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훨씬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 히키가야 하치만은 몇 번이나 마음을 전한다(3학년편)10
 
 
1월
 
 
[ 신년 ]
 
커튼 틈새로 빛이 비추어들어온다.
눈을 뜬걸 확인하고 꼼질꼼질 움직이니 온기가 있는 물체와 부딪쳐버렸다.
 
"……"
 
"음냐음냐……"
 
아침에 일어났더니 잇시키가 있었다.
이것만 보면 『후악!!?』하는 느낌이 될지도 모르지만, 딱히 동요할 일은 없다.
 
"야, 잇시키 일어나. 아침이다. 그리고 집에 가"
 
"으응-으……빼, 빼앗겼어, 서, 선배한테 처음을 빼앗겼어……"훌쩍훌쩍
 
"너 일어났지? 알면서 하는거지? 그리고 오해할만한 소리 하지마"찰딱
 
"아얏……. 선배 지금 제 머리 때렸지요? 저를 상처입혔으니까 책임져주세요"
 
"아침부터 그런건 됐거든. 자, 얼른 코타츠에서 나가"퍽퍽
 
"이, 이번엔 발로 남의 몸을 차다니……. 선배, 섬세함이 없다구요. 저도……여자애라구요?"
 
"예이예이"
 
하치만(아침부터 텐션 높구만, 이 녀석은……)
 
"……칫"
 
하치만(새, 새해 되자마자 후배가 혀를 찼어……)
 
"선배. 하코네 에키덴 시작했을까요?"
 
"하코네 에키덴은 내일이야. 오늘은 뉴이어 에키덴이지"
 
그래, 오늘은 1월 1일. 새해 밝아서 축하스런 일이다.
잇시키는 섣달 그믐날에 우리 집에 와서 어째선지 토시코시 소바 먹으면서 가키츠카이를 보고 코타츠에 뒹굴어 잠들어버렸다.
 
……이 녀석, 언제까지 집에 있을 생각인걸까.
 
"오빠야, 이로하 언니 새해축-"
 
"코마치야, 새해 복 많이 받아-"
 
"저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에비나짱 voice)
 
"……새해 첫날부터 성대모사라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낮아"
 
"시끄러워. 새해축이라니, 이걸로 몇 번째야? 가키츠카이 다 본 후에도 인사한 느낌이 드는데……"
 
"그건 그렇고……어제는 즐거웠떤 모양이네요"구후후후후
 
"코, 코마치야……. 부끄러우니까 그만해, 증말//"
 
"너네 무슨 연극을 하는거야. 그런 일 일어날리가 없잖아. 그보다 코마치도 같이 코타츠에서 잤잖아"
 
"리얼 동생이랑 동생같은 존재인 저와 같은 코타츠에 들어가서 잘 수 있다니, 선배는 행복하네요~"
 
"아-, 그렇군. 기쁘네-"
 
"우왓. 이런 마음도 담기지 않은 책읽기 처음 들었어요……"
 
"그보다도 다 같이 첫참배 가자!"
 
"그렇군. 올해도 코마치의 행복을 빌러 갈까"
 
"오, 오빠야. 갑자기 그런 말 하는건, 그만해……//"
 
"코, 코마치……//"
 
이로하(아, 어제 샤메리 마셨으니까 아마 머리가 바보가 된걸까나-)
 
코마치(훗훗후. 이걸로 오빠한테 가게의 타코야키나 주스를 얻어먹을 수 있어……)
 
하치만(코마치가 순순히 좋아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이건 뒤가 있는게 틀림없다)
 
"앗. 첫 참배 갈거면 유이 선배도 불러볼게요~"삐뽀빠뽀
 
"……"
 
"유이 언니도 오면 오빠는 여자애한테 둘러 싸이네~"
 
"그렇, 군……"
 
유이가하마한테 연락이 돌아온 모양이라 잇시키는 얼굴을 흐리고 있었다.
 
"……아-, 유이 선배. 가족이랑 나가니까 무리인 모양이에요"
 
"유이 언니 못 오는구나……. 좀 유감일지도"
 
"……뭐, 가족과 외출이라면 어쩔 수 없지. 자, 첫 참배 갈 준비 할거지?"
 
코마치(오빠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해……)
 
 
 
 
 
 
 
 
 
 
 
[ 첫 참배 ]
 
잇시키와 코마치와 셋이서 전차를 타고 개찰구를 나와 아라마 신사에 도착.
 
"오오-, 작년도 여기에 왔지만 역시 사람이 많네-"
 
"그렇군"
 
"아, 그런가요-. 작년에는 저만 불리지 않았으니까 굉장히 쓸쓸했다구요, 선배?"
 
하치만(……이 녀석이 우리 집에 온건 작년일을 꽁해하고 있던 모양이군)
 
"이로하 언니도 부르고 싶었지만, 작년에는 아직 알지 못했으니까요……"죄송해요
 
"괜찮아, 신경쓰지 않으니까~. 작년엔 나랑 선배는 아는 사이였지만"
 
"『선배는 저를 알고 있었지만요~. 어라-, 왜 불러주지 않은거에요-』라고 들리거든.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엄청 신경 쓰고 있잖아. ……자, 신사에 도착했으니까 참배한다"
 
새전함에 돈을 던져넣고 이례, 2번 박수 치고 눈을 감는다.
 
코마치(오빠의 대학합격과 오빠에게 아내가 생길 수 있도록. ……그리고 오빠는, 오빠의 행복만 바라는 코마치 포인트 높아)
 
이로하(하야마 선배가 저를 의식해줄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만 선배가 저를 여자애로서 다뤄줄 수 있도록)
 
하치만(코마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을 빌었다.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도록"중얼
 
 
 
 
 
 
 
 
 
 
 
[ 험담 ]
 
참배를 한 후에는 운세종이를 뽑거나 참배길에 늘어선 가게에서 쇼핑을 했다.
 
"슬슬 돌아갈까"
 
"그러게. 집에서 엄마가 오세치 요리 만들고 기다릴지도~"
 
"……그건 아닐것 같네. 아마 이불 속에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로하 언니는 어때요? 뭣하면 겨울 방학은 내내 저희 집에 계셔도 된다구요?"히죽히죽
 
"나는 집에 돌아갈까나. 우리 아빠가 걱정할거라고 생각하고……. 하, 하지만"
 
"왜 그래, 잇시키?"
 
"저, 저기, 아직 조금 더 함께 있지 않을래요?"
 
코마치(……핫!)
 
"아, 안 돼! 코마치도 참, 타이시한테 줄 선물 사는거 깜빡했어! 이 무슨 실수람! 뛰어서 돌아갈게! 이로하 언니, 그런고로 코마치는 여기서!"
 
"타, 타이시한테 선물이라고!!? 그 자식 어느틈에 코마치한테 그런걸 요구한거야!! 그보다 코마치한테 너무 가까워! 지금부터 타이시네 집에 쳐들어간다!"
 
"오빠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오레기 바보! 멍청이! 하치만! 됐으니까, 코마치를 속박하지마!"
 
"코, 코마치이……"
 
나의 필사적인 저항도 허망하게 코마치는 참배길로 뛰어갔다.
 
"……이거 뭐야"데데에에엥
 
"바보, 멍청이, 하치만……. 선배, 저도 써도 되요?"
 
"……맘대로 해. 지금은 무슨 소리를 들어도 뭐라 해줄 기력도 없으니까"
 
"선배, 너무 기가 빠졌다구요……. 조금 찻집에서 쉬어가요"
 
"……어"
 
모르는 사이에 코마치와 타이시의 사이가 좋아진것 같아서 오빠로서는 복잡했다.
 
 
 
 
 
 
 
 
 
 
 
[ 상냥하다 ]
 
깨끗한 거리변에 있는 작은 찻집에 들어갔다.
 
"선배, 커피 못 마셔요?"
 
"……잇시키. 스틱 슈거 다섯개 정도 집어줘"
 
"설탕 너무 넣는다구요……. 그럴거면 처음부터 카페오레를 주문하면 됐을텐데"
 
잇시키는 툴툴 거리면서 스틱 슈거 하나를 건내줬다.
엑, 하나?
 
"……이 세상은 오늘도 나에게 엄하군"툴툴
 
"……그래서 선배. 무슨 일이에요?"
 
"코, 코마치가 오빠한테 떠나가는것 같아서 슬픕니다……"엉엉
 
"그런걸 묻는게 아니에요. 최근에 무슨 일 있었죠?"
 
"……"
 
"……그 얼굴은 있었네요"
 
"……유이가하마한테 들은거야?"
 
"아뇨. 어제랑 오늘, 선배랑 계속 함께 있어서 신경쓰여서 질문해본것 뿐이에요"
 
"……여자의 직감은 무섭구만"
 
이로하(그치만 선배, 가끔 슬프다는 얼굴로 웃고 있다구요……)
 
"조금 길어지겠는데……, 들어줄거야?"
 
"네. 저에게는 비밀은 통하지 않거든요?"
 
"예이예이"
 
나는 자세를 고치고 잇시키를 마주봤다.
 
 
*        *         *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빤히
 
"저, 저기, 잇시키 씨?"
 
"하앙?"희번뜩
 
"히, 히이이!!?"
 
하치만(이, 잇시키의 눈이 무서워……. 그보다 왜 이녀석 갑자기 기분 나빠진거야)
 
"과연과연. 선배가 유키노시타 선배가 사라진 마음의 틈새를 하루 선배에게 힐링받기 위해 시시덕거리고 있더니, 그 현장을 유이 선배에게 딱 들켜버렸따고……하앙"
 
"이, 잇시키 씨? 뭔가 거슬렸나요"
 
"……칫"
 
하치만(또, 또 혀를 찼어 이 애. 게다가 눈 앞에서 나한테 감추지도 않고)
 
"선배는 빌어먹을 인간이네요. 최악이에요. 여자의 적이에요"
 
"……나, 나의 어디가 나쁜데"
 
"저는 선배의 그런 무자각한 점을 싫어해요"
 
"……너, 푹푹 마음을 찔러오는 말 너무 해대거든"
 
하치만(내 유리 심장에 가시가 꽂혀간다……)
 
"한 마디 해두겠지만, 여자애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애랑 같이 있지는 않아요"
 
"어, 어어"
 
"그리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절대로 무리에요"
 
"어, 응. 그러네"
 
"……얘기를 듣건데, 잘못은 전부 선배에게 있어요"
 
"그러니까, 왜 내가 잘못한건데?"
 
"하루 선배가 계속 선배의 곁에 있던건 어째서인가. 유이 선배가 울것 같은 얼굴로 도망간건 어째서인가. ……왜 모르는거에요?"
 
"……그런건 뻔하잖아. 인간의 마음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이해하는걸 도망치고 있는것 뿐이잖아요"
 
"……그럼 너는 내 마음을 아는거냐고"
 
"몰라요, 그딴거"
 
"너, 말하는거랑 하는 짓이 다르거든?"
 
"선배는 비겁해요. 상대의 호의나 마음을 받아두면서도 스스로는 아무것도 전하거나 대답하지도 않아요"
 
"……어쩔 수가 없잖아. 지금까지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오거나 호의를 보였던건 전부 몰카나 거짓말이었으니까"
 
"……하아"
 
"……뭐야, 그 기막혀하는 얼굴은"
 
"선배. ……의심하면서 살아가는것보다도, 믿고 배신당하는 편이 기분은 훨씬 낫다구요?"
 
"……너 답지 않은 깊은 말이군"
 
"GReeeeeeeN! 의 가사에 그런 말이 있었던것 같아요"
 
"하아……. 역시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앗, 선배 겨우 웃어줬네요. 지금 그건 이로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슬슬 돌아가자"
 
후배한테 들은 말을 머리 속으로 한번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모양이다.
 
"앗, 선배"
 
"앙?"
 
잇시키는 입가에 손을 대고 소악마처럼 살짝 미소지었다.
 
"안심해주세요. 선배의 주위에는……, 상냥한 사람이 넘쳐나니까요"
 
"……그러냐"
 
이 날을 경계로 잇시키 이로하라는 존재를 나는,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 대치 ]
 
1월 3일이 됐다.
이 날은, ……그 녀석의 생일이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하루노 씨에게 불렸다……유키노시타 저택으로.
 
"……"
 
츠즈키"히키가야님. 도착했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흑색 하이어에서 내리자 거기에는 『유키노시타』 표찰이 걸린, 바보같이 큰 집이 있었다.
 
하치만(커……. 이 집은 몇층 건물인거야. 게다가 여기 토지는 도쿄 돔의 몇개분이잖아)
 
"히키가야, 얏호-. 자아, 들어와 들어와"
 
"아, 네"
 
저택 입구로 가니 하루노 씨가 마침 나와서 그 뒤를 따르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용인"처음 뵙겠습니다, 히키가야님. 소지품은 이쪽에서 관리하겠습니다"
 
"앗, 네, 여기요"
 
하치만(사용인이 있는거냐고……. 그런거 만화나 픽션 세계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후후. 히키가야, 긴장해?"
 
"그, 그렇네요. 대리석 현관이나, 이렇게 넓은 복도는 처음 봣어요"
 
"그렇지. 우리 집은 세간에서 보면 특수하니까"
 
"특수, 한가요"
 
"자, 도착했어. 이 방에 엄마가 있으니까, 갈까?"
 
"아, 네"
 
하루노 씨는 문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열었다.
 
"엄마, 실례할게요. 히키가야, 데려왔어요"
 
"……그래. 이쪽으로 오렴"
 
거기에는 틀림없이 유키노시타의 어머니가 있었다.
집 안에서도 기모노를 이비고 있군……
 
"……"
 
"히키가야? 굳어있지 말고 이쪽에 앉아"
 
"아, 네. 죄송합니다……"
 
비싸보이는 테이블을 사이두고 소파에 앉으니 옆에는 하루노 씨가 앉았다.
물론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맞은편에 있다.
 
"히키가야군, 오랜만이군요. 작년 이래로일까요……"
 
"그렇네요. 그 녀석의 맨션 근처에서 번난 이후로네요"
 
"그랬네요……. 왠지 상당히 어른스런 얼굴이 됐군요"
 
"칭찬 말씀, 감사히 받겠습니다"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빤히 내 눈을 보고 있었다.
대체 뭘 간파하려는걸까…….
 
"히키가야군. 유키노는 기억하고 있나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는 없는 모양이네요"
 
"지금도, 좋아하는 마음은 있나요?"
 
"그, 그건……"
 
"엄마, 안 돼. 그렇게 잇따라서 질문하면 히키가야도 대답하기 곤란해"
 
"그렇네요. 오늘은 와주셔서 고마워요. 편히 있다 가주세요"
 
"아, 네"
 
하치만(이 말은 단순한 접대문구다. 편히 있으라고 하기에는 그 눈은 계속 내 눈을 쳐다보고 있다)
 
"히키가야. 홍차 한잔 어때?"
 
"어, 아뇨……, 괜찮아요"
 
"사양하지 않아도 돼. 오늘은 손님이니까"
 
"아, 네. 그럼 부탁할게요"
 
하루노 씨는 유리제 티포트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은 살짝 받치듯이 잡고 있었다.
컵에 홍차를 붓는 하루노 씨의 모습은 그녀와 쏙닮아서 고동이 빨라지는걸 알았다.
 
"……"
 
"……유키노같다고 생각했나요?"
 
"엑"
 
하치만(왜 이 사람은,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거야)
 
"하루노는 옛날처럼 머리를 길렀거든요. 지금은 유키노와 같을 정도입니다"
 
"그렇, 군요……"
 
"곤란해요. 유키노의 흉내를 내다니……"
 
"왜 곤란한겁니까?"
 
"동생이 언니의 뒤를 보고 흉내를 내는거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언니가 동생이 갖고 있는걸 원하기 때문에 흉내를 내는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어리석다니, 하루노 씨를 험담하는건 그만둬주세요"
 
"……그래요. 당신도 하루노와 같나요"
 
"……무슨 의미인가요"
 
"자, 히키가야. 홍타 타왔어"
 
"아, 감사합니다……"
 
왜 하루노 씨는 나와 어머니가 대치하려고 할때 끼어든걸까…….
 
 
 
 
 
 
 
 
 
 
 
[ 선택 ]
 
거실같은 넓은 방 안에서 나와 하루노 씨, 유키노시타의 어머니가 조용히 홍차를 마시고 있으니 유키노시타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히키가야군에게 듣고 싶은게 있어서 집으로 불렀습니다"
 
"저에게 듣고 싶은건가요……. 뭔가요?"
 
유키노시타의 어머니의 눈초리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변했다.
 
"당신은 하루노와 유키노, 누구를 좋아하나요?"
 
"……에"
 
"……"
 
하루노 씨를 힐끔 쳐다보니 고개 숙인채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질문에는 뭔가 큰 문제가 있는걸까.
 
"……왜 그런걸 묻습니까"
 
"히키가야군. 가르쳐주세요"
 
"그러니까 왜……"
 
"……지금부터,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얘기할겁니다"
 
지금까지 상냥하게 말하던 어조가 갑자기 차가운 어조로 변했다.
 
"하루노는 지금 대학교 3학년이에요. 4월에는 4학년으로 진급하고, 학생 생활도 얼마 안 남았지요"
 
"그렇네요"
 
"이후의 예정으로서는 졸업후는 유키노시타 건설에 취직, 그리고 끝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현의회 의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건 하루노 씨의 의지인가요"
 
"하루노가 승낙한거에요. 뭔가 문제는 있나요?"
 
"그것밖에 고를 수 없는 선택지를 준것만이 아닙ㄴ"
 
"엄마, 얘기 계속해"
 
"하루노 씨……"
 
하루노 씨가 내가 하는 말을 끊으니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입가에 손을 댔다.
 
"……거기서 지금, 하루노에게 연담이 오고 있어요"
 
"연담?"
 
"네. 정계의 유력자의 아드님과 맞선이에요"
 
"그, 그건, 맞선을 하는것 뿐이죠? 거절하는것도……"
 
"……아뇨. 이쪽이 받아들이면 아마, 하루노는 약혼을 하게 되겠죠"
 
"그건……. 어떡할 생각인겁니까?"
 
"하루노와 그 아드님의 연담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뭣……"
 
얘기를 듣는한,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하루노 씨를 그 정계의 유력자의 아드님과 결혼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노 씨의 마음을 무엇 하나 생각하지 않는 이 방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건 안 되잖아요. 하루노 씨의 마음을 무시한 결혼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하나 생각이 있어요"
 
"뭔데요"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나와 하루노 씨의 얼굴을 한번, 교대로 봤다.
 
"……만약, 히키가야군이 하루노를 좋아해서 함께 있어준다면, 이 연담은 파기하겠습니다"
 
"……네?"
 
"……저도, 딸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니까, 히키가야군. ……당신은 하루노와 사귈 마음은 있나요?"
 
"그, 그건……"
 
두 가지 선택지였다.
하루노 씨를 선택하고 연담을 파기한다.
하루노 씨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노 씨는 정략결혼하게 되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한 마디로 남의 인생을 결정지어버리는 장면이 되어버렸다.
 
"……"
 
"당신이 하루노를 좋아해서, 성의를 갖고 사귀어간다면, 저는 그걸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어떡하겠나요?"
 
"저, 저는……"
 
하루노 씨를 선택하면 이대로 하루노 씨와 사귀고, 그리고 결혼하겠지. 언젠가는 유키노시타가문에 들어가 하루노 씨를 받쳐갈지도 모른다.
 
"……"
 
"유키노는 아마 일본에는 돌아오지 않겠죠. 그 아이는 이 집에 돌아올 생각은 없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당신은 유키노를 계속 기다릴 수 있나요?"
 
"그런, 가요……"
 
뭐야. 이미 대답은 정해져있잖아.
유키노시타는 일본에 돌아오지 않는다.
하루노 씨는 옆에 있어준다. 게다가 정략결혼따위는 시키고 싶지 않다.
 
 
"대답은 정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들려주세요"
 
"저는……"
 
 
 
 
 
 
 
 
 
 
어라?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저, 저는, 하루노 씨를……"
 
 
왜, 이렇게나 말을 하는게 힘든거야.
한 마디, 하루노 씨를 선택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저, 저는……"
 
어, 어째서. 왜. 멈춰버리는거야.
왜, 입이 떨리는거야.
 
어째서……, 나를 멈추려고 하는거야.
 
"저, 저는, 저는……"
 
"……"
 
"히키가야군? 왜 그러나요?"
 

매달리듯이 옆을 돌아봤을때 눈이 멈춰버렸다.
 
하루노 씨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평온한 얼굴을 지으며,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이제, 타임업이네"
 
 
 
 
 
 
 
 
 
 
 
 
 
 
 
 
[ 이별 ]
 
하루노 씨는 츠즈키 씨가 있는 하이어까지 나를 바래다줬다.
 
"하루노 씨, 저, 전……"
 
"히키가야. 이제 됐어. 그렇게 괴롭다는 얼굴 하지마"
 
"하지만, 저 때문에 당신은……"
 
"유키노시타가에 태어났으니까, 이게 나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야. 정략결혼 하는것도, 당연한 일이야"
 
"……제가, 대답을 내지 않았으니까…, 당신에게 헛된 시간을 보내게 해버려서……, 어쩌면, 다른 남자와 함께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히키가야"
 
하루노 씨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1년은 헛된게 아니었어. 나한테 있어선 말야"
 
"하, 하루노 씨……"
 
"왜냐면……, 이렇게나 행복하다고 생각한거, 오랜만이었으니까"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하루노 씨의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하루노 씨는 내 등에 손을 감고 살포시 몸을 감싸주었다.
 
"히키가야는 말야, 나를 좋아해?"
 
"……좋아해요. 하루노 씨는 좋아해요"
 
"응. 그걸 들을 수 있었다면 만족해. 나도 히키가야를……, 좋아하니까"
 
"읏……"
 
아팠다.
하루노 씨의 순수한 마음을 들을때마다, 마음이 조여진다.
 
하지만, 나는……하루노 씨를 선택할 수 없었다.
 
"히키가야. 마지막으로 하나, 너에게 질문을 할게"
 
"……마지막이라는건……, 싫, 어요"
 
"만약, 유키노랑 만나지 않았다면……, 너는 나를 선택해줬을까?"
 
"……네. 하루노 씨를……선택할거에요"
 
"그런가. 기쁘네.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지?"
 
"엑……"
 
"히키가야. 남은건 네가 정하렴. 그리고, 지금 해야할 일을 해"
 
"……하루노 씨, 죄송해요"
 
"죄송해요가 아니잖아? 그런 내향적인 말, 듣고 싶지 않아-"
 
하루노 씨는 내 등을 팍팍 때리고 살짝 떨어져갔다.
 
"……저, 자신의 대답을 내려고 생각해요"
 
"응. 그게 좋아.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하루노, 씨……"
 
하이어에 올라타려고 했을때, 하루노 씨는 손을 흔들고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히키가야……안녕히"
 
 
 
 
 
 
 
 

 
그녀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아스팔트에 작은 문양을 만들었다……
 
 
 
 
 
 
 
 
 
 
 
 
[ 다시 ]
 
센터 시험 당일을 맞이했다.
소부고교의 학생은 가까운 대학이 회장이 되었으므로 그쪽으로 향했다.
 
"……"
 
대학 교문 앞에서 많은 학생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 명이 서 있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이 보여왔다.
 
"힛키……"
 
"……여"
 
유이가하마는 영어 단어장을 한 손에 들면서 나타났다.
 
"오랜만이네……"
 
"응. 크리스마스, 이후지. ……앗, 힛키랑 하루노 언니는 사귀는거지? 나 몰랐어, 아, 아하하……"
 
유이가하마는 무리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바로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앗, 나 먼저 갈게……. 미안해?"
 
"잠깐만"
 
"……"
 
"유이가하마. 나, 하루노 씨랑 사귀지 않아"
 
"거, 거짓말이야. 크리스마스에 데이트하고, 게다가, ……하려고 했어"
 
"……더는, 만나는 일도 없어"
 
"어?"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슥 올라갔을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유이가하마"
 
"……힛키?"
 
"나 말야, 너랑 제대로 마주볼테니까……. 그러니까, 대학에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수줍은듯이 웃었다.
 
"응. 힛키랑 같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힘낼게"
 
조금만, 나는 앞으로 걸어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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