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념일

2015. 1. 26. 13:25

미용기념일
 
 
 
 
 
내 아내는 예쁘다.
 
만났을 무렵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매끄러운 긴 머리카락.
 
그 무렵에는 없었던 요염한 색기있는 예쁜 얼굴.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앳됨이 남은 귀여운 미소.
 
말로는 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더블 침대에서 옆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나도 썩은 눈을 가리면 그런대로 단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격이 다르다.
 
말하자면, 천지차이.
달과 자라.
그런 단어가 딱 맞는다.
 
뭐, 그런 소리를 하면 "자라가 가엾네" 라고 하겠지만.
 
"그렇구나. 땅과 자라가 가엾어"
 
어느샌가 아내는 나를 보고 있었다.
 
말은 가시가 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연스럽게 남의 생각을 읽는거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땅보다도 떨어진다니.
 
"용서없군"
 
뭐, 지금까지 용서 있던 적은 없었지만.
 
"어머, 그런 나를 선택한건 너잖니"
 
자랑스런 얼굴로 아내는 말했다.
 
그야, 이렇게나 에쁜 여자에게 호의를 받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잖아.
 
"히키가야, 올해 크리스마스는 디스티니 랜드에 갈거야" 라고 대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듣고, 가보니까 단 둘이.
 
"추워서 하는 수 없으니까, 이상한 착각은 하지 마렴" 라고 하면서 손을 잡거나.
 
"아까전의 그 사람은 여친이야?" 라면서 광택없는 눈동자로 듣거나.
 
그건 코마치다, 라고 설명을 하니 "알고 있었어" 라며 우쭐댄 표정을 짓는다. 그걸 보고, 너 울상이었잖아, 라고는 말 못한다.
 
뭐야 이거, 생각해봐도 귀엽다.
 
"……갑자기 껴안지 말아줘. 신고할거야"
 
껴안은 내 가슴팍에서 아내는 꾸물거린다.
 
어차피 신고를 할 생각이 없는 주제에.
 
신고할 생각이라면, 너도 껴안지마.
 
"있잖아"
 
"뭐니?"
 
비비적비비적, 아내는 얼굴을 내 가슴에 들이댄다.
 
"슬슬 애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나 예쁘고 귀여운 아내와 닮은 아이.
 
그 말에, 꾸물거리던 아내가 멈춘다.
 
"………그렇구나"
 
아내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팍에서 고개를 들었다.
 
뺨은 조금 붉고, 젖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다정하게 해주렴?"
 
나는 대답 대신에 입술을 겹친다.
 
서로, 얼굴에 갖다댄 왼손 약지에는 플라티나 약혼반지와 작은 돌이 붙은 결혼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둘이서 아침까지 뭘 했었는지는 상상에 맡기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내 아내는 몸도 마음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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