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다 - 2.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봉사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다 - 2.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봉사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석양이 드는 교실에 두 그림자가 있었다.
한 명은 썩은눈과 바보털이 특징인 소년.
한 명은 긴 흑발이 어울리는 미소녀.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각자 앉는다.
옆에서 보면 청춘의 1페이지로도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눈이 썩은 바보털이 특징인 소년인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목소리를 거칠게 말하고 싶다.
집 가고 파, 라고.
만남은 강제.
학생지도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끌려온 이 봉사부라는 부활동.
와보니 거기에는 미소녀가 한 명 있었다.
나의 과거 경험이 경종을 울리고 어떻게든 그녀와 나에게 이상한 소문이 서기 전에 이 부활동에서 물러나야한다고 분골쇄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전패.
흑발의 미소녀인 유키노시타가 상처입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면서 자신이 미움사기 위해 액션을 일으킨것이, 어째선지 그것들은 전부 통용하지 않고 끝나버렸다.
묵묵히 도망치는건 논외. 그런걸 하면 유키노시타에게 가땅치 않은 오해를 주어 상처입혀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꽤나 엄격한 속박 플레이다.
유키노시타"기다리고 있었어, 히키가야. 어제는 갑자기 얘기를 끊어서 미안해?"
어제 이야기. 그 모방 이야기인가.
뭐, 확실히 갑자기 끊겼다고 하면 그랬지.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고, 그 자리에선 집에 가고 싶었으니까 절호조였다고도 할 수 있다.
히키가야"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돼, 유키노시타. 나로서도 사정이 좋았으니까"
유키노시타"사정이 좋아? 그건 어째서니"
나는 재빨리 이 자리를 탈출하기 위해 수를 쓴다.
어제 친구 신청을 받고 그걸 승낙해버린 나지만, 친구라는 카테고리는 애매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꽤나 간단하게 그 관계는 사라지고 만다.
중학교 시절에 사이 좋게 얘기하던 옆자리 여자애한테, 자리를 바꿔서 떨어진것만으로 이름채로 망각당한 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을 것이다.
싫다, 울것같아.
히키가야"뭐냐, 엘리트 외톨이인 나에게 있어선 유키노시타같은 미소녀와 같은 교실에 있는것만으로도 정신력이 깎인다고. 그러니까 어제는 솔직히 한계였으니까 살았어"
결정타 들어갔다.
엄청난 소름돋는 말에 스스로도 토해버리고 싶을 대사다.
어제는 불발로 끝났지만, 이번에야말로 기분 나쁘다고 듣고 나가버려 오물아, 하고 말해줄터다.
그보다 진짜로 기분 나쁘네, 이 대사.
내 인생에서 5번째에 들어올 정도로 기분 나쁜 자신이 있다.
그보다 아직도 위에 4개나 있는거냐…….
자아! 유키노시타 양! 빨리 오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쫓아내줘!
'기분 나빠, 이 똥벌레가. 땅을 기면서 두번 다신 나한테 그 썩은 눈을 향하지마' 라고 말해줘!!
유키노시타"헤? 아, 그, 그러니……? 그, 그렇지. 나 정도의 미소녀는 그리 없는걸. 너, 너 같은 사회부적합자에게는 자극이 강렬했던걸지도 몰라. 감사하렴, 히키가야. 나와 봉사부를 계속하면 분명 내성이 붙어서 그런 사태에 빠지는 일도 없어질거야. 그래. 문과계 부활동은 기본적으로 가을까지 하니까, 3학년 11월 정도, 숫자로 나타내면 1년반은 기간이 있어. 분명 그 안에 너도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될거야"
유키노시타 야아아아앙!!!?!??
엥? 뭐야!? 뭘 가볍게 뺨을 붉히고 흐흥, 하며 우쭐대는 얼굴을 하고 수수께끼의 이론 역설을 하는거야, 이 사람!?
나 지금 엄청 기분 나쁜 소리를 했는데!?
보통 기분 나쁘다거나 그 부근의 감정을 안잖아!?
유키노시타"너의 그, 히, 히키가야병의 치료도 겸해서 어제의 얘기를 계속할까?"
젠자앙……. 이상한 병까지 붙여졌다, 젠장.
집 가고 파아…….
유키노시타"어제 너한테 모방이라고 들었을때,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듯한 착각에 빠졌어. 왜냐면 네 말대롤, 나는 분명히 어떤 사람의 뒷모습만을 쫓고 있었으니까. 『자신』이라는걸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어제의 모방 이야기로, 유키노시타가 모방하고 있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에게 있어선 자신이 들은거나 마찬가지였던 거겠지.
유키노시타"가르쳐줘, 히키가야. 왜 어제 갑자기 모방에 대해서 얘기를 한거니? 나와 너는 어제 처음 만났을거야. 나를 모를터인 네가, 왜 그 결론에 도달한거니?"
당연한 의문이겠지.
초대면인 사람이 난데없이 그런 소리를 하는거다.
이 해답을 알고 싶은건 당연한 감정이다.
히키가야"딱히, 내 경험상의 이야기야. 자신을 바꾼다는 사람과, 자신은 바뀐다고 하는 인간의 차이를 알고 있는것 뿐이야"
스스롤도 생각하지만 터무니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덫을 걸어서 뽀록을 낸건 유키노시타다.
하지만 그건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속았다고 생각해서 상처입을지도 모르니까.
유키노시타"그래, 그것만으로 간파당한거구나. 틀렸네. 나는 외모만으로 너를 사회의 쓰레기라고 판단해버렸어. 살아갈 가치가 없는 쓰레기라고 결론지어버렸어. 정말로 반성해야해……"
히키가야"여보세요-? 유키노시타 야앙? 반성하는 부분이 거기입니까-? 좀 더 다른곳에 없습니까-?"
보통 남고생이었다면 그런 소리를 들으면 그쪽 창문으로 뛰어내려버린다고, 유키노시타 양?
유키노시타"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히키가야병은 앓고 있지만, 너의 그 눈은 평가되어야해"
히키가야"저기, 대화 마디마디에 가시를 넣는거 그만두지 않을래요?"
쿡 웃는 유키노시타는 어딘가 즐거워보였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본 친구랑 즐거운듯이 웃는 리얼충을 떠오르는군.
엥? 나?
얘기할 상대가 없는 외톨이였다고? 뭐가?
하지만 지금의 유키노시타의 말,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히키가야"하지만 너 말야, 지금 평범하게 말하고 있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보통 기분 나빠하지 않아?"
중요한 의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리를 둘 터이다. 하지만 이 유키노시타는 거꾸로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앞으로의 탈출작전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되니까.
유키노시타"그러네.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돼.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너라는 생물에게 흥미가 솟았어. 어떠한 생각에서 그런 결론에 도달한건지. 굉장히 귀중한 연구대상이 되는 느낌이 들어"
히키가야"잠깐잠깐? 당신 내츄럴하게 나를 생물이라고 말했지? 인간이라고? 휴먼이라고? 모르모트가 아니라고, 유키노시타 양?"
뭐야 이 애.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스가 있다고 하지만, 가시밖에 없잖아. 오히려 꽃잎까지 가시잖아.
왜 이 가시를 내가 집에 가려고 할때 꺼내주지 않는거야? 극S야?
문득 쳐다보니 유키노시타가 어딘지 불안해하는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그, 그러는 너야말로, 어째서 나와 평범하게 대화를 해주는거니?"
히키가야"헤?"
응? 무슨 의미야?
유키노시타"나, 히키가야에게 꽤 심한 소리를 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 아까부터 빈번한 그건가.
뭐, 중학교 시저러의 폭풍비같은 노호의 험담과 비교하면 산들바람과 같으니까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지.
히키가야"신경쓴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
딱히 신경쓰진 않지만 일단 물어볼까.
집에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유키노시타"미안해. 히키가야. 나, 친구가 생긴건 처음이니까 거리감을 잴 수 없어서. 평범하게 얘끼하려고 해도 도무지, 방금처럼. 그게, 만약 싫었다면 나가줘도 상관없으니까……"
아까까지하고는 달리 빌려온 고양이처럼 유키노시타는 얌전해진다.
응. 대화의 마지막에 귀가허가가 있었군.
좋아. 미션 컴플리트다.
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돌아가버리면 눈 앞의 소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겠지. 그러한 결별은 내가 바라는게 아니다.
원만하게 내가 기분 나쁘게 대해져서 사라지는게 최고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때는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무르다고 생각한다.
히키가야"아-, 딱히 나는 신경쓰지 않으니까 그렇게 겁에 질리지 않아도 돼, 유키노시타. 그보다, 그런 식으로 대하면 도리어 대하기 힘들다"
유키노시타"어? 그, 그러니?"
히키가야"나는 중학교 시절에 온갖 모든 매도를 받아온 몸이니까. 유키노시타의 말은 산들바람과 같아. 오히려 기분 좋아서 그대로 낮잠 자버리기까지 한다고"
응. 기분 나쁘지. 극M 공언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역시 너 극M이구나. 기분 나빠, 사라지렴' 하고 들으면 좋겠지만, 흐름으로 어려울것 같으므로 이번에는 포기하기로 하자.
히키가야"거기다"
유키노시타"어?"
히키가야"그게, 지금의 모습이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일면이잖아? 그럼 나에겐 그걸 부정할 권리따윈 없어"
유키노시타"앗……"
방금전에 자신이 없다고 말했지만, 충분히 갖고 있잖아 자신의 캐릭터.
역시 그 모습도 모방하고 있다고는 하지 않겠지, 유키노시타 양?
히키가야"뭐, 독이 너무 세니까 나 말고는 추장하지 않지만 말야, 그건"
버릇이 너무 세서 나 말고는 불타 재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역시 조금은 고치자!?
히키가야"그 뭐냐. 어제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만난 자리에서 할 소리가 아니었어. 정말로 미안해"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는 꼬옥 치마 자락을 움켜쥐고 아래를 본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곤란한데. 이 분위기라면 무슨 일을 해서든 돌아갈 흐름을 가져갈 수 없다.
말없이 집에 가려고 하면 '앗, 나 때문에 어색해져버렸어' 라고 유키노시타가 침울해질 가능성이 있다.
유키노시타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수밖에 없다.
그보다 이틀이나 이 녀석과 함께 있었는데, 이상한 소문 흐르진 않겠지?
어쨌든 스텔스 힛키를 쓰고 있다고는 해도, 상대가 교내에서도 유수한 미소녀가 되면 한계가 있다.
어떻게든 빨리 미움 사야하는데에…….
유키노시타"히키가야"
히키가야"응?"
옷, 겨우 재기동한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눈가가 살짝 붉다. 하품이라도 했나?
유키노시타"어제, 내가 말해놓고 면목없지만, 역시 나는 너랑 친구로 있고 싶진 않아"
히키가야"헤?"
응? 오오? 왠지 좋은 느낌으로 미움산것 같네?
아까전의 대화의 어디에 미움살 요소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잘 된것 같네?
이걸로 겨우 집에갈 수 있어!
유키노시타"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싶은데, 나 친구라는 관계는 굉장히 애매하고 연약하다고 생각해"
히키가야"아아, 뭐 그렇군. 시간으로 소멸도 하고, 사소한 계기로 느슨해져서 사라져버리고. 그런 정도인거겠지"
아까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빨리 나가렴, 하등생물' 이라고 해서 나를 쫓아내줘! 빨리!
유키노시타"그런식으로 끝내고 싶진 않으니까, 너와 관계는 친구로는 싫어. 그렇다는거야"
응? 어라? 뭔가 다른데?
쫓겨날 예정이 왠지 다른 방향으로 갈것 같은 예감이…….
히키가야"하? 음, 그건 무슨……"
유키노시타"슬슬 시간이 됐으니까 오늘은 끝내기로 할가. 아아 그렇지. 오늘 낮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어. 오늘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내일 이후로 올것 같아"
덮어씌우듯이 유키노시타가 말한다.
어라? 벌써 그런 시간? 이 아니라! 어라? 당신 나를 싫어하게 됐으니까 그런 말한거 아니야?
유키노시타"열쇠는 내가 반납해둘테니까. 그럼 내일 또 보자?"
거짓마알!? 내일 또!? 내일!? 투마로우!?
내일도 불리는거야, 나!?
왜왜!?
친구가 아니게 됐으니까, 더는 안 불러도 되잖아, 유키노시타 양!?
이렇게해서 나의 탈출작전은 또 불발로 끝났다.
침울한 기분으로 출구로 향하니, 유키노시타에게 뒤로 불렸다.
뒤돌아보니 조금 뺨을 붉힌 유키노시타가 거기에 있었다.
유키노시타"히, 히키가야. 그게, 나, 나의 공략 난이도는 꽤 높으니까, 그런줄 알렴, 알겠지?"
그렇게 말하고 빠른걸음으로 떠나갔다.
남겨진 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공략난이도라니, 무슨 소리야
아니,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나.
나는 내일 이후의 탈출작전을 생각하기 위해, 아까전의 유키노시타의 말을 사고의 구석으로 몰았다.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봉사부로부터 도망치고 싶지만, 적어도 내일까지는 있어야하는 모양이었다.
'내청춘 > 짧은 시리즈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다 - 3.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의뢰를 취소하고 싶다 (18) | 2015.10.01 |
---|---|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다 - 1.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싶다 (0) | 2015.10.01 |
판씨는 봤다 - 5. 일어서라 판씨! (1) | 2015.10.01 |
판씨는 봤다 - 4. 가르쳐줘 판씨! (0) | 2015.10.01 |
판씨는 봤다 - 3. 일어나줘 판씨! (0) | 2015.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