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치미터인건 잘못됐다 7
 
 
 
 
 
밤 8시. 저녁 시간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붐비고 있었다. 가족이나 커플 손님으로 자리는 거의 채워져 있어서, 나와 그 녀석은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4인석에 안내받았다.
 
나와 그 녀석은 나란히 일식 정식과 드링크바를 주문하고, 드링크바의 방법을 서로 몰라서 결국 티팩 홍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마주보고 앉아서 같이 뭔가 먹는건 처음이군"
 
"그렇구나. 교실에서는 함께 있어도 같은 조가 됐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 녀석이 조금 수줍은듯이 말해서, 나도 조금 얼굴이 뜨거워졌다.
 
잠시 기다리니 정식이 옮겨졌다. 먹고 있는 동안, 서로 부끄러웠는지 농담을 나누면서 식사를 했다.
 
내가 아직 친구가 없다는 것에 한숨을 하거나, 그 녀석도 역시 친구가 없다거나.
 
둘의 시간이 잇었다는걸 확인하는 느긋한 식사였다.
 
정신을 차리니 10시를 넘고 있어서, 나와 그 녀석은 점원에게 퇴실을 요구당했다.
 
즐거워 보이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와 그 녀석은 그 말에 빨개져서 서로 말없이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갔다.
 
밖은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가로등에 비추어져, 내 머리의 열을 식혀줬다. 주위는 은색의 세계까 되어 있어서 빌딩도 가로수도 새하얗다. 거기서, 나는 전차가 멈췄다는걸 떠올렸다.
 
"왜 그래?"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멈춰선 내 상태가 이상했는지, 그 녀석이 나에게 물었다.
 
"……전차 멎었는거 깜빡했어"
 
"그러니"
 
그 녀석은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돈은 얼마 정도 갖고 왔어?"
 
"일만엔 하고 조금"
 
"택시비치고는 부족하겠구나"
 
"부끄럽게도 말이지"
 
"정말로 부끄럽네. ……하지만 부른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그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걸어갔다.
 
"우리 집에 가자. 뒷입구로 들어가면 들키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역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아니, 그건 곤란하잖아"
 
"괜찮아"
 
씁쓸하게 말한 나에게 그 녀석은 돌아봤다.
 
"설령 들켜도 아무 말도 안 해"
 
슬픔을 띤 표정에 나는 어째선지 불안해졌다.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변함이 없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12-26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