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이로하 - 1. 약삭빠른 소악마 이로하짱
그 악몽의 하루로부터 몇 주일이 지났다. 그 날 이래로 유키노시타네는 나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게 됐다. 좋은 경향이다. 따, 딱히 한번 더 추켜세워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앗거든!! …왜 츤데레가 된거야. 나의 츤데레는 수요 없거든. 없지?
애시당초, 또 작아지기라도 하면 이번에야말로 내 정조가 위험하다. 어쩌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먹혀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터벅터벅 부실로 향했다.
――――――――――――――――――
같은 시각, 부실에서
"유이가하마, 오늘이 작전 결행일이야. 자연스럽게 행동해"
"맡겨줘, 유키농! 그치만 힛키 경계하지 않을까? 거기다 그 약, 괜찮아?"
"몇주가 지났으니, 히키가야니까 안심하고 있을거야. 거기다, 이 약은 언니에게 부탁해서 분말로 받아왔어. 홍차에 섞을 생각이야"
그래, 우리는 이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이 몇주간을 참아왔다. 히키가야를 보면 작은 히키가야의 모습이 플래쉬백해오는걸. 쓰다듬어주고 싶은 욕구를 참는데 엄청 고생햇어.
거기다 언니에게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협력받았으니까 실패는 용서받지 않는다. 아아, 얼른 작은 히키가야를 쓰다듬어주고 싶어…
"아, 힛키 온걸지도. 발소리 들려"
확실히, 이 나른해보이는 발소리는 히키가야구나.
"유이가하마, 평소대로야.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성공확률이 떨어질거야. 그 남자는 쓸데없이 감이 날카로우니까"
"오케이-, 유키농. 얼른 끝내서 힛키를 쓰다듬어주자!"
"알고 있어"
―――――――――――――
"여어-"
"얏하로-, 힛키"
"안녕, 히키가야"
어? 왜 그래, 유키노시타. 네가 나를 까지 않는것 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인사하다니. 무슨 전조야?
"어. 유이가하마는 여전히 바보같은 인사로군. 그런데 유키노시타, 너는 열이라도 있냐? 아니면 또 뭐 꾸미고 있어? 네가 까지 않으면 도리어 무서운데"
"바보 아냐! 바보라고 한 쪽이 바보라구"
그렇게 말하는게 바보같거든. 과연 바보, 유이가하마 유이. 이제 이건 천성의 재능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어머, 실례되는 사람이네. 아니, 내가 실례였어. 너는 벌레 이하의 존재인걸. 그나저나 내가 평범하게 인사했다고 의심하다니. 너의 인간불신도 이렇게까지 오면 감탄해버리겠구나"
역시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로군. 포켓몬으로 예를 들면 얼음귀신. 얼음여왕이 악의를 갖고 까는걸.
"역시 평소대로구만, 너. 내가 벌레 이하라니 심하지 않냐? 아, 쓰레기보다는 낫네. 다행이다-"
늘 까여지면 이 정도는 생각한다. 어때, 너네? 굉잫아지. 아싸 스킬 중 하나라고. 어? 보통 안 쓴다고? 그만해, 슬퍼지잖아. 하치만 울어버린다(울상)
"어째서 이 남자는 이렇게까지 비굴해는걸까…재차 평가하겠어. …아니, 이 경우에는 평가해주겠어라고 해야할까?"
이상한데서 고민하지마…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유키농, 나 목말라-"
"그래, 그럼 홍차를 마실까"
에에-, 방금전까지 하던 고민은-? 역시 너, 유이가하마에게 무르지 않아? 무르지? 무른거지! 어따 화내는거야, 나는…
"자, 먹으렴 히키가야"
"유키농이 타준 홍차는 되게 맛있어! 얼른 마셔!"
"그런건 알고 있어. 나는 고양이혀라고. 조금 있다가 마실래"
"고양이…"
"유키농 돌아와! 힛키는 식기 전에 마시는 편이 좋아!"
"핫, 그, 그래. 빨리 마시는 편이 좋아, 히키가야"
왠지 심하게 권해지는게 수상하다. 뭔가 있을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조금 상태를 지켜보자. 고양이 혀는 정말이라고? 하치만 거짓말 안 해.
내가 정체모를 홍차에 경계하고 있으니, 갑자기 노크받았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뭐라고 할까, 맥빠진 목소리. 그러면서 약삭빠른 느낌. 틀림없다. 놈이다. 작아진 나를 학생회실로 데려간 학생회장. 잇시키 이로하…이명은 이로하스…아, 이걸로 부르는건 토베 정도였어.
"히키가야 선배, 도와주세요-"
"뭘 도와줘냐. 어차피 나를 학생회실로 데려가서 일을 시키는것 뿐이겠지"
"과연 선배! 자기의 쓰임새를 알고…아니, 얘기가 빨라요!"
"바꿔말하지 않아도 되거든. 네가 그런 녀석인건 알고 있으니까…"
왠지 장래는 아내에게 부려먹히면서 사축이 되어 빠릿빠릿 일할것 같구만, 나.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라? 히키가야 선배가 홍차라니 안 어울리네요. 이거 마셔도 되요?"
오, 이건 좋은 기회. 잇시키에게 독보기를 시키자. 이걸로 나는 산다!
"잇시키, 그건…"
"이로하, 그건…"
이미 늦었다. 무르다고 둘 다! 봐라, 잇시키는 다 마셔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특별히 아무것도 없구만. 나의 지레짐작이었나?
"어라? 선배~? 왠지 졸린데요~"
눈이 흐릿해진 잇시키가 쓰러지려던 차에 바닥과 잇시키 사이에 들어가 받아냈다.
그나저나 뭐야? 수면약이라도 넣었어?
"야, 잇시키. 자지마, 일어나. 이런데서 자면 죽는다!"
이런, 사망플래그 세웠다. 후우타, 얼른 꺾어줘!
"어, 어쩌지. 잇시키가 마시는건 상정외야…"
"유키농 진정해! 일단 힛키는 이로하를 눕히고 부실 밖으로 나가! 연락할때까지 들어오면 안 돼! 들어오면 코마치한테 말할거야!"
야야, 뭐야 그거? 그렇게나 나를 재우고 싶었어? 거기다, 코마치를 들먹이다니 치사하다. 더는 못 이긴다고. 그거 엑조디아잖아…
만일에 코마치에게 버려지기라도 하면 나는 가출은 물론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한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부실을 나와 자동판매기 쪽으로 갔다. 기다려, 나의 MAX커피짱! 나에게 치유를 주는건 너의 달콤함 뿐이야!
―――――――――――――――――
"유키농, 어떡하지? 이로하가 작아져버리는거지?"
"그래, 언니의 말에 따르면 30분 정도면 작아지는 모양이야"
"몸을 원래대로 돌리는 약은?"
"그게 없어. 처음부터 말야. 이 약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끊겨. 언니가 전에 히키가야에게 건낸건 단순한 비타민제야. 그저 장난치고 싶었으니까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약이 필요하다』라고 거짓말을 했던것 같아"
"에에-! 그, 그럼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몇 시간 걸려?"
"12시간 전후라고 해"
"미안해, 이로하. 우리들 때문에…우으"
"유이가하마, 지금은 울때가 아니야. 우선 부실 문을 잠그고 잇시키의 옷을 벗겨야해"
"훌쩍, 응…미안해 유키농"
"그래, 그럼 얼른 작업에 착수하자. 시간이 없어질거야"
―――――――――――――――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유이가하마한테서 연락이 와서 나는 부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의자 위에 귀엽게 앉아있는 작은애가 있었다. 거기다 그 앞에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정좌해서 사과하고 있었다. 그 유키노시타가 정좌해서 아이를 상대로 사과하고 있다. 그 유키노시타라고? 날카로운 눈초리와 말로 남자를 썩둑썩둑 썰어대는 유키노시타가, 사과하고 있어…
그만해, 노려보지마. 왜 생각을 읽는거야. 얼굴에 나와? 포커페이스 제대로 일해라고! 무린가, 일하고 싶지 않은게 나인걸…
"저기, 거기에 앉아있는 애는 누구야?"
어린애가 나를 보고 볼을 뿌우 부풀리고 있다. 뭐야 이거 귀여워! 집에 갖고 가고 싶어!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나는 형무소에…
"선배! 늦어요. 귀여운 후배가 큰일을 겪었는데!"
하? 지금 뭐라고 했어? 후배? 귀여운 후배? 아니, 이 애는 귀엽지만.
…이런 소리를 나한테 하는 녀석은 한 명밖에 모른다.
"너… 잇시키야?"
"그렇다구요! 왠지 홍차에 약을 넣은 모양이에요"
하? 이 녀석들, 내가 작아진 약을 쓴거야. 설마 또 나의 정조를…
랄까. 그것보다 지금은 이 녀석들을 꾸짖는게 먼저군. 내가 꾸짖을 입장인것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너희는 나한테 약을 먹여서 또 갖고놀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너희는 실수로 잇시키를 말려들고 말앗어. 그건 해선 안 되는 일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사과해. 그리고 반성해"
조금 어미가 강해져버렸군. 하지만 이 녀석들은 제대로 반성해야하니까 딱히 상관없겠지.
"잇시키, 정말로 미안해. 반성하고 있어. 이후로는 이러한 짓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우우, 이로하. 정말로 미안해…훌쩍, 나, 정말로 큰일을 저질렀지. 더는 절대로 안 해…히끅"
유키노시타는 허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유이가하마는 누구보다도 올곧은 녀석이다. 이 둘의 사죄와 반성은 솔직한 마음에서 나온걸테지.
"잇시키. 이번에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미안하다, 너에게 홍차를 마시게 해버려서. 나도 이후로는 좀 더 신경쓸게"
이번 일은 내가 자기방위를 잇시키에게 홍차를 마시게 해버린것에도 책임이 있다. 역시 나도 반성해야지…
다음부터는 자이모쿠자에게 독보기를 시키자. 그 녀석이라면 폐를 끼쳐도 죄악감이 생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잇시키. 우리를 용서해줄래?"
여기서 원망한다고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원망하는걸 바라지 않는다. 만약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엎드려 빌기든 신발 핥기든 해야겠지.
"으-응, 됐어요. 셋 모두 용서해줄게요"
잇시키는 꽃이 핀듯한 미소로 밝게 대답해줬다.
"이 무척이나 귀여운 이로하짱이 용서해줄게요!"
확실히 지금 작은 잇시키는 귀엽지. 뭐라고 할까, 약삭빨라도 엄청난 귀여움으로 커버되어서, 무심코 계속 지켜주고 싶어지는 수준이다. 그거다, 어렸을 무렵의 코마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천사가 생겨나버린건가…"
어라? 왠지 잇시키는 얼굴을 붉히고 숙이고 있고,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나를 노려보고 있는데…
"잇시키, 용서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 무슨 짓 했어?"
"히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남의 귓볼에서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까, 생각하고 있던게 입밖으로 나왔다구요////"
oh, 무슨 짓을 한거야, 난…
이젠 싫다. 부끄러워 죽는다. 죽고 싶다. 마침 창문이 있잖아. 날자. 우리에게 날개는 없지만…
"좀, 선배! 죽으면 안 돼요! 안 된다구요!"
있었다, 천사가. 아니, 사랑의 신 비너스는 이 애였나…
"그래, 로리가야. 죽어선 안 돼. 지금부터 너는 형무소에 들어갈 필요가 있는걸"
신랄! 하치만의 마음에 다이렉트 어택해왔다. 하치만에게 800만 대미지! 역시 이 녀석은 얼음의 마왕이었나…
"힛키, 이로하가 귀엽다고 그런짓 하는건 안돼…"
그런 눈으로 보지마! 울상이라니, 치사해. 내가 악역비도의 음험하고 최악인 망할 녀석같잖아! 아, 문화제 사건부터는 그렇게 보였지…
"괜찮아. 안 죽으니까. 걱정마. 그보다 잇시키, 너는 어떡할거야? 몸이 작아졌으니까 여러모로 귀찮을거 아냐"
나마저도 집에 돌아가고나서 코마치에게 갖고 놀아졌다. 여자애인 잇시키가 귀여움받지 않을리가 없다.
"확실히…어떡하죠. 집에 돌아가면 귀찮은 일이 일어날테고…"
"그럼 잇시키. 우리 집에 오는건 어떻니? 이렇게되버린건 나와 유이가하마의 탓이니까…"
"이로하, 우리 집에 올래? 귀여운 사브레가 있어!"
"아뇨, 괜찮아요. 두 분 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잇시키는 일단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켰다. 마치, 무언가를 결의한것 처럼.
"선배네 집에 잘래요///"
"""에에에에에에에에―――!"""
……읭? 지금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한거야? 우리 집에 잔다고? 아니아니, 나 아무 관계없잖아. 안 되잖아, 위험해. 주로 내 이성이. 이성의 괴물이라고 들은 내가 위험해.
"괜찮지요, 선배?"
울상 + 올려다보기 + 유녀 + 경어 = 최강.
틀렸다. 막혔다 이거. 나로선 저항할 수가 없어. 여기는 우리집의 카스트 랭킹 최상위인 코마치더러 힘내달라고 하자.
"아-, 그런건 코마치에게 물어봐줘. 나에겐 그런 결정권은 없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코마치에게 전화를 걸고 그대로 휴대폰을 잇시키에게 건냈다.
"그럼 복도에서 얘기하고 올게요"
아아-, 다행이다. 진정하고 얘기할 수 있었다. 도중에 몇 번이나 깨물뻔했으니까.
"어떡할거야, 힛키! 이로하를 집에 재우다니, 그거, …치사해"
얼마나 코마치와 대화하고 싶었던거야, 너. 둘이서 나의 안식의 땅을 어지를거야? 그런건 내가 허락 안해.
"히키가야, 왜 제대로 거절 않은거니? 그런것도 못해선 장래가 걱정이 되는구나. 아니, 장래는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모레에는 형무소에 들어가있을테니까"
이 녀석은 평소랑 다를바없군…언제나 내 마음을 후벼온다. 뭐야? 잭이야? 살인마?
"아직 잇시키가 자는건진 모르잖아. 거기다, 나에겐 정말로 결정권이 없어. 너네가 걱정할만한 일은 없는게 뻔하잖아. 나의 신변보호 능력을 얕보지마"
아까 흔들렸지만.
"선배-,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고로, 잘 부탁할게요"
뭐…라고
최종방위선이 돌파당했다. 더는 나는 어찌할 수도 없어…
따, 딱히 귀여운 잇시키를 볼 수 있어서 기쁜건 아니거든!!
"자, 얼른 가요, 선배"
대뜸 짐을 건내받았다. 아아, 나는 짐들기군요. 압니다.
"어, 어어, 알았으니까 소매 잡아당기지마"
부실을 나갈때 문득 돌아보니 두 사람은 새하얗게 불타있었다. 정말로 새하얗다. 안면 창백이라는 수준이 아니야.
"~~~♪"
왠지 이 녀석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고. 나는 잇시키에게 끌려가는대로 집으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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