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기 전에 홍차라도.
가을도 깊어져 공기가 맑아진다.
내뱉는 숨결은 하얗지는 않지만, 가로수는 적색과 황색으로 물들어,
길을 가는 사람들의 복장은 이제 곧 오는 겨울을 예감하고 있었다.
여기 봉사부에서 우리들은 평소처럼 독서를 하고 있다.
완전히 환복을 하여, 춥지 않도록 기분 탓일까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요즘은 유이가하마도 독서를 좋아하게 된 모양이다.
유키노시타에게 빌린 '키다리 아저씨'를 열심히 읽고 있다.
처음에는
"애들이 읽는 책이다!?"뿡뿡
거리면서 좀 더 수준 높은 책을 읽고 싶다고 말했던 유이가하마지만,
나와 유키노시타가
"멋진 이야기야(다)"
라고 했더니
"둘만 세계를 공유하는건 치사해!"
라고 하면서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기 시작했더니 어떨까.
읽고있는 그 표정으로 유이가하마가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다는걸 잘 알았다.
나도 유키노시타도 그것이 기쁘다.
다음에 감상을 서로 얘기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는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일단 덮는다.
그리고 홍차 준비를 시작했다.
유키노시타의 홍차는 맛있다. 추위가 다가옴에 따라, 보다 따뜻함을 느낀다.
유키노시타의 진심처럼. 나와 유이가하마는 이 시간이 정말로 기대됐다.
유키노시타도 분명 그럴 것이다.
유이가하마가 도우려고 하지만, 오늘은 내가 그걸 제지한다.
"유이가하마, 너는 그대로 읽고 있어줘. 오늘은 내가 과자를 갖고 왔으니까 그걸 먹자."
"정말!? 힛키가 과자를 갖고오는건 왠일이래! 기대돼~!"
"대체 무슨 바람이 분걸까. 태풍이라도 오는게 아니려나. 무섭구나."
"어이! 전병은 갖고 왔었잖아! 왠일이라고 하지마. 그리고 태풍이 오는건 사실이지만 기본이다. 관련짓지마!"
"후훗."
유키노시타가 미소짓는다.
조금 두근거려버려서 나는 얼굴을 피하고 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카스테라를 꺼낸다.
"와아~! 카스테라다! 힛키, 먹어도 돼? 비싸보이는데?"
"아버지가 나가사키에서 돌아왔을때 선물로 받아왔어. 코마치랑 먹으려고 생각했지만 2상자 있어서 하나는 봉사부로 갖고 가라고 엄마한테 들었어."
"에!? 힛키네 엄마, 우리를 알고 있어!?"
"알고자시고, 가족끼리 거실에 있을때 그런 얘기는 나오니까. 귀찮기는 하지만. 코마치도 자기 일은 얘기 안하면서 내 일에만 잘도 얘기하니까."
"잠깐, 히키가야. 너는 우리를 두 부모님께 뭐라고 보고한거니?"
"그런건 됐잖냐."
"에~! 신경쓰여! 그럼 어머니는 우리를 뭐라고 했어?"
"…안 말해."
"에~!? 너무해!! 너무해! 힛키!"
"히키가야. 안 말하겠다는건 꺼림찍한 일이 있다는 소리지? 그런거지? 안 말하면 이 홍차에 이 약을 한 뭉큼 넣게 될거야."째릿 솨아-
"아니, 네가 들고 있는건 설탕이잖아. 좋아. 좀 더 넣어줘."
"코마치한테 말할거야!"째릿 솨아-
"말한다한들 바뀌는 일도 없어. 내가 말한건 아니야. 너희들의 자유야. 자아, 그런것보다 카스테라 잘랐어. 같이 먹자고."
"얼버무렸어! 힛키가 얼버무렸어! 반드시 수상쩍은게 있어!"
"먹는걸로 얼버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렇게 값싼 여자는 아니야!"
"아니, 수상쩍은 소리도 안 했고, 너희들을 싼 여자라고……웅얼웅얼."
""잘 안들려!""
"홍차 식는다."
"너 고양이 혀잖니! 식은 정도가 딱 좋잖아! 나도 오늘은 그래. 고양이혀야. 그보다도 우리들의 열을 어떻게 식힐지 생각하는 편이 좋을거야."
"네코노시타(혀). 내 가족 이야기로 그렇게 열내지마. 왠지 그 말로는 나한테 열을 받은것처럼 들린다고"
"그럼 자백하렴!"
"말해도 돼?"
"해도 돼."
"화 안낼거야?"
"지금 안 말하면 화낼거야."
"……."
"힛키, 포기하지 그래?"미소
"미안. 말 못해"으~음
"이제 됐어! 코마치한테 들을거야!"
삑삣삐
"야! 유이가하마. 그만해!"
스피커로 얘기한다.
"여보세요? 코마치? 힛키한테 들었는데, 나랑 유키농을 힛키네 엄마한테 뭐라고 말했어?"
"듣고 싶어요~!?"
"듣고 싶어!"
"나도 듣고 싶어."
"그렇네요-. 이건 어제 이야기였는데요."
―어제.
엄마"하치만. 너 부활동 꽤 오래 하고 있구나? 가끔은 선물을 갖고 가렴. 자, 이거."
"카스테라잖아. 이런 고급스런걸 갖고 가면 다음에도 카스테라를 기대할거 아냐. 전병으로 가져갈래."
엄마"!! ……네, 네가 이미 선물을 갖고 갔다……고!?"
"엄~마. 오빠가 들어가 있는 봉사부는 굉장한 미인이 두 명 있어! 하렘이야! 하렘!"
"바보냐. 사축이랑 다를바 없잖아. 노동력으로서 보고 있는거겠지. 육체적인 노동으로 말이다."
엄마"남자의 숙원이잖니! 그렇게까지 너를 의욕들게 하는 애들은 누구니?"
"아무래도 좋잖아. 그런거."
"엄마. 유키노시타 유키노 언니랑 유이가하마 유이 언니야!"
"야! 말하지마. 코마치."
엄마"잠깐만 기다리렴. 코마치. 왜 네가 그렇게까지 하치만의 교우관계를 파악하고 있는거니?"
"왜냐니, 코마치랑 봉사부의 언니 둘은 좋은 친구고……. 아니, 좋은 언니들이고."
엄마"몇 번 만난적이 있어?"
"아니, 코마치가 데이트 도와주거나 주선하거나(라라포트. 불꽃놀이 대회), 오빠의 조정역(군마 캠프. 뒷풀이. 학생회 사건)을 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레 사이 좋아졌어."
엄마"뭐라고! 하치만! 너는 그 둘을 어떻게 생각하니?"
"아니, 평범한데."
엄마"평범하게……좋아해?"
"부훗! 뭐야! 엄마! 평소 무미건조하던 엄마는 어디갔어! 아빠가 또 출장으로 홋카이도 가서 쓸쓸해졌어!?"
엄마"건방진 소리 하지마!"퍽
"아파!"
"엄마. 늘 오빠는 이렇게 대충 넘어가."
엄마"하치만. 너, 그 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니. 우선 유이가하마 양부터 말해보렴."
"안 말하면 안 되나."
엄마"당연하지."
"하아~. 유이가하마는…… 겉보기는 미인……아니, 귀여운……걸까. 스타일도 좋아. 공부는 못하지만 머리는 나쁘지 않아. 제대로 사람을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스킨십이 과잉. 나같은 남자한테도 자주 말걸어주니까. 사람 대하는걸 잘해. 생활력도 있지만 요리는 절망적이군. 하지만, 그게……, 다정해. 착각해버려."
엄마"!! ……착각하면 되잖아."
"바보 엄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중학교때 비극을 되풀이하고 싶진 않아!"
엄마"비극이라고? 바보같은 소리마. 네가 말하는 비극은 기다리면 오는거니. 자기 손으로 잡으러 가지 않고 기다리는건 남자도 아니야. 다음에 그 애를 집에 데려오렴!"
"싫어!"
엄마"그럼, 코마치가 데려와."
"네~에!"
"야! 코마치! 그만해!"
엄마"닥치렴. 하치만."
"네…."
엄마"그래서? 유키노시타 양은 어때?"
"그렇군. 유키노시타는 머리는 좋지만, 딱딱해. 구성하고 있는 파트 거의 전부 예쁜데 어째선지 입에선 욕이 나와. 그리고 행동력은 있지만 체력이 없어. 이상은 갖고 있지만 수단을 몰라. 결단은 내리지만 용기는 없어. 전혀 웃지 않는 얼음 여왕. 하지만, 그 녀석이 웃으면 내가 녹아버려. 뭐어……, 불완전한 녀석이지만 완벽한 여자……지."
엄마"그건……, 완전히 네 타입이잖니."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 타입을 뭘 안다는거야!"
엄마"지금 네가 한 말은, 『사랑』그 자체였어."
"그, 그럴리가. 내가 사랑하는건 코마치 뿐이야."
엄마"불완전한 완벽은 하치만이 있으면 완벽해진다는 소리잖니? 혼자서 완벽한 여자는 싫어하잖니. 하치만. 그 애 곁에 있으렴. 받쳐줘."
"받쳐주지 않아도 설 수 있는 여자야. 나의 버팀목 같은건 필요 없어."뚱-
엄마"부루퉁하지 마. 그렇게까지 위태로운 모습이 보인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잖아."
"아니, 왠지 이야기가 이상해지지 않아?"
엄마"됐어, 하치만. 너는 그 애를 내 앞에 데려오렴. 얘기해보고 싶어."
"싫어."
엄마"코마치."
"코마치한테 맡겨줘요~! 그치만 엄마. 둘 다 같이 불러도 돼?"
엄마"그치만 아직 사귀는건 아니잖아? 네 친구라면 만나도 괜찮지 않을까. 얘기를 듣건데 하치만에겐 아까운 여자애들이니까 제대로 대접해줘야지……."
"아니, 코마치. 진짜로 그만해. 그만해주세요."
엄마"싫다면 네 방 정리를 하거라. PC 속도 말이야."
"!!"
"PC 속?"
"코마치. 타이시를 죽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듣지마."
"그럼 안 들을래☆"테헤
회상 종료
"라는거에요☆ 모두 사실이에요. 그럼 유이 언니. 유키노 언니! 일요일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달칵.
"히히히히히히힛키……. 그럼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는 힛키네 엄마랑 만나는거야?"
"어? 올거야? 너희들. 못 들었는데."
"코코코코콧코코코마치한테 초청받았는걸."솨아솨아
"어이. 유키노시타. 설탕 너무 넣었잖아……."
"히키가야. 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니?"
"어? 몰라."
"힛키. 나 대체 어떤 모습으로 가면 돼? 뭘 하면 돼?"
"어? 몰라."
"진지하게 생각해줘! 바보 힛키! 착각해도 되잖아! 착각해줘!"
"맞아! 나를 보고 있다면 제대로 받쳐줘! 완벽한 여자로 만들어줘! 네가!"
나는 일어서서, 다가오는 둘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린다.
조금 아니꼬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뭐, 진정해라. 지금은 홍차라 카스테라를 즐기자. 생각하는건 그 다음이다. 코마치한테 상담하는 편이 좋지."
"그, 그렇구나."우물쭈물
"그렇네."우물쭈물
우리들은 자리에 앉아 카스테라를 먹는다.
카스테라는 맛있었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나도 얼굴이 풀어진다.
홍차도 슬슬 식었을테지.
우리들은 서로 티컵 머그컵 찻잔에 손을 대고 홍차를 마신다.
적갈색의 홍차.
굉장히 좋은 향이 났다.
지금만큼은 무슨 일이든 다 잊어도 좋다.
이런 식으로 우리들은 겨울을 맞이한다. 홀짝……
"""달아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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