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갑자기 정이 솟는다 - 내 옆에, 거기에 네가 없어
 
 
나는 몇 번이나 잘못하며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은 역시 그 날이겠지.
 
그건 초등학생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잊을리가 없다. 초등학생 5학년에 자신의 실수로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괴롭힘을 받고 있던걸 제지하려고 하다 더욱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입장을 나쁘게 만들었다.
 
그 무렵의 죄악감과 분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유키노시타를 도와주려고, 히어로가 됐다고 생각해서 괴롭힘을 저지하려고 했다.
아무것도 유키노시타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했던건 히어로가 된 자기 뿐이다.
 
나는 모두가 말을 걸면 이해해준다. 멋대로 그런 환상을 품고 있었다.
 
"얘들아! 유키노를 괴롭히면 안 돼. 다 같이 사이 좋게 지내자구?"
 
"에-. 그치만 유키노시타는 잘난체하잖아"
 
"맞아. 우리를 내려다보고 웃잖아?"
 
"그래그래. 조금 성적 좋은것 가지고 우쭐대고 말야"
 
"그거 아나? 자기가 귀엽다고 뭐든지 허락된다고 생각하는거"
 
"그거 그러네~"
 
"아니면 뭐야? 하야마는 선생님들처럼 유키노시타를 편드는거야?"
 
"읏! 그런게 아니잖아! 나는 그저 다 같이 사이 좋게 지내려고………"
 
"유키노시타는 무리"
 
"좀 아냐"
 
"하야마는 결국 유키노시타의 편이구나- 헤-"
 
"그러니까 그건………"
 
"하야마. 이제 됐어. ………쓸데없는 짓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교실에서 나갔다.
마지막 말은 나에게만 들리도록 말하고.
 
그후에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괴롭힘은 악화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 했다. 여기서 내가 또 무슨 말을 하면 그 공격이 자신에게 향해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최악이다.
유키노시타의 괴롭힘을 저지하려고 하지 않고 악화시킨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피해가 없다는데 안심해버렸다는 것을.
그리고나서는 괴롭힘은 저지하자는 생각은 없고 언젠가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괴롭힘이 사라지는 일은 없고, 그에 죄악감을 느낀 나는 컨디션을 망쳐서 학교를 쉬었다.
분명 유키노시타가 더 괴로웠을텐데.
 
그때, 우리집 인터폰이 울었다.
아마 학교에서 인쇄물을 나눠주러 온거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문을 열었다.
 
유키노를 괴롭히는 애라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을 가졌지만 나온 사람은 뜻밖의 아이였다.
토우나기 나기. 교실에서 고립은 하지 않지만 곧잘 혼자 있는 아이였다.
 
"자. 하야마, 인쇄물"
 
"고마워"
 
그렇게 건낸 그녀에게 느낀건………귀찮다. 이겠지.
분명 내 주위의 여자애라면 보통 그런게 아니라. 라는 정도의 아앙떠는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왜 내가……" 라고 하고 싶은 말이다.
 
"………자기가 뿌린 씨니까. 스스로 처리해. 유키노시타 곤란해하고 있어"
 
"윽!"
 
놀랬다.
그녀는 자주 주위를 보고 있다. 그 자리에 그녀가 없었다고 해도 내가 원인이라는걸 알았던거겠지.
 
"………저기, 토우나기. 나를 어떻게 생각해?"
 
그런걸 묻고 싶어졌다.
 
"으음. ………교실에서 인기 많은 핸섬남(무뚝뚝"
 
터무니 없이 딱딱하게 읽었다.
명백하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겠지.
 
"그리고 히어로를 할거면 마지막까지 관철해보는 편이 좋아. 유키노시타가 가엾어. 지금 이렇게 쉬면서 누군가가 걱정해주러 온다. ………그런거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것 뿐이잖아. 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는 심하게 대한다?"
 
나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유키노시타를 도와주지 못하고 죄악감으로 불안해진 나를 누군가가 위로해준다. 상냥하게 대해준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그것 뿐이야. 그럼 안녕 핸섬남"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그녀였지만, 나는 무척이나 분했다.
 
 
"모두 안녕"
 
"와-. 하야마 괜찮았어?" "걱정했어-" "하야마가 없으면 교실도 쓸쓸해"
 
평소대로 이 아양떠는 목소리가 어째선지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어제의 그녀를 보니 평소와 마찬가지로 밖을 쳐다보며 재미없다는 듯이 하품을 흘리고 있었다. 여자애의 하품은 처음봤다. 내 앞에서는 다들 멋진 여자애를 연출하니까 그런 행동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 토우나기"
 
"………응. 안녕"
 
또 적당하게 들었다.
이걸로 확신했다. 그녀는 나를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지금 나에게는 신선한 맛이 나서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모두의 하야마 하야토를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무의식중에 인식했다.
 
청소 시간.
운 좋게 그녀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
 
"토우나기. 쓰레기통 들자"
 
"됐으니까 책상 옮기지? 여자애한테 무거운걸 옮기게 하는건 좀 아닌데"
 
격침했다.
 
체육 축구 수업.
자신의 특기라서 토우나기에게 자신의 활약을 보여주려고 했다.
 
"토우나기. 어땠어?"
 
"활약은 했지만 주위를 안 봐선 효율이 나쁘잖아"
 
정말로 그녀는 주위를 보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녀는 나를 보지 않는다.
그게 분해져서. ……근데 왜 내가 분해진거야? 다른 여자애라면 바로 나를 봐준다. 그런데 봐주지 않는걸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걸까?
 
"하야마, 같은 조를……"
 
"토우나기. 같은 조를 하자"
 
"………응. 좋아"
 
이 무렵 나는 그녀밖에 보지 않았던 거겠지. 그녀가 나를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그것뿐이었다.
 
"요즘 나한테 오는건 뭐야? 하야마 하렘에 나를 끌어넣을 생각이야?"
 
"하야마 하렘이라니………"
 
그럴 생각은 없다.
내 기준으로 보면 멋대로 따라오는것 뿐이다. 내가 함께 있고 싶은건 토우나기……어. 응? 어째서 토우나기의 이름이?
나는 지금까지 토우나기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솔직히 스스로도 징그럽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 이건 아마 사랑.
그걸 자각한 순간 더 이상 토우나기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 따위 보이지 않는다.
 
그후에 나는 그녀를 뒤따르듯이 뒤쫓았다.
지금까지 내가 당해온것처럼. 그런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내가 있었다.
 
요즘 그녀는 어딘가 있기 거북해보였다.
이 교실을 싫어하는것처럼.
 
나는 내내 그녀의 옆에 있었다. 일방적으로 들러붙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응석부렸다. 하지만 어느날, 그녀는 마침내 나를 거부했다.
 
"잠깐! 왜 갑자기………"
 
"이 이상 나랑 있으면 하야마가 불행해져. ………유키노도"
 
후반은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의미를 몰랐다.
나와 있으면 불행해진다. 그 사실이 싫어진다.
 
그로부터 그녀와 소원해졌다.
그리고 6학년이 되려고 했을때, 그녀는 어딘가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나서 알아낸 일이다.
그녀는 내가 해버린 유키노시타에 대한 괴롭힘을, 나를 써서 괴롭힘을 전부 자신에게 돌렸다는 것이었다.
 
그래. 하야마는 지금까지 토우나기밖에 보지 않아서 주위 여자애를 적당하게 대했다. 대신에 토우나기와 항상 함께 있었다.
그럼 하야마를 따라다니던 녀석들은 반드시 토우나기를 적시한다.
 
그 적시되어 있던걸 자각한 토우나기는 그것과 하야마를 이용해 유키노에 대한 괴롭힘을 없었던걸로 하듯이 모든 공격을 토우나기는 받은 것이다.
그걸 알고 하야마는 그늘에서 울었다.
 
 
 
 
나는 소부고교에 왔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내 시간은 멎어버린것처럼 재미가 없었다.
 
주위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생겼지만 그건 색이 없어서 솔직히 필요없다고도 생각한다.
내 옆에 그녀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때다.
 
나기"토우나기 나기입니다. 으음, 영어를 못하고 수학이 특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자기소개 시간.
갑자기 내 시간은 움직였다.
 
잘못봤을리가 없다.
그녀다.
 
그리고나서 나는 조금 기대하면서 한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전처럼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되므로 이번에는 하는 일을 하는김에 대수롭지 않게 물어본다.
 
"으음. 잠깐만, 지금 떠올려낼테니까………으음. ………으음………"
 
"아하하, 됐어. 내 착각인걸지도 모르고"
 
기억 못해준건 조금의 분함과 희망이었다.
잊혀진건 아프지만 완전히 기억에 없다면 앞으로 초대면이라는걸로 관계를 수복시키면 된다.
 
정말로 나, 최악이군……….
 
그리고나서는 자주 토우나기를 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짝사랑 상대니까.
그러자 그녀는 자주 히키가야를 보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 표정은 어딘가 즐거워보이고 호기심이라는 느낌으로 내가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던 것이다.
그게 분해진다.
 
테니스를 하게 됐다.
유미코는 정말로 변덕쟁이다. 평소처럼 귀찮아서 적당하게 해결해버리려고 생각했지만 거기에 히키가야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나에게 불이 붙는다.
 
완전히 제멋대로된 원한이지만, 이걸로 마음을 풀어버리자. 그렇게 생각했다.
 
좋아,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이긴다.
주위에는 아무래도 좋은 관객과 구경꾼이 모여있었지만 거기에 그녀는 있었다.
유키노시타의 공격에는 질것 같아서 애가 탔지만 지금은 저 히키가야 뿐이다.
 
나보다도 확실하게 운동신경이 없어서 승리는 확신이다.
그런데……
 
"이기라고 히키가야 하치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패배를 확신했다.
승부에서 이겨도 그녀가 나를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자각을 하니  라켓을 내리고 시선을 아래로 보며 공을 보는걸 그만뒀다.
 
"야! 미우라가 위험하잖아!"
 
그 말을 듣고 앞을 본다.
이런! 이대로가면 크게 다친다.
 
그렇게 생각해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미우라를 지켰다.
주위에서는 환성이 올라 무언가를 축하하듯이 크게 떠들썩하다.
 
그녀를 쳐다보니 히키가야를 보고 웃고 있었다.
가슴이 괴로워진다. 손과 이에 힘이 실린다.
 
필요없다.
이런 친구 놀이도 뭐든지 할 수 있는 핸섬남이라는 꼬리표도!
그런 가짜는 필요없다.
 
나는 '진짜'를 원한다.
 
 
나의 옆에, 거기에 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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