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관능 소설을 쓰려고 생각해"
가을도 깊어진 어느날 방과후.
평소처럼 내 옆에서, 나 같은건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듯 독서에 힘쓰고 있던 유키노시타.
입다물고 있으면 틀림없이 견줄자가 없을 미소녀 님은 여전하다.
재색겸비를 겸비하고 게다가 유키노시타 건설 경영자의 영애……여기다 성격이 정상적이었으면 말할것도 없었을것이라고 비교적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 유키노시타가 아무 전조도 없이,
귀를 의심할만한 소리를 내뱉은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과, 관능소설……이라고……?"
"그래. 관능소설이야"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책에서 나로 옮기며, 다짐하듯 굳게 중얼거렸다.
이 녀석이랑 함께 봉사부 부활동을 하게 된지 꽤 흘렀지만, 역시 부실 내라고는 해도 같은 공간이 있으면서, 이렇게 빤히 시선을 나누면……부응없이 긴장한다.
결코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호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유키노시타가(분하게도) 무지 귀여운게 안 되는 것이다.
"그, 그건 즉 그거냐?
나, 남자랑 여자가, 서로의 쾌락을 위해 생식행위에 미치는……그런 이야기냐?"
"그런 이야기야"
"……"
어, 그게…….
"……너, 아직 고등학생이잖아?"
"그래"
"……응모자격에 걸리지 않냐?"
"그런건 적당하게 넘기면 문제없잖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 이전에 말이다. 문제는 아직 있잖아.
유키노시타는 근본적인걸 깨닫지 못한게 아닐까.
"……너 말야. 그런 이야기, 지금까지 쓴 경험……이, 있는거냐?"
"없어. 처녀작, 이라는게 될거야"
"미경험이냐……"
"덧붙여 나 자신도 처녀니까. 만일을 위해서 말해두는거야"
"안 물었어!!"
내가 유이가하마를 빗치라고 생각하던걸 경계해서인지,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경제를 받아도 난처한데……뭐, 나도 동정이지만!
……그보다, 딱히 나도 유키노시타가 간단하게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여자라고는 생각 안하니까.
"덧붙여, 이미 플롯은 완성되어 있어"
"뭣……버, 벌써 쓴거야……?"
"그래. 초기설정 뿐인 간이한 거지만.
수업이 너무나도 한가해서 시간을 보고 써봤어"
"성실하게 수업 들을 생각이 제로구만……"
학년 최고의 우등생이 수업도중에 관능소설을 쓰고 있다니, 세상 말세구만…….
관능소설을 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거냐, 이 녀석은…….
"하지만 좀 문제가 있어서.
나로서는 최고걸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남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
히키가야의 의견이라도 조금은 나을까……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유이가하마나 히라츠카 선생님더러 읽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적어도 히키가야라면 나를 배려하지 않고 직접적인 의견을 말해줄거잖니.
만약 나를 배려해서 쓸데없는 배려를 해도, 나는 그걸 금방 눈치채니까"
"……"
자이모쿠자의 소설 비평때처럼 하라는 소린가…….
그 때는 저 녀석, 나랑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에게 떡실신 당하는 혹평을 받았으니까아.
"자, 나의 처녀작이야.
특별히 히키가야가 읽게 해줄게. 기쁘지?
나의 처녀작이란다? ……중요한 말이라서 2번 말했어"
"(읽어주는 입장인데, 어째서 이 녀석은 이렇게 잘난체 하는거야……)"
주섬주섬 가방 안에서 몇 십장의 원고용지를 꺼내들어 나에게 건내는 유키노시타.
조, 좋아…… 재미있잖냐.
유키노시타가 그럴 생각이라면, 평소의 원한도 담아서 실컷 혹평하기로 할까…….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읽어줄게"
"그래. 부탁해"
히키가야가의 남자는 미소녀의 부탁에 약하다…… 또 하나, 자신의 약점을 발견해버렸다.
표정은 평소의 '얼음 여왕'이지만 이 녀석이 귀엽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됐어, 어차피 오늘은 다른 의뢰도 안 올테니까……시간 죽이기로 읽기로 하자.
"어디…… 주인공은 고등학생인가.
여동생이 한 명이라. 그리고 자택에 고양이가 한 마리…….
히로인도 같은 학년의 여고생이고……언니가 한 명 있나.
그리고 주인공은 반에서 아싸 같은 존재에 인간불신인 성격……
어이, 어디서 들은 이야기구만"
"됐으니까 빨리 읽으렴"
"알았다고…….
우선 주인공은 담임 여교사(아라사)와 육체관계를 갖고……
그 다음엔 동급생 여자(거유)와 육체고나계를 갖고……
거기다 또 한 명의 동급생(키크고 날씬)하고도 육체관계를 갖고……
어,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이, 이 주인공, 자기 동생(천사)하고도 육체관계를 갖는거냐고…… 친동생이잖아!?"
"그게, 관능소설인걸"
"그, 그야 그렇지만……도, 동생은 아직 중학생이라고 쓰여있는데……?"
"불타오르잖니?"
"……"
이, 이른바 근친상간이라는건가……?
확실히 나도 동생 코마치는 천사처럼 귀엽다고는 생각하고 있고,
오빠의 의무로서 오래토록 귀여워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애대상으로서 노적은 한 번도 없군……
있으면 아버지한테 지금쯤 살해당했을테지만.
"……이 주인공, 히로인의 언니하고도 관계를 가진것 같은데"
"그래. 생각하는 한, 쓰레기에 최악의 주인공으로 해봤어"
"쓰레기의 한도에도 정도가 있잖아, 정도가……"
플롯을 읽은것 만으로도 여자 관계에 칠칠맞지 못한 자식이 주인공이라는건 잘 알 수 있었다.
심하다는 수준이 아니다. 가혹하다.
……왠지, 조금 친밀감이 솟는 성격인건 둘째치고.
하지만.
읽는 가운데, 한 가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었다.
이 만큼이나 주인공은 주위 여자 관계에 칠칠맞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인물이 한 명 있다는걸, 지금 깨달았다.
"……야.
이 주인공, 어째서 히로인(재색겸비 아가씨)에겐 일절 손을 안 대는거야?"
"그래. 문제는 거기야"
"???"
겨우 그걸 깨달았구나, 라는 듯이.
유키노시타는 하아, 한숨을 쉬었다.
"주인공은 여러 여성관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신은 실은 히로인을 가장 사랑한다는걸 깨달아.
그리고 히로인은 주인공이 그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깨달아주는걸 기다리고 있었어.
……나로서는 거기에서 둘의 마음이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전개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
"아아. 그래서?"
"……소재가 막혔어"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일부러 그러는거니"
째릿, 하고 유키노시타가 강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다.
우헤에, 미소녀는 화난 얼굴도 무서우니까 싫다…….
"……나, 처녀라고 했지"
"……"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쓰, 쓸 수 없는거야……!
설정은 잔뜩 생각나지만……중요한 장면은 도저히 쓸 수 없어…….
이것만큼은……도저히……"
놀랬다.
그 유키노시타가.
얼음의 여왕(이라고 멋대로 내가 부르는것 뿐이지만)의 이명을 가진,
대개 일은 3일이면 다 해내는 완벽초인인
그 유키피디아 님, 학년 최고의 우등생이.
화끈, 볼을 빨갛게 붉히며, 조금 시선을 피하면서.
늘 뻔뻔하게 나를 두꺼비니 변태니 까대는 복숭아색 입술로.
쓸 수 없다.
그렇게 약한말을 한 것이다.
내 앞에서 자신의 약한 점을 결코 보이려고 하지 않았던, 그 유키노시타가?
"뭐, 뭐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로서는 이런 조언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엔, 인터넷 18금 소설 투고 사이트를 열람해서
참고로 하는 수도 있지만…….
……이 녀석은 자존심이 방해를 해서 절대로 읽지 않을테니까. 그런거.
"아니, 나는 리얼리티를 구하고 있어.
실체험을 기반삼아, 생생한 묘사를 말이야. 히키가야, 알겠니?
기존의 작품을 참고해도 소용없어.
나 자신이 체험한게 아니면, 진정한 의미로 리얼리티는 그릴 수 없어……"
유키노시타는 없는 가슴을 펴며, 나에게 그렇게 선언하는것과 동시에――――다짐 한듯이.
이때라는듯 다그친다.
"그래서……실은 불본의하지만, 히키가야에게 도움을 받을까 생각했어"
"뭐, 머를……?"
"나의 창작활동을 말이야"
철컥.
넋이 팔린 나를 뒷전으로.
의자에서 성큼성큼 일어선 유키노시타로 인해,
부실 문이 안쪽에서 잠겨버렸다.
정적 속에서 희미하게 유키노시타의 작은 숨결이 섞이는게 들려오는것도 잠시.
"이걸로――방해는 들어오지 않아"
"바, 방해……?"
"창작활동의 방해야"
시간이 흐르는게 빠르다……창문 바깥은 완전히 남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슬슬 교내에 남아있는 학생도 운동부 녀석들 정도 밖에 없을 시간대다.
……그런 늦은 시간에 유키노시타는 나와 대체, 무얼 하겠다고 하는걸까?
"……도와……줄래?"
눈동자를 적시면서 유키노시타가 다가온다.
나로 말하자면 한심하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필사적이라,
의자에서 일어서지도 못해, 그저 가만히 유키노시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 나의 썩은 물고기같은 탁한눈동자를 쳐다보고 즐거운걸까.
본인마저 매일 아침 거울을 볼때마다 "아- 오늘도 죽었구만……" 하고 난처해하는데…….
"아무나 좋다는건 아니야.
히키가야니까, 도와줬으면 좋겠어"
"어, 어이…… 유키노시타!?"
덜컹.
마침내 나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세게 엉덩이를 부딪치고 만다.
그리고, 엎어질때 들고 있던 원고용지가 하늘하늘 흩어졌다.
평소 유키노시타라면,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비웃을테지만……
"쿡. ……이 의미, 알겠니?"
"(어, 얼굴이 가까워!)"
유키노시타는 나의 꼴사납게 바닥에 쓰러진걸 좋은 기회 삼아, 자기도 무릎을 꿇고,
나를 덮어누르듯 퇴로를 끊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옅은 미소와 함께 던져지는 의문부에 대답할 여유는 없다.
이거야말로 뱀에 노려진 개구리, 아니 히키가에루다.
"아아……이렇게나 히키가야와 가까이 있으면……히키가야 균에게 감염되겠구나.
책임, 져줄거지? 안 져주면 뒷일이 무섭단다?"
지금, 내 시야에 비치는건 천장이 아닌, 무릎뿐만 아니라 양손도 바닥에 대고
나와 뜨거운 시선을 나누는 유키노시타의 상반신이며, 비공을 간지르는건 희미한 달콤한 향기.
이 상황에서 냉정함을 유지할 남자가 있다면, 부디 보고 싶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줘.
이건 어디까지나……그래, 나 나름대로 취재니까.
결코, 히키가야에게 처녀를 주고 싶다거나, 히키가야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거나……
그런 의미는, 절대로 아니니까……그러니까……"
"(몽롱하게 쳐다보면서 말해도 설득력 전혀 없는데……!!!)"
솔직히, 여기서 이성을 잃으면 패배라고 스스로 말하는 수 밖에 수가 없다는게 허무하다.
유키노시타의 가녀른 양 어깨에 손을 대고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라고 멋지게 말하면 더욱 좋다.
나도, 요즘들어 겨우 유키노시타하고는 다소 이해하고,
관계도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전개는 아무리 그래도 급격하지 않나!?
……라고 뭐, 내가 이런 식으로 번뇌와 싸우고 있는걸 신경쓰지도 않고.
"얘…… 창작활동, 하자꾸나?"
유키노시타의 그 한 마디가 방아쇠가 되어서.
미소녀 님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에 1밀리의 빈틈도 없이 옭아매어,
음탕(빗치라고도 한다)함을 품은 뜨거운 숨결이 귓가까지 닿을 거리까지 도달했을 때.
우리들의 '방과후 창작활동'은 남모르게 막을 열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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