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코마치"오빠야 싫어"
 
 
 
사람의 마음이란 여하튼 움직이기 쉬운것이다.
방금 전까지 사이 좋게 담소하고 있던 친구끼리 어떤 계기로 험악한 관계가 되어 그대로 그 친구 관계가 폐이드 아웃해버리는 예시는 일일이 샐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 할 수록 그런 일은 적어지고, 안정했다, 보다 강고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 설로 말하자면 가족은 친밀한 예시의 가장 윗단계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관계가 변할리가 없다. 적어도 어제 오늘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오늘, 오늘 아침까지는……
 
 
 
 
 
 
평소의 방과후. 평소의 봉사부 부실. 거기에 평소대로 태평한 인사와 함께 한 명의 여자가 들어온다.
 
"얏하로-!!"
 
유이가하마 유이. 별명은 유이유이. 붙인건 본인이지만, 이렇게 부르면 엄청난 기세로 부정당한다. 그런 스스로도 부끄러운 별명을 자신에게 붙인다니, 유키노시타는 아니지만 자학증세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안녕.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 유키노. 별명은 유키농. 붙인건 유이가하마지만 부르는것도 유이가하마 뿐이다. …이거 별명이라고 불러도 돼? 한번 별명의 정의를 돌이켜묻고 싶다.
 
"…………어"
 
그리고 나, 히키가야 하치만. 별명은 힛키…아 이제 됐어. 이것도 유이가하마가 부르는것 뿐이잖아. 역시 별명이라는건 모두가 부르는걸 가리켜야하는게 아닐까.
그래… 예를 들면 히, 히, 히키가에루라던가. …젠장, 싫은 기억이 생각나버렸다. 사정 있어서 지금 절찬 우울한 나지만, 그에 박차를 가해서 침울해질것 같다.
 
 
 
"어, 어라아? 뭐야 이 미묘한 분위기… 그보다 왜 힛키, 책상에 엎어져 있어? 유키농, 너무 괴롭히면 안 된다구?
 
그렇다. 좀 더 말해라. 유키노시타를 규탄해라. …뭐, 딱히 지금의 내 상황에 유키노시타는 관계없지만.
 
"내가 늘 그를 괴롭히는것처럼 말하는건 그만두지 않겠니, 유이가하마. 딱히 나는 아무짓도 안 했어. 그는 이 부실에 오고나서 줄곧 이런 느낌인걸. 교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니?"
 
"응-, 어땠더라. 어라? 그러고보니 오늘 교실에서 못 본것 같은데"
 
누가 불렀나, 스텔스 힛키. 이 능력은 상시발동형 어빌리티라서 스스로 컨트롤 하는것도 할 수 없거니와 평범한 인간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조금 중2 설정을 근지르잖냐.
하지만, 유이가하마. 같은 부의 인간이잖아? 조금 정도 쳐다봐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렇구나. 그가 교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걸. 이상한 질문을 해서 미안해"
 
"잠깐 거기? 그러니까 내 존재감이 없는걸 야유하는거 그만두지않을래? 유이가하마도 나를 보고있던거 아니었냐고"
 
"앗… 기억하고 있었구나"
 
유이가하마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내가 섣부른 소리를 했던걸지도 모른다.
 
 
 
 
"어머, 언제부터 있었니? 히키가야. 전혀 깨닫지 못했어"
 
"거짓말하네. 지금 내가 이래저래 얘기하던 참이잖아. 거짓말을 할거면 좀 더 제대로해라. 족므씩 내 마음이 깎이잖냐"
 
이 녀석은 내 마음을 용서없이 깎아댄다. 어차피 깎을거면 좀 더 사과 껍질처럼 얇고 깨끗하게 깎아주지 않을래? 뭐, 요리 허접한 유키노시타에겐 무리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덧붙여 나는 잘 깎을 수 있다. 등을 마음속으로 혼자 유키노시타의 요리 실력을 바보취급하던 나에게 유이가하마가 말을 건다.
 
"있지있지, 힛키. 왜 엎드려 있는거야?"
 
좀 거기. 갑자기 얼굴 들여다보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가까우니까. 어지간한 남고생이라면 좋아하게 되버릴거 아냐.
하지만 엘리트 외톨이인 나는 그런거엔 미혹되지 않는다. 부처의 길에 여자는 불필요! 평정을 가장해서 대답한다. …가장한다는 시점에서 나 미혹된거잖냐.
 
"…말하고 싶지 않아"
 
"딱히 말하고 싶지 않다면 상관없지만. 노골적이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얘기하지 않겠다는건…그래, 뭐라고 해야할까"
 
"아! 관심좀?"
 
"그래, 그거구나. 잘 됐구나, 새로운 이명이 붙을것 같아. 관심좀 히키가야?"
 
"큭…, 더 이상 불명예스런 이명을 지어지게 할까보냐"
 
관심좀이라니 뭐야? 나, 엄청 관심받고 싶지 않거든. 외톨이 상급인 내게는 지독하게 불명예스런 이명이다.
 
 
 
 
"무슨 일이 있었지? 같은 부활동 친구잖아. 얘기해봐"
 
유이가하마가 다정하게 말을 건다. 과연, 원조 교제를 할법한 캐릭터 넘버2 유이가하마. 남자의 마음을 손안에 쥐는건 특기라는건가.
뭐, 어쩔 수 없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대답하는 수 밖에 없겠지. …아니, 그렇게까지라고 할 만큼 듣지도 않았지만.
 
"…하아. 오늘 아침에 코마치한테 『오빠야 싫어』라고 들었어"
 
그러자 나의 용기 있는 고백을 앞두고 둘 다 노골적이게 기막히단 표정을 지었다. 저기 말이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엄청 중요하다고! 사건이라고! 누님, 사건이에요!!
 
"그것뿐…인거니. 나는 언니랑 늘 싸우는데"
 
"너네 집이랑 똑같이 취급하지마. 코마치는 너하고 달리 순수하고 평범하게 귀여운 동생이야"
 
유키노시타는 언니인 하루노 씨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심하게 자매 사이가 나쁜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하루노 씨는 거북해서 둘의 문제에는 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가까운 장래에 얽히게 될것 같은 예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걸 생각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가벼운 느낌으로 말을 걸어왔다.
 
"나왔다, 시스콘… 하지만 싸움 정도는 남매라도 하는거 아니야? 힛키랑 코마치는 지금까지 싸운적 없어?"
 
"뭐, 확실히 어렸을때는 싸움정도는 했지만 말야. 하지만 크면서 하지 않게 됐어"
 
크면서 서로 내딛어선 안 될 선 같은걸 알게되는건지, 자연스럽게 싸움을 하지 않게 된다. 뭐, 유키노시타처럼 예외도 있지만.
 
 
 
 
 
 
"그렇구나. 거기다 어렸을 무렵의 싸움은 며칠 지나면 또 화해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서 싸우게 되면 서로 고집을 부려서 오래 끄는거라고 생각해"
 
"과연, 현재진행형으로 싸우고 계시는 유키노시타 씨는 하시는 말의 무게가 다르군요-"
 
"그러니? 고마워, 히키가야. 분명 앞으로 너와 코마치는 나와 언니같은 관계가 될거야"
 
큭, 이 녀석. 내가 가장 밟고 싶지 않은 부분을 경쾌하게 파고 들어왔다. 그리고 상상해버렸다. 이미 그 시점에서 내 패배다.
 
"………"
 
"힛키가 죽을것 같은 얼굴이다!? 정말… 그렇게 신경쓰인다면 일단 코마치한테 사과해"
 
"사과하라고 해도 말야-. 전혀 짐작가는게 없어. 이게"
 
물론 그건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도 모르는데 일단 사과한다는건 정말로 화난 상대에게는 역효과다. 여기는 신중하게. 엄청 신중하게. 세이브는 할 수 없다. 선택지를 잘못 고르지 마라!
 
 
 
 
"자각없이 남을 상처입히다니, 대단한 재능이구나. 존경할게"
 
"존경하든 바보취급하든 하나만 해라"
 
"당연히 바보취급하는거잖니"
 
"조금은 완곡하게 말해라!"
 
진짜 뭐야 이 녀석? 전생에는 낫이나 톱이었던거 아냐? 이가리마? 슈르샤가나? 관계없지만 쵸의 변신 장면은 엄청 에로하지.
바로 탈선하는 나와 유키노시타를 유이가하마가 방향수정한다.
 
"자자, 그 쯤하구. 음-, 힛키. 어젯밤은 코마치의 태도는 어땠어?"
 
"응? 그렇군… 부모님이 늦어서 코마치랑 저녁 먹고 평범하게 잡담떨고… 딱히 특이한점은 없었는데?"
 
맞벌이인 우리 집은 코마치와 내가 둘이서 저녁을 먹는 일이 많다. 평소처럼 코마치의 요리에 입맛을 다시고 코마치와 대화하면서 먹는 저녁은 나의 하루 중에서 가장 치유받는 시간이다. 여동생 최고-!
그러자 유키노시타도 이 이야기에 끼어든다.
 
"코마치하고 어떤 이야기를 했니?"
 
"아니, 뭐. 평범한 잡담을 말야…"
 
"너의 그 죽은 고등어같은 눈으로는 잡담한 후 코마치의 태도가 변한걸 눈치 못챈것 뿐일지도 모르잖니? 알았으면 잡담 내용을 상세하게 얘기해보렴"
 
죽은 고등어라니, 표현이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잖아. 뭐야? 나 그렇게나 눈 썩어있어? 실은 나 벌써 시체야? 아이도 깜짝 놀랄 초전개다.
 
 
 
 
"예이예이. 어, 분명 이런 느낌이었군…"
 
나는 둘에게 어젯밤 코마치와 한 대화를 설명한다.
 
 
 
"그래서말야, 오빠는 이제 여친 생겼어?"
 
"뭐야, 코마치. 난데없이"
 
텔레비전 이야기에서 갑자기 코마치는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이야기 문맥이 없는건 AB형의 특권인거 아니냐. 덧붙여 코마치는 O형이다. O는 오라지게 엉성하다의 O인 모양이다. 어라? 이것도 맞는건가.
 
"아니-, 오빠 주위에는 여친…이라고 할까 아내 후보인 미인 언니가 잔뜩 있잖아? 동생으로서는 신경 쓰여서 말야-"
 
여자는 정말로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아, 하지만 잠깐만. 기본적으로 연애 이야기인 야겜은 남성향인게 대다수다. 그럼 여자는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들뜨는 이야기를 좋아하는걸까.
그럼 극력 흥미없듯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런거 없어. 나한테 짖금까지 그런 얘기 없었잖냐. 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의 무얼 보고 온건데. 아, 코마치. 거기 간장 집어줘-"
 
"여기. 코마치 기준으로 말이야-,지금 오빠는 인기절정기라고 생각해"
 
"그거냐? 그 인생에 3번 온다는 그거. 그런건 미신인게 뻔하잖냐. 평생 인기 없는 남자도 있어. 출처는 나"
 
그렇게 말하면서 코마치한테 간장을 받는다. 오늘 메인은 옥돔 건포. 자잘한 요리 전문인 코마치의 선택에 경악하면서 간장을 뿌린다. 아, 뭐야 이거 엄청 맛있어 보여.
 
 
 
"아직 평생을 말할만큼 살지 않았잖아, 오빠… 거기다 잘 생각해봐. 유키노시타 언니랑 유이가하마 언니, 하루노 언니랑 히라츠카 선생님, 거기다 카와…카와……카와뭐시기 언니.
 이런 미인들에게 둘러쌍니 오빠는 이걸 놓치면 평생 여친 안 생긴다구? 랄까, 결혼 못한다구?"
 
"나는 전업주부가 될거야. 불길한 예언하지마"
 
그러니까 동급생 이름 정도는 기억해둬라. 그 카와…카와…카와시마? 가 불쌍하잖아. 그리고 토츠카는 어디갔냐, 토츠카는. 아내 제 1후보잖아.
 
"코마치는 오빠가 여친 만들어서 결혼해주지 않으면 안심하고 시집 못가"
 
"그럼 전업주부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었으면 못 된거니까 어쩔 수 없구나. 그것도 있을법 하다"
 
"오요? 왜 그렇게 되는데?"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코마치. 여기는 번뜩이며 말해주마.
 
"그치만 내가 결혼 못해도 코마치가 있어줄거잖아? 그럼 나는 충분히 행복해. 아, 지금 하치만 입장으로 포인트 높지?"
 
"좀!? 지지지지지, 진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오, 오빠는 바보오-. ……하아, 이건 점점 코마치가 한거풀 벗지 않으면 안되겠네에-"
 
 
"뭐, 이런 느낌인데"
 
 
 
 
대충 설명은 됐을 터다. 남은건 뭐, 여기서 얘기할 필요도 없는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잡담이었을 거다.
예를 들면 치바현 후츠시의 명산인 청도의 요즘 어획량이라던가. 덧붙여 여기 청도, 별명 바보조개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이름 붙이면 여러모로 색안경을 기고 볼거 아냐.
신천옹도 그렇고 루시의 양생도 그렇고 이름붙이는 법은 조금 더 자각과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싶다. 아, 그리고 가가가 문고에서 출판되는 애니메이션화 된 모 소설의 편집 씨라던가.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보기 드물게도 쭈뼛거리며 말을 걸었다.
 
"히, 히키가야…너, 코마치하고 늘 이런 대화를 하는거니?"
 
어? 뭐야? 왜 유키노시타가 진심으로 깨고 있는거야?
 
"힛키의 시스콘 수준이 상상이상이야! 그보다, 코마치도 별로 싫다는 느낌이 아니네!?"
 
그러니까 너무 놀래잖냐. 그리고 시스콘이라고 하지마. 나는 그거다. 동생에 대한 사랑이 깊은것 뿐이다.
 
"남매는 어느집이나 다 이런거 아니냐? 아니, 다른 가정의 형제는 모르지만 말야. 그래서, 어때? 무슨 원인같은걸 알겠어?"
 
더 이상 추궁을 피하기 위해 조금 강인하게 화제를 바꾸어본다. 딱히 수상한 짓은 하나도 없지만, 이건 코마치의 명예를 위해서다.
사랑은 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족으로서다. 코마치에게 남친이 생기면 기뻐해줄거고, 결혼하고 싶다는 상대를 데려오면…응, 뭐, 한대 정도는 때려도 용서되겠지.
 
 
 
"히키가야의 남매관에 큰 의문을 느끼지만…뭐, 그건 일단 내버려두고. 나는 특별히 코마치가 화낼만한 요소는 찾을 수 없었어. 굳이 말하자면 네가 코마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일까"
 
"어이…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코마치는 다른 여자하고는 달라. 나의 애정을 어렸을때부터 줄곧 받아준 착한 애라고. 이 사실만이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구원이라고"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기분나쁘구. 하지만 나도 유키농이랑 같달까나-… 그보다, 코마치한테는 직접 물어봤어?"
 
"아니, 아직 안 물어봤다"
 
유키농이랑 같다니 뭐야? 그거 호의적인 태도 등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거지?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구나. 싫다고 들은 상대에게 이유를 물을 수 있는 배짱이 있다면, 조금 정도는 남들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걸"
 
"너 바보냐. 나는 코마치 한정으로 하면 통상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갖고 있다고. 진짜 코마치와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충분해서 오히려 남들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없을 수준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누구에게 많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줄어들어도 좋은거 아니라구!? 힛키, 코마치가 관련되면 여러모로 이상해지구…. 그럼 왜 못 물었는데?"
 
"코마치한테 들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30분 정도 방심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코마치는 벌써 학교 갔어"
 
"역시 이상해!!"
 
하지만 사실이다. 추우격받은 나머지 나는 방심하고 앞뒤의 기억은 불확실하다. 그리고 코마치는 이미 학교로 가고 있어서 나는 15분 정도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왔다. …그보다 코마치, 두고가다니, 오빠는 슬프다?
 
 
 
"저기, 유키농…"
 
"싫어"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차피 너니까 분명 코마치가 화난 사정을 밝혀주자고 말할거잖니"
 
"과연, 유키농!"
 
"나는 개인적으로 남의 가정 사정에 고개를 내미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거기다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부활동 중이란다?"
 
그래. 잊기 쉽상이지만 우리들은 봉사부 부원이고 이 교실은 봉사부의 활동을 위해 할당된 것이다.
부실이라는 한정된 리소스를 이 의미불명한…자칫하면 발룬티어부와 합동으로 해도 상관없을 부에 할당되어버린 이상, 우리들에겐 일종의 책임같은게 생겨있는 것이다.
그건 성실하게 부활동에 ㅎ미쓰는 것이며, 너무 멋대로 하면 아마 강제적으로 부실 수배를 해준 히라츠카 선생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제적으로 입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순종함. 나에겐 의외로 사축으로서 재능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하아, 일하고 싶지 않다아.
 
"에-, 딱히 고개를 내미는게 아니라, 화해하게 해줄 조언을 해주자는것 뿐이야. 거기다, 이제 유키농이랑 힛키는 남이 아니잖아?"
 
"남이야"
"남이군"
 
"왜 거기 싱크로 하는거야!?
 
"됐어, 유이가하마. 거기다 어쨌든간에 지금은 부활동중이다. 나의 사적인 일로 시간을 쓸 수도 없지"
 
"에-, 어차피 둘 다 책만 읽는데-?"
 
"윽…"
 
확실히 아무리 성실하게 부활동을 할 생각은 있어도, 부활동의 성질상, 역시 수동적이지 않을 수 없는, 실제 의뢰가 들어올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그저 부실에 있는 필요는 있어서, 의뢰자가 올대까지는 독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독서가 취미인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다.
 
"뭐, 뭐어, 유이가하마가 말한다면 어느정도는 양보하는것도 인색하게 굴진 않겠지만…"
 
부실에 있는 시간에 독서가 취미라는것도 아닌 유이가하마를 방치하고 자기는 독서를 즐기고 있는것에 다소나마 죄악감 같은것은 있던걸테지. 드물게도 유키노시타가 양보해왔다.
하지만 역시 완전히 사적인 일이니까, 여기는 염려해야할 것이다.
 
"그러니까 됐다니까"
 
하지만 유이가하마도 간단하게는 물러나지 않는다. 이 녀석은 기본적으로 좋은 녀석인거다.
 
 
 
"므-, 힛키 이럴때는 늘 고집피운다니까. 그렇지! ……………좋아, 송신!"
 
"너, 메일 치는거 빠르구만-. 양손타자냐? 어디서 그런 기술을 습득한거야"
 
유이가하마의 쓸데없이 고도의 기술에 감탄하고 있으니, 부실의 비품인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음과 동시에 유키노시타가 말을 걸어왔다.
 
"히키가야… 메일이 왔는데"
 
"응? 또 치바현 횡단 고민 상담 메일이냐? 히라츠카 선생님, 의욕 너무 넘치잖아. 현장이 처리할 수 없는 일을 갖고오는 영업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움산다고? 좀 더 힘 빼라고"
 
"기본적으로 독서밖에 하지 않는 우리들이 말해도 설득력이 없는걸. 어머, 이거…………당했구나"
 
치바현 횡단 고민 상담 메일. 히라츠카 선생님 발안으로 인터넷 상으로도 고민 해결 상담소이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특히 선전한건 아닐터인데, 묘하게 폭이 넓은 층에서 상담메일이 온다.
 
"이번에는 어떤 엉뚱한 상담이………유이가하마…"
 
"에헤헤-"
 
유키노시타가 이렇게까지 말한 상담 메일, 대체 어떤건지 조금 흥미와 동시에 일어서서 유키노시타의 뒤로 컴퓨터를 엿보니, 그 본문에는
『같은 부의 친구가 동생에게 미움샀다고 침울해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해서 도와줄 수 없나요?』라고 쓰여있고, 당연히 그 착신인은 놀라고 있는 우리들의 뒤에서 뭐가 그렇게 기쁜건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이가하마였다.
 
 
 
"봉사부의 활동 일환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유이가하마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는 가끔 놀라워"
 
"왜 나까지…"
 
"그치만 당연하잖아. 봉사부고, 거기다 의뢰자니까 이 만큼 관계있는 사람이 참가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걸"
 
"단념하렴. 이렇게까지 해주면 하는 수 밖에 없잖니. 좋은 지인을 가진걸 감사하렴"
 
"예이예이"
 
의욕은 결코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유이가하마의 배려에는 고맙다고 생각하고 유키노시타도 어째선지 묘하게 기분이 좋다. 그럼 역시 나도 여기는 순순히 동행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나여도 여기서 때려칠만큼 분위기를 못 읽는 내가 아니다.
한번 더 말하지만, 나는 분위기를 못 읽는게 아니라 분위기를 읽지 않는 인간이다. 이 둘의 차이는 크다. 그래,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응, 좋은 예시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됐어.
 
"그래서, 어떡할까 유키농"
 
"그렇구나. 역시 코마치에게 직접 묻는게 제일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코마치의 중학교에 들어갈 수도 없구 말야-"
 
그렇다. 코마치는 중학교 3학년. 우리들은 고등학교 2학년. 중고등학교 통일 학교도 아니므로, 당연히 다니는 학교도 교사도 다르다.
그런 코마치지만, 실은 진학처로 우리 고등학교를 지망하고 있어서 잘 되면 내년에는 코마치와 같이 다니게 된다. …나, 1년 정도 유급할까.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코마치에게는 방과후 시간을 내달라고 메일로 부탁을 하고, 그때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들은 깨닫지 못한것도 눈치챌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알았어! 그럼 내가 코마치에게 메일 보내둘게"
 
바로 유이가하마가 휴대폰을 꺼내서 삐뽀삐뽀 누른다. 유이가하마와 코마치는 꽤 빈번하게 메일을 보내는 모양이다. 뭘 그렇게 얘기할게 있는걸까.
덧붙여 내가 가장 많이 대답한 메일 답신 내용은 『알았다』이 한마디다. 이전에 유이가하마한테 메일이 왔을때 평소대로 『알았다』라고 한 마디로 답변하니까 『왠지, 힛키 화났어?』라고 답신이 와서 곤혹했다. 어? 뭐야? 나한테 이모티콘이라도 쓰라는거야?
중학교 시절, 여자한테 급우 내 연결 메일로 이모티콘 개제해서 재미있는 캐릭터를 꾸린 내용으로 답신한 결과, 『히키가야, 딱히 단순한 연락이니까 그렇게 힘내지 않아도 돼. 그보다 좀 기분 나빠』라고 답신받고 배게를 적신 밤 이래로 나는 최대한 간결하게 답신을 하고 있다. …칫, 또 안좋은 기억을 떠올려버렸다.
그런 기분을 넘기는김에 유키노시타에게 말을 건다.
 
"어이, 유키노시타. 그러면 코마치에게 직접 전화나 메일로 물어보면 되지 않아?"
 
"이러한 민감한 문제는 전화나 메일이 아니라 직접 얘기하는게 좋아. 안 그러면 여러모로 착각을 해버린단다. 여러모로…말이야"
 
"흐-응, 그런가"
 
"그래, 그런거야"
 
뭐야뭐야? 왜 먼산을 보고 있는거야? 혹시, 접하고 싶지 않은 화제였어? 기분을 풀기위한다는 이유로 말 걸어서 미안합니다. 나는 메일에 더해서 대화도 최대한 간결하게 해야하는걸까.
 
 
 
 
"좋아, 송신! 그럼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으러갈까"
 
"그렇구나. 특별히 누구에게 물어보러 가는것도 아니니까 일단 교내를 돌아다녀볼까"
 
유키노시타의 제안에 따라 부실에서 나오자 거기에는 거대한 고깃덩어리… 아니, 자이모쿠자가 놓여있었다…아니, 있었다.
 
"오! 하치만!! …역시 몇 번이나 이 시대를 반복해도 역시 너하고는 여기서 만나는구나. 역시 운명에서는 도망칠 수 없는건가!!!!"
 
"좀…아니, 왜 가장 먼저 만나는게 하필이면 너야. 저기, 뭔가 실수한거지. 그 밖에도 여러모로 있을거 아냐, 엉!!"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유이유이가 붙인 별명은 '중2'. 항상 롱코트를…아니, 됐어. 중2 오타쿠. 이상 설명 끝.
그보다 너, 명백하게 부실 밖에서 대기타고 있었지? 그거 운명이 아니라 필연이잖아!? 운명은 자기자신의 힘으로 열어젖히는거라고!? 랄까, 너. 나를 되게 좋아하잖아.
 
"힛키, 누구한테 항의하는거야?"
 
"그는 내버려두자. 분명 대때로 이렇게 되버리는 병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안심해, 히키가야. 나는 줄곧 변함없이 언제나 너의 지인이야"
 
"그러니까 굉장히 좋은 미소로 그런 말을 하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얼핏 좋아보이는 말이지만, 명백하게 그거 상대와 선을 그어버리는 발언이거든?"
 
즉, 이후 무슨 일이 있든 지인 이상은 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따, 딱히 나도 그래도 상관없거든? 허, 허세 같은거 아니거든!
마음속으로 츤데레 하치만이 되어 있으니 자이모쿠자가 말을 걸어왔다. …주로 나한테.
 
"흐음. 그대들은 그건가? 또 봉사부의 부활동중인가?
 
"어? 아, 응. 그렇긴 한데… 어떡하지? 유키농"
 
"음? 무슨 일이 있나? 뭐, 본관도 바쁜 몸이기에 별로 시간은 없지만, 그대들과 이곳에서 만난것 또한 운명이 이끌었다는 걸테지…. 훗, 그럼 그 운명의 손바닥 위에서 굴러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가…"
 
짜, 짱나-.
 
 
 
 
"그렇구나, 어떻게 해야할까…"
 
역시 유키노시타도 자이모쿠자에게 얘기를 듣는건 망설이는 거겠지. 황송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이지?
우리들이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자이모쿠자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져왔다. …나한테.
 
"응~? 하치만, 그대와 본관의 사이가 아닌가. 염려따위 필요없다고?"
 
"조, 좀! 너무 붙지마. 더워더워더워무진장갑갑해!!"
 
옆에서 보면 사이 좋게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는걸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묘하게 주위 시선이 신경쓰였다. 아니라구요-. 나 딱히 이 녀석하고 사이 좋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슬슬 실력행사를 할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겨우 각오를 굳힌 모양이다.
 
"하아…뭐, 샘플링을 할때는 의식적으로 개체를 선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는 얻을 수 없는걸. 여기는 그에게도 이야기를 듣기로 하자"
 
유키노시타다운 진지한 답변이다. 샘플을 취할경우 어디까지나 무작위하게 선택해야 하며, 그걸 어긋나게 해버릴 경우, 데이터 그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만다.
더군다나 이미 착지점이 정해져 있어서, 샘플을 얻는 측이 의도적으로 유도하거나 하면 그건 훌륭한 날조가 된다. 어디라고는 말 못하지만, 모 텔레비전 방송국도 모신문사도 그 부분에서는 제대로 해줫으면 좋겠다. 어디라고는 말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초 사회파인 나에게 갑자기 유이가하마가 말을 건다.
 
"응…그, 그럼 힛키, 부탁해!"
 
"너희들, 나한테 몽땅 떠넘기기냐. 아니, 왜 미묘하게 거리를 두는건데?"
 
핫핫하. 하치만, 그대도 미움사는고로"
 
아니, 미움사는건 너거든… 등의 잔혹한 소리는 아무리 나여도 말 못한다. 상처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남의 아픔을 알아주는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배려도 덧없이 특히 이유도 없는 일격이 자이모쿠자를 덮친다.
 
"어? 그치만 중2는 왠지 냄새날것 같은걸.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저기… 무리"
 
"하흐응!!"
 
"용서 없구만, 너희들. 그거 생리적으로 무리 라는거랑 마찬가지라고. 괴롭히는거 좋지 않다. 자이모쿠자, 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일단 더 이상 자이모쿠자가 샌드백이 되지 않도록 강제로 이야기를 돌려준다. 조금은 나의 다정함에 감사해라고?
 
 
 
"하치만…. 훗, 일반인이라면 콧방귀 뀌겠지만 형제인 그대의 부탁이라면 듣지 않을 수 없지!! 자아, 무어냐!? 뭐든지 물어보거라!!"
 
"짜, 짜증나…"
 
"힛키, 파이팅!"
 
이 녀석, 전혀 내 배려를 눈치 못 챘어…. 게다가 뭐야? 그 반짝거리는 눈은? 그런거 나, 생리적으로 무리인데… 여러모로.
마음이 꺾일뻔한 나에게 어째선지 아까보다도 먼 위치에서 유이가하마로부터 응원을 받는다. 분명 무의식이겠지. 너는 나쁘지 않아. 응.
 
"유이가하마 씨-이, 아까보다도 더 거리가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얼른 끝내주지 않겠니, 히키가야"
 
"너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구만. 완전히 남인체냐"
 
"그럴 생각은 아니야. 체가 아니라 남ㅇ니걸"
 
"그러치요-. 뭐…어쩔 수 없나"
 
이 녀석은 분명 의식해서 하고 있는걸테지이. 너는 나쁜 녀석이야. …어쩔 수 없지만.
 
 
 
 
 
"어뤠에-? 본관 상담 들어주는 입장이지?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기, 이상하지 않아?
 
"시끄러, 얼른 끝낸다. 오늘 아침에 이런 일이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어제 밤에는…"
 
간추려서 상황을 자이모쿠자에게 설명한다. 필시 아까보다도 익숙해진 탓이겠지. 부실에서 둘에게 설명했을때의 반 정도의 시간으로 설명을 마쳤다.
아니, 딱히 적당하게 설명한게 아니야. 그저 조오금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서 여러모로 생략한것 뿐이니까.
 
"그런 영문인데, 자이모쿠자. 너, 뭐 깨달은거 있어?
 
"…"
 
설명을 마친 후 자이모쿠자에게 물어보니. 어째선지 갓 태어난… 송아지? 아니, 그런 귀여운게 아니군. 그래, 예를 들자면…예를 들자면, 갓 태어난 자이모쿠자철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이 빨갛다. 어? 뭐야 이 녀석, 흥분하고 있어?
 
"떨고 있어?"
 
"그래, 그렇게 보이는구나"
 
그런 자이모쿠자의 모습을 둘은 더욱 멀리서 기분 나쁘다는듯 쳐다보고 있다. 이제 됐어. 너희들은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오히려 그 이상은 자이모쿠자를 상처입히지 않도록 어디 숨어주라.
그렇게 둘에게 말을 걸려던 그 순간, 갑자기 자이모쿠자가 소리를 질렀다.
 
"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우옷! 놀래라. 뭐야, 갑자기. 뭐야? 그런 발작이냐?"
 
"다시 봤다, 하치만!! 그대는 뭐냐! 주인공이냐!! 하렘 라노벨 주인공이냐아아아아아아!!!! ……후훗… 주위 신경쓰지 않고 플래그를 마구 세워대면서 밤에는 동생이랑 알콩달콩 러브라고오……"
 
"자, 자이모쿠자? 조금 진정하지? 증기 나오고 있거든? 내가 듣고 싶은건 말이다…"
 
이 녀석, 무슨 착각을 하고 있다. 내가 하렘 라노벨 주인공? 그런 러브 코메딕한 전개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잖아. …없었지?
 
 
 
"닥치거라, 하치만!! 그런가… 그대는 그저 자랑하고 싶었던것 뿐이렷다? 큭, 동료에게 배신당하는것도 역시 피할 수 없는 미래인가……"
 
"어-이, 자이모쿠자?"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는 자이모쿠자는 솔직히 기분나빴다. 그런데 기분나쁜거랑 재수없어서 꺼려지는건 뭐가 더 나은걸까.
 
"본관이 해줄 어드바이스는 없다!! 할 말이 있다면 그저 하나………코코코코코코코코코마치님을 본관의 아내로"
 
"죽어"
 
"크헉…"
 
그 앞은 말하게 하지 않았다. 누가 말하려고 하든, 어떤 이유가 있든, 내 앞에서 그 소리를 내뱉는건 동시에 내 주먹으로 인해 피를 뿜게 될 것이다.
코마치를 원하면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그리고 또 코마치에게 상응하는 남자가 나올때까지 내 주먹은 피로 물들것이다.
그리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최대한 산뜻하게 말을 건다.
 
"좋아, 다음 찾으러 갈까"
 
"중2…"
 
"…결국 아무것도 얻는게 없었구나"
 
 
 
 
우리들 봉사부 일동은 겨우 부실 앞에서 벗어나 본래 향하던 목적지로 향한다. 지금은…그래, 튜토리얼같은 것이다. 이걸로 몬스터 퇴치 예행연습도 만전. 4도 나왓으니까 오랜만에 실력이 운다!
그런 수렵해금인 기분으로 의기양양하게 던전을 걷고 있으니 갑자기 복도 모퉁이에서 천사가 나타났다. 뭐야 이거, 잡고 싶어.
 
"아, 하치만~!"
 
이쪽을 눈치챈 천사는 손을 흔들었다. 어? 나 혹시, 이대로 하늘로 승천하는거야? 아니… 하지만좋다. 응, 모든걸 받아들이자.
그런 신성한 기분으로 천사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천사가 아닌 내 친구이며 테니스부 부장인 토츠카 사이카였다.
뭐, 나로서는 천사도 토츠카도 마찬가지지만. 남자가 아니라면 바로 고백할 수준이다. 엇차, 이러고 있을 수 없다. 천사가 부르고 있다. 얼른 가봐야지.
그리고 달리면서 둘에게 말을 건다.
 
"토, 토츠카!! 물어보러 간다? 당연하지? 랄까, 용건이 없어도 나는 간다!!"
 
"그, 가버렸네"
 
"우-. 사이는 남자인걸 알면서도 좀 복잡한 기분이야…"
 
"왜 그러니? 얼른 우리도 가자"
 
"으, 응! 어라? 유키농, 조금 폭력적?"
 
"아니, 그런건 단연코 아니야. 그저 두고 가버린게 마음에 들지 않는것 뿐이야"
 
"흐-응"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서 늦게 오는 둘을 두고, 재빨리 토츠카와 합류하는 나.
 
"하치만, 왜 그래? 아, 부활동?"
 
"아아, 그랬지만 말이야. 하지만 사이카가 어디에 가고 싶다면 부활동을 빼먹고 나도 같이 갈게"
 
"저, 정말-, 그러니까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건 치사해-. 거기다 안 되잖아. 부활동을 빼먹으면"
 
"핫핫하. 사이카는 여전히 성실하구나-"
 
조금 화난 얼굴도 진짜 천사. 아오이도 깜짝놀랄 천사다. 사이카, 진짜 천사.
 
"우리들이랑 떨어져있던 잠깐 사이 벌써 좋은 분위기가 됐어!?"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1할이라도 평소 생활에 할애하면 그도 외톨이는 되지 않았을텐데"
 
겨우 합류한 두 사람이 나와 토츠카의 사이 조은 모습을 보고 바로 뭐라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 지금의 나에게는 기분 좋게 느껴진다. 아아…이것이 승자의 여유인가.
 
"흥, 토츠카와 대화할때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모든 리소스가 할애되어 있는 탓에 외톨이가 된다면 오히려 자랑스러울 정도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가산도 감산도 없는데"
 
아까전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수치로 말한건 너잖아.
탈선할것 같은 나와 유키노시타를 곁눈으로 보며 유이가하마는 본론을 짚는다.
 
"아, 사이야. 우리들 지금 모두에게 힛키 사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사이도 시간이 있으면 협력해주지 않을래?"
 
"응, 나라도 괜찮으면 좋아"
 
당연하게 바로 승낙. 너무 사람이 좋아서 도리어 토츠카의 장래가 걱정이 된다. 나쁜 녀석에게 속지 않으려나. 걱정이다. 진짜, 이거 내가 평생 곁에 있는 수 밖에 없지 않아?
 
 
 
 
"고마워. 실은 힛키가 오늘 아침에 코마치랑………그래서, 어젯밤에………라는 일이 있었는데…"
 
유이가하마가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토츠카와 얘기하고 싶었는데에.
 
"그런데, 토츠카에게는 형제는 있니?"
 
"그러고보니 들은 적이 없군. 나로서는 외동아들이라서 소중하게 키워진 이미지가 있는데"
 
토츠카의 가족구성인가…. 토츠카는 천사니까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런건 아닌가.
 
"네 상대를 싫은 기색 없이 해줄 만큼 순수한 마음을 가졌으니까. 나도 대충 그 이미지대로야"
 
"어이, 그렇게나 내 상대를 하는건 고통스러운거냐고. 그보다 순수하지 않은 유키노시타 씨는 실은 포커페이스를 짓고서 싫어하면서 내 상대를 하고 있던거냐고"
 
"아무리 나여도 본인을 눈 앞에 두고 실은 상대하는게 고통스럽다고는 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구나, 굳이 한 마디 하자면, 나 별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야"
 
"그거 거의 직접 고통스럽다고 하는거거든? 오히려 돌려말하기 하는 만큼 쓸데없이 대답하네"
 
이 녀석은 악마인가. 잠깐만, 토츠카. 시험삼아서 빛속성 공격을 유키노시타에게 해봐.
또 조금 내 마음이 깎이려고 할때 유이가하마의 설명이 끝난 모양이다.
 
 
 
"사이는 어떻게 생각해?"
 
"으-응, 어떠려나. 나는 코마치가 하치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분명 그게 본심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그건, 힛키를 『싫어』라고 한거 말이지?"
 
"응. 하치만, 분명 코마치는 코마치대로 무슨 생각이 있어서 했던 말이라고 생각하고, 코마치는 하치만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하치만도 코마치를 싫어하지 말아줘"
 
"웃…"
 
나를 달래주면서도 코마치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아아, 이 얼마나 우애. 무심코 왕벌레도 마음을 열어버릴 기세다. 얘들아, 나의 먼눈 대신에 잘 봐줘.
 
"하, 하치만!? 왜 우는거야!?"
 
"아니, 미안. 토츠카는 정말로 다정하구나아. 괜찮아. 내가 코마치를 싫어하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응, 그럼 다행이야. 아, 미안. 슬슬 부활동 가야해…"
 
그런가, 부활동을 가던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진짜 세상의 모든 사람이 토츠카가 되면 좋을텐데.
 
"잡아둬서 미안해. 대단히 참고가 됐어. 고마워, 토츠카"
 
"응! 그럼 갈게 얘들아"
 
"또 봐-, 사이야"
 
"고마워(결혼하자)"
 
"어째서일까. 지금 히키가야의 발언에 굉장히 사악한걸 느꼈는데…"
 
 
 
토츠카와 헤어진 후, 어디에 갈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의 휴대폰에 착신이 왔다.
 
"아, 코마치한테야! 여보세요? 코마치?"
 
『얏하로에요, 유이 언니. 메일 봤는데요, 코마치한테 일이 있나요?』
 
"응, 코마치한테 조금 묻고 싶은게 있어서. 전화가 아니라 직접 애기하고 싶은데, 시간 돼?"
 
『직접인가요? 코마치는 괜찮은데요………핫! 호호호호호, 혹시 오빠랑 사기게 됐습니다, 같은 보고!?』
 
"응? 왜 그래, 코마치?"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코마치는 마침 학교를 나온참이니까 그쪽으로 갈게요. 교문에서 만나면 될까요?』
 
"그럼 그렇게 하자. 미안해, 코마치"
 
『그런 딱딱한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유이 언니. 이제 코마치랑 유이 언니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럼 초특급으로 갈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족?"
 
"왜 그래? 유이가하마"
 
"응---, 뭐, 됐나. 코마치, 교문까지 와준데"
 
조금 이상한 얼굴을 짓고 있던 유이가하마였지만, 바로 태도를 고쳤다.
 
 
 
 
 

"그래. 또 코마치를 번거롭게 해버렸네. 언젠가 무슨 형태로 답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뭐, 신경쓰지마. 코마치도 너희들하고 대화하는거 즐겁다고 했으니까"
 
"원래 네 탓인데 말이야. 그렇게 코마치한테 베품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이는게 미움받은 원인인걸지도 몰라"
 
"너, 바보냐.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주는건 코마치 정도였다고. 다중하게 대해줄때마다 잊지 않도록 '코마치 노트'에 코마치가 해준걸 기록할 정도로 감사하고 있다고"
 
"뭐야 그 '코마치 노트'는!? 힛키, 시스콘을 넘어서 얀데레끼가 있다구!?"
 
통칭'코마치 노트'. 본래는 남에게 다정하게 대해졌을때, 그걸 잊지 않고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기 위해 쓰기 시작한 노트였지만, 애시당초 학교 생활에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녀석은 있을리도 없어서,
결과, 코마치가 해준 친절을 오로지 쓰게 되어 지금은 이미 코마치 전용 노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보다, 친절하게 대해진걸 감사하는 행위의 어디가 나쁜건데. …뭐, 코마치에겐 비밀로 하고 있지만.
 
"어떠려나. 히키가야가 코마치에게 미움받은 이유를 찾고 있었을텐데, 지금이 되어선 그의 그 일거수일투족이 미움받는 이유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뭐, 아무튼 교문으로 가자"
 
어이, 간단하게 남의 행동을 전면 부정하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확실히 좋아라고 생각한게 '기분 나빠'라고 듣고 상처입은 일은 산더미 만큼 있지만 말이야.
옆 자리에 조금 신경쓰인 여자 세야 학생. 그 애가 지우개를 떨어뜨려서 친절한 마음으로 주워서 건내줬더니, 그 행위에 돌아온 것은 "고마워" 라는 감사의 말이 아닌, "이젠 이 지우게 못 써…" 라는 우는 소리였다.
나는 그저 곤혹해 할 뿐이라, 그 진의를 몰랐지만, 그 후에 내가 만져서 그 지우개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걸 알게 되어 다음으로 운 것은 내 차례였다.
…아-, 왠지 또 죽고 싶어졌다.
 
 
 
 
또 혼자서 지뢰를 파면서 눈을 탁하게 만들며 교문으로 향하는 유키노시타네 뒤를 따라간다. 마침 교문에 도착했을때, 손을 흔들면서 달려오는 한 명의 미소녀가 보였다. 아, 코마치냐. 바로 유이가하마가 그 바보슬너 인사로 말을 건다.
 
"아, 얏하로-! 코마치!!"
 
"얏하로에요, 유이 언니! 중간까지 타이시의 자전거를 타고 코마치, 초특급으로 도착했습니다……어, 어라? 오빠랑 유키노시타 언니도 있어? 그렇다는건… 아- 뭐야-, 유이 언니랑 오빠가 사귄다는 보고가 아니었나아…"
 
좀? 후반부분은 혼잣말이라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 흘려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자식, 코마치를 자전거 뒤에 태웠다는건가?
분명 지금쯤 인목이 없는데서 코마치를 태워줬던 짐칸에 뺨을 비비적대고 있는게 틀림없다. …코마치, 다음에 만나면 오빠가 한방 먹여줄게.
하지만 코마치는 그런 나의 굳은 결의는 뒷전으로 급하게 왓는데도 불구하고 골탕먹었다는 표정이다.
 
"왜 그래, 코마치. 묘하게 실망한 표정을 짓고"
 
"하아… 정말이지. 코마치는 오빠한테 실망이야"
 
"윽…"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코마치에게 절찬 미움받는 중이었다. 그 사실이 무겁게 나를 짓눌러 자연히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떨어진다. 미워하지 말아줘, 코마치. 3천엔 줄테니까.
 
"히키가야, 그 탁한 눈으로 울지 말아주겠니. 정말로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저기, 힛키. 일단 우리들이 코마치한테 물어볼테니까. 힛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것 만이라도 좋으니까 좀 떨어질래?"
 
"……그렇게 할게. 미안"
 
유이가하마의 제안에 솔직히 따른다. 솔직히 지금 정신상태로는 깨물거나 버벅거리나 해서 제대로 말도 못할테지. 아니,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고? 급우하고도 경쾌한 농담을 나누는 사이다. …응, 좀 무리가 있었다.
그보다 유키노시타는 기분 나쁘다고 너무 말하지 않냐? 두 번 말하다니 뭐야? 중요한 거야?
 
 
 
 
"어쩐 일이에요, 오빠는? 왠지 묘하게 울적해져있는거 같은데요"
 
"코마치, 너는 짐작가는게 아무것도 없니?"
 
"짐작…인가요? 응-, 그렇네요…. 아! 또 학교에서 괴롭힘 당했어요? 오빠는 그 자리에서는 태연하게 행동하는 모양이지만, 집에서 혼자 심하게 침울해져 있거나 삐져있거나 울적해하거든요-"
 
어이, 코마치. 내가 왜 집에서까지 침울해지는걸 참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거야? 그런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대뜸 말하지마. 또 희희낙락하며 유키노시타에게 괴롭혀지잖아.
 
"그, 그렇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게 아니라…으-응, 이제 됐어. 있잖아, 코마치. 힛키, 오늘 아침에 코마치한테 『오빠야 싫어』라고 들은 모양인데, 그걸로 침울해하는것 같아"
 
"유이가하마, 난데없이 정면돌파는 용감한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과연, 요즘 유행하는 돌진계 여자애 유이가하마. 우리들이 할 수 없는걸 태연하게 저지른다. 그런 점에 끌려! 동경해!
 
"헤…? 아-, 아-아-아-, 그건가요-. 네에, 코마치는 확실히 오늘 아침에 오빠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코마치, 설령 평소부터 히키가야를 싫어한다고는 해도, 정면으로 직접 그런 말을 하는건 권장하지 않아. 그런 의사를 보일거라면 그 밖에도 여러 방법이 있어.
 그래… 예를 들면 요리를 만들때 히키가야의 요리에만 염분을 많이 넣는다거나. 그는 의외로 세세한 점에서 눈치가 빠르니까 그런걸로도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는걸 느낄거야"
 
너는 방해되는 시어미를 죽이려드는 며느리냐. 난데없이 그런 발상이 나오는 점에서 이미 실천중인거아냐?
그러고보니 가끔 유키노시타가 부실에 음료를 갖고 오는 일이 있는데, 늘 나한테 주는건 통칭 맥캔, 즉 맥스 커피다. 우유 성분에 연유를 사용해서 다른 커피와 비교해 상당히 당분양이 많지만…아니, 타의는 없을터…지?
 
 
 
"아뇨아뇨, 그런게 아니구요-. 어제밤에 오빠랑 한 대화에서요…"
 
"그거라면 힛키한테 들었어. 뭐라고 할까… 힛키는 역시 시스콘이구나"

그러니까 너, 몇번을 말해야 아는거야? 시스콘이 아니라 사랑이 깊은거라고. …뭐, 말로는 안 하지만.
 
"오요? 벌써 들었나요. 그럼 이야기는 빠르네요. 이대로라면 동생을 못 떠나보내면 코마치 입장으로 역시 오빠의 장래가 걱정이라서요"
 
"뭐, 동생을 못 떠나보내도 충분히 걱정… 아니, 불안하지만. 이렇게까지 밝은 장래가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것도 드물구나"
 
어이 거기. 왜 지금 말을 고친거냐. 나는 걱정하지 않아, 어필 그만해줄래?
 
"그래서 오늘 아침에 시험삼아 이렇게 말해본거에요 『오빠야 싫어』라고"
 
역시 들었구나…. 어쩜녀 잘못 들은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예를 들면 '오빠야, 싯누래'라던가. 싯누래라니, 뭐야 싯누래라니. 돼지 카레냐고. 아하하하……하아…
 
"아-, 그런거였구나-. 그치만 힛키, 좀 가엾지 않아?"
 
"물론 진심은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뒤에 이렇게 말했어요. 『이런 말을 들어도 나한테는 여친이 있으니까 상관없어- 정도로 말할 수 있게 되면 코마치도 안심이지만 말야-』라고요"
 
…어?
 
"…힛키?"
 
"…히키가야?"
 
 
 
"아, 아니. 그게, 충격이 너무 커서 그 뒤의 기억은 애매해서…"
 
"죄송해요죄송해요! 저희 바보 오빠가 걱정을 기친 모양이라 정말로 죄송해요!!"
 
눈치챘다는듯 노호의 기세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코마치. 그, 그런가. 미움산게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동생에게 미움산 오빠는 없었구나. 응, 그치만 본인을 앞에 두고 바보 오빠라고 하는건 그만해.
 
"아하하하…. 하지만 뭐, 싸운게 아니라서 정말로 다행이야. 힛키? 코마치한테 버려지지 않도록 평소부터 제대로 감사해라구"
 
"알고 있어. 너무 감사해서 오히려 코마치 말고는 필요없다"
 
"아니, 그러니까 감사랑 시스콘은 다르다고…"
 
미소지으며, 그리고 조금 기막힌듯 대답하는 유이가하마. 정말로 걱정해줬구나. 이 녀석은 정말로 좋은 녀석이다.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중얼거린다.
 
"일단 이걸로 한건 해결이니. 역시 남매는 사이가 좋은게 최고구나…"
 
"…"
 
분명 그건 유키노시타의 진심일 것이다. 그럼 뭐, 이렇게까지 도와줬으니까 그 때가 오면 나도 전력을 다하자. 굳이 구체적으로 그 때가 어느 때인지는 말 안하겠지만.
 
 
 
 
여기서 구분을 짓든 코마치가 말을 한다.
 
"그럼그럼,! 모처럼이니까 이대로 어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가서 디저트라도 먹으러 가요-! 걱정을 끼친 만큼 물론 여기는 오빠가 사는거니까 걱정마시구요. 오빠의 지갑에는 3천엔 정도 들어있으니까 그 정도는 여유로워요!"
 
"어이, 내가 산다고 멋대로 정하지마. 랄까, 왜 내 지갑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거야"
 
뭐야? 너, 내 지갑 체크하고 있는거야? 감빡해서 섣불리 지갑 속에 못 넣잖냐. …아니, 그렇게 어덜트한건 안 넣거든? 내가 말하고 있는건 현상해서 당첨된 미소녀 캐릭터가 그려진 큐오 카드다.
 
"힛키가 사는거면 갈래!!"
 
"그렇구나. 나는 아무래도 좋지만, 히키가야의 지갑 내용물을 줄인다는 거라면 나도 어울릴게"
 
"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만 따라가는건 그만두지 않을래?"
 
애시당초, 너는 엄청 부자잖아. 빈곤한 사람한테 더 빼앗아가면 봉기 일으킨다? 랄까, 네가 사라.
 
"후훗…, 농담이야. 코마치의 권유인걸. 거절할 이유는 없어"
 
"어디까지나 내 존재는 이유로서 제외하는구만…"
 
그렇게 농담을 하고 있으니 코마치가 둘을 데리고 나한테서 조금 거리를 둔다. 괜찮아, 문제 없다. 거리를 두어지는데는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너무 가까우면 차분해지지 못해서 내가 거리를 둘 수준이다. 따, 딱히 외롭지는 않거든!
 
 
 
"두 분, 잠깐 괜찮아요?
 
"뭔데? 코마치"
 
"뭐니?"
 
"코마치 입장으로 『오빠야 싫어』를 제외한 발언은 비교적 진심이에요-. 두 분중 누구라도 오빠의 여친… 아니아니, 오히려 아내가 되어주면 코마치 입장으로는 안심이 되는데요-"
 
"뭣!? 조조좀, 코마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랄까, 아직 고등학생이구! 아아아아아아내라니…그게, 아직 좀 이르…다고할까……"
 
"…"
 
"아뇨아뇨, 급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일단 생각해주세요-. 그럼그럼,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렛츠 고-♪"
 
이야기는 끝난 모양이라 기분 좋아 보이는 코마치는 이야기를 마치고 선두를 걸으며, 그 자리에는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허둥대는 유이가하마와 얼굴은 보이징낳지만 평소대로일 유키노시타가 남겨졌다.
 
"뭐야? 코마치 녀석, 되게 기분 좋아보이네. 너희들, 무슨 얘기했어?"
 
"따, 딱히 힛키하고는 관계없어!!"
 
"그렇구나. 나와 네 관계와 같은 수준으로 밖에 너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야"
 
"거의 관계 없다고 하고 싶은거냐. 뭐, 됐어. 자, 가자"
 
 
 
 
마이페이스에는 정평이 있는 코마치. 이대로라면 점점 떨어지고 만다. 둘을 재촉하듯 나도 코마치를 따르고, 그에 따르듯 둘도 따라온다. 이런 상황에 잠깐이나마 조금 청춘같다고 느껴버린 내가 있다.
나의 착각에서 시작한 이번 소동이었지만,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면, 그 소동마저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추억이 되버릴 것이다.
그럼, 나와 같은 착각이나 착각이 많은 인간이야말로, 주위 인간과 신뢰하는 사이라는걸 구축할 필요가 있는걸지도 모른다.
분명 이 사실은 모두 무의식중에 느끼며, 그리고 보다 좋은 인생을 보내기 위해 무의식중에 친구를 만들어, 신뢰관계를 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알고 있어도 나는 아직 그녀들의 영역에는 도달할 수 없다.
………하지만. 하지만. 이 둘이라면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해버리는 자신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는것도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구체적으로는 뭘 하면 좋을지 모르는 나는 지금까지대로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아…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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