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것을 사랑하며, 이미 극을 찍었다고 해도 좋을 내게도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적잖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체육이며, 필중효과 달린 필살기 '그럼 둘이서 짝을 지어'이다.
앉아서 수업받는거라면 낫다. 그땐 자는 척을 하면 어떻게든 된다.
하지만 체육의 경우에는 그렇게 되지 않아, 교사에게 지적 받아버리면 거기까지다.
뭐, 회피불가라고 하면, 말안하면 될 뿐인 이야기지만.
 
"저기, 저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벽치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폐가 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뭐, 이런 느낌.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폐 끼쳐버린다 더블 어필. 이렇게 말해서 잽싸게 벽치기를 시작해버리면 된다.
학년수석이니까 체육같은거 필요없다 처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평가는 딱히 아무래도 좋다.
 
 
 
자, 이렇게 교사로부터 날아오는 필사기를 화려하게 회피한 나였지만, 벽치기라는건 꽤 즐겁다.
왜냐면 혼자서 할 수 있다. 이것만 말해두면 그 매력이 십이분으로 전해질 것이다.
한결같이 벽을 치며, 돌아오는 공을 다시 친다. 점점 가속해가는 나와 벽의 랠리. 좀 더, 좀 더 신경을 갈고 닦아라. 한계까지 가속해라!
 
"우옷, 쩔어. 지금 쩔지 않아? 레알 쩐다"
 
그런 주위의 환성에 의식을 돌려서 손해봤다.
칫, 아직 집중이 부족하군. 이래선 레벨 10은 꿈의 영역이다.
 
"하야마 레알 쩔어. 지금 꺾었지? 꺾었지? 진짜 쩐다"
 
"아니, 우연히 꺾인것 뿐이야. 미안, 실수했다"
 
화풀이삼아 떠들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어딘가 낯이 있었다.
……아아, 얼마전 금사자공주 사건때 같이 있던 녀석들인가. 분명 '올해는 진심으로 국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라고 했던 녀석이군.
목표로 삼는다면 전국 축구부를 목표로 삼든 해라, 라고 생각했으니 왠지 모르게 기억하고 있다. 저 녀석도 테이스를 선택한건가.
즐겁게 랠리를 하는 녀석이랑 그 동료들에게, 너무 떠들지 마, 라는 닿을리 없는 마음을 실어 나는 벽치기를 재개한다.
도중에 어째선지 공이 2개가 됐지만 문제없이 벽치기를 계속쳤다. 가속은 굉장하다.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점심시간.
 
"힛키는 말야. 왜 유키농을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사귀고 있어?"
 
나는 바보, 요컨대 유이가하마랑 음료수를 사러 가고 있었다.
덧붙여 유키노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뭐냐고 하면 식후에 행해진 사소한 놀이의 벌게임이다.
벌게임 수행자 유이가하마, 그리고 유아가하마가 의뢰하러 왔을때 패널티 때문에 지갑 = 나 포진이다.
 
"안 사귀어. 유키노가 이름으로 부르라고 해서 얌전히 따르고 있는것 뿐이다. 그보다 왜 이름으로 부르는것 만으로 그렇게 되는건데. 너도 이름으로 불러줄까?"
 
"윽……. 저기, 그거 한번 시험삼아 한번만 불러봐, 시험삼아"
 
"그보다,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뭐, 상관없지만. 유이. 이거면 됐냐?"
 
"우으……. 왠지 부끄러워"
 
"부모님에게 받은 자기 이름이잖아? 딱히 부끄러워할 일도 없잖아"
 
"부끄럽거든! 히키도 말야, 이름으로 불리면 분명 부끄러울거거든! 분명 기분 나쁜 느낌으로 히쭉거린다니까!"
 
"아니거든. 오히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불러봐라"
 
"……하, 하치만. 아――역시 아냐. 힛키는 힛키야. 응, 절대로 그래"
 
"힛키보다는 하치만 쪽이 훨씬 나은데 말이다. 뭐, 네가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지만"
 
"아, 그치만 나는 유이라고 불러주는 편이 기쁘겠는데-"
 
"뭐,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렇게 하마"
 
"응응. 그래. 저기, 힛키. 한번 더 불러봐!"
 
내가 이름을 부를때마다 얼굴을 붉히면서 몸을 베베꼬는 유이가하마, 유이.
그보다 기분 나쁜건 너잖아.
 
"아, 사이다. 안녕 사이"
 
매점으로 가는 길에서 테이스 코트 옆을 지나갈때 연습하고 있는 사람에게 유이가 부른다.
사람은 유이를 눈치챘는지 토닥토닥 이쪽으로 향해 달려온다.
 
"얏호-. 연습?"
 
"응.우리 부, 굉장히 약하니까 자기 주도 연습하고 있어. 점심시간에도 쓸 수 있도록 전부터 부탁해서 최근 들어서 겨우 OK나왔거든. 유이가하마랑 히키가야는 뭐 하고 있어?"
 
"심부름이야-"
 
"나는 지갑이다"
 
나의 지갑 발언이 마음에 드셨는지 사이가 미소를 보인다.
 
"사이, 수업도 테니스 선택인데 점심시간에도 연습하는구나. 대단하네-"
 
"으응, 좋아서 하는거니까. 괜찮아. 아, 그러고보니 히키가야, 테니스 잘하지. 공 2개로 벽치기 같은건 좀처럼 흉내낼 수 없어"
 
아니, 할 수 있거든. 치바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계까지 높이면.
그러고보니 자연스럽게 흘려들었지만 왜 이 아이, 나를 알고 있는거야? 그거야? 실은 이 아이가 그때 구해준 개야?
그런 나의 의문을 뒷전으로 유이와 사이의 대화는 계속된다.
 
"뭐야 그거……. 여전히 힛키 기분나빠"
 
"아니, 평범하게 굉장하다고 생각해. 뭐랄까 이렇게, 폼이 깨끗하니까"
 
"그러니까 유이는 기분 나쁘다고 하지마. 또 간식 뺀다"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유이에게 가전 보구, 간식 빼기를 시전한다. 효과는 바보에게 효과가 2배 대미지.
자작 과자를 부활동중에 먹으려고 갖고 다니므로 실로 효과가 있다.
 
"그보다……누구?"
 
간식 빼지 말아줘-. 미안해 힛키, 하면서 빌어오는 유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니까 힛키, 반 친구 이름 정도는 외워둬……. 솔직히 사람으로서 좀 아니라고 생각해"
 
초대면부터 힛키니 멍청해보이는 별명으로 부르는 녀석하고는 달리, 올바르게 불러준 여자에게 보여준 배려를 노타임으로 박살을 내는 유이.
그리고 그런 유이에게 사람의 길을 설교당하는 나. ……죽고 싶다.
 
"너 말야……내 배려를 헛되게 하지 마. 그보다, 내 안에서 이름이랑 얼굴 일치하고 있는건 너랑 유키노 뿐이라는건 너도 알고 있잖아? 거기는 분위기 읽고 대수롭지 않게 가르쳐줘도 되지 않냐?"
 
말을 걸면 상대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건 좀 부끄러운 일이 되버리잖아.
왠지 가볍게 울상짓고 있어서 솔직히 면목없다. ……조금은 반 친구의 이름을 외우는 편이 좋나? 아니, 나른하니까 그만두자.
 
"나, 반에서 얘기하는 녀석이 없으니까, 필연적으로 반 애들 이름은 몰라. 미안해"
 
"그런가……. 그럼 앞으로는 기억해주면 기쁘겠는데. 같은 반인 토츠카 사이카야"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음, 나는 알고 있었구나. 토츠카 였지. 뭐, 그거다.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건 토츠카를 포함해 세 명이니까 바로 기억할거라 생각해. 아마"
 
"힛키 말야, 이제 2학년인데 3명밖에 이름 모른다니, 솔직히 위험해"
 
"시끄러. 나는 필요한것만 갖고 다니는 주의란 말이다. 그보다, 2학년이라고 했지만 생애 걸쳐 세 사람이다. 그러니 유이, 너는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우와아……. 힛키 그거 진짜로 위험해. 아니 정말로. 깬다 수준이 아니야. 왠지 병일지도, 머리쪽에. 병원 가봐, 병원"
 
시끄러, 라며 유이의 어깨를 팔꿈치로 찌른다.
딱히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던게 아니라, 지금까지 기억할 수준까지 남이 다가온 적이 없었던것 뿐이다.
 
"유이가하마하고는 사이가 좋네……"
 
원망스럽다는 듯이 토츠카가 중얼거린다.
 
"친구의 친구일 뿐이지, 나랑 이 녀석은 딱히 사이 좋지 않아. 아마 내가 부활동 그만두면 바로 끊어질 정도의 인연이다"
 
"너무해 힛키. 그리구……바로 끊어질 인연이라니, 그런 쓸쓸한 소리 하지 마……"
 
전방향으로 뿌리고 있던 미소를 흐리며 슬프다는 얼굴로 내 팔에 달라붙는 유이가하마.
내가 잘못된 소리라도 했나?
 
"아니, 거. 나랑 네가 얘기하는건 부활동 뿐이잖아. 그렇다는건 부활동을 그만두면 얘기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그치만 힛키, 교실에서 맨날 혼자 있구, 말걸면 폐가 되려나 싶어서"
 
"혼자 있는건 좋아하지만, 딱히 나는 말을 걸었다고해서 싫은 표정을 짓는 녀석이 아냐. 그보다 너는 내가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냐"
 
무슨 악당이냐, 하며 유이의 머리를 툭 친다.
 
"괜찮……아……?"
 
"와라 와. 그 뭐냐 그거다. 솔직히 나랑 네 거리는 말하지 않고 알아챌 정도로 가깝지 않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로 해줘. 그렇게 하면 나도 선처하지. 아마"
 
"알았어……. 고마워 힛키"
 
다시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감싸안는다.
바쁜 녀석이구만, 너. 그리고 메론 잘 먹었습니다.
 
"히, 히키가야! 나도 괜찮…을까?
 
상관없어, 라며 큭 끄덕인다.
 
"그나저나 토츠카, 잘도 내 이름 알고 있었구나?"
 
"에, 그치만 히키가야, 눈에 띄잖아"
 
"그런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그런 인간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건 힛키 뿐이야. 왠지 쿨하다고 할까, 차갑다고 할까, 거기만 뻥하니 구멍이 뚫려이는것 같아"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가장 좋은 해설 선생님을 부탁한다.
 
"화제를 바꾸겠는데. 히키가야는 테니스 잘하지. 경험자야?"
 
"아니, 게임에서만. 현실에서는 체육으로만 해"
 
거기서 점심시간 끝을 알리는 종이 울었다.
 
"돌아갈까"
 
미소지으며 유이가 말하고 토츠카가 끄덕이며 뒤를 따른다.
아니, 뭐. 딱히 돌아가는건 상관없지만,
 
"유이, 너 유키노의 음료수는?"
 
너 벌게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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