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도 유키노가 부장을 맡은 봉사부에 들어가게 됐다. 뭐, 거의 매일 만나고 있으니까 신선미는 없지만.
 
 
"아, 하치만. 오늘 걸어서 집에가지 않을래?"
 
"에. 하지만 걸어서 가면 좀 먼데?"
 
"괜찮아. 하치만일아 같이 걸어서 가고 싶은거니까"
 
"……알았어"
 
 
자전거는 내일 타고 가면 되나.
 
그리고 오랜만에 유키노랑 나란히 걸으면서 귀가길을 걷고 있는데……
 
 
"있잖아 유키노. 왠지 주위에서 시선을 느끼는데, 뭐 알고 있어?"
 
"짐작은……없어"
 
"그렇지"
 
 
왜 내가 그런 적의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거야? 나는 딱히 모두의 증오를 받는것도 아니거니와 호의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반에서조차 '누구?' 라는 의문이 떠오를 수준.
 
 
"하치만.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에에-"
 
"괜찮잖아. 서로 먹여주기 하자?"
 
"……하는 수 없구만. 지갑 꺼낼테니까 팔 놔줘"
 
"10초 만이야"
 
"짧아. 하다못해 아이스크림을 살 시간을 줘"
 
 
유키노가 팔에서 떨어지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다가간다. 그것과 동시에 주위의 시선이 조금 약해졌다.
뭐냐고 대체.
 
 
"나는……초코"
 
"나는 딸기로"
 
"네. 600엔이에요"
 
 
지갑에서 600엔을 꺼내서 초콜렛과 딸기 아이스크림을 산다. 그걸 내가 딸기를 들고 유키노가 초코를 들었다.
 
 
"유키노, 아-앙"
 
"아앙"
 
 
우물
 
응. 귀엽다. 작은 입으로 우물대는 모습이 미의 여신이 맨발로 도망칠 느낌이다.
 
 
"하치만도. 아-앙"
 
"아-앙"
 
 
음. 역시 초코는 대단하다. 엄청 맛있다!
 
 
"맛있어?"
 
"아아"
 
"그래. 후후"
 
 
그 미소로 배가 부릅니다.
 
 
"……저, 저기. 나도 초코먹어도 돼?"
 
"음? 엉. 그 대신에 나도 조금 먹을게"
 
"그, 그래"
 
 
라고는 해도 베어먹는건 좀 짓궂은데. 조금 핥는 정도면 됐나.
 
할짝
 
이, 이건……청산가리!?
 
일리가 없다. 맛있다. 딸기도 괜찮네.
 
 
"자, 잘 먹겠습니다……"
 
 
할짝
 
 
"응……맛있어"
 
"다행이다"
 
 
쓰담쓰담
 
 
"""""""칫!""""""
 
 
""!?""
 
 
뭐야 방금 혀차는거!? 엄청 무서운데!
 
 
"하치만……"
 
 
아- 정말. 이렇게 부들 떤다니까.
 
 
"얼른 집에 가자. 괜찮아?"
 
"괘,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리 유키노라도 저 혀를 차는건 견딜 수 없었던것 같다. 가엾게도.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면서 길을 걷고, 잠시 후 집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선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일은 백발이 되는거 아냐?
 
 
"다녀왔어-"
 
"실례합니다"
 
"으응? 아, 오빠야, 어서……아! 유키노 언니!"
 
"오랜만이야, 코마치"
 
 
이 동생, 유키노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있다. 가끔 언니야라고 부르고 있고.
 
 
"오늘은 어쩐 일이에요? 아, 부모님께 인사?"
 
"그럴리 없잖아. 카마쿠라랑 놀러온거야"
 
"그 말대로야. 제대로된 인사는 그가 졸업하고나서"
 
"어, 어이"
 
"오오! 그럼 오늘 저녁은 팥밥인가요!? 첫째 아인가요!?"
 
"코마치. 그쯤 안하면 네 일기를 이웃집에"
 
"미안해요 오빠야"
 
"좋아"
 
 
솔직한 아이는 좋아한다. 사랑스럽게마저 느낀다.

 
"어이, 유키노. ……유키노?"
 
"처, 첫째 아이……아이……다, 당신! 아이는 축구팀 3개는 만들거지!?"
 
"진정해"
 
 
그보다, 세 팀은 너무 많다. 하다못해 네 명이 좋다.
 
마침 발밑을 지나가던 카마쿠라를 집어들어 흥분한 유키노의 팔에 안겨준다.
 
 
"……냥♪"
 
 
좋아. 진정했다.
 
그 후에 진정한 유키노를 공주님 포옹하여 거실 소파에 앉혔다.
 
 
"코마치. 오늘 저녁은 세 사람몫 만들어줘"
 
"호-이. 오빠랑 유키노 언니가 정말 좋아하는 햄버그로 할게. 아,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그럼 나는 숙제할테니까"
 
"우와-. 무시하는건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낮아"
 
"네네. 네 밥은 맛있으니까,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어"
 
"……포인트 높아!"
 
 
좋아. 어떻게든 포인트를 높게 쌓았다. 이 녀석, 가끔 포인트가 너무 낮으면 요리가 맛없어지니까. 기분 좋게 해주지 않으면 맛없는 밥을 먹게 된다.
 
 
"오늘 숙제는……켁. 수학……유키노는……"
 
"냥 냐앙 냐앙♪"
 
"……틀렸나"
 
 
어쩔 수 없다. 혼자서 할까.
 
 
 
 
"모 르 겠 다"
 
 
뭐야 이거 죽고 싶다. 아니,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오히려 수학 죽어라. 수학을 만든 녀석은 만번 죽어 마땅하다.
 
똑똑.
 
 
"하치만. 밥이 다 된 모양이야"
 
"아아. 벌써 그런 시간인가"
 
 
나중에 유키노한테 배우자. 라고할까 배끼자.
 
 
"음, 그럼 가자"
 
"그래. ……그, 저기. 미안해……"
 
"어, 뭐가?"
 
"나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카마쿠라에게 빠져버려서……"
 
 
고양이에게 빠져있던게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 숙이는 유키노. 뭐야 이 애. 뀽뀽하잖아.
 
그러니까 무심결에 안아버린건 내 탓이 아니다. 이렇게 하게 만든 유키노가 나쁜거다.
 
 
"히야! 하, 하치만?"
 
"왜? 이런건 늘 그렇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기습은 치사해"
 
"미안미안"
 
 
머리카락을 흘리듯이 쓰다듬으니, 바로 몸을 맡겨온다. 이 행위도 왠지 모르게 고양이같다.
 
 
"저기-? 밥이 식어버리는데요-"
 
"읏. 아-, 미안. 유키노, 가자"
 
"그, 그래"
 
 
나는 새삼 코마치에게 보여진들 상관없지만 유키노는 아직 부끄러운 모양이다.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다.
 
 
"정말이지. 자"
 
"앗. 자, 잡아당기지 마"
 
"남자는 여자를 잡아당기는거야"
 
"그, 그게 아니라……너하고는 나란히 걷고 싶어……"
 
 
……아-. 그. 뭐냐……응. 귀엽다.
 
 
"……그럼 나란히 걸어가자"
 
"그래"
 
 
나란히 걸어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는다. 어째선지, 이 작은 손을 놓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밥을 먹을때까지 손을 잡지 않아도……거봐, 너 밥 못먹잖아"
 
"하치만이 먹여줘♪"
 
"……코마치는 배불러. 라고할까 너무 달달해서 가슴이 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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