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가야!"
 
 
어라? 뭐야 이거? 이 목소리… 유키노시타인가? 왠지 평소랑 다르게 되게 허둥대는데…….
거기다 왠지, 목소리가 이상하게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
 
 
"―――키! ―――나 ―――키!"
 
 
응? 이번에는 유이가하마인가? 유이가하마도 꽤 허둥대는데……. 아니, 둘 다 허둥댄다기보다…….
 
 
눈을 뜨니, 눈 앞에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있었다. 둘의 표정은 창백해져 있고, 그리고 굉장히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왜 그래? 왜 유키노시타까지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야. 마침내 내 썩은 눈이 그렇게까지 힘을 가진거야? 말해놓고 슬퍼졌다.
거기까지 생각했을때, 내 시야가 점점 빨갛게 물들어왔다. 어라? 뭐야 이거?
 
 
"히키가야!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소리지르다시피 나를 부른다. 이 녀석, 아까부터 내 이름밖에 안 말하는군.
 
 
"훌쩍… 괜찮아, 힛키! 아까 구급차 불렀으니까! 이제 곧 올거야!"

 

 
응? 구급차? 대체 무슨 일이야? 왠지 아까부터 머리도 멍하고, 이 녀석들의 태도도 이상하다. 그러고보니 몸도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레이션도 왠지 어감 나쁘고.
왜 이렇게 된거였더라…….
 
 
 
 
분명 오늘은 유키노시타의 반에서 마라톤 수업이 있어서, 그 녀석 상당히 지쳐있었지. 그래서 부활동을 빨리 끝내자고 했더니 왠일로 찬동해줘서, 거기다 이 또한 드물게도 셋이서 귀가하게 됐고….
아아, 그래.학교 나오자마자 엄청난 속도를 낸 차가 신호무시하고 달려왔었지. 왠지 머리 나빠보이는 날라리남이랑 날라리가 타고 있던거.
유키노시타는 지쳐서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랑 붙어있었으니까 몰랐겠지.
그래서 내가 둘을 밀쳐내고…… 아아. 나, 차에 치였나.
리얼충은 싫어했지만, 설마 차로 치이게 될 줄이야. 역시 리얼충 용서 못해…….
 
 
떠올렸더니 왠지 갑자기 괴로워진 느낌이 든다. 아, 그러고보니 이 새빨간거, 피냐? 어이어이, 이거 위험한거 아냐?
차에 치인건 두 번째지만, 저번하고는 전혀 감각이 다르다.
 
 
"히키가야…… 히키가야……"
"힛키…… 훌쩍…… 힛키……"
 

 
주위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모여있는 모양이다. 뭐라 떠들고 있는 모양이지만, 목소리가 멀리서 느껴져서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다. 겨우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그것도 점점 멀어져간다.
 
 
"히키가야……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 마치, 무언가가 망가져버린것처럼.
그녀의 눈은 눈물로 새빨갛게 변해있고, 콧물이든 뭐든 나오고 있어서 평소의 늠름한 표정하고는 동떨어져 있었다.
유이가하마의 얼굴도 눈물이랑 콧물 범벅이 되어 있고, 둘 다 그 단정한 얼굴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것에 내 가슴이 아파진다. 몸의 통증보다도, 그녀들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해버렸다는데, 괴로움을 느꼈다.
분명, 좀 더 다른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가 그녀들을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면, 나는 그 녀석을 절대로 용서 못했을 것이다.
 
 
"히키가야…… 부탁이야……"
 
 
유키노시타가 겨우 내 이름 말고 다른 단어를 쥐어짰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했다. 분명, 이것이 그녀들과 마지막 말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일언일구 놓치지 않도록, 사라지는 의식을 집중시켰다.
 
 
"부탁이니까…… 죽지마…… 나를 두고 가지마……"
"맞아, 힛키…… 죽는건 싫어어……"
 
 
둘의 말에, 나는 드물게도 진심으로 기쁘다고 생각했다. 남의 말을 이렇게까지 믿고, 기쁠 수 있는건 언제 이래로일까…….
나도, 그녀들에게 뭐라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만큼 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안 나온다. 어떻게든 해서 목소리를 쥐어짜려고 할때, 유키노시타가 말을 이었다.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평소처럼 심한 소리가 아니라,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될게 많이 있어……. 그러니까 부탁해, 히키가야 나를 두고 가지마…… 내 곁에 계속 있어줘……"
"나, 나도……. 아직 약속도 남아있는데…… 죽는건 싫어어……"
 
 
아아, 이 내가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게다가 이런 미인 둘에게. 내가 이 녀석들을 어느샌가 소중하게 생각한것 처럼, 이 녀석들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준건가…….
분명 나는, 이걸 전부터 갖고 싶었던 걸테지……. 내가 원했던건 이미 손에 들어왔었어…….
뭐야,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었다는건가?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되다니이…….
 
 
"더 이상 평소처럼 심한 소리는 안 할테니까…… 더는 너에게 전부 떠넘기지 않을테니까…… 좀 더 솔직해질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부탁이야……"
"나도 더 이상 기분 나쁘다고 안 할테니까……. 요리도 제대로 맛보고나서 맛있는걸 갖고 올테니까…… 그러니까 죽지마, 힛키……"
 
 
아니, 내가 죽어도 맛보기는 제대로 하라고. 아니아니. 그런 말을 하고 싶은게 아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좀 더 다른거다. 나도 이 녀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엄청 있다고.
하지만, 이제 그것들 전부는 말 못할것 같군……. 그럼, 하다못해 하나만. 하나만이라도 좋으니까, 이 녀석들에게 제대로 말하자. 그렇군…… 역시 끈적끈적해서 나하고는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이걸 가장 전하고 싶었지…….
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어떻게든 말을 하려고 한다.
 
 
"유……키노……시타……유이가……하마……"
"히키가야!?"
"힛키!?"
 
 
겨우 소리가 나온 목소리는, 사라질것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이런 목소리여도, 말하려고 하지만 굉장히 괴롭다. 하지만 알까보냐. 어차피 이제 죽는다. 그렇다면, 나의 남은 목숨은, 이 녀석들을 위해 주마.
 
 
"아……아……"
"말하지마, 히키가야! 무리하지마!"
"맞아, 힛키! 이제 곧 구급차 오니까! 그러면 분명……"
"됐으니까……"
 
 
내가 그녀들의 말을 끊자, 둘의 표정이 한층 슬픔을 띄었다. 분명, 내가 말을 끊은 의미를 알아낸걸테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이라도 사라질것 같은 목숨의 등불을, 있는 힘껏 불태워서 목소리를 낸다.
 
 
"너희들과 만나서…… 다행이야……"
 
 
아아, 어떻게든 말했다. 아직 조금 힘이 남아있다. 조금만 더, 말을 할수 있을것 같다…….
 
 
"계속 외톨이였던 내가…… 이런 식으로 죽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과 만나서……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
"히키가야……"
"힛키……"
 
 
아아, 어떻게든 말했다. 하지만 이걸로 더는 틀렸다.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의식이 점점 흐려져간다. 둘의 모습이 사라져간다.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는게 왠지 모르게 보였다.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경치가 됐다.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내 입술에 닿은걸 느꼈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의식을 놓았다…….
 
 
 
 
 
 
 
 
 
"……"
"……"
"……"
 
 
봉사부 나우. 엄청 어색해!!
여전히 나와 유키노시타는 독서,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뽁뽁이고 있지만, 셋 다 엄청 안절부절하고 있다.
라고할까 나와 둘의 거리가 멀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창가 아슬아슬한곳까지 의자를 기대고 있는 탓에, 평소 이상으로 거리가 있다. 그러니까 내가 복도측에 의자를 완전히 대고 있는 탓은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아니, 아니진 않나. 아니진 않군.
 
 
왜 내가 이렇게 어색한 생각을 하고 있냐고 하면, 내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을 위해 말해두지만, 딱히 유령은아니다. 그러는 김에 말하자면 무슨 특별한 힘으로 되살아난것도 아니다. 지레짐작이었지만, 그 때는 단순히 머리를 세게 부딪쳐서 기절했다는것 뿐이었다. 상처도 출혈은 엄청났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고 뇌에도 이상없다고 해서 하루 검사 입원한것 만으로 평범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런고로 또 셋이서 있을 수 있는 셈이지만, 그 때 엄청 흥분해서 여러모로 말해버렸으니까, 서로 부끄러워서 어쩔 수없다.
게다가 학교 바로 앞이었던 탓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상당히 보여졌던 모양이라, 아직도 여러모로 듣고 있다. 좀 더 안 들리는데서 말해주지 않겠슴까.
그리고 가장 곤란한게 저거……그……아직도 눈을 감고 있으면, 그때 입술에 느낀 감촉이 되살아나서…….
 
 
쾅!!
움찔!
 
 
"에, 왜 그래, 힛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이상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무심코 벽에 있는 힘껏 박치기를 해버렸다. 둘 다 엄청 깨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좋지만, 이것도 어떤 의미로 벽치기인가? 아닌가.
 
 
"기분 나쁜 행동은 자제해주지 않겠니, 혐오가야"
"너 말이다……"
 
 
심한 소리는 안 하는거 아니었냐, 라고 할뻔 했지만 그만뒀다. 그치만 그 때 일이 생각나버리잖아.
 
 
"히키가야,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니?"
"아니, 역시 됐어. 그보다 너무 따지지 마"
 
 
아, 더는 틀렸다, 이거. 완벽하게 생각나버렸어. 나는 거의 무의식중에 얼굴을 붉히고 입가에 손을 가져간다.
 
 
"엣, 저기, 히키가야!?"
"좀, 힛키!?"
 
 
아,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둘 다 눈치챈것 같다.
 
 
"히, 히키가야, 너 그 때……"
"아니 따따따딱히 너랑 키스한 감촉을 떠올린건 아니읍!?"
"하아!? 힛키, 그런 생각한거야!?"
 
 
아, 전부 말해버렸다.
 
 
"……그, 뭐냐. 가능한 빨리 잊도록 할게"
 
 
지금 상태로는정말로 사소한 일로 다 떠올릴것 같으니까.
 
 
"……잊지 않아도 돼"
"하?"
 
 
유키노시타의 한 마디에, 나는 굳어버렸다. 아니아니, 그런 부끄러운건 서로 잊는 편이 좋지 않아?
 
 
"에, 저기, 유키노시타?"
"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한거야. 오히려 잊으면 어떡할까?"
 
 
유키노시타의 어조는 평소대로지만, 그 얼굴은 새빨갰다. 아마, 부끄러운데 무리하게 말한걸테지…….
 
 
"이, 있잖아!"
"응? 왜 그래, 유이가하마?"
 
 
아무래도 유이가하마까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냥 셋 다 새빨개졌잖아.
 
 
"나, 나는? 나랑 한 키, 키스는 어땠어?"
 
 
유이가하마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물었다. 진짜 빗치잖아. 라고 할까…….
 
 
"아니, 기절했으니까 몰라. 그보다, 너한테 키스받았다는것 자체를 처음 들었는데"
"하아!? 힛키, 최악!! 바보! 변태!!"
"아니, 난 나쁘지 않잖아……"
 
 
살아있어도 결국 제멋대로 듣는구만…….
하지만 그걸로 됐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겉으로만 어울리는건 내가 바라고 있던게 아니다.
이 녀석들과 또,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오래 살아야겠다"
"? 뭐라고 했니?"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게 묻는다.
나는 조금 웃으면서 그녀에게 답한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고 또, 나는 독서로 돌아간다.
또 이렇게 그녀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들에겐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건 두번 다신 사양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녀석들보다는 오래 살자.
언제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비교적 금방 인연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약 죽을때까지 이 녀석들과 있을 수 있다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때까지 그녀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나는…….
그런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결의를, 나는 조용히 굳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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