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후배는 어딘가 잘못됐다. - 과거편 나와 선배의 만남과 이별
 
이건 내가 아직 선배와 만났을 무렵의 이야기.
 
"영차."
 
그날도 나는 혼자서 원예위원 일을 하고 있었다. 위원장이나 그 사람은 부탁해도 해주지 않고 학생들로부터는 부위원장이니까 제대로 해라고 듣는게 현재 상태고.
 
"후우…잽싸게 끝내고 집에 가자"
 
오늘도 또 혼잔가…누가 도와주러 오지 않으려나.
 
"꽃은 좋네…고민이 없어보여서"
 
차라리 꽃이 되고 싶네에. 사막 속에서도 예쁘게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처럼.
 
"에고, 푸념보다 손을 움직여야지"
 
나는 혼자서 묵묵히 작업을 시작했다. 시작했을 무렵과 비교하면 꽤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고보니 그 선배, 오늘도 왔으려나"
 
눈이 죽은 그 남자 선배는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곳을 매일 보고 있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도 위원이었지.
 
"보기만 하지 말고 도와주면 좋을텐데에"
 
뭐, 그게 가능하면 처음부터 하려나. 자, 어서 일하자고 생각해서 나는 평소 작업을 척척 해갔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가, 하교시간이 되기 전에 작업은 겨우 끝났다.
 
"후우… 오늘 작업은 이걸로 끝"
 
진흙 투성이가 되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시간 내에 끝낼 수가 있었다.
 
"그냥 이 체육복으로 돌아갈까…"
 
또 교복으로 갈아입는것도 귀찮으니까아,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선배가 또 있었다.
 
"어… 오늘은 벌써 끝이야?"
 
"끝났어요."
 
"그런가, 매일 혼자서 하고 있어?"
 
"하고 있어요. 실은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말해도 아무도 안 오니까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니 그 사람은 한숨을 쉬면서.
 
"사람이 없다면 도와줘도 돼"
 
"어?"
 
"거, 나도 위원이니까."
 
의욕을 느끼진 않지만 그 선배의 말에는 어딘가 믿음직스런 구석이 있었다.
 
"눈이 죽었다구요. 그래선 돌봐지는 꽃들이 가여워요"
 
"미, 미안"
 
"내일 방과후, 체육복과 목장갑을 들고 여기로 와주세요"
 
"마침 사람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도와주신다면 고맙겠어요. 단, 부려먹을거지만요."
 
"가볍게 부탁하마"
 
"글쎄요, 그건 어떨까요."
 
나는 쓴웃음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니 그 선배는 평소대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방과후가 됐다.
 
"자, 오늘도 힘낼까"
 
나는 교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은후 늘 가는 화단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그 선배는 왔을까…"
 
갖고 와준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와주려나아… 생각해서 화단에 도착하니 체육복 차림의 선배가 있었다.
 
"옷, 제대로 왔네요"
 
"부위원장님이랑 약속이니까"
 
나, 부위원장으로 보여지고 있구나. 가능하면 이름으로 부르는게 좋은데에.
 
"제 이름은 시라카와 미오에요. 부위원장이라는 이름은 아니에요"
 
"그런가. 그럼 시라카와. 나는 뭘 하면 돼?"
 
"그럼 화분의 흙을 바꿀까요. 거기에 있는 화분을 전부 갖고 와주세요"
 
'좀!? 이거 꽤 있는데"
 
"남자라면 힘 있잖아요. 불평하지마요"
 
"알았어…"
 
라고하면서 선배가 투덜투덜 불평을 하는걸 들으면서 자신의 작업을 했다. 작업한느 사이에 우리는 서로를 얘기했다. 나는 선배와 대화하면서 생각했던것보다도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작업은 순조롭ㅂ게 진행. 평소보다 짧은 시간으로 끝났다.
 
"후으…오늘은 여기까지에요"
 
"수고했어"
 
나는 그렇게 말한 선배의 흙투성이 모습을 보고 쿡쿡 웃기 시작했다.
 
"뭘 웃는거야."
 
"그치만 선배, 그것뿐인 작업이었는데 흙투성이가 됐는걸요. 왠지 우스워서요"
 
"미안하구만. 어차피 서툴러"
 
정말로 이 사람은 재미있네. 학교에서 외톨이라고 들었지만 그건 거짓말인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고.
 
"그럼 돌아갈까요"
 
"너는 그대로 집에 갈거야?"
 
"네. 교복으로 갈아입는것도 귀찮으니까요"
 
이건 거짓말이고, 실은 선배랑 떨어지는게 싫었다.
 
"기다려줄테니까 갈아입고와. 이런 흙투성이 모습으로 걸어다니면 나는 길가던 사람의 시선에 레이저포인트를 당해서 견디지 못해."
 
"후후. 알겠어요. 그럼 갈아입고 올테니까 조금 기다려주세요"
 
라고하고 나는 교내로 들어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나서 화단으로 돌아갔다.
 
"기다리셨습니다. 돌아갈까요"
 
"어."
 
그러고 나와 선배는 걸어갔다. 처음에는 서로 말이 없었다. 나는 뭔가 말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고보니 선배의 이름을 몰랐으므로 과감히 묻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저 아직 선배의 이름 못 들었어요"
 
"내 이름은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히키가야 선배군요. 좋아, 기억했다.
 
"그래서 히키가야 선배는 해보고 어땠어요?"
 
"원예는 힘들거라고 생각했지만 해보니까 꽤 괜찮네."
 
"그렇네요."
 
원예는 확실히 힘들지만 즐거운 부분도 많으므로 하고 있으면 즐거워진다.
 
"괜찮다면 내일부터도 와주실래요?"
 
나는 선배에게 조심스레 그렇게 물었다.
 
"위원이니까 갈게. 거기다 오늘 모습으로는 아무도 안 와서 조용해서 좋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나서 선배는 정말로 매일 와줬다. 작업하면서 서로의 취미를 대화하는 사이에 우리는 의기투합을 해가고, 학교에서도 함께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계절은 지나가, 졸업 전날이 됐다.
 
"선배, 졸업 축하해요."
 
"뭘 우는거야"
 
"우, 울지 않았어요"
 
"거짓말하네. 눈이 빨개"
 
우우…들켰어.
 
"오늘이 마지막이군…"
 
"그러네요"
 
그로부터 우리는 내내 둘이서 활동을 했다. 이따끔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거의 매일 둘이서 해왔다.
 
"이 화단하고도 오늘로 작별이군"
 
"그렇네요"
 
"…"
 
평소라면 서로 좋아하는 얘기를 할텐데 오늘은 넌지시 서로 조용히 보내고 있었다. 평소대로 작업을 마치고 우리는 함께 하교하기로 했다.
 
"저, 소부고교에 갈테니까요.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잠깐…너 육상으로 더 높은 학교에 간다고 전에…"
 
"말했지요. 그저 저는 선배랑 좀 더 같이 보내고 싶어요."
 
이걸로 이별이라니, 나는 싫어! 그렇다면 같은 학교에서 또 즐겁게 보내고 싶어!
 
"그런가. 그럼 상당히 공부해야겠군"
 
"우우…힘낼게요"
 
힘들겠지만 선배랑 보내기 위해서라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여러가지로 있었죠"
 
"아아."
 
선배가 오리모토 선배에게 고백했을때 심하게 차이고 그게 학교 안에 퍼져서 모두다 선배를 바보 취급하는 가운데, 나는 그런걸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평소대로 행동했다.
 
"너만큼은 변함없이 나를 대해줬지"
 
"저는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소문은 아무래도 좋았어요"
 
오리모토 선배에게 선배랑 사귀는건 그만두라고 들었지만 나는 당신과 선배는 다르거든요, 하고 상대하지 않았다.
 
"그보다 선배,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딱히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짓은 안 했다. 그보다 그렇게나 힘든걸 혼자서 했다니, 너 대단한데"
 
"흐흥. 저는 고스펙이라구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슴을 폈다.
 
"그렇지. 선배에게 사례를 해야겠네요"
 
"됐어. 그런거"
 
"안 돼요. 제대로 사례를 해야해요"
 
"알았어… 그래서 뭘 해줄건데?"
 
"선배, 조금만 숙여주실래요?"
 
"딱히 상관없다만…"
 
나는 눈 앞에서 숙인 선배의 뺨에 키스를 했다.
 
"뭣! 너"
 
"이건 제가 해주는 사례에요. 지금은 선배의 트라우마가 있으니까 고백은 안 하겠지만 언젠가 대답을 들려주세요"
 
"너는 꽤 약았구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선배가 빨개져가는걸 보고 평소처럼 쿡쿡 웃고 있었다.
 
선배와 헤어지는건 쓸쓸하지만 그것도 1년 뿐이고, 소부고에 들어가면 또 선배랑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생각하는것만으로 쓸쓸함은 날아가버린다고 생각했다.
 
"기다려주세요. 금방 거기로 갈테니까요♪"
 
나는 허공을 향해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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