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내일부터는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줄게"
"거짓말……없어"
확실히 어제까지는 분명, 이 책장에 있었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나,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머리 속에서 그 말이 몇 번이나 되짚어진다.
"어제까지는 분명 있었는데……"
책장 앞에 서 있는 나의 등으로 불쾌한 땀이 흘렀다.
오늘도 한여름이라, 서점 안은 쿨러의 냉기로 채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고 다시 책장에 진열된 책을 눈으로 쫓아보아도,
"……역시, 없어"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읏……!"
지금 나는 분명, 벌레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 정도로 후회의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그 때 사뒀으면……"
적어도, 어제 나는 그럴 생각이었다.
책을 들고 구입하기 위해 계산대로 향하려고 했다――――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히키가야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래.
초대받지 않은 손님,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 때 서점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런 결과는 되지 않았을텐데.
그의 집에서 가까이 있는 서점이고, 만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 여어……』
『……』
그래도 그 날, 그 순간에 나타나지 않아도 되잖아라고.
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그가 나의 반경 1미터 이내까지 접근했다는것도 눈치 못채고,
책을 읽는데 정신이 빠져있던 사실은 이제와서 번복할수 없다.
"……나는 어째서 책장에 도로 넣은걸까"
그리고 나는 그의 앞에서 도망쳤다.
사려고 했던 책을 반사적으로 책장에 도로 집어넣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서점에서 나왔다.
거리 서점을 구석구석 찾아, 마침내 도착한 그 가게에서 겨우 발견한――― ̄
'고양이 정말 좋아☆야옹야옹 낮잠 사진집'을 구입하는 일 없이.
"(그건……그건 굉장히 좋은 거였어……)"
몇년전에 발매되자마자 고양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갑자기 평가가 된 머스트 아이템.
세계각국의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의 낮잠자는 모습을 새끼고양이.성인 고양이 불문하고 모아둔 책으로,
자료적인 평가도 상당히 높다.
'『고양이 정말 좋아☆야옹야옹 낮잠 사진집』을 갖지 않고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라' 라는 격언도 낳은, 고양이 관련책의 정점에 선 지고의 존재……!
사실, 슬쩍 서서 읽은것만으로도 그 냐용의 대단함에 손이 떨리고,
호흡이 거칠어져서 이 책은 절대로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즉시 결의했을 정도로.
"(……하지만)"
발매직후에 출판사가 도산. 책은 절판이 됐다.
세상에 돌아다니는건 초판뿐이라, 지금 되어선 인터넷 옥션에도 출품되지 않고,
환상의 사진집이라고 까지 들어, 정신을 차렸을때는 희소한 책이 되어버려다.
당연히 나도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갖고 싶었다.
하지만 시기에 늦어서 여러 서점을 문의해봐도, 전혀 소득없이 끝납렸다.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는 없을까 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자력으로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해, 결국 내가 아버지에게 상담하는 일은 없었다.
"히키가야를 상대로……쓸데없는 고집을 피워서…….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다니……우스꽝스럽구나, 나"
서점을 뒤로하는 나의 발걸음은 굉장히 무겁다.
자택으로 가는 맨션가는 길은 평소보다도 길고.
매미 우는 소리도, 후덥지근한 더위도, 모든것이 아무래도 좋게 느껴졌다――――――.
"……히키가야는 여전히 탁한 눈이네"
그렇게해서 순식간에 2학기가 시작했다.
라고는 해도 뭔가 새로운 일이 시작된건 아니다.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고문을 맡은 봉사부 부장의 직무를 억지로 맡아져,
이렇게 방과후를 맞이한 봉사부 부실에서 독서를 하면서 대기……
평소와 다를바 없는 오후의 구도.
"여름방학 끝나자마자 무뚝뚝한 인사를 하는 녀석이군……익숙하지만"
거기에 죽은 눈같은 무기력한 눈을 한 히키가야가,
살아있는것 조차도 버거워보이는 얼굴로 부실을 찾아온다.
이것도 1학기와 같은 광경이었다. 나의 비아냥과 히키갸의 반론도 첨부해서.
변함없는 일상이 또 시작했다……그것 뿐인 일이다.
"……그러고보니 말야"
의자에 앉아 지참하고 있던 부채로 퍼덕퍼덕이며 자신을 부채질하던 히키가야가,
입을 연다. 나는 그 모습을 울적하게 생각하면서도,
"뭐니"
서점의 일도 있어 나는 그와 시선을 마추지도 않고,
손 안의 소설에 눈을 떨군채로 대답한다……뭐, 이것도 평소와 같은 일이지만.
"여름방학에 서점에서 만났지"
"……그래"
이제 그 날의 일은 잊고 싶은데.
그런데 이 남자는 또 다시 문제 삼을 생각인걸까.
여름방학 중에 내가 얼마나 '고양이 정말 좋아☆야옹야옹 낮잠 사진집'을 생각해서,
손에 넣지 못한걸 얼마나 분해했는지……히키가야 따위가 알리가 없다.
"네가 읽고 있던 책, 나도 좀 읽어 봤는데……"
"……에?"
전신이 굳어버린다.
소설에 떨구고 있었을 나의 시선은,
어느샌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옆자리의 히키가야에게 자연히 향하고 있었다.
나의 의사하고는 관계없이 말이다.
"너, 그런 책 읽는거 좋아하지"
"……무슨 의미니? 이 내가, 대체 뭘 읽었다고 하는거야?"
동요를 들키지 않도록, 평소대로 냉담한 어조와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래도 소설을 든 손에는 진땀이 배어나왔다.
나는 히키가야에게서 어째선지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내가 말걸려고 했더니 바로 책장에 꽂아넣었잖아. 게다가 꽂아넣은게 어중간해서 비져나왔어"
"그러니까, 대체 무슨 얘기――――――"
"이거 말야"
대수롭지 않게 그가 가방에서 꺼낸 책.
몇 마리의 사랑스러운 새끼고양이들이, 상자 속에서사이 좋게 낮잠자고 있는 표지――――!!!
그건 틀림없이……
"『고양이 정말 좋아☆야옹야옹 낮잠 사진집』……!?"
벌떡.
그걸 시야에 넣자마자 나는 기세좋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무 기세 붙은 나머지 의자가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절박한 목소리와 동시에.
"어, 어째서……어째서 히키가야가 그걸 갖고……!"
혀가 돌지 않아 말이 떨린다.
스스로도 냉정함을 잃고 있다는건 뻔하다.
누가 봐도 명백할 정도로 지금 나는 혼란해하고 있었다.
"내가 산 책이니까"
"!?"
그 날.
동생 코마치의 여름방학 숙제였던 독서감상문을 돕기 위해,
자료가 될만한 책을 찾으러 그 서점에 들렀던 히키가야는,
마찬가지로 희소책을 발견해서 들떠있던 나를 가게 안에서 발견했다.
흥미본위로 말을 걸었지만 내가 히키가야를 무시하고 서점에서 모습을 감춰서,
내가 서 있던 주위를 보니 이 책이 책장에서 비져나와있어서,
집에보니까 나쁘지 않은 느낌의 사진집이라서 구입했다……그런 흐름인 모양이다.
"그, 그래……히키가야가 샀었구나……"
그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했다.
설마 내가 가게를 나간 후에 히키가야가 이 책을……샀다니.
확실히 그도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고는 있지만, 이런 사진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아니라고만 생각했었다……그런 고정관념이 함정이 됐던것 같다.
"(……어쩌지)"
빌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된다면, 하다못해 여기서 읽게 해줬으면 좋겠다.
돈을 지불해서 얻은거라면, 그건 이미 히키가야의 소유물……그건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또한.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이, 그에게 간원하는걸 제지한다.
이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히키가야를 상대로 부탁? 너, 제정신? 이라고.
"(읽고 싶어……굉장히 읽고 싶어……하지만)"
말을 걸 용기가 없다.
그 날처럼.
그래도 내 눈은 히키가야가 꺼낸 사진집을 응시한 상태다.
미련이 남아서 몇 초도, 몇 십초도, 계속 쳐다보는 상태다.
"있잖아, 유키노시타"
그 때.
히키가야의 갑작스런 한 마디에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읽고 싶어?"
"읏……!"
『히키가야 균이 옮아도 상관없어, 라는게 조건인데』
그래도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파격적인 조건이라고도.
『반납 시기? ……딱히, 언제라도.
뭣하면 나의 장례식때 관 안에 넣어주면 돼』
요컨대 평생 빌려가도 상관없다.
그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말한걸지도 모른다. 그가 이후에 몇 십년을 살지는 정해진건 아니지만.
『그보다. 그렇게나 좋아하면 기르면 되잖아, 고양이』
실제로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은 그런 말을 태연하게 말하니까 곤란하다.
그래, 자택에서 좋을만큼 고양이를 좋아할 수 있고 폭신거릴수 있는 사람은 분명 모른다. 이쪽은 이쪽대로 기를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까.
하지만.
『――――고마워』
사진집을 히키가야에게 받았을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 말이 대뜹 나왔다.
『소중히 여길게』
얼굴을 쳐다보며 히키가야에게 감사의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아마 그건.
……그건 자신의 진심에서 나온 말이라고.
『히키가야에게 언젠가, 반드시 돌려줄 날까지』
나는 그때, 이해했다.
"그 때까지는……이건 나만의 것인걸"
귀가후.
식사와 입욕을 마치고 공부도 그럭저럭 끝내고 다시 나는 사진집을 봤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다시 읽고, 그 때마다 황홀해했다.
이런 귀여운 생물이 세계에는 존재하고 있다……대단한 일이야, 라고.
그렇게해서,
"훗, 후훗……그래, 나만의 책이야"
자신의 침대 위에서 사진집을 안은채 나는 참지못한 웃음을 흘린다.
데굴데굴, 데굴데굴.
마침내는 안은채로 몇번이나 구른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는건 이런걸 말하는걸까.
"……내일부터는"
구입한건 히키가야지만, 지금 소유자는 나.
……그것이 무척이나 기뻐져서.
그러니까.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줄게……히키가야"
중얼거린 후에.
나는 배게맡에 책을 두고, 방의 불을 그고 바닥을 찼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거다……탁한 눈을 가진 그 덕분에――――그런 생각과 함께.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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