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비치는 그 부실에서
 
 
 
 
"미안해 유키농!"
 
유이가하마가 사과했습니다. 자기 용건 탓에 부활동에 늦은걸.
 
"괜찮아. 나도 교무실에 용건이 있었는걸"
 
유키노시타는 다정하게 미소짓습니다. 거기다 그에게는 사전에 늦어진다고 말했으니까 괜찮다고.
 
"얏하……"
"……"
 
부실로 들어가자마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나는 굳어버렸습니다. 그건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처럼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네.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고도 정지하고 있어요.
 
"…유키농"
"그래…알고있어"
 
그 상태가 몇분 이어진후, 이 상황을 파악했는(하지만 납득은 하지 않았는)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겨우 자기 자신으로 돌아옵니다.
 
"뭐, 뭐니 이거"
"부, 분명 피곤한거 아닐까, 아하하…"
 
짜증을 감추지 못하는 유키노시타를 달래는 유이가하마. 하지만 유이가하마에게도 초조감은 있는고로.
둘은 눈 앞의 광경에 하아. 한숨을 쉽니다.
 
왜 이렇게 됐냐고 말하자면.
 
"음냐음냐"
"……"
 
거기에는 사이 좋게 서로를 기대면서 잠들어있는 히키가야와 이로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히키가야는 팔짱을 끼면서. 이로하는 그 히키가야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면서 기분 좋다는 듯이 잠들어 있습니다.
 
"……떼어내고 싶은데"
"아, 안 돼 유키농!"
 
확실히 지금 당장 떼어놓고 싶지만 저렇게 기분 좋게 잠들어있는 이로하를 깨울 수 없다고 갈등하여 훌륭하게 빠지는 가하마. 착합니다. 하지만 이로하는 잠들어있을때까지도 약삭한 모양입니다. 요즘 시대 음냐음냐거리며 자는 애는 없습니다.
 
"일단 금방 일어날거라고 생각하니까 일어날때까지 기다릴까?"
"뭐… 조만간 깨어나겠구나"
 
유키노시타는 마지못해 승낙하고 정위치에 앉습니다. 유키노시타는 두 사람 몫의 홍차를 준비한후에 독서를 시작하고 책상의 길다란 부분에서 둘은 잠들어있기 때문에 유이가하마는 평소보다 유키노시타에게 의자를 가져가서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합니다.
 
"가, 가까운데"
"그치만……"
 
유이가하마는 시선을 사이 좋게 잠들어 있는 둘에게 향합니다. 아아. 라며 유키노시타는 어쩔 수 없다며 납득한 모양인지 다시 무릎위의 책으로 시선을 떨굽니다.
 
"……"
"……"
 
하지만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그들이 신경쓰인거겠죠.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힐끔힐끔 두 사람이 언제 깨어날지 신경쓰고 있습니다.
유키노시타는 아까부터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습니다.
유이가하마는 왠일로 오타가 많습니다.
 
거기서 30분이 경과했습니다.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는 이름을 부른것만으로 이거 봐. 전혀 안 일어나잖아. 라는듯한 의미를 담은 말을 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응?"
 
제 2R도 빠져나온 가하마. 착합니다. 유키노시타를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지만 이마에는 식은땀이 보입니다.
 
그때입니다.
 
"으응……"
 
이로하가 눈을 뜨는것처럼 움직입니다. 그러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손을 떼어 홍차에 입을 가져갑니다. 아마 이로하가 일어났을때 우아함을 보이며 그후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잘 잤니. 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죠.
 
"우으…… 선배애…"
 
"!?"
"!?"
 
거기에는 우아함은 한 조각도 없었습니다. 둘 다 홍차를 뿜을뻔하고 유키노시타에게 이르러선 콜록콜록. 목이 막혀있습니다.
 
뭐, 무리도 아닙니다.
잇시키 이로하――얍삽이로하는 잠에 취했는지 히키가야를 꼬옥 껴안습니다.
 
빠직. 유키노시타가 뿜는 살기에 견딜 수 없게 된 유리창에 금이 갑니다. 그 정도로 지금 유키노시타는 손을 댈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당연히 그런 유키노시타를 달랠 여유가 유이가하마에게 있을리도 없어서,
 
"유키농……"
"그래"
 
둘은 어떤 결심을 굳힙니다.
이제 한계라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습니다. 라는 의사표시를 보이기 위해 서로 끄덕입니다. 생각이 같다는걸 확인합니다.
 
"커흠. 유이가하마는 요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니?"
"무, 물론이야 유키농!"
"동요가 보이는 점이 수상쩍은데"
"집에 돌아가면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있어!!"
"그에 비해선 메일 횟수가 많잖니"
"움찔!"
 
이것의 어디에 타개책이 있다는걸까요. 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잡담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평소 대화하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유! 키! 농!"
"뭐니? 유이가하마!"
 
평소보다 상당히 대화 볼륨이 큰겁니다. 유이가하마는 천성적인 활발함을 사용하고 유키노시타는 익숙치 않은 큰소리를 지릅니다.
결국 억지로 떼어내는것도 캥긴다. 라는고로 어디까지나 그녀들이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는 상태로 깨우려고 생각한겁니다.
 
그래서 일어났을 경우에는
『아아, 깨워버려서 미안해』
『미안해. 그만 대화에 들떠버려서』
라고 일절 악의없는 느낌으로 할 생각이겠죠. 이미 계산된 미래. 역시 두 사람입니다.
 
"……음"
 
그 행동이 결실을 맺었는지 미동도 없던 히키가야가 마침내 움직입니다. 그가 일어나면 금방 이로하를 떼어놓아줄거라고 둘은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
 
히키가야는 눈꺼풀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셔터를 3분의 3정도로 뜨고서 주위를 돌아봅니다.
사고는 전혀 움직이지 않아,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요인인 팔을 눈치챕니다.
순간 수상쩍어보이는 표정을 짓고, 그런 자신에게 감고 있던 팔을 따라갑니다.
 
이로하를 시야에 딱 넣어버렸습니다.
 
"……"
"……"
 
꿀꺽.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부실 안에 퍼졌습니다. 어째선지 부실 안은 긴박한 분위기로 감싸여있습니다.
 
그의 언동 하나로 모든것이 결정나기 때문입니다.
 
 
 
 
"……잇시키냐. 그보다……졸려. 잘래"
 
두 사람은 아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무릴도 아닙니다. 계산된 미래는 너무 쉽게 엎어져버린 겁니다.
설마 이로하를 허용하고 다시 잠에 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다못해 거동 수상쩍게 행동했으면 매도의 말을 했을텐데. 라며 유키노시타는 다른 의미로 분해보입니다.
 
"우리의 패배네"
 
그렇게 말을 하고 유키노시타는 체념한듯이 돌아갈 준비를 시작합니다.
 
"저기…… 유키농?"
 
수단이 사라져서 우중충한 분위기를 깨부순건 유이가하마였습니다.
 
"이로하가 괜찮다는건…우리들도 괜찮다는……거지?"
 
그 발언에 유키노시타는 뭔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을 보여지는게 부끄러웠는지 바로 원래 표정으로 돌립니다.
 
"그, 그러네. 우리도 왠지 졸려졌고……조, 조금 정도는 자도 문제는 없겠어"
"그, 그치! 나 잘때 안고 자는 배게가 필요한 타입이니까, 어디에 좋은 배게 없을까나- 하하"
 
이때 유키노시타는 처음으로 유이가하마가 똑똑하게 보인 모양입니다.
 
 
 
 
 
 
 
 
 
 
 
 
* * * *
 
 
시각은 이미 6시를 넘겼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부실을 향해 걷고 있었다. 요즘은 일이 바빠서 좀처럼 봉사부를 보러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색하게 시작된 봉사부는 점차 서로를 알아가면서 잘해간걸로 보였다. 하지만 그건 결국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지 겉면뿐인 관계는 붕괴할뻔했었다. 하지만 그 히키가야가 움직였다, 라기보다 봉사부 전원이 바뀌기 시작한걸로 인해 강고한 부활동이 됐다.
 
그런식의 성장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히라츠카 선생님은 왠지 옛날을 보고 있는것처럼 그립게 생각했다.
 
"가끔은 선물이라도 갖고 갈까"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가 든 봉투가 들려있다. 그 배려가 있는데 어째서 아직 결혼을 못하는건지는 수수께끼다. 아니, 대충은 알고 있지만…….
 
"어이-! 너네……"
 
드르륵. 빈 손으로 문을 연다.
꺼낸 말이 마지막까지 하는 일은 없었다.
어째서냐면 그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히키가야는 팔짱을 끼면서 자고 있고. 그 팔에 자신의 팔을 감듯이 잇시키 이로하가 잠들어 있다.
그 반대쪽에는 유키노시타가 소극적으로 히키가야의 옷을 잡으면서 잠들어 있다.
그리고 히키가야와 유키노시타 사이에 고개를 내밀며 둘의 팔을 잡으면서 끌어모으듯이 유이가하마가 잠들어 있다. 이 광경은 누가 봐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리얼충 폭발해라. 라고.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녀석들이라니까"
 
후우.
평온하게 안도하는 한숨을 쉬고 책상 위에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든 봉지를 두고 한번 부실을 떠난다. 그리고 몇분 후에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손에 들고 있는 얇은 모포 4장을 각각에게 덮어줬다.
 
"정말이지… 히키가야는 대단하군"
 
찰칵. 눈 앞의 흐뭇한 광경을 휴대폰에 한 장 넣는다. 자, 이게 네가 발버둥치고 괴로워하고 찾아내어 손에 넣은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보여주고 싶다. 라며 히라츠카 선생님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응, 선배애"
"으, 히키가야…아"
"우으, 힛키"
 
석양이 비치는 부실 안에서 소녀들은 입을 모아 같은 이름을 말한 잠꼬대에 무심코 히라츠카 선생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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