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해서 둘은 한 해를 보낸다.
"히키가야, 국수가 다 됐으니까 거기까지 옮겨줄래?"
부엌에서 유키노시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주섬주섬 코타츠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좋은 냄새가 나네"
"그렇구나. 식기 전에 먹자"
"그러자"
어렴풋하게 김이 나오는 국수가 들어간 사발을 둘, 아까전에 있던 코타츠로 옮겨간다. 내 뒤에는 설거지를 끝낸 유키노시타가 따라왔다.
국수를 코타츠 위에 두고 둘이서 코타츠에 다리를 넣었다. 왠지 모르게 가까이에 있던 리모콘을 조작해서 텔레비전을 켠다. 비쳐진건 매년항례 모 노래 방송이었다. 화면 중앙에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크게 흥미도 없어서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기로 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둘이서 손을 모으고 국수를 먹는다. 국수를 입으로 넣을때, 조금 숨을 불어 식히고나서 먹었다.
국수 맛을 천천히 인식한다. 그리고 몸이 따뜻해져가는걸 느꼈다.
"맛있네"
문득 입을 통해 나온 말은 솔직한 한 마디였다. 아물 꾸밈없는 말이지만, 유키노시타가 만든 요리를 먹으면 매일 이런 말이 나온다. 뭘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요즘에는 유키노시타가 만든것 말고 다른걸 먹으면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고마워"
내 말을 듣고 유키노시타는 평소처럼 젓가락을 멈추고 그렇게 말한다. 그 때 유키노시타는 반드시 좋은 미소를 지어져서, 왠지 매번 수줍어지고 말아버리기 때문이다.
빨개져버린 뺨을 감추듯이 국수를 먹는다. 유키노시타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국수를 먹었다.
그렇게 묵묵히 먹고 있던 탓인지 국수는 의외로 금방 다 먹었다. 다 먹은 사발을 둘 다 싱크대로 옮겼다.
"기다려. 내가 씻을게"
"아니, 이 정도는 하게 해줘"
코타츠를 나오려고 한 유키노시타를 제지하고 나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전업주부 지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혼자 자취를 시작하니, 점점 가사는 멀어져간것이 현실이었다.
나의 그런 상황을 보다못한 유키노시타가 여러모로 돌봐준 덕분에 지금의 생활은 어떻게든 되고 있다. 정말로 유키노시타에게는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러니 하다못해 설거지 정도는 하며 나는 이렇게 힘쓰고 있다.
설거지가 끝나고 코타츠로 돌아온다. 유키노시타는 멍하니 내가 켠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 아이돌이 노래를 부르면서 춤추고 있었다. 텔레비전 자체가 녹화한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서 정도 밖에 쓰지 않기 때문에, 요즘 가수나 아이돌은 잘 모르겠다.
"어서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며,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유키노시타는 생긋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유키노시타의 미소가 너무 예뻤기 때문에 조금 늦게 대답을 한다. 이런 미소를 볼때마다 유키노시타는 날이 갈수록 점점 예뻐져간다고 느껴졌다. 고등학교때는 아직 어딘가 인형같은 느낌이 있는 아름다움이었지만 지금 유키노시타는 어른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걸 이래도냐 싶을 정도로 체현하고 있었다.
아름다워져가는 유키노시타. 하지만, 그 때하고 변함없이 줄곧 곁에 있어주는 유키노시타에게 사랑스러움이 솟는다.
"손 내밀어"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나한테 두 손을 내밀었다. 의미를 모른채 나도 손을 내밀자 유키노시타는 그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움켜쥐었다.
"에"
"손, 역시 차갑네. 설거지 하느라 고생했어"
굳게, 하지만 다정하게. 그런 식으로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데워준다.
"어, 어어"
아직 이런걸 받으면 수줍어지고 만다. 어쨌든 그 유키노시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실컷 신랄한 태도였던 유키노시타다.
연인으로써, 당연한 스킨쉽마저도 수줍어져서 얼굴을 붉히고 만다. 그래도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준다. 그리고 늘, 언젠가는 수줍어하지 말고 대하자고 생각한다.
"히키가야에게 있어 올해는 어떤 해였어?"
내 손을 이번에는 주무르면서 유키노시타는 말을 걸었다.
역시 부끄럽다.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나는 그녀의 질문의 답을 생각한다.
올해는 어떤 해였을까? 되짚어보니 옛날과 달리 나쁜 추억이 없다는걸 떠올린다. 그건 분명 유키노시타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한해였어. 즐거운 일이랑 기쁜 일이 많이 있었어"
후후, 라며 유키노시타는 다정하게 웃는다.
"나도 좋은 한해였어. 히키가야랑 함께 즐겁게 보내는 날이랑, 기쁜 날을 경험할 수 있었는걸"
유키노시타의 말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앞으로도 유키노시타와 줄곧 이렇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군. 나도 유키노시타와 함께 보내서 행복해"
한 가득 마음을 담아서, 평소엔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을 한다. 상당히 부끄럽지만, 오늘 정도는 괜찮겠지.
그러자 유키노시타는 방금전과는 다른, 꽃이 핀듯한 미소를 지으며 또 내 손을 꼬옥 잡았다.
"……나도 행복해. 너와 함께 보내서"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가끔, 나의 솔직한 말을 전하면 이렇게 허둥다는 유키노시타는 굉장히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 얼굴도 방금전에 한 말로 인해 부끄러워진 탓에 빨개졌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얼굴이 새빨간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확실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리니 텔레비전이 새해를 고하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유키노시타"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 히키가야"
둘이서 부끄럼감추기로 웃는다.
또 한 해가 밝았다. 이렇게 시간을 겹쳐가는, 나와 유키노시타의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첫참배에서 신님에게라도 빌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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