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러브레터-?"
결국 하야마의 단독승리 같은 터무니 없는 마라톤 대회도 끝나, 지금은 2월이다.
아직 차가운 바람은 자전거 통학에는 힘들다. 아니, 진짜로. 머리카락이 아침바람으로 상한다…….
아침, 평소처럼 등교해서, 아무 특별할 일 없이 신발장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어떤 물건이 자리잡고 계셨다.
……왔군, 오랜만에.
고등학교 처음이지만, 역시 이 정도로 동요는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쓰레기보다는 낫다.
나는 자, 이번에는 어떤 장난이지? 라며 흥미 반, 질림 반으로
어쩌면……하는 기대 반으로, 부탁이다, 진짜가 맞아주라! 신님!! 이 전부이다.
하지만 신은 거기에 없고, 있던건 러브레터 같은 것과 한 장의 메모지였다.
하지만 내 예상은 반 정답, 반 땡었다.
그건 진짜 러브레터였다.
토츠카 사이카에게 보내는.
× × ×
봉사부 히키가야 하치만 님
이런 형태로 의뢰라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급우이며, 친구인 토츠카 사이카에게,
동봉한 편지를 건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멋대로인 부탁을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 × ×
유이가하마"힛키? 뭐하는거야?"
하치만"윽!!"
겨우 소리를 지르지 않고 끝났다. 심장이 꽂히는줄 알았네…….
확실히 행운 B 이하인 나는 틀림없이 죽는다.
묘하게 빗나간 예상에, 무심코 얼빠져있던 모양이다. Na/stay 신발장.
즉, 이 위험물을 가방에 집어넣은것이 실수였는지,
가방 입이 닫히지 않은게 머리부터 쑥 빠져나왔다.
유이가하마"에, 혹시 힛키, 지금 그거……?"
황급히 교복 주머니에 집어넣지만, 유이가하마에게 물건을 보이고 만 모양이다.
하치만"아-, 아니, 아니야. 네가 지금 상상하는 그런게 아니야"
유이가하마"아니야……? 앗! 아니, 미안! 이렇게 갑자기 캐묻는것 같아서! 아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의 눈은 미련이 있는지 내 주머니를 힐끔힐끔 쫓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착한 녀석이다. 편지를 쓴 사람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뭔가 물어볼것 처럼 경단을 만질거리거나, 머플러 끝을 조물거리면서도,
막상 입을 열려고 하면 눈을 내리깔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다.
……아-, 이거 진짜 귀찮네.
차라리 여기서 전부 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이건 토츠카 관련이다.
이것이 하야마나 토베, 혹은 만일이라도 그 자이모쿠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같은거라면,
여유롭게 토해버렸겠지만……. 토츠카의 일에 적당함은 허락할 수 없다.
일단, 둘이서 여기서 가만히 서 있어도 지각해버릴 뿐이다.
하치만"으음……. 교실 간다"
유이가하마"어? 아, 응, 그렇지……. 미안해? 힛키"
유이가하마를 먼저 보내며,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렇게나 긴 계단은 오랜만이었다.
× × ×
교실에 도착하니, 유이가하마는 힐끔, 나를 쳐다보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 후,
미우라네 옆으로 아침인사를 하면서 달려갔다.
주위 학생이 그런 그녀의 밝은 모습에 눈을 빼앗기는 틈에,
스리슬쩍 몇 발짝 늦게 나도 교실로 침입한다.
설마, 가장 먼저 들키고 싶지 않은 녀석 중 한 명에게 들켜버릴 줄이야…….
그 메모에는 봉사부 명의를 쓰고 있는데, 부탁하는건 나 뿐.
뭐, 왠지 모르게 짐작이 간다.
고등학생이 되면, 연애의 위험을 최소한으로 생각하는건 자연스러울 것이다.
사랑은 성취하면 만만세! 하지만 실패하면 이것 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
그 사실을 아는 녀석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그 유일하게, 토츠카의 친구이며 봉사부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러니까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의뢰주 입장으로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에게 알려지는건 본의아닐 것이다.
유이가하마에겐 미안하지만, 상황이 모두 끝나고 나서 설명하기로 하자.
……하지만, 나는 제대로 토츠카의 친구로 보여지고 있구나.
우선 편지 송신자에게 성대하게 감사하고 싶다. 고마워!!
하지만 말야0, 토츠카의 친구관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나보다도 친한 녀석은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애시당초 왜 나를 경유시키는 의미가 있는거야?
뭐? 나는 니시후네바시 역이야? 러브레터도 환승시키는 시대야?
평범하게 토츠카의 신발장에 IN! 해선 안 되는걸까?
친구, 이 경우에는 나지만, 내가 의뢰인을 토츠카에게 좋게 전하는 효과를 노려도,
무기명이니까 그야말로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의미를 모르겠다……. 그런 의미 모르는걸 위해,
유이가하마와 저런 숨막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건 사양하고 싶다.
그러므로 잽싸게 이런 편지는 놓아버리고 싶지만…….
아침 연습을 하고 있을 토츠카는 결국 홈룸 직전까지 교실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 × ×
하치만"……으음"
나는 지금까지 교실 안에서 토츠카에게 그렇게까지 의식을 나눈 적은 없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여러 사람과 친근하게 대화하거나 이동하고 있을 줄이야…….
잘 생각해보니 나에게 조차 말을 걸어주는 천사였지…….
내가 토츠카와 교실에서 얘기할때는 늘 천사강림에서 시작된다.
내가 토츠카에게 말을 거는건 전혀 없다.
지금, 그 허들 높은것이 적이 되고 있다.
이런건 쉬는 시간에 잠깐 토츠카에게 인기척이 없는 곳에 와달라고 해서,
가볍게 사정을 설명하면서 파바밧, 넘기고 끝! 이라고 생각했지만,
토츠카는 여자애한테 인기 만점이구나…….
여자A"웃와! 토츠카 허리 가늘어!"
여자B"그치! 벗겨보고 싶어-!"
토츠카의 뒤로 허리를 껴안고 있던 여자가,
한쪽 팔만 떼어 토츠카에게서 떨어졌다.
그대로 한쪽팔로 토츠카의 허리를 유지하면서,
장난스럽게 옆에 있던 다른 여자를 안으려고 한다.
여자A"먹어랏!"
여자B"좀, 그만해라구!?"
토츠카"아하하, 역시 운동하고 있으면 다를까나?"
어라? 이상한데…….토츠카는 남자애인데 위화감이 없다.
오히려 토츠카가 여자애한테 러브레터를 받았다는 사실쪽이 위화감을 느끼고 만다.
이거 남자한테 받은 러브레터 아냐?
메모 문자도 둘 모두에게 볼 수 있고. 아니면 백합 여자.
그 쪽이 훨씬 딱 오는 광경이 쉬는시간마다 전개된다.
솔직히 내가 끼어들 틈새가 없다.
그래, 이미 3교시 후 쉬는 시간이다.
실패했다……. 잽싸게 누군가를 이용해서 토츠카를 부를껄 그랬어…….
하지만, 사람을 골라야하나-.
내가 누군가를 부탁해서 움직여줄만한 녀석, 대개 톱 카스트지…….
가능한 유이가하마에게 접촉하고 싶지 않은데, 부탁할 수 있는게 대개 그 주변이다.
여기는 솔직히 점심시간에 틈을 보고 건내는 편이 좋나…….
하지만 그 토츠카에게 러브레터라…….
나는 토츠카가 어떤 대답을 할지, 조금 신경쓰였다.
× × ×
4교시 수업이 끝나고, 나는 그 물건을 품에 숨기고 우선 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거기서 적당한 가니쉬빵 두개와 따뜻한 맥스커피를 사고나서,
테니스부의 연습을 지켜볼 수 있는 평소 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 걸으면서 이번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토츠카는 귀엽다. 하지만 그건 결코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다는건 아니다.
용모는 중성적이지만, 왕자님 타입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것이 좋을것이고,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시점에서 머리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테니스부의 부장이며 인망도 충분히 있다.
본인도 부를 종합하면서 학원에 다니는 노력도 빼먹지 않는다.
성격은 말할것 까지도 없는 천사.
그런 토츠카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성도 전혀 이상한건 없다.
하지만 나는 뭔가 두리뭉실한걸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질투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상당히 있다.
……거짓말입니다, 엄청 질투하고 있습니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토츠카는 남자다. 진정해라, 나.
이 두리뭉실한 원천은 지금의 토츠카에게 누군가를 중첩해서 보고 있다.
이런 정체모를 자신의 망상에서……아니, 뭔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군…….
순간, 그만 최근까지 듣고 있던 불쾌한 소문이나,
오늘 아침의 그녀의 인사하는 표정이 플래쉬백한다.
나는 눈을 감고, 한번 심호흡한다. 아직 짜증이 난다. 한번 더 심호흡……. 좋아.
이제 괜찮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잽싸게 밥먹고 해버리자.
--하지만, 늘 가는 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 × ×
아직 밖에서 식사하기에는 추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도시락 지참해서 주륜장 옆의 계단에 앉아있는건 낯선 여자다.
허둥대지 않고 선객 여자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륜장 그늘로 이동해서,
멀찌감찌서 베스트 플레이스를 지켜본다. 외톨이 세력인걸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가볍게 관찰하는것만으로도,
그녀가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거기서 식사하고 있다는걸 안다.
그 여자는 일부러 간이 돗자리를 준비해서 하반신은 크림색 무릎덮개,
위는 감색을 토대로한 하얀 토끼 악센트를 갖춘 케이프를 입은 완전방한.
그 시선은 열심히 테니스부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차……. 설마, 이거 본인이라고 주장하는겁니까?
러브레터를 쓴 여자애가 보고 있는 앞에서,
보여지고 있다는걸 알면서 그 러브레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낸다…….
그것도 건내는 상대는 여자애같은 남자애, 이거 더는 모르겠네.
어떡할까, 일단 물러나는 편이 좋은건가?
어딘가에서 토츠카를 부르려고 해도,
내가 당사자를 눈치챘다는게 알려지는건 좋지 않다.
의뢰주는 나에게 특징이 들키는걸 좋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안 그러면 무기명으로 투고할리 없다.
그럼, 이건 보고 못 본척하는게 정답인가?
섣불리 여기서 건내버리면 들켰다는걸 알리는거나 마찬가지니까…….
나참-! 당사자가 방해하지 말아줘어-!
유키노시타"1학년을 지켜보면서 끙끙앓고 뭘 하고 있는거니……. 스토가야?"
내 손에서 가니쉬 빵이 든 비닐봉투가 떨어진다.
그리고 그걸 주워 들어서 먼지를 털어주고 있는건 유이가하마다.
나는 천천히 뒤돌아본다. 거기에는 2월의 추위도 맨발로 도망갈 극한의 미소.
흰 칼날처럼 예리한 시선은 영구동토마저 깨끗하게 양단할 것이다.
말하자면 내 정신 따윈……. 용서해주세요…….
유키노시타가 짜증을 내며 그 풍성한 흑발을 쓸어오린다.
옆에 있는 유이가하마는 계속 눈을 깔고 있는 상태다.
손에 있는 비닐봉투를 어떡할지 가슴팍에 안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그 표정은 구름낀 태양처럼 석연치 않다.
하치만"언제부터……?"
엄청난 충격에 더듬거렸다. 목이 바싹 말라있다.
부모님에게 혼날때 이런 느낌이 되지!
유키노시타"네가 여기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을 때부터야"
하치만"어째서……?"
뭐, 상상은 가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굳이 묻는다.
분노는 지속하지 않는 감정이니까!
유키노시타"유이가하마가 평소처럼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유이가하마"…………우우"
들으니 아무래도 생각했던 전개하고는 다른 모양이다.
평소의 약속 장소로 온 유이가하마에게 기운이 없다.
그걸 깨달은 유키노시타가 의심쩍게 생각해,
꼬치꼬치 물어도 당사자인 유이가하마는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고집부리기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사정을 들으려고 전에 유이가하마한테 들었던 이곳으로 왔더니,
내가 스토킹하는 도중이었다고…….
그런가, 유이가하마, 말 안했냐…….
누구든 자신의 사랑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더욱이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다른 여성에게.
받는 상대를 착각하고 있지만, 유이가하마는 누군가의 마음을 존중하고 있다.
그럼 나도 각오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하나 얘기를 나누면 의뢰주에게 들킬지도 모른다…….
하치만"잠깐 시간 돼? 장소를 바꾸고 싶어"
유키노시타"여기선 안 될 이유가 있니?"
하치만"있어"
유키노시타의 혈육을 넘어 마음을 갈라버릴려고 하는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낸다.
……울것 같아. 하지만 여기서 꺾여선 안 된다.
의뢰주와, 그걸 고려한 유이가하마를 위해서라도.
얽히는 시선, 숨이 멎는 몇 초, 유키노시타가 힘을 후우 빼고 고개를 돌린다.
유키노시타"……일단 부실로 가자. 점심도 아직이니까"
하치만"……미안"
유키노시타"캥기는 짓은 아니지……? 그럼 사과 안 해도 돼"
나를 돌아보는 그 표정에는 곤란한걸 보는 듯한,
그런 약간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 × ×
그러고보니 열쇠는 어떡하지? 라고 생각했더니 이미 열려있었다.
둘이서 자주 점심을 먹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여길 쓰고 있었나…….
부실에 도착하니, 셋이서 우선 묵묵히 식사를 마친다.
그 기회에 내 몫의 홍차까지 타준다.
……뭐, 맥스 커피는 식어도 맛있거든? 나중에 마시자.
유키노시타"그럼, 다시 말해서……. 스토킹은 범죄란다? 히키가야"
유이가하마"……귀여운 애였지. 왠지 다람쥐 같고, 통통했어"
어라!? 그건 이미 끝난 얘기 아닌가요…….
옛 상처가 근질거려서 그만뒀으면 싶은데.
그리고 유이가하마, 왠지 좀 무섭다.
나는 몸이 남아있지 않는데도 뜸을 둔다.
하치만"일단 변명해두마. 스토킹한게 아냐"
유키노시타"그런거야? 순전히 유이가하마가 히키가야의 범죄를 알고 침울했다고……"
터무니 없는 누명이다…….
설명하려고 해도, 나는 전혀 관계 없는게 아닌것이 성가시네…….
유키노시타"애시당초 그녀는 누구니? 유이가하마의 기분이 나쁜것과 관계가 있는거니?"
하치만"의뢰인……일지도 모를 녀석이야"
혹은 의뢰인(임시). 네 편지가 나를 약하게 만든다. 정말로 약했어…….
유이가하마"에엥!?"
유이가하마가 얼빠진 소리를 지르며 일어선다. 무심코 움찔거렸다.
아주 큰 목소리에 유키노시타도 상당히 놀랬는지, 혼난 아이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유키노시타"왜, 왜 그런거니?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에, 아, 어? 어라? 아! 그럼, 신발장의 그 편지는!?"
유이가하마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치만"그러니까, 네가 상상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말했잖아?"
유키노시타"신발장, 편지, 상상, 의뢰……그런거구나……훗"
콧방귀 꼈겠다……. 유키노시타는 눈치챈 모양이다.
이 이상은 말해봐도 내가 비참해질 뿐이지만…….
일단 밑져야 본전으로 말해둘까……. 그걸로 웃어준다면 값싼일이다.
나는 유이가하마를 돌아보고,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제대로 이해하도록 말을 한다.
하치만"저기 말이다,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으, 응"
하치만"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러브레터 같은건 받아본 적이 없어!"
유이가하마"그, 그런가! 에헤헤, 그렇지! 힛키인걸!"
……마지막 한 마디는 필요없어.
유키노시타"슬슬 시간이구나……"
그렇게 말하며 밉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뒷정리를 시작하는 유키노시타.
다기를 정리하면서 유키노시타는 마지막으로 확인을 해온다.
유키노시타"우리는 여기서 아무것도 안 들었고, 의뢰도 아무것도 몰라. 그거면 되겠니?"
하치만"……아아, 미안하구만. 의뢰를 다물고 있어서"
유키노시타"그게 필요했던거잖니? 신경쓰지 않아"
마음을 허락한 고양이 같은, 그런 미소였다.
남의 비밀을 굳이 폭로하는 일도 없이.
더욱이나 그것이 연애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 이야기다.
딱히, 1월말 추운 공기나, 어디도 본 적이 없을법한 눈동자, 차가워진 책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하치만"저기……. 하나 물어봐도 되냐"
유키노시타"뭐니?"
뭐라 말 못할 감정에, 몸을 간질고 싶어졌지만,
결국 그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초조함만 남는다.
하치만"아-, 아니, 아! 그러고보니, 그 여자애 1학년이야?"
결국 걸렸던건 그런 질문이었다.
유키노시타"네가 보고 있던 애? 그럴거야"
흐-응, 1학년이라……. 왠지 그것도 위화감이 있네.
토츠카는 동급생이나 연상 여자에게 인기 있을것 같은데. 그리고 남자 전반.
메모 내용도 연하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건 아니겠지만…….
내가 이래저래 생각하면서 부실 정리를 마치고 있으니
그러자 유이가하마가 옆으로 다가와서 살며시 귓속말을 한다.
유이가하마"오늘은 여러모로 미안해. 힛키. 내일 제대로 보답할게!"
× × ×
하늘은 이미 주홍색으과 남색이 섞이기 시작해, 학교의 소음은 멀어져갔다.
나는 지금 토츠카와 나란히 하교 길을 자전거를 밀면서 걷고 있다.
토츠카"그런가…… 오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왠지 미안해? 하치만"
하치만"아니…… 딱히 토츠카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줘……. 죽고 싶어진다.
토츠카는 그래도 납득하지 않는건지,
토츠카"제대로 두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해둘테니까! 안심해!"
라고까지 말해주었다. 나의 급우가 천사라서 세계가 묵시록.
하지만, 이걸로 어깨의 짐이 내려갔다…….
긴장이 풀린 탓에 쓸데없는 소리를 해버렸다.
하치만"그래서, 토츠카는 대답을 어떡할거야?"
토츠카는, 눈을 조금 크게 뜨고, 걸음을 멈춰서 나를 올려다본다.
토츠카"어떡하면 좋을까? 하치만"
하치만"엑!?"
내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허둥대고 있으니,
토츠카가 장난에 성공한 소녀처럼 쿡쿡 웃는다.
토츠카"하치만은 앞으로 잔뜩 들을테니까, 연습이야!"
× × ×
다음날, 나는 통학 도중에 두 사람의 사이 좋은 우리 고등학교 학생을 쳐다봤다.
한 명은 토츠카가 갖고 있을 법한, 테니스 라켓 가방을 맨 남학생.
다른 한 명은, 어제 열심히 테니스부 연습을 보고 있던 1학년 여자.
왠지 알콩달콩이라는 환청이 들려올 정도로,
친구의 거리감이 아니라는건 곁눈으로도 명백하다.
으-응……. 이건 즉 그런거?
뭐야-! 쓸데없는것까지 배려했던 내가 바보 같잖습니까-! 싫다-!
…………뭐, 내 주관이 전부 옳은건 아니지. 반성.
결과를 알면 그런거겠지.
그 차가운 책도, 그녀의 의문도, 어던 부활동의 결말도.
나는 이 때, 어제 토츠카와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얘기인건지…….
× × ×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오늘도 수많은 드라마가 생겨나는 승강구로 발을 옮긴다.
그리고 신발장을 연 순간, 거기에 눈을 빼앗긴다.
개와 고양이 스티커로 보인된 핑크색 편지가, 낡은 실내화에 끼워져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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