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처가 프로 아싸였습니다. 위험혀. - 빙의처가 프로 아싸였습니다. 위험혀. 그 8.5
그때 귀를 속삭여져서.
찻집(미스드)에서.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만났었다.
"오랜만이네, 히키가야"
"그렇네요, 유키노시타 씨"
유키노시타 하루노.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이다.
그리고…….
그리고, 내 옛 여친이기도 하다.
나의 이상적인 타입인 누님 계열에 미인이고 스타일도 좋고 사교적.
그리고 진자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미스테리어스한 느낌.
가장먼지 이즈미 치아키√클리어한 이유이기도 했다.
어라, 혹시 역시 미련 남은거 아냐?
"이야, 놀랬어. 설마 자기를 찬 사람이 자기 동생이랑 데이트 하고 있다니"
"……딱히, 그 녀석하고는 그런거 아닙니다"
"그래?"
"네, 그저 부활동이 같은것 뿐이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가.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어서 유키노를 울리면 그냥 안 둘거야"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명심해둘게요"
"응. 좋아"
"그런데 유키노시타 씨는 오늘 남친이랑 온겁니까?"
"아닌데? 그보다 너 꽤나 신경 두껍네. 찬 여친에게 새 남친이 생겼냐고 묻다니"
"아니, 딱히 그런 의미가 아니고 말이죠……"
"앗. 그치만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그런, 가요"
잠깐, 지금 나는 왜 조금 슬프다는식으로 말한거야.
확실히 찬걸 후회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분발했지만 무리라서 포기했다.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별개지만.
그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든 남친이 생기든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다.
거기에 무언가 감정을 갖는건 잘못된거겠지.
"히키가야, 왜 그래?"
"네?"
"왠지 울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구?"
"아니아니, 그럴리 없다구요"
표정에 드러나지 않도록 했을터,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감정은, 이 마음은 그야말로 닿아서는 안 될 연모다.
한번 끝나버렸다면.
해답이 나와버렸다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해답이다.
잘못나오더라도 나와버린것은, 흘러넘쳐버린것은 되돌릴 수 없다.
되돌려선 안 되는거야…….
"자, 이거 봐"
유키노시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어서 내 얼굴이 비치도록 내밀었다.
보면 안 돼. 그만둬줘. 보여주지 말아줘. 힘껏 부린 고집이 무너지고 만다.
평소엔 도랑에 내던지라고 말하는 조그만 자존심이, 보지말라고 소리지르고 있다.
하지만 무자비하게도 거울은 나의 한심한 표정을 비추었다.
"봐, 울것 같지?"
유키노시타 씨는 다짐을 하듯 나에게 확인시킨다.
"그렇…네요"
하하하. 뭐야 이거. 역시 나 울것 같잖아.
틀렸네. 보지말라고 소리지르고 있던 자존심이 이번에는 도망치라고 소리지르고 있어.
다음에야말로 따라야해. 무슨 일이 있어도.
더는, 이 사람한테만큼은 절대로 약점을, 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열심히, 굳센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돼.
"죄송합니다. 저 용건이 생각났으니까 돌아갈게요"
"잠깐 기다려"
그런, 나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키노시타 씨는 도망치려한 내 팔을 잡고 내 행동을 제지했다.
"너, 도망치는건 비겁하지 않아?"
"딱히 저는 도망칠 생각이……"
"옆에서 보면 도망치는것 같아"
"그러니까, 딱히 그런게 아니라고요"
"나는 도망치지 않고 왔는데 너는 도망치는거야?"
"읏…. 그러니까, 정말로 일이 있다니까요!"
무심코.
너무 핵심을 찔러서 저도 모르게 거칠게 소리질러버렸다.
정말로 싫어진다.
사귀었던때는 이 사람 앞에선 자신을 가장할 필요가 없었던것이 기분 좋았지만,
지금은 거꾸로 무거운 짐밖에 되지 않는다.
"그, 그런가. 미안해 붙잡아서. 아, 연락처 안 바꿨으니까 또 메일이라도 하자?"
"…기회가, 있으면요. …그럼 이만"
"응, 바이바이"
여기까지 오면 이제 괜찮겠지….
왜. 왜 이제와서 앙갚음을 하는거야, 그 사람은.
"으극…으, 크…읏, 이, 아, 아으…우읏…"
아아, 틀렸다.
"아아아아아…우아아아아앗…"
정말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자그만 자존심이.
의대하고 있던 고집이 무너진 모양이다.
젠장. 더는 절대로 울지 않는다고 마음 먹었는데.
더는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마음 먹었는데.
왜, 그렇게 마음 먹은 이유로 울어버리는거야.
나는 이렇게나 눈물샘이 약했나.
……일단 눈의 붓기가 가시기 전에는 집에 못 돌아가겠네에.
메일로 저녁은 필요없다고 보냈으니까 됐다고 치고.
사이제면 되려나.
얼굴을 씻어야지. 후우. 진정했다. 이걸로 내일부터 평소대로 보낼 수 있을거야.
"어서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혼자입니다"
"저어, 죄송하지만 지금 비어있는 자리가 없어서 상석이 되어버리는데요…"
"음, 저는 상관없지만 상대분은요?"
"상관업서다고 합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헤에. 드무네. 상석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오오옥?!
"이야, 방금보고 또 보네, 히키가야"
"오시노 메메냐고 당신"
"늦었네, 기다리다지쳤어"
"아, 알고 있는겁니까"
"울분이 떨어진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뭐 좋은 일이라다ㅗ 있었어?"
"10분 20분 정도로 되겠습니까"
"음, 주문이 정해지면 불러주세요. 실례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왜 있는거야 이 사람.
그렇게 헤어져선 내일이나 모레 이후로 만나는 느낌이잖아?!
"아니 그게 말야, 코마치한테 메일로 히키가야는 사이제에 간다고 생각한다고 왔거든?"
"왜 연락을 하는건데요"
"어라? 코마치한테 안 들었어?"
"어?
"나랑 코마치는 지금도 메일이랑 전화하는 사이란다?"
"뭐…라고……?"
"놀랬어?"
"네, 그야 뭐"
대체 누각, 옛 여친이랑 동생이 메일을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하냐고.
오히려 견원지간이 되지 않냐, 보통. 전례 없다고?
아니, 있네. 스기사키 씨네 링고랑 마츠하라 히쵸같은 전례 있어.
그렇다고, 그렇다고 내가 그런 환경에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없지.
"자, 뭐 주문해봐"
"아, 네. 그럴게요"
엄마랑 아빠, 미안. 먼저 가는 아들을 용서해주세요.
저는 더는 무리일것 같습니다. 왠지 라스보스전을 어떻게든 호이호이 회피했는데,
몰려버렸어.
HP도 얼마 안 남아서 일격이라도 받으면 바로 승천해버리겠지.
"이번에는 왜 깨달은듯한 얼굴을 하는거야? 현자타임?"
"여성이 그런 소리를 가볍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남친 여친 관계가 아니니까요"
"그러, 네. 섣불렀어"
역시 유키노시타 씨는 유키노시타의 언니로군.
조금 시무룩하는 태도가 똑같으니까.
"주문은?"
"밀라노풍 드리아랑 반숙 까르보나라"
"주문을 확인하겠습니다.
밀라노풍 드리아 하나. 반숙 까르보나라를 하나. 이상이 맞으신가요?"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여기에 온다는걸 알은겁니까?"
"나니까"
라고하는 납득해버리는 이유다!
"그래서, 용건은 끝났어?"
"읏……"
히쭉거리면 음흉하게 입가를 올리며 그런 질문을 나에게 한다.
알고 있는 주제에, 라고 대답하는건 역시 나의 시답잖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네, 일단은요. 의외로 빨리 끝나버렸거든요"
"아, 그러니까 밥은 필요없다고 했구나?"
"네, 뭐어"
있기 거북하다. 왜 옛날 여친이랑 같이 밥을 먹어야하는건데.
게다가 차버린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데.
그리고 왜 유키노시타 씨는 그렇게 행복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계시는거야?
정말로 진심으로 즐거워하시네?
찼다고? 상처입혔다고? 울렸단 말야?
그런데 왜 그렇게 생글벙글거리는거야.
"이야-, 그날 이후로구나. 이렇게 같이 밥먹는거"
"…그러네요"
"그후로 하루종일 방에 박혀서 울었다구?"
"……"
사과해선 안 된다. 차버린건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하는건 잘못됐다.
"거기다 말야. 엄마한테도 혼났어"
"…왜 혼난건데요?"
"네가 나쁘다고"
"그건 아니라구요……"
아아… 말해버렸다.
딱히 말해버려도 문제는 없다. 그저 그럼 왜 차버린거야, 라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사과해선 안 된다고는 말했지만, 설령 사과해버려도 이유만큼은.
차버린 이유만큼은 절대로 무덤까지 갖고 간다.
물론 코마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절대로 말 안해.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끝난 일이니까. 좀 불합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평소 행실 탓이구"
"고치려고는 생각 안 한거에요?"
"변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살이야, 라고 하잖아?"
알고 있지 모른다고는 하게 하지 않아, 라며 눈으로 말한다.
"그렇, 네요"
"라기보다 이건 네가 좋아할만한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선데요?"
"봉사부 입부할때 거절하기 위해 쓴거지?"
"어디서 그걸?"
"유키노가 말야, 말해줬어.
오늘 이런 소리를 하는 삐뚤어진 사람이 입부했다고, 즐거운듯이 말야"
"……"
"그 한 마디로 아, 히키가야는 변하지 않았구나, 라고 느꼈어"
"……"
"기쁘지만, 멀어졌구나 라고. 또, 조금 울었어"
왜, 그렇게 울것 같은 표정인거야.
확실히 우는건 당신이 맞지만, 가면은, 강화외골격은 어디 간거야….
왜 그런 상태로 함박 웃는거야.
"기, 기다리게했습니다. 밀라노풍 드리아랑 반숙 까르보나라입니다.
주문하신건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그럼 천천히"
"감사합니다"
점원이 오자 순식간에 원래 표정으로. 그보다 가장했다.
"잘도 질리지 않네"
"드리아 말인가요?"
"응"
"그치만 싸잖아요. 질냐 싸나한다면 싼걸 고를거에요"
"그런가.. 그러고보니 새 여친이 생겼다며?"
"……네?"
자다가 봉창 두들긴다고 할까, 엉뚱한테서 총탄이 날아와서 얼빵해한다.
"음, 어? 저기? 저한테 새 여친인가요?"
"응. 코마치가 말했는데……?"
"코마치가……?"
짐작가는게 전혀 없다. 엥, 무슨 소리?
좀, 코마치-? 코마치야-? 무슨 소리야…….
"그거, 음, 언제적 얘긴가요?"
"경어 안 써도 되는데. 3주 정도 전일까"
"새삼스럽다구요. 3주……? 시험기간……"
엥, 그거 복선이야?!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의도해서 만든건 아니지만, 좀 예상밖인데.
"그래서 누굴까나-? 빠르게도 누나랑 약속을 배신한걸까나-?"
"아니, 음, 코마치의 착각이에요"
"정말일까-?"
"정말이라고요. 다음에 물어봐주세요"
코마치, 너 집에가면 각오해라.
역시 치바의 오빠가 됐으니까 무르게 대했지만,
너 그건 배신이다.
치바의 오빠도 화낼때는 화낸다고…….
"음-. 그런가, 그런가. 너도 앞으로 가지 않는구나"
"……네? 음?"
"얼라, 돌발성 난청 장해일까?"
"아니, 코마치한테 할 설교를 생각하고 있어서요"
"아, 그래? 그래서 말야, 돌아갈건데 말이지"
"돌아가는겁니까. 이제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에- 왜?"
"말이 좀 그렇지만 왜 이제와서 제 앞에 나타난겁니까"
안 그랬으면, 조금만 더 지났으면 후려쳤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조금만 더는 거짓말이지만.
세월의 흐름이 풍화시켜줄지도 몰랐는데.
"글세? 특기인 독심으로 생각해보지 그러니?"
"저는 사토리가 아니라 사토라레라구요"
"그럴까나?"
"그렇다구요. 그럼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실례할게요"
"빨랏?! 엥, 히키가야, 벌써 다 먹었어!?"
"네, 그런데요…?"
"어, 어라? 음식 방금 왔지?"
"그렇네요. 그게 왜요?"
"어? 어라? 이거 내가 이상한거야? 엥?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된거야?"
"저기, 나가도 됩니까?"
"그, 그래. 나도 가는 김에 계산할게"
"하지만"
왜 놀라는거야?
나 이 사람 앞에서 빨리먹기 안 했던가. 아, 그러고보니 이 사람에게 맞춰서 먹었지.
그야 놀라겠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코마치한테 잘 부탁해. 또 봐"
더는 안 만나겠죠.
내가 먼저 만나러 가는 일은.
더는, 내가 만나러 가는일은 절대로.
"다녀왔어-"
"엇서와~! 그래서, 어땠어?"
"코마치야. 너 오빠한테 감추고 있는거 있지?"
"우, 움찔 그, 그보다도 하루 언니랑 오랜만에 데이트 어땠어?"
"미련이 늘어서 소극적인 나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어"
"…에이~ 오레기는 이러니까……"
"저기 말야, 코마치"
"응? 왜에, 오빠야?"
"나는 딱히 관계를 되찾고 싶은건 아니라고?"
"어라? 그래?"
"아아. 그저, 그 사람이 행복해주면 그거면 돼"
"그 사람이라니?"
"그러니까, 하루노 씨가 행복해진다면 그거면 돼. 쓰레기인 나에겐 기도하는수밖에 없어"
"오빠야……. 오빠는 쓰레기가 아니야!"
"아? 왜 그래, 코마치?"
"오빠가 왜 하루 언니를 찼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는 알아.
아마 오빠 나름대로 생각이 있던거지?"
"일단은"
"그럼, 코마치는 오빠를 믿을거야. 오빠는 오레기지만 쓰레기는 아니라고"
"까는건지 칭찬인건지 하나만 해라"
"코마치는 그저 오빠의 편이고 믿을 뿐이야! 그럼! 목욕하고 올게~"
……………….
당했다. 유키노시타 씨를 이름으로 부르게 한데다 오빠의 편이고 오빠를 믿는다고 왔다.
"아니 부끄럽다면 말 안하면 될걸. 아, 그 녀석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었는데.
잘도 얼렁뚱땅 넘겼겠다. 망할녀석"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렇게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눈을 피해온 일을. 도망치고 있던 것을.
지금까지, 뚜겅을 덮고 자신에게 그건 착각이라고 들려줬던걸.
지금, 굳이 말을 하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다.
지금, 나는 자신의 마음과 대치한다.
지금, 나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본다.
미안해, 코마치. 나는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미안해요, 유키노시타 씨. 저는, 과거의 저를 죽일겁니다.
없었던 일로는 할 수 없지만. 없었던 일로는 하지 않겠지만.
나, 조금은 과거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지금부터 합니다.
"……나는. 나는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사랑해.
――――――이제와서 말하는것도 늦지만"
"코마치 녹음했어요! 이건 하루 언니한테 넘길수밖에 없네에"
"호오. 처음으로 남매 싸움이 일어나게 되겠군"
"호호오. 오빠는 코마치한테 이길 수 있을까-?"
"핫핫하. 너한테 승부의 기본을 가르쳐준건 누구였더라-?"
"종목은 대난투야"
"좋아. 목욕하고 와라"
"라저!"
아아, 그렇다고 빌어먹을!
왜 찼는지 후회하고 있어!
지금도 밤늦게까지 밤샘하고 있는건 섣불리 꿈을 꿔버리니까 그래!
그 행복했던 순간을 꿈에 보고, 그리고 그게 끝나는 순간도 보고 말아버리니까……!
그러니까 밤을 새면서까지 안 보려고 하고 있었어!
그래도 이 마음이 지울 수 없어서 얼버무리듯이 에로겜으로 도피했지만!
좀 더 강해져버렸다고!
WHITE ALBUM2의 이즈미 치아키√를 해버린 내가 나쁘다는건 알고 있어!
아아, 알고 있지. 무겁게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어긋나고 네가 나쁘다고 듣는건 당연하지만……!
지금도 유키노시타 하루노를――――좋아해……!
지금도 유키노시타 하루노를――――사랑한다고!
뭐 불만 있냐, 요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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