힛키"슬슬 집에서 나갈까…"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나는 거의 집에 있는 일이 많아졌다. 특별히 하고 싶은것도 없고, 무엇보다 일하고 싶지 않아서 방구석 폐인이었다. 딱히 부모님이나 코마치한테도 아무 말도 듣지 않아서 잘 살고 있다.
 
"어라…MAX커피가 없어"
 
재고가 다 떨어졌나-… 코마치나 부모님한테 부탁할까… 아니, 그래도 자신의 음료 정도는 사러 갈까. 우와아, 밖에 나가기 싫어…
 
"하아… 코마치, 오빠 좀 나갔다 올게"
"왠일이네. 다녀와"
 
요즘 동생이 무뚝뚝해요!! 오빠를 떠난거야? 설마, 남친이라도…오빠는 절대로 인정 못해!!
 
 
자, MAX커피 재고를 어디서 살까. 가까운 곳이 좋지만 모처럼이니까 라라포트까지 갈까. 소부선을 타고 자리에 앉으니 눈 앞의 여자가 이상하다는듯 나를 쳐다봤다.
뭐야, 그렇게나 나 수상쩍어? 외모를 확인하기 위해 유리창을 본다.
음, 바보털과 썩은 눈을 하고 있으니까 평소대로군.
 
"역시 맞네!! 선배죠!"
 
선배? 으-음, 이런 후배 있었나… 거짓말입니다. 눈치챘습니다.
 
"여, 잇시키"
"우와아… 오랜만인데 무뚝뚝하네요, 선배"
"졸업식 이래로 처음 보나?"
"그 정도네요… 졸업식에 고백했는데 차인 후배 이로하짱이에요…"
 
저질러버렸다… 졸업식날에 호출을 받고 학교 뒤에서 고백받았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거절했다.
남을 찬다는건 괴롭다는걸 깨달은 날이었다.
 
"그런데 선배랑 만나다니 왠일이래요. 지방에 남아있던건 알았지만 별로 집에서 안 나간다고 들었는데요…"
"나의 소중한 쇼핑이다"
"선배의 소중한 쇼핑이라니, 설마…"
"야! 아니야, MAX커피 재고가 다 떨어져서 사러 나온것 뿐이야"
"뭐어야… 뭐, 그런거라고 생각했지만요"
 
하지만 뭐,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의 지인과 만나는것도 좋군…
 
"너, 약삭빠른게 사라져서 어른스러워졌군…"
"뭐에요? 한번 찬 상대가 예뻐졌으니까 유혹하는거에요? 죄송해요, 조금 흔들렸지만 무리에요!!"
 
고백도 안 했는데 차였어…
 
"그 부분은 변함없군"
"변함 없는것의 장점도 있잖아요!"
 
전차가 멈춘다. 이 역이군…
 
"그럼 또 보자, 잇시키"
"다음은 몇 년 후일까요?"
 
그녀는 조금 슬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미소를 짓고
 
"선배…"
 
문이 닫힌다.
마지막 말이 들리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았다. 나참, 참견쟁이 녀석같으니…
 
 
라라포트에 도착해 조금 돌아보고나서 쇼핑을 마치려고 생각했다. 코마치의 선물이라도 사갈까…
 
"어서오세… 히키오잖아"
"미우라…"
 
나의 지인과 만날 조우율 대단하구만… 아! 지방이라서 그런가!
 
"히키오라니 진짜로 그립네"
"오랜만이군"
"딱히 나아 너랑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렇지요-…
 
"오늘 유이 와 있으니까 만나고 가. 아마 2층 음식점에 있을거야"
 
솔직히 만나는게 거북해… 요즘 진짜로 힛키니까. 거기다…
 
"히키오, 결착은 제대로 지어둬"
 
확실히 미우라가 말한대로다. 하는 수 없다…
 
"알았어. 얘기하고 올게"
 
그렇게 대답하니 미우라는 방긋 웃고 보내줬다. 미우라 진짜 좋은 사람!!
 
 
"여어…"
 
허니 토스트와 캐러멜 플라페치노를 마시고 있는 유이가하마에게 말을 걸었다.
 
"우햐아! 힛키?!"
 
너무 놀라잖아… 그렇게나 나는 희귀해?
 
"미우라가 아마 여기에 있을거라고 가르쳐줬거든…"
"그런가… 유미코가"
 
오랜만에 만나는 유이가하마는 어딘가 어른스럽고 차분해졌다…뭐라고 할까
 
"예뻐졌네"
"좀!/// 갑자기 그런 말 하는건 치사해!!"
 
목소리로 나왔…다고!?
 
"아, 아니, 그건…그게…"
 
허둥댄느 나를 보고 유이가하마는 쿡 웃었다.
 
"힛키는 여전해서 안심했어"
"사람은 그리 간단히 안 변하잖아…"
"힛키니까"
"어"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얘기가 되어 흥이 올랐다. 자원봉사로 치바 마을에 간 것. 축제에 간것. 문화제. 수학여행, 학생회 선거, 크리스마스이벤트 등. 그리고…
 
"졸업식에 용기내서 고백해서 다행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따끔, 가슴이 아파졌다. 그래. 유이가하마에게도 고백을 받았다… 졸업식날에. 나는 유이가하마의 마음을 거절했다. 기쁘지 않을리 없을테지만 거절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미안해"
"아하하… 왠지 촉촉해지네"
"…그렇군"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런! 벌써 이런 시간이야! 나 이제 가야해, 힛키! 또 셋이서 만나자!!"
"또 봐"
 
자, MAX 커피를 사서 돌아갈까… 오늘은 지쳤어.
 
 
 
MAX 커피 상자를 사고 돌아갈때 케이크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기분 풀기 위해 사갈까…
 
"실례합니다… 이 몽블랑이랑 딸기 숏 케이크랑 판씨 케이크 주세요."
 
 
 
늦어지고 말았다. 이제 설교 코스네요, 압니다.
 
"다녀왔ㅇ"
"어머…이런 시간까지 어디를 돌아다닌거니? 오늘은 빨리 돌아오라고 말했을텐데… 혹시 네 귀는 장식인거니?"
"죄송합니다"orz
 
바로 엎드려 빌 수 있게 되다니… 실력이 늘었구나, 하치만!
 
"그 싸구려 엎드려 빌기… 보고 있으면 불쾌해. 지금 당장 그만해. 아아, 그 귀는 장식이었구나… 미안해, 깨닫지 못해서"
 
이렇게나 유키노가 화난데도 이유가 있다.
 
"모처럼 결혼기념일인데 불쾌하네"
 
그래. 오늘은 유키노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잊고 있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야. 자, 케이크"
 
나는 판씨 케이크를 유키노에게 건낸다.
 
"이런 케이크로 기분이 풀릴거라고 생각한거니? 하지만 케이크는 아까우니까 받아두기로 할게."
 
나는 안도의 숨을 쉰다… 하지만
 
"어머, 아무도 용서했다고는 안 했는데…"
 
학생시절보다 자주 말다툼하게 됐구나… 지금은 무서워서 할 수 없습니다.
 
"벌로써 오늘밤은 재우지 않을거니까 각오해"
 
 
 
역시 나의 결혼생활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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