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릴때까지 어디까지 악마
 
"하루노……너, 남친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은 없는거니"
"갑자기 왜 엄마. ……혹시 연담 얘기야?"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럼 왜?"
"태어나서 지금까지 딸에게 남친을 전혀 소개받은적이 없는 어머니의 마음을 네가 아니?"
"…………아니, 경산부가 아니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말야"
"네 아빠도 말하고 있어. 딸들에게 그런 남자는 없냐고"
"……………"
"그럴 걱정이 없다고 말하니까 기뻐보이긴 하지만 쓸쓸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
"헤, 헤에……"
"그러니까 하루노"
"……뭔데요"
"정말로 그런 사람은 없는거니?"
 
 
"…………어, 없는것도 아니려나-?"
 
 
 *   *   *
 
 
"――라는거야, 히키가야"
"아니, 갑자기 '라는거야' 라고 들어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누나랑 같이 대마왕이 기다리는 마굴로 숨어들자-"
"유키노시타 저택은 언제부터 그런게 된겁니까. 그리고 절대로 싫거든요 그런 모험"
"훌쩍……히키가야는 나를 내버리는거구나……"
"……그거, 스스로 귀엽다고 생각해서 하는거겠지만 일단 우는 흉내 그만둘래요?"
"므으……"
"그런식으로 뺨을 부풀려도 싫은건 싫어요"
"누나, 이래보여도 자신의 용모에는 자신이 있는데-"
"……그쪽?"
"얘 히키가야. 나는 귀엽지 않아?"
"……귀염성은 없네요"
"……너한테 그걸 듣고 싶진 않은데에"
"애시당초 남이 말하는 '귀엽다'는 말 신용할 수 있어요? 저는 신용 못하는데요. 그 단어를 듣는것만으로 눈썹을 찌푸릴 수준이에요"
"얘기 돌리지마"
"…………"
"눈동자 돌리지마"
"예, 예전에 그런 제목의 노래가――"
"히키가야?"
"유, 유키노시타 씨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분입니다"
"……어째설까나?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이야"
"기분탓이 아닐까요"
"자, 내 눈을 보고 말해"
"……………"
"눈-동자-, 피-하지-마아-"
"노래 알고 있는거냐고……"
"아무튼, 히키가야는 나를……?"
"거북, 하네요. 앗, 부활동 메이트 모 요리허접이 말하기에는 그건 '싫다'와 거의 같은 의미인 모양인데, 어떨까요?"
"후훗……정말로, 어떤걸까?"
"그 겁없는 미소가 무척이나 무섭다는건 확실해요……"
"………………그런가, 무섭구나"
"에?"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   ×   ×
 
 
"그나저나 뭐에요? 아까부터"
"무슨 소릴까?"
"그게……귀엽다니 귀엽지 않다니"
"아아, 적령기 여자라는건 그런걸 신경쓴다구"
"당신이 적령기 여자입니까……"
"아, 아하……그건, 그럴지도"
"……몸상태라도 나빠요?"
"아니, 아마 조금 졸린것 뿐이야"
"……아마?"
"요놈요놈~, 남자애가 세세한건 신경쓰면 떽! 이라구"
"뭐에요 그거……그런 고의적인 행동은 메구리 선배같은 사람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흐응-…………"
"아야아야아야. '떽!' 한 손가락으로 뺨을 빙글빙글 돌리지 말아주세요 아야아야아야아야! ………진짜로 아파. 뭐야 이 사람"
"응-? 뭐라고 말했어?"
"아뇨, 아무것도"
"지금 말했는데, ……혹시 히키가야는 메구리랑 사이 좋아?"
"아뇨, 전혀"
"그 즉답으로는 정말인것 같네……"
"그야 그렇죠. 메구리 선배랑 저같은게 사이 좋게 지내는 광경, 상상할 수 있어요?"
"……으응-, 평범하게 할 수 있는데. 거기다 그런식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은 좋지 않아"
"아니, 사실이고요"
"하아……. 네가 그런 말을 할때마다 마음속으로 슬프다고 생각하는 귀여운 애가 있을지도 모른단다?"
"있을까요, 그런 녀석"
"있잖아? 아니, 실제로 봤잖아?"
"……있네요"
"거봐"
"코마치랑 토츠카가"
"아차-, 그쪽으로 가버렸나-"
"뭐에요 안 되나요 당신이 그렇게나 얘기를 몰라주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못했어요 이제 알았으니까 일단 집에 돌려보내주실까요!"
 
"――히키가야?"
 
"…………느에"
 
"일단, 동생이랑 남자애는 제외라는 방향으로"
"……알고 있나요, 유키노시타 씨. 토츠카는 남자애가 아니라구요"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역시 당신이 얘기를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던것 같네요, 여기에 있어도 끝이 안 나, 기다려 코마치 지금 오빠가 돌아갈――"
 
"있잖아"
 
"…………느에, 죄송합니다"
"하아……왠지 이제 아무래도 좋아져버렸어"
"저기, 그럼 아무래도 좋아진김에 집에 가도 되겠습니까?"
"안 돼-"
"우으……미안해 코마치이……"
"'오빠따위 없어도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 안 돌아와도 돼'"
"뭐에요 그거, 코마치 흉내낼 생각인가요"
"……어라, 마음에 안 든거야?"
"네, 솔직히 말하면 전혀 안 닮았고요"
"그런가아"
"무엇보다 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다시 배우고 오세요"
"저기……아까부터 히키가야는 말야"
"네?"
"나한테 대하는 태도, 너무 대충이지 않아?"
"……하?"
"특별히 지적하지 않고 듣고 있으니 '귀염성이 없다'니 '싫은거나 마찬가지'니 '웃는게 무섭다'니 '메구리 선배가 더~'니……틈만 있으면 집에 가려고 하고"
"……………"
"애시당초 말야, '나랑 얘기하고 있을때는 다른 여자애 얘기를 하지마'라고 듣지 않으면 모르는거야?"
"……………"
"저기, 히키가야?"
"저기……"
"응, 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보련?"
"그럼 말하겠는데요"
"응"
 
"난데없이 차로 끌려와서 눈가리기를 당하고, 어디로 끌려갔다고 생각하자마자 설마했던 러브호텔. 의미도 모른채 당혹한채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쫄고 있더니……아무것도 하지 않고 몇 시간이나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을 뿐이고요"
 
"……………"
"무슨 짓입니까?"
"그건, 그게, 엄마가――"
"'나랑 얘기하고 있을때 다른 여자애 얘기를 하지마'"
"……그 우쭐대는 얼굴 열받는데"
"……그래서 무슨 일인지 설명 해줄 수 없습니까?"
"하아………그치만 히키가야……저기에 있는 커피, 마셔주지 않고"
"……하?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모처럼 수면약을 탔는데"
"……응?"
"그리고 자는 얼굴을 보면서 듬뿍 기성사실을……할 심산이었는데"
"…………으응?"
"내 계획이 다 엉망이야 히키가야. 어떡해줄거야?"
"……어? 아, 아-……죄다 예상밖이라서 뭐가 뭔지……"
"정말이지-……"
"……그보다 유키노시타 씨"
"뭔데?"
"제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그게……기성사실을 만들 기회라면 평범하게 있던건 아닌가요?"
"'……읏!"
"억지로 수면약을 마시게 한다……는 아니더라도, 이 몇 시간동안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던것 같은게……"
"우으……"
"거, 밖을 봐주세요. 이제 아침해가 떠오르려고 한다구요……"
"우…………으…………"
"……응? 입다물지 말고 어떻게든――앗"
 
 
×   ×   ×
 
 
"설마 유키노시타 씨가 울다니"
"……시끄러워"
"울상으로 노려봐도 크게 무섭지 않은데요"
"……큭, 죽여라"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다면 괜찮네요"
"괜찮지 않아"
"――에?"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
"그건 무슨……"
"위로해줘. ……나를, 위로해줘"
"에, 에에……"
"얼른"
"……구,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다듬어줘"
"……어디를요"
"머리"
"……아, 네"
"………………"
"………………"
 
 
"……저기 말야, 히키가야"
"………………"
"히키가야가 나를 귀염성 없다니, 무섭……다니, 그게, 시, 싫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나는……"
"………………"
"나는, 그게……"
"……저기, 유키노시타 씨"
"뭐, 뭐야?"
"저는 당신을 귀엽지 않다니, 싫다니, 말한 생각은 없었는데요"
"…………어?"
"오히려, 그……반대라고 할까, 뭐어……"
"……좀, 그건"
"그보다, 말했지요?"
"………………"
"'유키노시타 씨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분입니다'라고"
"……그건 거짓말인게"
"거짓말이 아니에요"
"…………………………"
"……저기, 유키노시타 씨?"
 
"……후훗, 그런가아"
 
"저기……. ――좀, 갑자기 껴안지 마세, 엑, 좀, 옷! 에, 에엑!?"
"얘, 히키가야?"
"――아, 네"
 
 
"할까?"
 
 
 
 
 
 
 
 
 
 
 
 
 
 
 
"――라는 꿈을 꿨어. 그러니까 걱정은 필요없어, 엄마"
 
"……다다, 당신, 우리 딸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거죠"
 
 
 
 
 
 
 
 
 
 
 
"다녀왔어-"
"오, 오, 오빠가 아침에 돌아왔다아아아! 엄마! 엄마아!"
"시, 시끄러워 코마치……"
"……그, 그런데, 어디서 누구랑 같이 있던거야~?"
"……………"
"코마치 블록! ……말없이 지나가려고 해도 안 된다구, 오빠야"
"큭……"
"자자, 오빠야……이건 그런 상대가 있다고 인식해도 되는거지? 응?"
 
 
 
"'…………어, 없는것도 아니려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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