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 SS『어째선지 학교 계단에는 괴담이 붙는다』
가가가 문고 와타리 와타루 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SS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지막까지 집필한 SS. 취한 기세로 업해본다.
"봉사부가 학교 괴담의 진위를 확인해줬으면 싶다고?"
여름 방학 전의 어느날 방과후, 봉사부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이 갑자기 터무니 없는 안건을 갖고 왔다.
나로 말하자면 하루라도, 아니 1분 1초라도 빨리 여름방학이 오지 않나 스마트 폰의 달력 화면을 노려보던 참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눈에띄는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건드리는것 만으로 시간이 지나가는 어플리 케이션같은거 개발해주지 않으려나. 그리고 트라우마를 제거하는 기능이라거나.
유이"후와와와와"
예를 들어 핑크색이 감긴 갈색발을 경단으로 묶어올린 유이가하마 유이가 바보같은 소리를 낸다.
이 녀석, 영감같은거 전혀 없어 보이는데, 엄청 무서워한다니까. 그러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뭐야, 그 모순된 사고방식.
하치만"그보다, 그거 봉사부의 활동 범주에 들어갑니까?"
나는 기막혀서 스마트폰을 집어넣음녀서 당연한 의문을 말한다.
히라츠카"히키가야, 무섭냐?"
선생님이 형태 좋은 손가락으로 척, 나를 가리켰다. 남을 손가락질 하는건 안 된다고 학교에서 안 배웠나?
하치만"아니, 제일 무서운건 살아있는 인간이니까요"
나는 무의식중에 내 자리의 반대측, 창가에 앉은 흑발의 미소녀 ―――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보면서 답했다.
유키노"히키가야, 뭐니 그 수상쩍은 눈은?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니?"
하치만"아니, 딱히…"
황급히 시선을 피한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만큼 있지만 무서워서 말 못하는것 뿐이라는것 정도는 적당히 눈치채라.
하지만 굳이 그걸 말하지 않는 나는 진짜로 젠틀맨. 너무 신사적이어서 무심코 복수형을 쓸 정도다.
히라츠카"흠, 흔해빠진 소리지만, 네가 그런 썩은 눈으로 말하면 꽤 설득력이 있구나"
하치만"내버려두세요"이쪽은 스마트폰을 노려봐서 눈이 피곤해진거라고. 그보다, 그거 절대로 칭찬 아니잖아.
히라츠카"너는 어떠냐,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는 그때까지 읽고 있던 문고본을 탁 소리를 내며 덮고, 형태 좋은 다리를 모아 몸채로 히라츠카 선생님 방향으로 돌아봤다.
유키노"저는 애시당초 유령이니 심령이니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건 일절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러한 신빙성이수상쩍은 안건에 대해 봉사부가 대응하는것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치만"요컨대, 무서우니까 싫다는 소리냐?"
유키노"히키가야, 너 한번 임사체험해보고 싶니?"생긋
하치만"…나는 괴담같은것 보다도 네가 훨씬 무서워"여름인데 식은땀이 흐른다.
여름이라도 이 부실에 에어컨이 없어도 지낼 수 있는건 어떤 의미로 그녀의 공적이다. 네 선조, 설녀인거 아냐? 지구 빙하기설의 근거는 의외로 이 녀석인거 아냐?
유이"그치만, 어째서 괴담이에요?"
유이가하마가 순박한 질문을 했다. 너무나도 순박해서 일본어가 이상하지만, 그 부근은 패스.
히라츠카"음. 너희들도 알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얼마전에 이 괴담에 관련된 환자가 생겼거든. 교무실에서도 문제시 되게 되었다"
푹신해보이는 가슴 앞에서 팔짱을 끼며, 박력이 배로 늘어서 그쪽을 문제시해버릴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 이야기라면 나도 들었다. 바보 학생이 굳이 한밤중에 학교에 숨어들어서 저지른 모양이다. 자업자득이지만, 학교측의 관리책임도 물어진거겠지.
그보다, 애시당초 야간에는 문을 잠궜을 학교에 어떻게 들어온거야? 무슨 Ⅲ세야?
히라츠카"뭐, 나도 생활지도 담당으로서 이대로 방치도 할 수 없다는 소리다"
하치만"그래서, 왜 또 그걸 저희한테?"
히라츠카"우리 교사가 '실제로 조사해봤더니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라고 한다 한들, 학생들이 납득할거라 생각하나?"
하치만"학교측이 풍기를 다스리기 위해 진상을 얼버무리려고 했다라고 생각한다…라는겁니까"
히라츠카"눈치가 빠르군. 그 말대로다"
얕봐선 곤란하다. 얼렁뚱땅 넘기는건 완전 특기니까. 특히 책임문제 같은건 어지간한 정치가 수준이다.
나는 나쁘지 않아. 전부 비서가 나쁘다.
애시당초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쁜일은 전부 내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소풍 가는 날에 비가 내리거나, 반에서 기르던 금붕어가 죽거나.
뭐야 그거 재앙신이냐.
유키노"히키가야에게, 아니, 냄새나는 것에 뚜껑…이라는 거구나"
하치만"대수롭지 않게 나를 냄새나는거 취급하지마. 제대로 매일 목욕도 하고 있고, 속옷도…"킁킁.
유이"냄새 맡았어?!"
유키노"히키가야?"생긋
하치만"어이, 치워 그만해 유키노시타. 웃는 얼굴로 나한테 패브○즈 겨누지 마"
유이"아하하. 힛키랑 유키농은 우리 엄마 아빠같아"
하치만&유키노"뭣?!"///
유이"앗, 아, 따, 딱히 두 사람이 부부처럼 보인다는게 아니라!"바둥바둥
하치만"…알고 있어"그런 식으로 들으면 반응하기 곤란하잖아.
하지만 유이가하마네 엄마, 패○리즈를 뿌리는거냐. 가족을 위해서 땀흘리며 일하고도 그 취급. 아니, 땀냄새 나기 때문에 그 취급인가. 어쨌든간에 역시 일하면 지는거다.
유키노"읏, 응. …아무튼 확실한 의뢰인이 없는 이상, 그건 봉사부의 활동이 되지 않는데요"
히라츠카"뭐, 그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하치만"…그렇군. 그럼 이 이야기는 없던걸로"
태연한 척을 하면서 실은 나도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딱히 무서운건 아니다. 늘 코마치가 호러 영화 같이 보자고 보채기도하고. 그보다, 무서우면 안 보면 될걸.
왜 여자는 일부러 무서운걸 보고 싶어 하는거야?
내가 밤중에 혼자서 화장실 못 가게되면 어떻게 해줄거야… 아니, 역시 무서운거 아니냐.
유이"다행이다아~"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유이가하마의 옆에서 유키노시타가 그 아담한 가슴을 살짝 쓸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엔 그야말로 나○니아의 하얀 마녀도 울고갈 만큼 차갑고 시린 얼굴을 한 주제에, 때때로 이렇게 나이에 어울리는 여자애스러운 일면을 보여줄 때가 있다.
유키노"히키가야, 뭐니?"
내 시선을 눈치챈 유키노시타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따진다. 조금 뺨이 빨개진 탓일까, 평소의 박력이 없다.
하치만"…딱히"
나는 웃음을 억누르면서 고개를 돌렸다.
유이"앗! 혹시 유키농도 역시 무서운건 안 돼?"
유키노"나, 나는 별로…"
유키노시타가 무슨 말을 하려던 타이밍에 부실 문이 노크되었다.
유키노"…들어오세요"
나를 노려보면서 아연해하며 유키노시타가 대답한다. 아무래도 목숨을 건진 모양이다.
그보다 노려볼 상대가 다르잖아. 너, 유이가하마한테 너무 무르지 않아? 너무 물러서 바다에 빠져버릴 정도다. 그거, 무르다고. 지에지에지에?
"실례합니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여기에 와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한 명의 여학생이 봉사부 부실로 들어왔다.
모르는 얼굴이다. 애시당초 저쪽도 나는 모를테니까 이븐. 오히려 여기선 지리를 알고 있는 만큼, 내가 유리할 정도다.
비상구 위치는 확인 끝…아니, 왜 도망치는게 전제야.
히라츠카"음. 나한테 무슨 일 있나?"
여학생"네. …그보다 실은 봉사부에 부탁이 있어서 왔는데요"
히라츠카"호오. 마침 부원이 다들 모여있는 참이다. 괜찮으면 말해보거라"
여학생"저기…여기는 학생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건 정말인가요?"
유키노"맞아. 정확하게는 고민을 해결하는것이 아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보조를 하는것이지만"자연스런 흐름으로 유키노시타가 말을 잇는다.
여학생"실은 제가 아니라 친구의 일때문에 상담하러 왔어요"
유키노"어머, 친구를 위해 굳이 봉사부에 상담을 하러 오다니, 기특한 마음가짐이네. 히키가야도 조금은 배우는게 어떠니?"
하치만"배우고 자시고 그 이전에 나한테 친구는 없지만 말이다…앗, 너 알면서 그런거지?!"
유키노"미안해.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하는게 배려라는거지"
하치만"그렇지.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 겸사겸사로 나를 까는 짓도 하지마"
유키노"히키가야의 유감스런 교우관계는 그렇다치고, 이야기를 들을게"
하치만"잠깐만. 교우관계에 대해서 말하자면, 너한테 만큼은 유감스럽다고 듣고 싶지 않은데"
유키노"어머, 나는 친구 정도는 있어. …그렇구나, 예를 들면 유이가하마…라던가"///
유이"유키농…"///
어이어이, 백합이라면 늦진 않았으니까 딴데서 해줘. 스위트나 쁘띠마리나 소녀라던가 여러모로 있잖아.
하치만"…그래서? '라던가' 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그 밖에도 있겠지?"
유이"우왓. 힛키, 기분 나빠~. 진짜 최악-"뿡뿡
유키노"커흠. 일단 자기소개를 할게. 나는 여기 봉사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2학년 J반의 유키노시타.
그녀는 같은 학년이고 F반인 유이가하마야. 그리고 거기에 있는게…"
하치만"아니, 너. 얼렁뚱땅 넘기고 있지 않냐?!"
유키노"…그게, 미안해. 너, 누구였니?"
하치만"그러니까 귀엽게 고개 갸웃거리면서 정색해서 묻지 마. 진짜로 조금 상처 입는다고… 유이가하마랑 같은 F반인 히키가야다"
유키노"…라고 해. 괜찮아. 잘 물지만 예방접종은 받아뒀으니까"
하치만"나를 개취급 하지마. 어차피 또 히키가야 견이라고 할 생각이지?!"
유키노"어머, 그런 실례되는 짓은 안 해… 왜냐면 개가 가엾은걸"
하치만"으윽, 나는 개만도 못한 취급인가…"스쿨・카스트 레벨이 아니잖아, 이거.
나 혹시 죽으면 미니튜어 댁스훈트 같은걸로 다시 태어나는거야? 아니, 그렇게까지 몸에 집착은 없지만.
유이"아하하…. 그게… 처음뵙겠습니다…일까?"
하치만"야이, 유이가하마, 너 같은 반이잖아?! 바보다 바보다 생각은 했지만, 내 얼굴을 까먹을 만큼 유감스런 기억력이었냐?!"
혹시 네 부모님, 앵무새였냐?
유이"아냐! 그녀한테 말한거야! 그보다, 나 그렇게 머리 안 나빠!"
하치만"잘 됐다-. 이름은 그렇다치고, 같은 반한테 까지 얼굴 까먹어지기라도 하면, 조금이지만 죽고 싶어질 참이었다"
유키노"이름은 이미 포기한거구나…"
유이"정말, 힛키는 왜 그렇게 비뚤어진거야…"
유키노"히ー가미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이야기를 계속 들을까?"
하치만"너, 지금 일부러 이름 틀렸지?"
여학생"아, 나는 2학년 B반의 시노즈카 시노라고 해요"꾸벅 고개를 숙인다.
유이"B반이라고 하면 자…"
하치만"어이쿠, 유이가하마. 그 이름을 말하면 안 돼.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말이 있잖아"
유이"그럼 중2?"
하치만"그것도 안 돼. 시냅스가 터져버리니까. 일단 여기는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그 사람'으로"
유키노"그는 언제부터 악의 마법사가 된거니?"
유키노시타가 관자놀이에 손을 대면서 한숨을 쉰다.
뭐, 그 녀석이다. 틀림없이 30살을 넘기면 '마법사'가 될것 같지만. 물론 다른 의미로.
시노즈카"저기…이야기를 계속 해도 되나요?"
유키노"미안해. 히키가야, 양말을 줄테니까 조금 입다물어 주겠니"
하치만"…누가 집요정이냐"
시노즈카"여러분은 소부고에 유행하고 있는 괴담을 알고 있나요?"
하치만&유키노&유이&히라츠카"괴담?!"
여기서, 아까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괴담에 대해 설명해두자.
밤의 특별동에서 눈을 감고 계단을 뒤로 걸어내려가면, 본래 12단이나 14단이었을 계단이, 13단이 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어느 계단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계단을 내려온 곳에 유리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운명의 사람이 비추어져 있다고 한다.
그저, 비쳐진 상대가 말을 걸어서, 끔뻑 대답을 하면 저주받아버린다고 하는, 도시전설 같은 사랑점 같은 괴담 이야기다.
여기의 눈을 감고 계단을 거꾸로 내려간다는게 포인트라서, 전날에 다친 학생도 거꾸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딛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대대로 소부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퍼져있는 모양이라, 시대에 따라서 세부분이 바뀌기는 하지만, 큰 줄기는 대충 같은 것이다.
몇기 학생중 누가 그걸 시험해서 같은 학년의 누구랑 결혼했다니, 대답을 해버린 학생이 행방불명이 됐다는 등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소문까지 그럴듯하게 퍼져있다.
괴담의 정석으로서, 이 이야기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전 같은 부지에 있다고 하는 군사시설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양이지만, 이 학교 자체가 구교사 시대를 포함해 전후에 창립이고, 그 전에는 단순한 경작지였던 모양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거짓스럽다.
유키노"…그런데, 그 다친 덜렁이는 누구니?"
유이"그게…아하하…"
나랑 유이가하마가 힐끔 시선을 나눈다.
하치만"…우리 반의 토베라는 녀석이다"쓴웃음을 지으면서 그 '덜렁이'의 이름을 알려준다.
유키노"과연… 그래서 그 괴담과 네 친구에 무슨 관계가 있는거니"
시노즈카"내 친구가, 학교에 숨어들어서 그 점을 시험해보겠다고 했어. 나는 저지했지만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유키노"그래서 우리더러 어떻게 해달라는거니?"
시노즈카"가능하면 그걸 막아줬으면 싶어"
하치만"딱히 괜찮지 않아? 그 친구가 바보짓을 해서 다쳐도, 그건 그거대로 청춘의 1페이지(웃음)이 되겠지"
유키노"여전히 무책임한 남자구나"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쉰다.
하치만"너 바보냐, 자기 일만으로도 손이 벅찬데, 남의 일까지 돕는데다 책임까지 질 수 있겠냐고"
덧붙여 이걸 '일'로 치환하면 그대로 사회에도 적합한다. 그러니까 내 의견은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히라츠카"뭐, 기다리거라 히키가야. 그렇게는 말해도 또 환자가 나오면 성가셔진다. 생활지도로서는 간과할 수 없다"
유이"…그래서, 그 친구는 누구야?"
시노즈카"같은 B반의 학생인데… 실은 요즘 학교를 쉬어서…"
하치만"감기라도 걸렸나?"
시노즈카"아니, 그런건 아니지만…"그렇게 말하고 힐끔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본다.
유키노"히키코모리마저 매일 당당하게 등교하고 있는데, 그건 중대한 문제구나. 무슨 일 있니?"
하치만"어이, 잠깐 유키노시타. 히키코모리라니, 누구 말하는거냐?"
유키노"어머, 아무도 너라고는 안 했어. 히키코모리가야"
하치만"멋대로 남의 이름을 늘리지 마"왜 나의 중학교 시절 별명을 알고 있는거야.
유이"괜찮아! 나는 힛키라고 부르니까!"
하치만"아니, 짧으면 좋다는 소리도 아니거든"그거 의미 똑같거든. 뭐가 괜찮다는거야.
시노즈카"그게…저기, 최근에 실연을 한 모양이라서…전화를 해도 메일을 보내도 답신이 없어…"
유키노"과연. 그렇게 되면 직접 설득하는건 어려울것 같구나…"
아, 왠지 불길한 예감.
시노즈카"편지를 건낼때, 확실하게 차인 모양이지만, 반드시 그 사람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서. 그러니까 그걸 증명하고 싶다면서…"
유이"그래서 괴담이구나…"
시노즈카"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몰입하는게 격하거든요. 그는…"
유이"그?"
시노즈카"아"무심코 입을 가린다.
친구, 라. 흐-응, 왠지 모르게 상황은 알았다.
히라츠카 선생님도 유이가하마도 눈치챈 모양이지만, 그저 유키노시타만 혼자 전혀 깨달은 느낌이 없다.
이 녀석, 그쪽 방면으로 고생한 경험이 없어 보이니까.
요컨대, 시노즈카의 친구라는건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제지하고 싶다는건, 물론 정말로 걱정한다는것도 있겠지만, 적지않은 질투도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유키노"요컨대, 어떻게 하자는거니?"
유이"아-, 그, 그러니까, 우리들이, 괴담이 단순한 소문이라는걸 증명할 수 있으면 그거면 되는거지?"
과연, 분위기를 읽는 배려인, 유이가하마이다. 막 만난 사람에게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도와준다.
그냥 에어 마스터라는 칭호를 주고 싶다. 바람의 정령이나 소환할 수 있을것 같은 수준이다.
시노즈카"그, 그렇네요. 만약 그게 가능하면 그도…친구도 분명 포기해줄거라고…생각해요"
어미가 작아진건, 역시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치만"아니, 그걸로 포기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좋아할리 없잖아"
유키노"과연 실연의 선구자인 만큼, 일가견이 있어보이는 말투네"
하치만"멋대로 나를 그쪽 길의 전문가처럼 말하지 마"
유키노"어머, 아니니?"
하치만"나도 남들만큼 차거나 차인 경험 정도는 있어"
유키노&유이"엑?!"
뭐야 그 의외라는 얼굴.
하치만"뭐, 주로 여자가 나를 차거나, 내가 여자한테 차이는것 뿐이지만…"
유키노"어머, 그러니…"휴우
유이"뭐어야…"휴우
에, 뭐야 이 미묘한 분위기. 내가 차이는건 당연하다는거야? 그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하치만"그, 그러니까 말야, 그렇게 먼길 돌지 않아도, 그 친구를 찬 상대가 다른 남자랑 알콩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한방에 끝나는거 아니냐는 소리야"
현실에서 눈을 돌린 인간에게는 싫다고 할 만큼 현실을 보여주는것이 최고다. 그야말로 환상을 깨부숴주면 되는 것이다. 그거 어디의 금서목록이야.
현실을 맞닥뜨리고 삼일밤낮 눈물로 배게를 적시면 분명 체념도 붙는다. 배게도 소금맛이 날거다. 출처는 물론 나. 출처인데 소금맛. 뭐야, 그거 의미 모르겠어.
유이"힛키, 델리캇센 없어"
하치만"아니, 그런 소리를 해도 나, 반찬가게 아니거든"
유키노"유이가하마, 그걸 말한다면 델리커시야"
유이"그래, 그거! 그, 데, 데, 데리카시ー?"
하치만"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것 뿐이다. 거기다 이 경우 딱히 델리커시는 필요없잖아. 섣부르게 기대를 갖게하면 입은 상처가 깊어진다"
유키노"그건 네 경험치로 이끌어낸 대답이니?"
하치만"아니,내 친구의 친구가 옛날에 말이다…"
유키노"너에겐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미래에도 친구가 있다고는 생각을 못하겠는데…"
과거는 그렇다치고 미래까지 부정하는거냐. 과연, 유키노시타. 용서가 없다.
시노즈카"저기…그치만, 만약, 그렇게 받아준다면"시노즈카가 힐끔 나를 본다.
하치만"받아준다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거라면 뭐든 받는게 내 주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흐름으로 받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보다, 도리어 받을 수 없다.
유이"에- 그게, 덧붙여 그 시노즈카의 친구가 차인 상대는…?"
시노즈카"그게…저기…"
유키노"괜찮아.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신용할 수 있는 사람들 뿐이니까. 프라이버시는 준수할게"
유이"응응"
유키노"그러니까, 일단 히키가야는 자리를 비켜주겠니"
하치만"어"덜컥
유이"빠지는구나?!"
하치만"…아니, 임마. 나는 그렇게나 신용할 수 없는 사람이냐"
유키노"어머, 신요할 수 없다는 점에 있어서, 나는 너를 전폭으로 신뢰를 하고 있단다"
하치만"너 바보냐. 나에겐 남의 비밀을 까발릴 상대가 없으니까 전혀 문제 없다고"
유이"그렇게까지 비굴해지는구나?!"
유키노"농담이야. 물론 네게 그렇게 사이 좋은 친구가 있을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걸"
하치만"어설프구나, 유키노시타. 나에겐 사이가 나쁜 친구도 없다고"
유이"왠지 이유가 슬프구"
시노즈카"에 저기…그게…그게 아니라…"
유키노"안심해도 좋아. 히키가야는 근성이 썩은 최악의 쓰레기 남이지만, 결코 신뢰를 배신하는 짓은 하지 않아. 최악의 쓰레기 남이지만"
하치만"왜 굳이 두 번이나 말할 필요가 있어?"
시노즈카"아뇨, 그게 아니라. 제 친구를 찬 상대라는건…"
유이"흠흠"
시노즈카"그게……………………유키노시타에요"
유키노"…에?"
유이"…헤?"
하치만"…아?"
모두의 시선이 한 몸에 집중되는 가운데, 당사자인 유키노시타는 말이 막혀 그저 눈을 끔벅거리고 있다.
이윽고 무슨 생각이 난 듯, 가슴 앞에서 손을 탁 쳤다.
유키노"그, 그러고보니 얼마전 B반의 남자한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어"
하치만"너, 왜 그렇게 중요한걸 잊고 있는거야?"보통, B반 남자에 편지라고 들으면 딱 알거 아냐.
유키노"어, 어쩔 수 없잖니. 그치만…그게…남자한테편지를 받는건…늘 있는 일이고"
유이"호와와, 유키농, 굉장해. 역시 인기 많구나~"
유키노"그, 그런건 아니야. 거기다 요즘은 누군가 씨의 덕분에 편지 숫자도 줄어들었고…"웅얼웅얼
누군가 씨? 뭐야 그거, 흑염소나 백염소가 편지를 먹는거야?
하지만, 그 어투로는 유키노시타에게도 사이 좋은 남자가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남자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남자를 즐거운듯 매도하는 모습이라면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지만…아니, 그건 그거대로 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하치만"아니, 확실히 유키노시타는 외모만큼은 미인이니까. 남자인 내가 봐도 그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어"
유키노"에?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하치만"그러니까 이 참에…너, 차라리 평생 입다물고 있는 편이 좋지 않아?"특히 나한테 대한 노골적인 폭언이라던가.
유키노"…너도 변호사가 올때까지는 묵비하는 편이 좋을거야"
하치만"그러니까 왜 용의자 취급하는건데"
하치만"그보다 너 받은 러브레터는 제대로 읽고 있는거냐. 눈 앞에서 비웃으면서 찢어버리는 짓은 안 하겠지"
유키노"실례구나. 남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전부 읽고는 있어. 오자탈자를 고치고나서 돌려주고 있고"
유이"돌려주는구나?!"
하치만"너는 얼마나 빨간펜 선생님인거야?!"
메일로 변호나 미스한것 만으로도 빨간화면인데, 직필 편지에 그런 짓을 당하면 두번 다신 편지를 쓸 수 없게 될거 아냐.
게다가 상대는 국어는 물론 전과목 학년 1위인 유키노시타이다. 러브레터에도 '좀 더 힘냅시다' 라고 도장이 찍히면 우는걸로는 안 끝난다고, 그거.
시노즈카"아, 아뇨, 그, 그게 말이죠…그러니까,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혹은…"
하치만"응? 두 사람이라니…?"
시노즈카"에? 아, 네. 유키노시타랑 히키가야는 상당히 사이 좋은것 같은데요, 저기… 역시 사귀고 있는건가요?"
하치만&유키노&유이"엑?!"
유키노"…시노즈카? 너, 초대면인 사람한테 상당히 무례한 소리를 하는구나"구구구궁゙…
하치만"초대면이 아니더라도, 너도 나한테 상당히 무례한 소리를 한다는걸 슬슬 눈치채라"
유이"뭐, 뭐어뭐어, 둘 다 진정해"
시노즈카"엣?! 아, 아니에요?"
하치만&유키노"아니야!"
시노즈카"그, 그런가요. 저는 완전히…저기…그러니까 거절했다고만…"
하치만"…유키노시타, 너, 대체 어떻게 거절한거야…"
유키노"그, 그런것까지 너한테 말할 필요는 없잖니…"
하치만"그래서 너, 그, 방금전의 말투로 보면, 신경쓰이는 남자가 있는거야?"
유키노"엣? 어, 어째서 그런걸 묻는거니?"
하치만"아니, 평범하게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랑 알콩달콩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유키노"……………없어.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라면 마침 지금 눈 앞에 있지만"
뭘 뚱해하는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알콩달콩 작전은 틀렸군.
남은건 특별동의 유리창을 전부 깨부순다는 수도 있지만, 겸사겸사 훔친 자전거로 질주할지도 모르므로 각하.
히라츠카"흠, 하지만 이걸로 의뢰인이 나타난 셈이구나"
그때까지 조용히 일의 추세를 지켜보던 선생님이, 자기 뜻대로 됐다는 듯 히쭉 웃는다.
아아, 그러고보니 있었지요. 중간부터 잊고 있었다.
유키노"아직 의뢰를 받아들인다고는 안 했어요"
히라츠카"호오, 역시 무서운거냐"
유키노"무섭지…않아요"
히라츠카"그럼 받아들이거라. 학교에 묘한 소문이 퍼지는건 생활지도로서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애시당초 이렇게 의뢰인이 나타난 이상, 봉사부로서 조사를 해도 아무 문제는 없다"
하치만"뭐, 확실히 학생이 몇 명인가 시험해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 진실성이 있을지도"
유키노"그렇구나. 히키가야 혼자 시험해보는걸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걸 당연하게 여겨도 어쩔 수 없는걸"
하치만"너는 바보냐, 어쩜녀 나를 길러줄 포용력과 경제력이 흘러넘치는 여성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
"그건 아니야" "말도 안 돼" 유이가하마가 먼저 딴죽걸고, 유키노시타가 차가운 목소리로 추격을 한다. 뭐야, 그 콤보. 격투 게임도 조금은 나한테 다정하게 굴어라.
히라츠카"그런고로, 시노즈카. 네 친구를 직접 설득은 할 수 없지만, 봉사부가 괴담의 진위를 확인한다는걸로 상관없겠지?"
시노즈카"네. 부탁할게요"그렇게 말하고 시노즈카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편지 돌려줄게"
"…이유를 들어도 될까"
"너라서 안 된다는게 아니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게 미안하지만"
"그럼, 하다못해 친구로…"
"…미안해"
"그럼 역시 F반의 히키타니랑?"
"…왜 거기서 그의 이름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하지만, 그랑 너는 친구지"
"친구…는 아니야"
"친구가 아니야? 그건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야. 미안해. 이제 됐니. 실례할게"
유이"유키농?"
유키노"에? 아, 무슨 일이니"
유이"왜 그래? 멍- 때리고 있는데?"
유키노"미안해. 조금 생각을 하고 있어서"
유이"흐-응?"
하치만"…일단 토츠카랑 자이모쿠자 한테도 연락을 해봤지만, 오늘은 둘 다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스마트 폰을 집어넣으면서 유리 전개하는 둘에게 말을 건다. 너희들 요즘 사이 너무 좋잖아. 점점 내가 있기 거북해지잖아.
이제 나, 이 부활동에 없어도 되지 않아? 이대로 페이드 아웃해서 몰래 퇴부해버릴까. 괴담인 만큼 유령부원이라던가. 뭐야 그거 내가 생각해도 잘 맞아.
유키노"너에게 인망이 없다는건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딱히 문제는 없어"
하치만"고고한 혼은 자기 말고 의지할 곳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유키노"신기하구나. 만약 그 대사를 너 이외의 사람한테서 들었으면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했을텐데"
하치만"냅둬"
토츠카 쪽은 테니스 스쿨에서 특별강습이 있는 모양이다.
토츠카"미안해. 하치만"
하치만"아니, 전혀 신경 안써. 강습 힘들겠다. 힘내"
토츠카의 면목없어하는 귀여운 목소리가 귓가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심코 녹음해서 매일 자기 전에 듣고 싶어질 수준이다. 토츠카 귀여워 죽겠어 토츠카 귀여워.
이번 일로 잘 하면 토츠카에게 안길법한 깜빡 해프닝을 기대했었는데.
혹은 일부러 창 밖에 서서 운명의 사람을 연출한다거나.
무섭다고, 학교 괴담. 이대로 토츠카 루트로 일직선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겸사로 말해본 자이모쿠자는 격투게임 지인끼리 모임이 있다며 건방지게 거절했다.
자이모쿠자"미안해. 하치만"
하치만"시끄러워 짱난[삐ーーー]"
왜 같은 대사로 대답하는거야. 그거, 괴롭히기냐?
애시당초 저 녀석이 오면 괴담이 아니라 만담이 되어버릴것 같아서, 어떤 의미로 오지 않는게 정답이다.
자이모쿠자가 너무 짜증나서, 자이모쿠짜증. 잘 안 되네. 진짜 못 써먹을 녀석이다.
이야기해본 결과, 일단 집으로 돌아가 어두워지고나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돌아오기로 했다.
히라츠카"좋은 일은 서두르라고 하잖아?"
뭐가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방치해두면 시노즈카의 친구 뿐만 아니라 제 2, 제 3의 토베같은 놈이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확실하게 무슨 액션을 일으킨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버지랑 어머니는 오늘도 또 일때문에 늦어지는 모양이라, 동생인 코마치가 준비해준 저녁을 잽싸게 해치운다.
하치만"코마치, 제대로 문단속해둬"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서 코마치에게 말을 한다.
동생 걱정을 해주는건 딱히 시스콘이 아니라도 오빠로서 당연한 의무다.
졸업식날에 친동생한테 웨딩 드레스를 입혀서 키스 해버리는 어딘가의 변태 오빠하고는 다르다.
…조금이지만 부럽다는 느낌이 안 든것도 아니지만.
코마치"네네. 괜찮아. 그보다, 선물 잊지마"
하치만"학교 갔다 오는것 뿐이라고"오히려 네 머리를 걱정해버릴것 같다. 오빠는.
코마치"밤길은 어두우니까 조심해… 아, 이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을지도"
하치만"알았다 알았어. 걱정하지마"
코마치"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걱정안할리가 없잖아! 코마치한테 있어서 단 하나 뿐인 오빠라구?!"
하치만"코, 코마치"전후분별없이 글썽거렸다.
코마치"안그래도 수상쩍은데, 밤길에 걸어다니면 반드시 순경에게 붙잡힌다구"
하치만"…아니, 그쪽 걱정이냐고"
코마치"치한 용의자의 동생이라고 세간에 손가락질 당하게 되면, 코마치, 전학가는 수 밖에 없어져"
흐흐흑, 거리며 짐짓 울며 쓰러지는 짓을 한다.
하치만"지금 당장 내 감동을 돌려줘!"
걱정을 하는것 처럼 보여놓고 자기 몸조리를 하고 있다.
이러니까 동생이라는 자식은…귀여우니까 용서하지만.
약속 장소에 지정된 집 근처 편의점에 도착하니 히라츠카 선생님의 차가 멈춰있는게 보였다.
이미 다들 모여있는 모양이다.
유이"아, 힛키다"
유이가하마가 가장 먼저 깨닫고 내게 손을 흔든다. 사복이고, 어둡고, 꽤 떨어져 있었는데 잘도 눈치채네.
밤눈이 밝냐? 고양이야? 그보다, 그 전에 부끄러우니까 큰소리로 이름 부르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히라츠카"음, 시간에는 정확하구나. 감탄했다"
유키노"그걸 보면 형무소의 규칙바른 생활에 충분히 순응할 수 있을것 같구나"
하치만"그러니까 왜 범죄자 취급이냐고"
그러고보니 우리 부모는 늘 귀가가 늦고, 유키노시타는 자취하니까 됐다치고, 유이가하마는 뭐라고 하고 집을 나온걸까.
히라츠카 선생님의 앞이라 작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하치만(유이가하마, 너, 제대로 부모님한테 말하고 온거지?)소근소근
유이(에헤헤~. 실은 부모님한테 안 들키는 출입구가 있어)소근소근
하치만(뭐야 너, 몰래 밤에 놀러 나가는거냐? 역시 빗치구만)소근소근
유이"빗치라고 하지마!"
하치만(목소리 커!)유키노시타가 수상쩍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잖아.
유이(아와와. 그치만 가까운 편의점에 갔다오는것 뿐인데 걱정되서 따라온다고 하는걸. 이제 애도 아닌데 말야)소근소근
하치만(그야 애취급이 아니라 적령기 딸애니까 걱정하는거겠지)소근소근
유이(에… 그건 힛키도 걱정한다는 소리야…?)꼼지락꼼지락
하치만(당연하잖아? 나도 걱정이라고)소근소근
유이(그, 그렇구나)파앗
하치만(코마치가 밤에 혼자서 편의점에 간다고 하면 반드시 따라간다)소근소근
유이(………그쪽이구나)풀썩
히라츠카"자, 그럼 학교로 간다. 렛츠 고우다"
영문 모를 텐션으로 선생님을 따라 우리들은 차에 올라탔다.
학교에 도착하니 평소엔 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직원용 입구로 학교로 들어간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입구에서 방범 세큐리티를 해제하고 유키노시타와 함께 특별동의 열쇠를 가질러 일단 교무실로 향했다.
둘이서 남겨진 나와 유이가하마는 시간을 죽이게 되서,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니, 딱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어색해질 이유는 없지만.
그러니까 머뭇거리면서 내 쪽을 힐끔보는거 그만두지 않겠냐? 그 탓에 점점 내가 의색해서 쓸데없이 어색해진다니까.
"저기" "어이"
둘이서 동시에 말을 건다. 뭐야 이거 엄청 부끄러운데.
유이가하마가 먼저 말해 라는듯 나에게 양보하는 제스쳐를 한다. 어쩔 수 없다, 여긴 우선 내가 화제를 돌리도록 하자.
일단 나의 빈약한 대인 스킬을 구사해서 몇 없는 선택지 중에서 가장 아무래도 좋은 화제를 선택한다.
하치만"…괴담을 시험한다는건, 토베 녀석, 좋아하는 여자라도 있나?"
우왓, 스스로 말해놓고 뭐하지만,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화제다, 이거. 대답을 들어도 의미 없는 질문 베스트・오브・어・이어일지도 모른다.
토베는 축구부가 대회전 부활동으로 늦어진 귀가길에, 혼자서 학교에 숨어든 모양이다.
평소라면 들뜬 덕분에 레귤러에서 빠졌지만, 상처 때문에 한동안은 소나무 지팡이를 대며, 부활동도 쉬게 되버렸다거나.
하지만 토베가 그렇게나 소녀틱한 남자일줄은 생각 못했다. 아니, 나는 그 녀석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몰랐지만.
유이"아마…왠지 모르게 상상은 가지만"
하치만"상대는 역시 미우라였다거나?"
늘 미우라를 추겨 세워주고 있으니까. 기세가 지나쳐서 다쳐버릴 만큼 괴담을 좋아하는것 같고, 어지간히도 무서운걸 좋아하는걸테지.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절규 머신에 솔선해서 타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뭐, 벼룩도 좋아좋아라고 하니, 내가 모르는 곳에서 멋대로 하는건 노 플라블름. 아니, 옆에서 보는건 재미있으니까 오히려 추장한다.
유이"응-. 유미코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치만"그런가?"
흐-음. 그 얼굴은 알면서 입다물고 있다는 얼굴이군. 뭐, 토베가 누구를 좋아하든 나하고는 전혀 관계 없지만.
하치만"아-…혹시…너…라던가?"
가능한 아무렇지 않은척 가장하면서 물어본다. 뭐, 겸사니까. 이야기 흐름이고. 특별히 깊은 의미는 없지만…그래서, 대답은 아직이야?
유이"아냐아냐!"유이가하마가 황급히 손을 흔든다.
하치만"아니, 뭘 그렇게 부정할것도 없잖아"그렇게나 토베 싫어해? 확실히 그 장발은 상당히 짜증나지만.
유이"그, 그치만…"
하치만"…뭐, 그럼 상관없지만"중얼
유이"엣?"
하치만"아, 아무것도 아냐"
유이"그, 그런데, 힛키는 시, 신경쓰이는 사람 있어?"쭈뼛쭈뼛
하치만"있어"
유이"어? 있구나?! 누, 누구?"
하치만"토츠카다"단언
유이"사이는 남자애야!"
하치만"너 바보냐. 사랑은 나이나 국경을 초월할 정도니까, 성별을 초월해도 이상할 일은 없잖아?"
유이"이상하지는 않아도 문제 엄청 많아!"
하치만"칫, 세세한데서 까다로운 녀석이군. 너, 내 엄마냐?"
유이"전혀 세세하지 않거든. 엄마도 아니구"
하치만"그러는 너는 어때? 빗치니까 신경쓰이는 놈 한 둘은…"
유이"그러니까 빗치라고 하지마! …헷? 나, 나 말야?"///
하치만"아~, 아, 아니, 됐어. 아무것도 아냐. 잊어줘"안절부절
유이"그, 그게…듣고 싶…어?"힐끔
하치만"아니, 딱히, 그 뭐라고 할까…이건 그거다. 그거니까"그거가 그거해서 뭐하니까…아니, 의미 모르겠네. 과연 이게 통하면 천재정도겠지.
유이"…나, 나는 그, 그게…히, 힛"
하치만"히?"아니 혹시 그거…
"히키가야?"
유이"엣? 히얏! 아니얏! 아니, 아니진 않지만"
유키노"유이가하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히키가야, 히라츠카 선생님이 불러"
하치만"어, 어어 미안. 땡큐"
위태로웠다. 하마터면 착각할뻔 했잖아.
이게 이른바 외줄다리 효과라는건가? 외줄다리를 흔들면 사랑에 빠지기 전에 둘 다 다리에서 떨어졌다, 같은 그거? 아니, 그거 아니잖아.
아무튼 진정해라, 나. 이럴 때는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다스리는게 최고다.
핫・핫・후-, 힛・힛・후- 아니, 그거 라마즈법이잖아. 나, 임산부야?
히라츠카"좋아, 그럼 지금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전원이 굳어있어도 의미가 없다. 두 팀으로 나뉘자"
유키노"과연. 효율중시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과 저와 유이가하마 세 사람이 같은 팀이라는데 문제 없지요?"
하치만"잠깐만. 문제 너무 많잖아. 왜 자연스럽게 나를 따돌리는거야?"
유키노"어머, 고고한 혼은 자기 말고는 의지할곳을 필요하지 않는거 아니었니?"
하치만"큭…왜…그걸 지금 여기서…"
유키노"아니면 혼자로선 무섭다…거나?"
이겼다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전에 했던 소리를 아직도 꽁해하고 있었나. 이런데서 복수를 하다니 이 지기 싫어하는 자식.
하치만"무, 무서울리 없잖아. 모두와 다 같이 있는데, 아무도 나를 눈치채지 못했을때가 훨씬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유키노"…어떤 의미로 네 존재자체가 괴담같은거구나"
유이"히, 힛키, 괜찮아. 분명 다들 알면서 무시한것 뿐이니까"
하치만"선생님, 이 학교에는 왕따가 존재합니다"
히라츠카"뭐, 이 경우엔 노골적이게 왕따당하는 측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치만"큭"그러고도 교사냐.
히라츠카"어쩔 수 없다. 나랑 히키가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팀으로 나누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나란히 미묘한 얼굴을 한다. 뭐야 그거, 그렇게나 나를 홀로 따돌리고 싶었어?
유이"그, 그것도 좀…어떻다고 할까…"
히라츠카"불만이냐? 그럼 히키가야와 함께 돌 상대를 고르게 한다는 수도 있다만"
우와-, 뭡니까 그거? 초등학교 시절의 트라우마가 재발할것 같은데요.
너희들 나랑 짜는게 그렇게나 싫어? 혹시 벌게임 취급이야? 그냥 죽어버릴까나-.
유키노"확실히 교내라고는 해도 어두운 곳에서 그 남자와 단 둘이 있으면 공포 이상으로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데요"
하치만"죽어도 너만큼은 덮치지 않을테니까 안심해라"
유키노"어머, 그건 유이가하마라면 덮칠지도 모른다는 의미니?"싸늘한 차가운 시선을 내게 향한다.
유이"엣? 그, 그런거야?"바로 유이가하마가 나한테서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치만"아-악! 왜 그렇게 바로 말꼬리를 잡으려고 하는거야?"명백한 누명이다. 변호사 불러라, 변호사.
유키노"그러니. 그럼 시험해봐도 좋은데?"유키노시타가 도전적인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하치만"어? 시험해…?"꿀꺽
유키노"원한다면 지금 당장 숨통을 쥐어주겠단다? 그래도 덮칠 수 있다면 칭찬해줘도 좋아"
하치만"…아니, 그쪽이냐"
그러니까 네 경우에는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 그보다, 물론 그거 농담이지?
결국, 히라츠카 선생님의 제안대로 나와 선생님,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로 팀이 나뉘었다.
남은 외톨이가 선생님과 짜게될 확률이 높은건 이상하다.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기분나쁘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히라츠카"따, 딱히 히키가야랑 같이 돌고 싶은게 아니거든"
하치만"왜, 여기서 츤데레거리는겁니까?"하지만 조금 귀여울지도. 히라츠카와이.
히라츠카"여차할때는 방패삼아 도망칠 생각이니까"
하치만"…도저히 교사가 할 소리라고는 생각 못하겠네요"이런게 선생님을 해서 일본의 교육계는 정말로 괜찮은거냐.
유키노"라고는 해도…확실히 밤의 학교는 좀 불길하네요"
불안하다는듯 어두운 복도 끝을 쳐다본다.
유이"괜찮아. 유키농! 진흙배에 탄 셈으로 나한테 맡겨줘"
유키노"유이가하마, 너는 언제부터 너구리가 된거니?"두통을 느낀다는듯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댄다.
유이"헷?"
하치만"그걸 말한다면 여객선이겠지"
유이"그래, 그거! 여객선. 어라, 디카프리오같은거?"
유키노"그건 혹시 타이타닉호를 말하는거니?"
뭘 하든 가라앉잖냐.
좋고 나쁘고, 유이가하마의 바보 덕분에 독기가 빠져서 우리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특별동을 돌기로 했다.
히라츠카"정말이지, 너와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맞댈때마다 싸우기만 하는구나"
하치만"제 쪽은 열보 양보하고 있는데 말이죠"
너무 양보해서 나한테 거주할 곳이 없을 정도다.
히라츠카"후후. 싸움을 할 만큼 사이가 좋다는건가"
하치만"유키노시타랑 사이가 좋다니, 농담이라도 하지 마세요"
세간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이 좋다의 정의가 뒤집혀버리잖아. 허브와 망구스 정도로 사이가 좋다거나, 뭐냐고 그거. 먹이사슬 무너뜨리잖아.
히라츠카"유키노시타도 나이찬 여자애다. 솔직해지지 못하는 부분은 이해해줘라"
나이찬 여자애라고 들으면 젓가락이 굴러서 웃어버릴듯한 이미지가 있지만, 유키노시타라면 런던다리가 무너지는걸 와인잔을 들고 큰 웃음 지으면서 쳐다볼것 같은데.
하치만"아니아니아니, 저한테 대한 매도는 지나치게 솔직하잖아요"
솔직하다기보다 오히려 직구. 조금 까놓고 말한다고 하는 편이 좋을 정도다. 쓴 약도 오브라이트에 넣는거지?
히라츠카"흠. 하지만 너는 아무리 매도받으면서도 결코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잖아"
하치만"마음의 거리라면 천리 너머지만요"
같은 부활동에 소속하는 이상, 물리적으로는 지금 상황이 최선이다. 5센티만 더 이동하면 복도니까.
히라츠카"그러냐. 너희들은 의외로 닮은 사이인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안 닮았거든요. 토끼와 자라, 미녀와 야수만큼 닮지 않았다. 뭐야 그거 내가 생각해도 예시가 너무 정확해서 도리어 침울해질것 같은데.
하치만"그런데 히라츠카 선생님"
히라츠카"왜 그러냐"
하치만"혹시 저희들을 데리고 나온 이유는…"
히라츠카"흠?"
하치만"만일에 스스로 점을 시험했을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곤란해서가…"
히라츠카"히키가야, 이를 악물어라!!!"
퍼억
하치만"브, 윽…"
가, 갑자기 바디를 후려쳤다. 이를 악물 의미가 없잖아.
히라츠카"네 녀석은 어째서 그렇게 묘령의 여성에게 델리커시가 없는…어이쿠"
아무래도 히라츠카 선생님의 휴대폰이 운 모양이다. 또 목숨 건졌다. 그보다 왜 나는 일상생활에서 생명의 위험에 처해지는 빈도가 이렇게나 높은거야.
히라츠카"무슨 일이냐? …흠, 흠, 뭐라? 그런가. 알았다 바로 그쪽으로 가마"
탁 휴대폰을 덮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히라츠카"설교는 나중이다. 히키가야, 돌아가자"
하치만"무슨 일입니까? 시집도 못 갔으면서 도로 돌아가…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탁이니까 움켜쥔 휴대폰을 콰직콰직 무언의 압력을 주지 말아주세요.
누가 진짜 받아가줘.
유키노"유이가하마가 천천히 계단을 뒤로 내려가다 발을 삐끗해버렸어"
하치만"천천히라니…너, 바보냐?"
유이"바보라고 하지마. 아얏"
다행이 떨어진 곳이 비교적 낮은 위치였던 모양이라, 발목을 가볍게 삔걸로 끝난 모양이다.
히라츠카"이거 참, 미라를 잡으러 왔다가 미라가 된다는건 이걸 말하는거군. 유이가하마, 걸을 수 있나?"
유이"괘, 괜찮아요"
히라츠카"무리는 하지마라. 어디, 보건실까지 데려가자. 습포정도는 있겠지"
유키노"그러면 저도 같이…"
히라츠카"아니,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내가 돌아올때까지 둘이서 돌아주겠나?"
하치만&유키노"엑?"
히라츠카"무얼, 한 바퀴만 돌아주면 된다. 무슨 일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전화해라"
유이"유키농, 힛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
한쪽 손으로 빌듯이 사과한다. 딱히 사과받을 짓을 한것도 아니지만, 역시 여기서 할 말은 해둬야겠지.
하치만"알겠냐, 유이가하마…"
유이"엣…뭐, 뭐가?"
하치만"내가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망설이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줘. 범인은 유키노시타다"
유이"밤의 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나는구나?!"
유키노"…이 남자는, 정말로 행방불명 되고 싶은거니?"
하치만"그러니까 니가 말하면 진짜로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눈이 진심이잖아. 이 녀석, 절대로 과거에 몇 명을 죽였을거다.
유이"그치만, 정말로 조심해. 어둡고…그게…단 둘이…구…"쭈물쭈물
하치만"가장 먼저 다친 네가 말해도 설득력 없잖아"
유이"시끄러워! 진짜, 힛키 바보! 메롱이다!"귀엽게 혀를 내민다. 너는 초딩이냐.
이렇게해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유이가하마를 데리고 보건실로 향하고, 특별동 어두운 복도에는 나와 유키노시타 둘 만이 남겨지게 됐다.
하치만"어쩔 수 없군. 유키노시타, 가자"
유키노시타는 잠시 망설였지만, 혼자서 이 자리에 남겨지는 공포를 못 이겼는지, 무섭게 내 뒤를 따라왔다.
강경하게 주장하자면 셋이서 같이 보건실로 간다는 선택지도 있었을테지만, 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거겠지.
성실한 성격인 만큼 손해보는 성격이다.
나라면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서 틀림없이 도망친다. 애시당초 괴담이 사실이든 아니든간에 나한테는 완전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까.
둘이서 말없이 돌아 어두운 복도를 걷는 사이에 갑자기 내 걸음이 둔해진다.
싫다, 이거 혹시 영장이나 그런거? 아니면 스네코스리? 요괴가 튀어나오는거야? 라고 생각했더니, 어느샌가 유키노시타가 살금 내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유키노"이, 이건 딱히 무섭다는게 아니라, 어두워서 발밑이 잘 안보이니까 그런거지"
하치만"알고 있어. 그럼 차라리 손이라도 잡아줄까?"
유키노시타가 입을 다문다. 우와, 엄청 무서운데요. 이 후에 어떤 매도가 날아올지 대비하고 있으니,
유키노"괘, 괜찮으면, 부, 부탁할 수 있을까?"사라질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냐?! 그렇게나 무서운거냐?! 괴담 쪽에서 맨발로 도망칠듯한,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사람이?!
놀람 반, 기막힘 반으로 묵묵히 손을 내미니, 작고 차가운 손이 내 손바닥에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뭐야 이거, 엄청 부드럽고 매끈매끈. 평소에 어떤 비누를 쓴거야.
유키노"…얘"소근소근
하치만"응?"
유키노"의외로 손이 크구나"
하치만"…뭐, 일단 남자니까"일단인거냐.
유키노"…거기다, 여자애와 손을 잡는데 익숙한것 같네"
가시돋친 어조는 평소와 다를바 없지만, 조금 삐친듯한 화난듯한 목소리로 들리는건 복도의 반향 탓일까.
하치만"…어렸을때부터 코마치와 자주 잡았으니까. 그 녀석, 잽싸게 돌아다니니까 손 안 잡으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덧붙여 그 무렵이 아쉬워서 지금도 이따끔 손을 잡고 걷기도 하지만, 시스콘이라고 취급당하니 그 부근은 다물어둔다.
유키노"그러니. 집에선 좋은 오빠구나"
쿡, 하며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분위기가 풀어지는걸 느낀다. 힐끔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보니 어째선지 기분이 좋아져있다.
코마치 효과 쩔어. 그 자리에 없어도 자리 분위기를 풀어주다니. 오빠의 코가 높아진다.
유키노"나도 그런 다정한 오빠를 원했어"
하치만"뭐, 확실히. 현실에선 너네집 무서운 언니밖에 없으니까"
태양처럼 밝고, 지옥처럼 속이 시커먼 언니농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라면 '빵이 없으면 굶어죽으면 되잖아' 라고 태연하게 말할것 같고. 뭐야, 앙뜨와네뜨야?
유키노"거기다, 동성이라면 무슨 일이든 다 비교당하니까"
하치만"자매든 부모자식이든, 인간은 본래 비교해야할게 아니잖아. 장점도 단점도 다 사람 저마다 다르니까"
유키노"언니는 완벽해. 내가 동경해서 항상 쫓는 여성인걸"
하치만"완벽한건 외면이겠지. 장점만으로 인간이 성립하는게 아니야. 단점도 인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유키노"봐줘봐야 장점이 없는 네가 말하니 묘하게 설득력이 있구나"
하치만"너 바보냐. 나는 장점 1할, 단점 1할, 외톨이 8할로 구성되었다고"
유키노"거의 구성요소는 외톨이구나…"
나도 장점 정도는 있다. 얼굴이 단정하다는 점과 국어학년 3위. 무엇보다 귀영누 동생이 있는 점으로 압도적인 승리다. 이론은 인정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전과목 학년 1위인 미소녀에 덤으로 초가 붙을 미인 언니까지 있는 이 녀석에게 직접 말할것도 아니지만.
야구라면 1회전 완전시합으로 콜드 패배. 만약 이 녀석에게 귀여운 동생이 있으면 시합조차 성립하지 않을 수준이다.
하치만"하지만 만약 나한테 남동생이 있고, 그 녀석이 나보다 장점이 많으면 역시 싫겠지. 그러니까 네 마음도 모르는건 아냐"
유키노"태어난게 여동생이라 다행이구나"
하치만"뭐야 그거, 장점 하나 없는 오빠 확정같은 말투"
유키노"어머, 아니었니?"
하치만"걱정하지마. 설령 나한테 남동생이 있다고 해도, 그 녀석이 두각을 보이기 전에 철저하게 배제할테니까"
뭣하면 달걀 상태일때 둥지에서 쫓아버릴거다. 뻐꾸기 습성이냐.
유키노"…네 비열함은 아무리 나여도 가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어"
하치만"비열함에 있어선 나를 웃돌 사람은 없으니까"
유키노"나, 지금 네 우측에 서 있는데?"
응, 그건 그거대로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서움을 떨쳐내기 위해설까, 평소보다 말이 많은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특별동을 한바퀴 돌아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역시 괴담은 단순한 소문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어왔을때, 마지막 계단을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습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계단을 세어본다.
무서운 감시역이 앞에 있는 이상, 사기칠 수도 없으니까.
유이가하마 꼴이 되지 않도록 좌우로 나뉘어 각자 난간을 잡은채로 눈을 감고 천천히 내려간다.
하치만&유키노"…열 둘, 열…셋"
하치만&유키노"…?!"
무심코 눈을 뜨고 유키노시타와 얼굴을 마주본다. 분명 13계단…이었…지?
유키노"커흠. …히키가야. 네 수학 성적이 학년 최하위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숫자도 제대로 세지 못한다니, 잘도 고등학교 수험에 합격했구나. 네 머리가 별볼일 없다는건 기막힘을 넘어서 실망했어"
하치만"그럴리 없잖아. 아무리 나여도 100까지는 제대로 셀 수 있…을거다. 그보다, 보통 기막힘을 넘으면 감탄하잖냐"
유키노"괴담을 핑계삼아 연약한 미소녀를 겁먹게 하는 저열하기 짝이 없는 남자구나"
하치만"지금 네가 연약한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나도 그렇게까지 악취미는…"
아니, 잠깐만. 이래선 유키노시타가 미소녀라는건 암묵적으로 인정해버리는게 아닌가.
나는 무슨 심술 하나라도 말해주려고 입을 열었다.
마침 그 때, 창문에서 달빛이 스며들어와, 유키노시타의 가느다란 윤곽을 푸르게 비춘다.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아무리 나여도 말을 잃어버렸다.
유키노시타는 그런 나를 쳐다보면서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까 너는 왜 무의식중에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는거냐고. 기습이라니, 엄청 비겁하잖아.
심장이, 실제로는 모르는 사이에 멈춰버린게 아닐까 생각해버릴 정도의 기세로 고동치기 시작한다. 뭐야 이거 어느틈에 에일리언의 알이라도 심어진거야?
하치만"그…그럼, 너는 계단 몇이었는데"부자연스럽게 목이 쉬었다.
유키노"12 플러스 1. 혹은 14 마이너스 1이야"
하치만"세간 일반적으로는 그걸 13이라고 하지 않냐?"
유키노"견해의 차이야. 유감이야"그다지 유감스럽지 않게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하치만"너하고는 평생 맞물리지 않아서 다행이구만"그런 기괴한 견해가 있겠냐. 야마다, 방석 한 장.
하치만"그보다 플러스 마이너스 1은 오차의 범위 안이다. 반올림을 하면 1이나 0이나 마찬가지잖아"
유키노"1이라는 숫자의 존재를 부정하는걸 태연하게 말하는구나. 게다가 묘하게 자신감이 차 있어서 자못 설득력이 있는것 처럼 들리니까 참 신기해"
하치만"실제로, 외톨이는 없는거나 마찬가지로 보고, 인수에 포함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1≒0이라는 나의 주장은 올바르다. Q.E.D. 증명완료다"
유키노"네 경험을 뒷받침한거구나…"
이래저래 말하면서 나도 유키노시타도 창문에 등을 돌린채로 결코 그쪽을 보려고는 하지 않았다.
"…치만"
하치만"응? 뭐라고 했어?"
유키노"히, 히키가야. 이상한 소리하는건 그만두렴. 신고할거야"
하치만"안 했다고"그보다, 어디에 신고할 생각이야. 노동 기준 감독서냐? 내가 아니라 블랙 기업을 신고하라고.
"하…치…만"
이번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등 뒤쪽의 창문이다. 쭈뼛쭈뼛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본다.
하치만"우왓?!"
유키노"히익?!"
그때까지 둘이서 등을 돌리고 있던 유리창 한 가득, 어느샌가 기분나쁜 고기 덩어리가 붙어있었다. 뭐야 이거, 엄청 징그러운데?!
무심코 몸이 멋대로 도망칠 자세로 들억나다. 무서운게 아냐. 전략적 후퇴. 속담에도 있잖아,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공포를 느낀 나머지 오래된 콘크리트처럼 좌우의 손발이 몽땅 움직여버릴것 같다.
오, 오른 발은 어디쪽이었더라? 젓가락을 쥐는 쪽인가?아니, 보통 다리로 젓가락은 안 쥐잖아.
유키노"히, 히키가야, 자, 잠깐!"
뒤돌아보니 유키노시타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아무래도 놀라서 힘이 빠진 모양이다.
하치만"설 수 있어?!"손을 뻗어서 일으키려고 한다.
유키노"그, 그래"다부지게 대답은 하고 있지만, 역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치만"칫"
어쩔 수 없다. 나는 억지로 유키노시타의 몸을 끌어모아, 뭐라 하기 전에 양손으로 안아올렸다.
이른바 공주님 포옹이라는거다. 둥실, 가벼운 감촉이 양 팔에 닿는다. 제대로 밥 먹고 있냐?
그보다 여자애는 왜 이렇게 부드러운거야?
하치만"꽉 잡고 있어"
유키노"!"/// 끄덕끄덕
위세 좋게 안아든건 좋지만, 당연하지만 아무리 가볍다고는 해도 한 사람 몫이다.
5, 6걸음 걸은것 만으로 숨이 헐떡이고 비틀거리고 만다.
덤으로 유키노시타가 목에 꼬옥 안겨있어서 숨 쉬기가 힘들다. 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까워. 뭐야 이 좋은 냄새. 킁카킁카.
"우왓?!"
유키노시타에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아무것도 없는곳에서 미끄러져서 자세가 무너졌다.
흠칫하며 유키노시타가 갑자기 고개를 든다. 아니, 이 자세로 그건 위험하잖아. 순간 얼굴을 돌리려고 했지만 늦는다.
――――?!
…지금, 극히 가벼웠지만, 확실히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듯한……
놀란 얼굴로 숨을 삼키는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무슨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지만, 동요해버려서, 입이 뻐끔뻐끔 거릴 뿐이지 목소리가 나오지않는다. 어라, 시차인가? 아니, 복화술 인형이냐?
내가 혼자 복화술을 하고 있으니, 뒤에서 드르륵 하며 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안쪽에서 안 잠궈둔거냐?!
…아니, 어? 창문? 어, 엑?!
"자, 잠까안, 하치만! 어디를 가는거냐?! 본관이다! 잘도 네 녀석, 종생의 숙적(라이벌)의 얼굴을 잊었다고 할 셈이냐?!"
아니, 그래도 낯익은 목소리와 연기풍 목소리에, 사고와 동시에 다리도 딱 멈춰버렸다.
그리고 삐걱삐걱 목을 울리면서 천천히 어깨너머 돌아본다.
하치만"네"
하치만"네 놈이냐아악~?!"
"음. 본관이다"
거기에는 팔짱을 끼면서 우쭐댄 얼굴로 몸을 젖히고 있는 [피자] ―――― 자이모쿠자 요시테루의 모습이 있었다.
유키노"…"(자이모쿠자를 본다)
하치만"…"(자이모쿠자를 본다)
자이모쿠자"…"(둘을 본다)
유키노"…"(하치만을 본다)
하치만"…"(유키노시타를 본다)
유키노"…"///(눈을 피한다)
하치만"…"///(눈을 피한다)
자이모쿠자"…"(조금 질려서 의미없이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유키노"…히, 히키가야. 이, 일단 내, 내려주겠니"///
하치만"어, 어어. 미안"///
나는 유키노시타를 다리부터 살며시 바닥에 내렸다.
유키노시타는 우리들로부터 고개를 돌리면서 바쁘게 흐트러진 복장을 매무새한다. 화난거겠지, 밤눈으로도 얼굴이 빨개져있다는걸 알 수 있다.
하치만"…자이모쿠자, 이 자식, 여기서 뭐하는거야"
그보다, 이 분위기 어떻게 해줄거야. 일에 따라선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할복해라. 내장기 몽땅 꺼내서 사죄해라. 내가 목을 베어주마.
자이모쿠자"크흠. 아니, 예정보다도 일찍 용건이 끝나서 말이지. 늦게나마 합류한거다. 이야, 기다리게 해버렸군"
무슨 속셈인지 배를 내밀어보인다. 어쩌면 가슴을 펴고 싶었던걸지도 모르지만, 눈으로는 구별이 가지 않는다.
하치만"아니, 아무도 네놈 따위 기다리지 않았고…그보다 안 와도 된다고 안 했냐?"
자이모쿠자"오우후. 모처럼 서둘러서 참전했는데, 심한소리 하지 않는가. 아무리 본관이어도 상처받지 않는가"
집게 손가락을 맞대며 말해도 안 돼. 전혀 귀엽지 않고. 너, 멘탈 너무 약하잖아. 그야말로 두부급이다. 박살나버려라.
자이모쿠자"그런데 하치만이여, 담력대회는 벌써 끝나버린건가?"
하치만"담력시험 아냐!!!"여전히 남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는구만, 이 녀석.
자이모쿠자"흐음. 그랬었나. 그건 아쉽군. 하지만 문도 잠그지 않다니 몹시 주의력이 없군…어디, 어기영차"
하치만"흙발로 창문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마!"
퍼억
자이모쿠자"부헤랏!"
갈곳 없는 분노에 몸을 맡겨 자이모쿠자의 얼굴을 새시에 끼운다. 착한 아이는 따라하지마.
자이모쿠자"지, 지금 그건 환상의 비기, 창타안면절단참(윈드페이스크래셔)!! …설마 그 기술의 전수자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치만"으갸갸갸갸갸갸갸으갸갹"
자이모쿠자"뀨우"
하치만"응?! 어라…이 창문, 걸쇠가 망가졌네"달칵달칵
자이모쿠자"하, 하치만… 지, 지금 충격으로, 본관의 머리 뼈도 망가진것 같은데…"비틀비틀
끈질기네. 아직도 살아 있었냐.
하치만"망가진건 네 머리속이겠지. 거기다 그건 원래부터다. 걱정마"적어도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은 그럴 참이 아니고.
걸쇠는 돌리는거라 얼핏 보아 잠겨있는걸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잠금쇠 역할을 못하는 모양이다.
과연, 확실히 특별동은 평소부터 귀중품이 놓여있지 않은 탓일까 방범용 센서도 없고, 어쩐지 학생이 간단하게 들어오게 된다.
이 일은 나중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보고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일단은 이상없음으로, 훌쩍거리는 자이모쿠자는 밖으로 돌게 하고, 창문을 잠그고나서 원래 장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하치만"이거 참. 유키노시타, 돌아가자"
대답이 없다.
유키노시타는 내 목소리를 깨닫는 조짐도 없이, 아까전의 유리창을 쳐다본채 굳어있다.
하치만"어이, 유키노시타?"어깨에 손을 댄다.
유키노"히야앗!?"움찔
하치만"우왓?!"두근
유키노"뭐, 뭐니?"안절부절
하치만"뭐니가 아니잖아. 내가 더 놀랬다고. 왜 소리 지른거야"
유키노"그, 그래. 미안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치만"돌아가자"
유키노"그, 그렇구나"그렇게 말하면서 창 쪽을 쳐다본채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뭔데.
나는 지금 막 잠가둔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당연히 자이모쿠자의 모습은 이미 없다.
그저,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어두컴컴하게 흐릿하게 비쳐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잖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뭐, 어떤 의미로 확실히 유령 같은것 보다도 훨씬 무서운 녀석이 비쳐있지만 말야.
하치만"이제 됐지? 가자"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내밀었다.
어쿠, 오빠 모드가 오토로 발동해버린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손을 도로 빼려고 하기 전에, 유키노시타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손을 잡았다.
조금 놀랬지만, 스스로 내민 손을 풀어내는것도 뭐해서, 그대로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듯하여 그 자리를 떠난다.
유키노시타는 아직 창문이 신경쓰이는지, 힐끔 뒤를 돌아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방금전에 있던 일에 대해선 둘다 말하지 않는다. 그건 사고니까. 노 카운트니까. 피탄인거니까…그거 오리 알요리라고.
…그렇지요, 유키노시타 씨?
대수롭지 않게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녀는 비어있는 손의 손끝으로, 살며시 자신의 입술을 만지고 있었다.
…응, 과연. 좋아, 역시 못본걸로 해두자.
갑자기 움켜쥔 손에 힘이 꼬옥 들어가, 발을 멈춘다.
하치만"응? 왜, 왜 그래?"
유키노시타"저, 저기, 히키가야. 이상한걸 물을건데?"
하치만"어?"두근
이상한걸 묻는다니, 어떤거 말야? 이런거나 저런거? 아니, 그건 좀… 딱히 네 입술이 부드러럽다는 생각은 안 했다?
유키노시타"…아까 유리창을 봤을때, 너에겐 누가 비쳐있는지 보였니?"
하치만"하? 그야…"거기까지 대답하고 입을 다문다.
유키노시타"제대로 대답해"빤히 내 눈을 쳐다본다.
하치만"아, 아니, 잘 안 봤으니까…"유키노시타의 올곧은 시선을 견뎌내지 못해, 나는 시선을 피했다.
유키노시타"그래. 그럼…딱히 상관없지만"말과는 달리 조금 아쉽다는 음성이 말꼬리를 끈다.
하치만"…너한테는…뭔가 보였어?"
유키노시타는 힐끔 내 얼굴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붕붕 젓고는 결국 그대로 입을 다문채 고개숙여버렸다.
그게 어떠한 의미의 부정인지는, 당연하지만 나는 알리가 없다.
그저, 그 때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보인건, 아마 둘을 감싸는 이 어둠 탓일 것이다.
확실히 그때, 내게는 유키노시타가 그저 홀로 유리창에 비쳐있는 모습이 보였다.
요컨대 그건, 본래 함께 비쳐있어야 할 내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라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이전에 ―― 유리창에 비쳐있던 유키노시타가, 왜 늘 익숙한 교복 차림이었는지, 이제서야 깨닫고 말았다.
그런걸 현재진행형으로 손을 잡고 있는 상대에게 말할 수 있을리 없다.
학생 승강구까지 돌아가니 히라츠카 선생님과 유이가하마, 바깥으로 돌아 합류한 자이모쿠자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치 채이기 전에,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손을 뗀다. 나는 비어버린 손을 바로 주머니 속에 넣었다.
히라츠카"수고했다. 습포약을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말이지. 그 쪽은 이상 없었나?"
하치만"이상한 녀석이라면 한 명 있었지만요"흘낏 자이모쿠자를 노려본다.
자이모쿠자"으음? 요괴변화인가? 어디, 본관이 성불시켜주지. 임・병・투・자・개・진・열・재・전! 하압!"
하치만"니놈 말이다, ○보"퍽
자이모쿠자"호겍?!"
얼굴에 새시 자국을 단채로 뭘 폼잡고 하야쿠지를 읽는거야. 이러니까 중2병 환자는…애시당초 쿠지 순서가 반대잖아.
하치만"동쪽 1층 창문, 잠금쇠가 망가졌어요. 거기를 수리하면 더 이상 학생은 들어올 수 없겠죠. 그리고…"
힐끔 유키노시타를 보고나서 말을 한다.
하치만"…특별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순간, 내 말에 유키노시타가 흠칫 반응을 한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크크크…
어디에선가 땅을 기는듯한 낮은 불길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히라츠카"…크크크. 그런가, 그랬나…"
유이"히, 히라츠카 선생님?"
히라츠카"후, 후,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런, 뭐 귀신 들린거야? 목이 빙글빙글 도는거야? 목이 돌지 않도록 이마에 압류 부적이라도 붙여?
히라츠카"후하하하하하하. 역시 괴담은 단순한 소문에 지나지 않았다는 소리군! 가담항설, 도청도설. 학교의 괴담은 별거 아니었구나!"
…저기, 여보세요? 왠지 대사가 악의 흑막같지 않아요? 그보다, '역시' 라는건 혹시…?
유키노"혹시 히라츠카 선생님, 스스로도 시험한 적이 있나요?"
그걸 말하면 안 되지, 유키노시타! 그만둬라고.
히라츠카"무, 무슨 근거로?!"
아-, 이제 알았다. 그거, 완전히 뭐 캥기는게 있는 사람이 하는 소리고.
히라츠카"누, 누구도 3번이나 시험한 적이 있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거든"
그러니까 왜 츤데레 행동을 하는거에요.
유이"우와아… 시험했구나… 3번이나…"그 유이가하마가 깨고 있다… 아니, 얼마나 급한거야.
히라츠카"우…아니…그게 말이지…"줄줄
왜 눈을 피하는겁니까. 두 눈이 세계수영선수권 급으로 요동치고 있다고요?
유키노"선생님, 솔직하게 대답해주시겠어요?"유키노시타가 냉정하게 따진다. 너는 누구든간에 사양않는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허가하마.
히라츠카"…실은…그게…4번…이다"
하치만"아니, 그쪽이냐고요?!"
한계였다. 진짜 여러가지 의미로.
하치만"그렇다는건, 혹시 이번에 우리들보고 조사시킨것도…?"
히라츠카"음…정말로 그런게 있는지, 알고 싶었던거다…. 나, 나도 나이 찼으니까…"꼼지락꼼지락
뭐가 나이 찬거야? 적령기야? 갱년기야? 종말기야? 혹시 세기말이나 아마겟돈이나 라그나로크야?
그보다 4번이나 시험했다는건,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거지? 그건 이젠 그냥 다 막혔다는 뜻 아냐?
하지만, 어쩐지 강제로 봉사부를 불러내려고 한 이유를 알았다.
지금 밝혀진 경악의 진실. 너무나도 경악스러워서 우리들이 있는 공간이 그대로, 뭐라 말 못할 탈력감에 지배당해버릴 정도다.
히라츠카"너희들에게 수고를 끼쳐버렸구나. 선생님들에게는 내일 내가 보고해두마"룰루
학생을 이용해놓고, 뭘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겁니까…이 선생님, 진짜로 최악이다….
진짜, 누가 빨리 받아가줘어… 더 이상 우리들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유키노"그런데 유이가하마, 다리는 괜찮니?"
유이"응, 조금 삔것 뿐이야. 습포도 발랐구"
유키노"그래, 다행이네"
유이"그보다, 유키농, 아, 아무일도 없었어?"힐끔 나를 본다.
하치만"뭐야 그거, 혹시 나를 의심하는거냐?"
유이"아냐! 그저…그게…어두운 곳에서 줄곧 단 둘이 있었으니까"쭈뼛쭈뼛
하치만"역시 신용 안 하고 있잖아. 걱정마. 설령 핵전쟁으로 살아남는게 우리들 단 둘이 되어도 말이다…"
자이모쿠자"므흐음. 그러고보니 본관이 말을 걸었을때, 하치만은 거기 여자와 손을 잡…다바핫"
유키노"어머, 자이모쿠자, 어쩐 일이니. 배라도 아프니? 그렇게나 주워먹는건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얼른 집에 가는 편이 좋단다?"
자이모쿠자"지, 지금 누가 본관의 발을 있는 힘껏 발로 찬것 같은데…흐음, 하지만 그 후에, 공주님 ㅍ…드버헉"
하치만"어이쿠, 자이모쿠자. 두통이냐? 뇌도 없는 주제에. 그러고보니 집필 속행은 괜찮냐? 마감일이 다 됐지? 얼른 집에 가는 편이 좋지 않냐?"
자이모쿠자"지, 지금 누가 본관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친것 같은데?"
하치만&유키노시타"기분 탓이다(야)!"
자이모쿠자"히익?!"
히라츠카"자, 그럼 조사도 끝났으니 철수한다"
하치만"네"
여러가지 의미로 석연치 않은 사실이 남지만, 뭐 약 1명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물을 끼얹는것도 미안하니까.
하지만, 이게 기쁘지 않다고 할까… 응, 뭐, 힘내라. 운명이라는건 스스로 열어가는것…이라는 모양이니까.
주차장으로 향하려던 내 어깨에, 염려스런 손이 살짝 놓였다.
유이"…저, 저기 힛키. 미안하지만 차까지 어깨 빌려도 될까?"///
하치만"어,어어"옷 너머로 부드러운 손 감촉이 느껴진다.
유키노"커흠. 저기, 유이가하마. 나라도 괜찮으면 손을 빌려줄까?"
어째선지 유키노시타가 끼어들어왔다.
하치만"에? 아, 그치만…"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나와 유키노시타의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어라? 왠지 묘하게 더이상 배길 수 없는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
정신을 차리니, 어느샌가 둘의 시선이 빤히, 나에게 주어지고 있다. 에, 왜 나야?
주륵,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사면초가냐. 히키가야인 만큼 히키가에루가 되라는거냐?
확실히 그거, 중학교 시절의 내 별명이었지만…아니, 나는 별명을 몇개나 갖고 있는거야.
하치만"아-… 그거다, 봐, 뭣하면 자이모쿠자더러 업어달라고 하지? 저 녀석, 힘만큼은 있어 보이니까"안절부절
뚱○ 캐릭터는 대게 힘쓰는 역할로 정해져있다. 그리고 카레 좋아한다거나.
덧붙여 ○보에게 있어 카레는 음료. 치킨은 고기가 아닌 스낵이라는 위치인 모양이다.
자이모쿠자"하본. 보, 본관이?"
자이모쿠자가 경직한다. 직접 유이가하마를 만지면 돌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유이"에? 그, 그건 좀…싫달까나"
자이모쿠자"크헉"
유키노"그렇구나, 답답할것 같고, 왠지 습습한 느낌이 나는걸"
자이모쿠자"부헉"
너희들, 너무 자이모쿠자를 몰아붙이지 마. 피 토하잖아.
아, 저거 봐라. 직접 아스팔트에 노노(のの) 글자 쓰기 시작했잖아.
하치만"어쩔 수 없구만. 어깨 빌려주는것 뿐이다"
유이"고, 고마워"///
하치만"토이치로 되니까"
유이"토이치…는 뭐야?"
유키노"십일(十日)에 일(一)할의 이자라는 소리야. 현행 법정이율을 아득히 넘고 있어. 사채랑 마찬가지로 악질이야"
유이"어깨 빌려주는것 뿐인데, 이자 받는구나?"
하치만"세상은 그리 무르지 않다고"특히 나한테.
유이"그치만 그건, 어떻게 갚으면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다친 다리를 들어올려 샌달을 고친다.
내 어깨로 중심을 잡으면서 앞으로 숙여서, 부드러운 가슴 굴곡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나도 앞으로 숙이겠다.
하치만"…과연 만유인력(万乳引力)"중얼
유이"핫?! 호, 혹시, 모, 몸으로 갚아, 라던가?! 최, 최악! 저질! 변태! 진짜 말도 안 돼!"
내 시선을 눈치챈 유이가하마가 갑자기 자신의 가슴팍을 감추듯이 몸을 젖혔다.
하치만"끄악!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유키노"'아직'이라는건 혹시, 앞으로 말할 예정이 있었다는거니?"유키노시타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따진다.
뭐야 이 불합리한 추궁 장기. 주로 나의 사회적 신용이 막히기 직전인데. 아, 벌써 막혔어?
하치만"그러니까 저희들은 왜 그렇게 나를 범죄자로 만들려고…하…는데…"
돌아본 내 시선이, 유키노시타의 검소한 가슴팍으로 부어진다.
하치만"…아니…미안, 유키노시타. 지금 그건 내가 전면적으로 잘못했다. 그러니까, 저기, 너무 신경쓰지마"
유키노"…왜 나를 돌아보고 사과하는거니. 그보다, 어째선지 그 사죄로부터는 악의밖에 느끼지 못하겠는데, 기분 탓이니?"
하치만"그런건 아니다. 그런대로 수요가 있는 모양이고…극히 일부에서"예를 들면 특수한 취미의 사람들이라거나.
유키노"…너한테 그렇게 상냥한 눈으로 보여지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유키노시타가 비난 섞인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치만"…그, 뭐냐. 갚는데에 관해선 조만간 또, 적당하게 말이다"
결국 유이가하마는 나와 유키노시타의 사이에 들어가, 흡사 나포된 우주인처럼 차까지 연행되게 됐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시간은 상당히 지나버렸지만,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직 일하느라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오늘도 자정 넘어서 올지 모른다.
나는 일할 생각은 없지만, 부모님은 제대로 일해줬으면 싶다. 그래서 평생 나를 길러 주지 않으려나.
하치만"다녀왔어~"
코마치"어서와~. 수고했어. 목욕할래? 밥 먹을래? 아니면, 코・마・치?"
하치만"뭐야 그거"움찔
코마치"에~,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지 않았어?"
하치만"오빠 입장으로는 네 머리의 편차치 포인트가 더 걱정이다"
코마치"흥이다. 코마치는 오빠의 동생이니까, 그건 처음부터 포기했는걸"
하치만"…뭐, 그 소리를 들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남매 싸움은 어떤 의미로 지뢰투성이니까. 섣부르게 부모 욕이라도 하면, 바로 자기에게 돌아오고.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코마치"저녁 평소보다 빨리 먹어서 배고프지 않아?"
하치만"조금 고파"
코마치"컵라면이라도 괜찮으면 만들어줄까?"
하치만"오오, 부탁해"
코마치는 잽싸게 부엌으로 가서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착실히 자기 몫도 준비했던 모양이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켜놓은 텔레비전을 멍하니 봤다.
여러일이 많아서 머리 정리가 따라가질 못한다.
코마치"그런데 오빠, 오늘은 유키노 언니랑 유이 언니랑 함께 있었지?"
하치만"오ー…"
켜놓은 텔레비전에 눈을 둔채 대충 대답한다.
코마치"둘중에 누구든 단 둘이 있게될 기회는 있었어?"
하치만"아ー…"
코마치"키스 정도는 했어? …랄까나~. 헤타레인 오빠가 설마 그런건…"
하치만"…그래 뭐"
푸샤악!
하치만"우왓,너 뭐하는거야? 그보다 지금 떨어뜨린거, 혹시 내 컵라면이냐?!"
코마치"오, 오오오빠, 키키키, 키스 했어?"
하치만"…했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코마치"했어? 정말로 했구나? 아와와와와와와"
하치만"아니, 그건 사고 같은거였고…"
코마치"어쩌지?! 이럴 경우에는 역시 팥밥을 짓는 편이 좋을까?!"
됐으니까 일단 눈 앞의 컵라면을 만들자고? 응?
코마치가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어쩔수 없이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한다.
유리창에 비친 유키노시타의 환영에는 적당하게 얼버무려뒀다.
코마치"중2 오빠, 나이스 어시스턴트! 가끔은 도움도 되는구나?"
하치만"마치 평소엔 도움이 안 되는 말이구만"
코마치"아냐?"
하치만"…대충 맞아"
코마치"그치만, 그건 좀 미묘하네"
하치만"그치? 그러니까 사고다 사고"
코마치"그 게 아 니 라"
하치만"하아?"
코마치"유키노 언니한테 있어도 미묘하단 소리야"
하치만"미묘고 자시고, 그 녀석, 분명 귀국자녀니까 그게… 키스는 인사대신이고, 그야말로 일상 방언이었던거 아냐?"
코마치"하아…이러니까 오레기는…"
하치만"오레기라고 하지마"
코마치"그거랑 이건 별개라구? 여자애한테있어서 남자애랑 퍼스트 키스라는건, 소중한거야! 코마치도…"
하치만"그보다, 네 퍼스트 키스라면 이미 내가 받았는데?"
코마치"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어느 틈에? 잘때 들어와서 덮쳤어? …그치만, 그건 그거대로 코마치 입장으론 그럴법할지도?"
하와와와와와 하며 코마치가 빨개진 얼굴로 허둥대고 있다.
하치만"아냐! 어렸을때, 너 안고서 아이스크림 먹었더니, 갑자기 네가 내 입 주변을 핥았다고"
코마치"그런거 기억에 없으니까 노 카운트야"
하치만"덕분에 나는 아버지한테 죽을뻔했었거든"그것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다.
어라, 잘생각해보니 그거 나한테 있어서도 퍼스트 키스 아냐?
코마치는 뿡뿡 거리면서 볼을 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때때로 내 얼굴을 훔쳐본다.
내 동생이 이렇게 귀엽다.
만약 세계 여동생 선수권이 있으면 단독 우승까지 할 수 있다. 여동생은 정의. 이론은 인정하지 않는다.
코마치"그치만 오빠, 잘도 말해줬네-"
하치만"네가 교묘하게 유도심문 했으니까 그런거잖아?"
내 동생이지만 무서운 녀석이다. 장래에 C에서 시작하는 알파벳 3문자 조직에 취직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코마치"오빠가 멋대로 대답한거잖아"
실제로는 지쳐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것 뿐입니다.
하치만"그보다, 말야. 이런 경우엔 어쩌면 좋아? 그… 여자애의 입장에서"
코마치"과연, 그걸 듣고 싶었구나"
하치만"역시 책임…"
코마치"어? 키스 정도로 책임질 생각이야? 오빠, 의외로 고풍…"
하치만"…져달라고 해서, 차라리 평생 길러달라거나?"
코마치"에잇"
하치만"아얏"
동생한테 정수리 촙을 맞았다. 뭐야 이 굴욕. 버릇이 될것 같다.
코마치"그렇구나- 유키노 언니라면 아마 괜찮으려나?"
하치만"어? 키워주는거야?"
코마치"…그쪽이 아니구"
그러니까 그 경멸하는 눈으로 오빠를 보는건 그만둬. 너, 유키노시타냐?
하치만"왜 그렇게 생각한거야?"
코마치"음-, 여자의 감?"
나왔다. 여자의 감. 근거는 전혀 없는 주제에, 적중률 만큼은 되게 높다고 하는 전설의 그거구만… 코마치도 마침내 쓰게 되었나.
오빠, 복잡한 심경이다.
하치만"평범하게 대하면 되나?"
코마치"오빠의 경우엔 늘 수상쩍으니까 세간 일반적으로 말하는 '평범하게 대한다'는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하치만"너, 오빠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코마치"아 무 튼 에 ,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하면 돼"
하치만"그건, 없었던 일로 한다…라는건가?"
코마치"조금 다르지만…이제 그냥 그걸로 됐어…"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온 카마쿠라를 안아올려 쓰다듬기 시작했다.
쑤셔놓고 저먼 스플렉스 같은 동생이다.
"플래그는 세워둔것 같지만, 유키노 언니 루트를 공략하려면 초조하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지…. 그치 카군?"중얼
"냐아?"
다음날 방과후, 다시 봉사부 부실로 찾아온 시노즈카를 앞에 두고 어젯밤 조사에 대한 결과를 보고한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학생을 멋대로 이용한 일로 교감 선생님과 학년 주임에게 콤보로 설교를 먹고 있는 중인것 같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응. 자업자득이고.
유키노"일단 우리들이 시험해봤는데…그게…특별히 이렇다할 이상은 없었어"
말끝이 흐린건 자이모쿠자 덕분에 추태를 보여버린 탓이겠지.
기분탓일까 흐릿하게 눈가에 다크서클이 있는걸로 보인다.
나는 특별히 끼어들지 않고, 어제 그거에 대해선 잊기로 했다. 기억하는건 힘들지만 잊는건 엄청 특기다.
특히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라던가, 시험 성적이나, 빌린 돈이나, 마감일이나, 납기일이나. 마지막 둘은 뭐야.
시노즈카"그런가요…역시 단순한 소문이었네요"
기대한 대로 보고를 듣고도 지금 하나 편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건, 이 사실을 알아도 그녀가 가진 고민이 근본적으로 해결될리는 없기 때문이다.
시노즈카가 좋아하는 사람더러 유키노시타를 단념시켜, 자신을 돌아보게 할수 있으면, 좀 더 다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녀에게 그럴 의사만 있다면, 도와주는것 자체는 결코 인색하진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게 유키노시타가 내건 봉사부의 취지에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 우리들은 우리대로 역할을 다 했으니까, 앞으로는 시노즈카 본인의…
유이"…저기,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유이가하마가 염려하며 끼어든다.
유이"만약, 시노즈카가 친구를… 그를 좋아한다면, 자기도 똑바로 마음을 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시노즈카&유키노"에?"
…아니, 유키노시타 녀석. 역시 눈치 못챘던거냐….
유키노시타가 묻고 싶다는 시선을 나에게 던져와서, 살짝 고개를 저어보인다.그러자 조금 뜸을 두고나서 끄덕거려왔다.
나를 신용한건 아니겠지만, 일단 이 자리는 유이가하마에게 맡기고 정관하기로 한 모양이다.
유이"때로는 기다리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다리기만 해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지도…"
그렇게 말하고 힐끔 나를 본다. 뭐야 그거, 나한테 도와달란 소리냐?
하치만"…그렇군. 자기가 기다려주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녀석을 아무리 기다려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잔가지를 만지는게 아닌, 역시 정공법으로 가는게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아니, 잘 모르겠지만.
유키노시타가 기막힌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어? 나, 뭐 틀린 소리라도 했어? 거기는 좋네! 버튼을 눌러야 하잖아?
유이"그런가. 그렇지"
유이가하마는 유이가하마대로 뭔가 납득한듯 흠흠 끄덕였다. 아니, 딱히 너한테 말한건 아닌데?
뭐야 너희들? 내가 모르는데서 멋대로 나랑 커뮤니케이션 성립시키지 말아줄래?
하지만 시노즈카도 생각하는게 있던 것이다. 신묘한 얼굴로 숙이고 있었지만, 이윽고
시노즈카"…그렇네요. 저, 힘낼게요"중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이"응. 응원할테니까 힘내"
기본 유이가하마는 남의 일이라도 친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녀석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녀석도 평범하게 대해주는거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상냥하다는건, 어떤 의미로 그것만으로도 죄다.
상남이라면 '어라, 혹시 이 녀석, 나한테 마음 있는거 아냐?' 라고 착각을 하고, 고백을 하고, 진짜로 깨서, 그 끝에 그걸 모두에게 퍼뜨리다,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만들어버린다. 뭐야 그거 누구 이야기?
그러니까 나는 절대로 착각을 하지 않는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지 않는게 내 신조니까.
유이"잘 되면 좋겠어"
하치만"어, 어어"
그래. 설령 지금처럼, 나에게 태양처럼 빛나는 미소를 짓는다고 해도.
유이"하아~ 운명의 사람인가아~"
시노즈카가 가버린 후, 유이가하마가 성대한 한숨을 쉬면서 혼잣말을 했다.
하치만"…운명의 사람이라고 해도, 반드시 장래에 맺어지는 상대라고는 할 수 없잖아"
유키노"그렇구나. 자기가 죽일뻔한 상대도, 어떤 의미로는 운명의 사람이 되는거니까…"
하치만"너, 그 기본 설정으로 흉악한 생각을 하는건 어떻게 안 되냐?"
라는건, 나를 늘 죽이려고 하는 상대도 운명의 사람이라는 소리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 발상은 못했다. 뭐야 이 사람. 엄청 무서워.
유키노"그치만, 그건 네가…"
하치만"하아? 내가 뭐?"
유키노"…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말하다 중간에 멈추다니, 절대로 아무것도 아닐리 없잖아. 효과적이라서 도리어 무서운데? 반죽이기입니까? 반죽이기군요? 그거, 무슨 플레이야.
유이"그런가아~. 저얼대로, 장래에 맺어지는 상대라고 생각하는데에…"
하치만"아, 왜 그렇게 정하는거야?"
유이"헤? 그치만 그러는 편이 훨씬 로맨틱하잖아. 그치?"생긋
하치만&유키노"…뭣?!"///
유이"호와? 왜 그래, 둘 다… 왠지 얼굴 빨간데?"
하치만"…네가 엄청 부끄러운 소리를 태연하게 하니까 그렇잖냐"///
유이"뭐야 그거어?! 엄청 짜증나-! 있지, 유키농. 힛키는 말야, 진짜 최악이지?"
유키노"에? 에, 에에, 그렇구나. 아무리 그래도 지금 그건 좀……부끄럽다고 할까…"///
유이"유키농까지?!"
제대로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보지 못해, 그만 등을 돌려버려서 그녀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고,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에, 이런 녀석이랑 맺어지게 되기라도 하면, 일하지 않고 길러진다는 나의 장래계획이 근본부터 맛이 가버리게 되는건 틀림없을 것이다.
인생의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릴 수준으로 다르다.
덧붙여 근면의 대명사같은 노동자지만, 집단 속에서도 3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떼우고 있다고 한다.
삐걱거리기를 포기하기라도 하면, 나는 굳이 그 일하지 않는 노동자를 지향한다. 그것이 하치만류.
그러니까, 설령 어젯밤 사건이 뭘 의미하고 있든간에, 그녀가 ――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나에게 있어 운명의 사람이라고 하는건 절대로 사양이다.
―― 그저,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몸을 안아올렸을때, 이 녀석에겐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잘 어울릴것 같다…라는 아무 문맥도 없는 생각을 해버린건, 역시 무슨 착각이었던게 틀림없다.
후일담이다.
결국 잠금쇠가 망가진 창문은 방범상의 이유로 새시채로 교환됐다.
이걸로 적어도 밤중에 학교에 숨어드는 학생은 없어질 것이다.
얘기를 하는 바보가 없어지면 소문은 금방 잊혀지고, 곧 다른걸로 바뀌게 된다. 그런거다.
덧붙여 이 학교에는 소부고 7대 불가사의 라는 괴담이 있는 모양이다.
첫째, 몇 번을 세어봐도 학생 수가 맞지 않는 반
둘째, 접근하면 한기를 느끼는 미소녀
셋째, 어째선지 시집가지 못하는 여교사
넷째,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면 어느샌가 다가오는 답답한 그림자
다섯째, 여학생보다도 귀여운 남학생
여섯째, 매일 급한 환자가 생기는 조리실습
일곱째, 여섯개 밖에 없는 칠대 불가사의
…아니, 전혀 괴담 아니잖아. 그보다, 일부에 집중하고 있지 않아? 예를 들면 내 주위라던가.
그리고나서 조금 시간이 경과한 어느날 방과후, 나는 부실로 향하는 도중에 왠일로 유키노시타와 맞닥뜨리게 됐다.
유키노"히키가야, 아직 살아있었니? 의외로 끈질기구나"
하치만"…만나자마자 내 생존권을 부정하지마. 그건 이미 인권침해다"
유키노"어머, 너같은 인간에게 기본적인 인권이 인정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니"
하치만"인권이라는건 골고루 모든 국민에게 대하여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유키노"몰랐니? 어제 국회에서 개정되어서 조건에 '단, 히키가야 하치만을 제외하고' 라는 한 문장이 추가되었어"
하치만"그럴리 있겠냐. 왜 나만 핀 포인트로 저격하는건데?!"
애시당초 뭐냐고, 그 얼짱같은 특별취급. 전혀 기쁘지 않아. 유행하면 어떡할거냐고.
내가 평소처럼 까닭없는 매도를 받고 있을때, 여학생이 한 명, 사양하듯 다가왔다.
"저기, 얼마전에는 정말로 감사합니다"
문득 얼굴을 보니 얼마전 봉사부에 상담하러 왔던 B반의 시노즈카였다.
덧붙여 바로 그녀라고 깨달은것도, 내게 있어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는 여자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아마, 내 얼굴과 이름이 일치할 여자의 수는 더 적다. 위험할 만큼 격렬 레어 한정이다. 레어 몬스터급으로 조우율. 경험치 높아 보이는데.
하치만"아니, 나는 특별히 뭐 한것도 없는것 같고…. 고맙다는 인사라면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에게 해줘"
결국 괴담의 진위에 대해선 학년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미소녀 둘이 시험해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라는 걸로 지금은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로 돌고 있다.
애시당초 유이가하마에 있어선 다쳐서 도중에 빠져버렸고, 유키노시타에 관해서는 어쨌든 성격이 뭐하니까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이상할건 없지만.
나? 나한테 이르러선 그 자리에 있던것 마저 없던걸로 취급받았다. 그거 어떤 의미로 괴담 아냐? 그보다, 이제 내 존재감이 없는건 전설의 영역이다. 아이 엠 레전드.
시노즈카"덕분에, 저기…그랑…저기…사귀게 됐어요"
시노즈카가 돌아본 시선에는 우리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남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멀리서지만 꽤 잘생겼다는걸 알 수 있다.
잘생겼으니 리얼충인가…아니, 잘 생겼기 때문에 리얼충인가…뭐라고 할까, 이거…제대로 말 못하겠지만…폭발하지 않으려나. 그보다, 오히려 박살나면 좋겠는데.
남학생은 나와 눈이 마주치니 조금 복잡해보이는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인사를 할 생각인거겠지. 나도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유키노"그래. 잘 됐구나. 행복하렴"
자신이 차버린 남자의여친이 된 여자에게, 아무 위축된 모습 없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 녀석은, 역시 어떤 의미로 천연인거겠지.
아니, 어느쪽이냐고 하면 천연 위험물. 반경 100미터 이내로부터 피난하는 편이 좋을 수준이다. 누가 폭탄처리반을 불러줘.
시노즈카"네, 고마워요. 그리고 저기…"
유키노"뭐니?"
시노즈카"그게…두 분도 행복하세요"
하치만&유키노"뭣?!"///
유키노"그러니까"
하치만"아니라고"
우리들의 말을 미소로 흘려듣는듯 시노즈카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종종 걸음으로 남친에게 돌아간다.
사이 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둘의 뒷 모습은, 비뚤어져 있을 내 눈으로 보아도 충분히 흐뭇해 보인다.
그건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라, 반들반들한 형태좋은 입술이 미묘하게 벌려있었다.
…이런, 그만 그날 밤 일이 생각나버렸잖아. 평생 봉인하려고 생각했는데.
하치만"…딱히 남에게 걱정받지 않아도, 나는 늘 혼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얼버무리듯이 혼잣말을 한다.
유키노"히키가야, 네 경우엔 그건 '행복'이 아니라 '경사'라고 하는거야"
유키노시타는 기막힌다는 듯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뭐야 너, 선풍기인거냐? 어쩐지 바람이 세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오는 바람이.
하지만, 그날 밤을 신경쓰고 있는게 나 뿐이라고 생각하니, 역시 왠지 모르게 짜증난다.
하치만"아-…, 그런데 유키노시타"
유키노"어?"
하치만"오늘은 안 잡아도 되냐?"그렇게 말하며 한손을 내밀어본다.
유키노"!"///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다음 순간에는 내가 빨개질것 같습니다만. 반격으로.
유키노"그건…그게…그거니까…"
…뭘 수상쩍게 행동하는거야. 너 답지 않잖아. 너는 남이 말을 걸었을때의 나냐고. 흐흥. 하지만 이걸로 한 방 먹여줬다. 하치만 대승리!
더 이상의 도발은 과잉 보복행동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어서 그만둔다. 인생, 무슨 일이든 빠질때가 중요하다. 공격에 있어서도 런・앤・어웨이가 나의 신조. 아니, 그건 도망치는것 뿐이잖아.
하치만"자, 가자. 지금쯤 유이가하마가 부실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유키노"…"
대답이 없어서 돌아보니, 유키노시타는 어째선지 어중간한 자세로, 나를 향해 손을 내밀려던 참이었다.
하치만"왜 그래?"
유키노"에?"듣고나서 처음으로 깨달은듯, 빤히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다. 아니, 확인할것도 없이 그건 틀림없는 네 손이거든.
하치만"혹시…"꿀꺽
하치만"………뒤로 때릴 생각이었냐?"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기습을 친다니, 진짜 무섭다, 이 녀석. 마스터 어새신이냐. 너, 무슨 타일이야?
유키노"…아, 아무것도 아니야"///
유키노시타는 황급히 손을 빼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나를 제치고 앞으로 가버린다.
앞지를때 "바보"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것 같지만, 혹시 그거 나 말하는거냐? 그럼 유키노시타치고는 상당히 상냥한 매도다.
격렬한 매도에 익숙해진 탓일까,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점에서,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니, 역시 평범하게 생각해서 이상하잖아, 그거.
마침 그 때, 교내로 헤메어 들어온 매미가 한 마리,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 이거 참, 올해 여름도 더운날이 이어질것 같다.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서 정성스레 여름방학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듯이 부실로 향한다.
나의 청춘 러브 코메디…특별히 잘못되지는 않았지?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SS 『어째선지 학교 계단에는 괴담이 붙는다』 끝
'내청춘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키노시타"히키가야, 너랑 사귀어줘도 좋아" (0) | 2014.11.16 |
---|---|
하치만"갑자기 껴안아서 내가 미움받을지 반응을 볼까" (0) | 2014.11.16 |
하치만"여친 갖고 싶다아~"중얼 유키노유이"엣?" (0) | 2014.11.16 |
하루노"히키가야! 동생을 교환하자!" (0) | 2014.11.16 |
하치만"수명이 1년…인가요" (0) | 201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