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히키가야 하치만이 유키노시타 집안의 인간이었다면2
 
 
 
 
아침을 먹고 있을때 전화가 왔다. 평소, 이 맨션에 전화는 울지 않는데 말이지. 어쩌면 누나거나 부모님이거나…
 
내가 전화를 받으려고 일어서자 유키노가 내가 받을게 라며 눈으로 말했다.
 
"네. …무슨 일이야? 언니"
 
전화 상대는 누나인 모양이다.
 
"왜, 내가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우린 지금 밥먹고 있으니까…어? 차로 보내줘?"
 
유키노는 나를 봤다.
 
"나는 됐어. 걸어갈테니까…"
 
"그래. …언니, 우리는 걸어갈게… 그럼"
 
전화너머로 누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유무를 않고 유키노가 전화를 끊었다.
 
"누나가 뭐래?"
 
"딱히 대단한건 아니야. 차를 탈거냐 말거냐 한거야."
 
"흐-응, 그래서, 유키노는 왜 걷는건데? 유키노만이라도 차를 타면 될텐데."
 
"나보고 그 언니랑 같이 타라고?"
 
"…지당하구만"
 
유키노는 누나가 싫다기 보다 거북하다는 모양이다. 오빠인 나에게 마저 유키노는 새침한 태도다.
 
"거기다… 오빠랑 걷고 싶고…"
 
"응?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교복으로 입은 우리들은 맨션에서 나와 학교까지 걷고 있었다.
 
"피곤하면 말해."
 
"그래, 알았어."
 
걷는 우리들은 말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이게 우리 쌍둥이의 거리다.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요즘은 눈만으로도 통할 수준이다.
 
"…오빠"
 
"응? 뭐야, 피곤해?"
 
"아니, 저기… 오빠는 나랑 언니랑… 누가…더 좋아?"
 
얼굴을 붉히며 묻는 유키노
 
"또 이상한 질문이구만… 그야… 너잖아"
 
쌍둥이고. 필요 이상으로 안 매달리고, 마음 통하고,
 
"그래"
 
유키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내 오른손을 잡았다.
 
"아? 왜 그래?"
 
"피부가 좀 추우니까…"
 
"그래? …뭐, 상관없지만…아?"
 
유키노와 걷고 있을때 개가 달려왔다.
 
"히이! 오빠!"
 
유키노가 안겨왔다.
 
"진정해. 이젠 없으니까…"
 
"…정말?"
 
"아아, 정말이야."
 
유키노는 옛날에 개에게 물린 적이 있어서 그 이래로 개는 유키노의 천적이 됐다.
 
"…미안해. 오빠."
 
유키노가 나한테서 떨어졌다.
 
"무서우면 손이라도 잡을래?"
 
"…따, 딱히 무섭지 않아."
 
지금 잠깐 생각했었지.
 
"잠깐! 사브레-!"
 
아까전의 개 주인인가?
 
"…어라? 사브레!"
 
어이어이, 개 놓치지 마.
 
앙!
 
"아?"
 
개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니, 내 다리에 아까전의 그 개가 있었다.
 
"시, 싫어, …오빠…"
 
옆에 있는 유키노는 아슬아슬하게 내 소매를 잡고 있지만, 거리는 개한테서 떼고 있다.
 
하아, 모처럼 재기했는데 또 유키노가 공황상태에 빠져버리잖아.
 
"아, 사브레!"
 
개 주인은 흑발에 곰무늬 잠옷의 여성이었다… 동갑인가?
 
"아, 고맙습니다."
 
"아-, 신경쓰지마. 멋대로 이 개가 온것 뿐이니까…"
 
끄응-
 
"사브레, 엄청 따르고 있어. 왠일이래…"
 
"그런가?"
 
"네. 대개 사람을 따르긴 따르지만…이건 평소보다도 되게 잘 따르네요."
 
"헤-, 그런가…"
 
밑을 쳐다보니 기운차게 울었다.
 
앙♪
 
"오, 오빠한테서 떨어져."
 
유키노는 떨어지면서 개한테 말하고 있다.
 
"동생인가요?"
 
"아아, 쌍둥이야"
 
"그런가요, 아, 저는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해요."
 
"나는 유키노시타 하치만이고, 얘는 유키노다."
 
"떠, 떨어져!"
 
유키노는 여전히 밑에 있는 개랑 격투하고 있었다.
 
"유키노시타 하치만 씨랑 유키노시타 유키노 씨…"
 
"어이어이, 씨는 붙이지 마. 동갑이잖아"
 
그렇게 말을 하니 유이가하마는 놀랬다.
 
"에에-! 동갑인가요? 왠지 차분하길래 몰랐어."
 
"그런가?"
 
"네. 그럼 또 만나겠네요. 저도 같은 고등학교라서요"
 
"헤-, 아니, 같은 학년이니까 경어는 그만해."
 
"와, 미안. 몰랐어…"
 
천연인가? 아니면…바보?
 
"자, 사브레, 가자. …그럼 또 봐. 유키노시타 군."
 
"어."
 
유이가하마는 개를 양손으로 들고 갔다.
 
"하아, 하아"
 
"유키노, 괜찮아?"
 
"무, 무슨 소린지…"
 
"뭐, 상관없다만…"
 
우리들은 학교를 향해 또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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