치만이야. 후뉴"
 
"태연하게 거짓말 하지마. 진짜로 해버린다"
 
 
뺨을 잡아당기고, 물클거리고 꼬집어 돌린다. 그래도 괴롭혀지는 유키노 씨 귀엽다.
 
 
"그마네~……"
 
"거짓말은 안 돼. 알겠어?"
 
"네헤~"
 
 
좋아. 용서해주지.
 
 
"그럼 얼른 만들자. 라고는 해도 도와주는건 유키노지만. 나는 뭘 하면 돼?"
 
"아, 맛보기를 해주면 돼"
 
"어. 그럼 힘내라. 유이가하마도"
 
"으, 응!"
 
 
  X X X
 
 
"""…………"""
 
 
약 1시간이 지나자 우리들의 눈 앞에는 두 종류의 쿠키가 놓여있었다.
 
하나는 유키노가 만든 완벽한 쿠키. 늘 휴일에 먹는 쿠키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만든 쿠키는 이렇게나 빛나는거야? 유리라도 넣었어?
 
그에 비해다른 하나.
 
 
"뭐야 이거? 목탄? 아니면 석탄?"
 
"시, 실례잖아! 제대로 된 쿠키야!"
 
"제대로 된 쿠키가 이런 께름찍한 연기를 뿜겠냐"
 
 
검다라고 할까, 보라색이다.
 
 
"자, 자아 힛키!"
 
"어, 나?"
 
"응. 그치만 맛보기잖아?"
 
"이건 말이다, 맛보기라고 하지 않아. 독검사라고 하는거다"
 
"독 아냐! …………역시 독일가?
 
 
독이잖아. 겉보기라던가. 오러라던가.
 
 
"죽지 않으려나?"
 
"관둬"
 
 
이런걸 먹으면 아마 임사체험을 맛볼거다.
 
 
"역시……재능 없는걸까아……"
 
"해결방법은 노력에 있을 뿐이야. 유이가하마, 너 재능이 없다고 했지?"
 
"어? 아, 응……"
 
"우선 그 인식을 고치렴. 최저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재능을 부러워할 자격은 없어"
 
 
우와아, 신랄해.
 
 
"……그, 그치만 말야. 이런건 요즘 다들 안한다고 하구……역시 이런건 안 맞아……헤헤……"
 
 
아, 바보.
 
 
"……그 주위에 맞추려고 하는거 그만두지 않겠니. 되게 불쾌해. 자신의 서투름, 꼴사나움, 어리석음의 원인을 남에게 구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나왔다. 유키노의 독설어린 시선연설. 중학교시절의 처음 만났을때도, 이 녀석은 이렇게해서 주위를 멀리했지. 그 탓에 괴롭힘을 당했고, 내가 구해줫지만. 그보다 나 말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버릇 아직도 안 나았냐.
 
 
"……머"
 
 
머?
 
뭐? 머야, 엄마한테 일러줄테다! 라는거냐? 아, 그건 초등학교 시절의 나인가.
 
그리고 엄맣나테 말해도 "아 그래" 라고 들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 진짜 불쌍해.
 
 
"머……멋져……"
 
""……하?""
 
"겉치레나, 그런 소리 하지 않고……그런 모습 되게 멋있어. 존경해"
 
"너, 너 말야. 내 얘기 들은거 맞니? 나, 지금 꽤 심한 소리 했어"
 
"응. 확실히 심한 소리 했구, 솔직히 가볍게 깼지만……그래도 진심이 느껴졌어. 나, 남에게 맞춰주기만 하니까, 이런건 처음이라서……"
 
 
그 피곤해보이는 인생으로 잘도 스트레스가 안 쌓였구만. 나라면 스트레스 500엔짜리 땜방이 생길 수준이다.
 
 
"미안해. 다음엔 제대로 할게. 그러니까 한번 더 부탁해!"
 
"에, 아……"
 
 
오-. 그 유키노가 당혹하고 있다. 게다가 초대면인 애를 상대로. 이건 꽤 귀중한 장면이다. 일단 휴대폰으로 찍어두자.
 
 
"……올바르게 만드는법 가르쳐줘"
 
"그래. 알았어. 내 자존심에 걸어서라도――"
 
"확실히 그것도 그렇지만, 그게 아니야"
 
""……헤?""
 
 
……이녀석들, 근본적인걸 잊고 있다.
 
 
"그걸 먹고 내가 배탈나기라도 하면 위자료를 청구할거다. 라고할까, 최악의 경우 죽기라도 하면 귀신이 되서 나타나줄테다"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과연. 확실히 그렇구나"
 
"유키노시타!?"
 
"맡겨줘, 하치만. 절대로 완벽하게 해보일게. ……네가 죽으면 나는……"
 
"울지마 울지마. 그럴 짬이 있으면 얼른 가르쳐줘라"
 
 
좋아. 유키노에게 의욕을 생기게 할 수 있었다. 남으건 유이가하마의 노력에 달려있나.
 
 
 
거기서 1시간 후.
 
아까보다는 제대로 됐지만 역시 시커먼 암흑물질이 책상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으……어째서 유키노시타의 쿠키처럼 안 되는걸까……"
 
"……어떻게 가르쳐야 전해지는걸까……"
 
 
둘은 의기소침해있었다. 조만간 입에서 혼이 빠져나오겠다.
 
 
"……저기 말이다. 왜 너희들 맛있는 쿠키를 만들려는거야?"
 
"하아? 그치만 힛키가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 소리는 아무도 안했어. 나는 올바른 쿠키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유키노에게 말한것 뿐이지, 딱히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은건 아니야"
 
 
그보다, 유키노의 밥이나 쿠키는 지나치게 먹은 탓에 코마치 말고 만든 밥은 대게 맛이 떨어진다.
 
 
"남자를 먹여주기 위해 성의를 담아 만든것에 맛은 관계없어. 맛에 구애받으면 유이가하마의 밥은 10년은 못 먹는다"
 
"그, 그렇지 않다 뭐!"
 
"잠자코 들어. 제대로 된 소리는 못하겠지만, 네 요리 스킬로는 그건 무리다. 그러니까 맛없어도 성심성의것, 마음을 담아서 만든걸 나는 먹고 싶다"
 
"……정말로 맛있지 않아도 돼?"
 
"제대로 된 소리를 못하겠다고했잖아. 거기다 노력해서 극복해가면 돼"
 
"…………"
 
 
무슨 생각하는게 있는지, 얼굴을 미미하게 붉히는 유이가하마. 겉모습은 빗치여도 이런 모습은 귀엽구나.
 
그보다, 유키노 씨는 옆구리 꼬집지 말아주세요. 찢어진다 찢어져!
 
 
"그래서, 어떡할거니 유이가하마?"
 
"아. 응. 나, 스스로 만들어볼게. 고마워, 유키노시타"
 
"…………"
 
 
아야아야야야! 부끄럼 감추기로 내 등을 꼬집지 마!
 
 
"그럼 갈게! 힛키도 고마워-!"
 
"어이 청소……벌써 갔냐"
 
 
집에 가는거 빠르잖아. 아니면 도망쳤나.
 
 
"적에게 소금을 보내버렸어……"
 
"뭐가?"
 
"……바보"
 
"네네. 삐지지 마. 자, 정리하자"
 
 
  X X X
 
 
"얏하로-! 쿠키 만들어왔어-!"
 

머리가 나빠보이는 인사와 함께 유이가하마가 난입해왔다. 그보다 노크를 해라.
 
 
"유이가하마……왜 종투가 두 개나 있는거니?"
 
"어? 그치만 유키농은 쿠키 만드는법을 가르쳐줬구, 힛키는 사브레를 구해준 답례가 있구! 자, 두 개!"

"별로 식욕이 없으니까 사양할게. 하치만, 둘 다 줄게"
 
"입으로 먹여주려고 생각했는데, 유감이다"
 
"자아, 유이가하마. 쿠키를 하나 이리 주겠니"
 
 
약삭빠르다. 과연 유키노. 약삭빠르다.
 
 
"그, 그건 안 돼! 신성한 배움의 터라구!?"
 
"괜찮아. 가끔 하니까"
 
"가끔이지만"
 
 
내 기분이 좋을때만. 라고할까 이번에는 혼자서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진짜로.
 
 
"유키농 유키농. 나하고도 입으로 건내기-. 응-"
 
"잠깐, 그만해. 아니, 유키농이라고 부르지 말아주겠니. 하, 하치만 살려줘"
 
"뭐, 괜찮지 않냐? 유이가하마 녀석,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것 같고"
 
 
유이가하마한테 받은 쿠키를 하나 꺼내든다. 검다. 답이없는 검은색 하트다. 검은색 하트라니 뭐야? 누구의 누구를 대한 애정이야? 무서워.
 
콰득
 
효과음 이상하다니까.
 
 
"……맛없어"
 
 
하지만……유이가하마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준거다…….
 
 
"유키노옹-"
 
"그, 그만"
 
 
 
 
 
 
 
"정말이지. 맛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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