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도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다.
동생도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다.
심야에 켜지는 오렌지색 빛.
공부 책상에 설치된 조명은 희미하게 열을 갖고 있고, 초봄인 이 시간에는 괜찮은 열원이 된다.
손가를 비추어 데우는 따스한 빛.
조명이 비추는 곳에는 작은 작업대와 대량의 펠트 덩어리.
쥐여진 펠트 바늘을 몇 번인가 찔러서 정형하고, 고정하여 형태를 만든다.
그 반복.
작업치고는 단순하고 긴 시간 계속하고 있으면 지쳐버린다.
후와아-, 작은 하품을 하던 차에 손을 멈추니 시계가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도 수업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슬슬 쉬어야할까….
…조금만 더.
이미 완성이 가까운 그건 그녀가 기르는 애완견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양모 펠트 특유의 폭신한 질감이 그녀의 사브레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나는, 개를 거북해하니까 직접 만진적은 없지만 분명 이런 감촉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개도 의외로 귀여운걸지도 모른다.
혼자서 후훗 미소를 흘리는 나.
왠지 기분 나빠. 마치 히키가야 같아.
내일은 분명 잠부족일텐데 그녀에게 이걸 보여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가볍게 올라가있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간다.
한 시간만 더……그렇게 오늘밤도 잠 못드는 밤을 보낸다.
* * *
"굉장해!! 이거 사브레지!?"
"어떻게 만든거야?"
"좀, …진정하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녀와 그 거리가 가까워서 반보 물러나는 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불필요하다고 알면서도 학교로 가져온, 닥스훈드 펠트 인형.
스스로 보여놓고 뭐하지만, 이렇게 솔직한 반응이 돌아오면 무척이나 부끄럽다.
올곧게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도망치려고 고개를 피해버린다.
"호에~, 이거 펠트야? 잘 만들었네."
"그래, 양모 펠트를 만든 인형이야."
"얼마전에 잡화점을 보고 있었더니 키트를 팔고 있어서 시험삼아 만들어봤어."
"헤에, 귀여워-!! 나도 만들어보고 싶어-."
만져봐도 돼?
그녀의 요구에 짧게 만져봐, 라고 대답한다.
마주보며 손을 잡는듯한 자세.
주섬주섬 손 안을 만지는 감각이 간지럽다.
……가, 가까워.
손을 놓아버리면 그녀로부터는 떨어질 수 있지만, 인형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릴 수 없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이번에는 반대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탁한 두 눈동자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네, 사귀고 있냐?"
"하? 무슨 소리 하는거야, 힛키 소름돋아."
"………아니, 아무리 봐도 백합 커플로밖에 안 보여."
못 보고 있겠다고.
조금 볼을 붉힌 그가 남을 바보취급하는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에겐, …그, 백합? 으로 보이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언제부터 있던거나, 도촬가야. 휴대폰을 꺼내렴. 경찰에 증거로서 제출해줄게."
"아무도 너네를 안 찍었거든. 그보다 원래부터 여기에 앉아있었거든. 자연스럽게 공기 취급하지마."
평소부터 무뚝뚝한 그가 빠른 어조로 반론을 한다.
그 어조는 조금 화난걸로도 들린다.
이쪽에겐 일절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어수선한 태도로 속사포처럼 말을 한다.
"자자, 그런것보다 이거 봐, 힛키."
자.
그렇게 말하고 내가 만든 펠트 인형을 내민다.
그도 우리의 대화에 흥미가 있었는지 자연히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선은 인형을 향하고 있다.
그걸 확인하고 뜨거워진 볼을 매만진다.
"호오, 확실히 잘 만들었네."
"그치! 그치! 굉장하지 않아?"
"…왜 네가 좋아하는데."
그의 지적에 에헤헤-, 웃으며 얼버무리는 그녀.
경단모양으로 묶인 머리카락을 만지며 다듬는다.
"어째설까, 사브레랑 닮았으니까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만든게 아닐까 생각해버려-."
"뭐야 그 터무니 없는 논리. 좀 무섭다만."
그와 같은 의견이라는건 조금 마에 들지 않지만, 확실히 그 말대로다.
그걸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닥스훈트는 그녀의 소유가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많은 닥스훈트를 거느리는 그녀……별로 다가서고 싶지는 않아.
…….
시시한 망상이었다.
후우, 숨을 한번 내쉬고 머리속을 비운다.
……그러고보니 당초의 목적을 잊고 있었다.
"만약…."
"응? 왜?"
"만약, 유이가하마만 괜찬핟면 그 아이를 받아주지 않겠니?"
그녀의 손에 올려진 작은 인형, 하룻밤뿐인 교제였지만 그런대로 애착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녀를 위해, 그녀가 기뻐해주길 위해 만든 인형.
이 아이의 소유주는 그녀에게 어울린다.
"에!? 그래도 돼?"
"그래, 보여주기만하고 끝내는건 이상하잖니?"
"에, 하지만……모처럼 만들었는데."
"모처럼 만들었기 때문이야. 나는 네가 받아줬으면 좋겠어."
평소의 감사, 친구니까, 그녀를 좋아하니까.
이유를 말하는건 왠지 수줍어져서, 마음만을 그녀에게 전한다.
"…유키농!!"
"좀! 인형! 망가져버려,"
평소처럼 안겨오는 그녀는 핫! 하는 표정으로 멈칫, 정지한다.
양손으로 인형을 포개고 이쪽으로 다가오려는 모습은 조금 얼빵하게 보였다.
펠트로 만든 작은 사브레는 소중하게 다뤄질까?
조금 불안한데.
내가 만든 인형은 누군가를 위해 만들 수 있는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이나는 어른들에게 채점받고, 전시되어, 마지막에는 소재도 알 수 없게 된다.
평가는 받아도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않고 감사도 받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인형만들기에 흥미는 있어도 정열은 없었다.
그러니까 잡화점에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펠트 인형 키트를 집에서 펼쳤을때는 뭔가 착각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무슨 변덕, 한 때의 시간죽이기.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될것 같다고 생각한건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으니까.
연습중에 빈말로도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펠트 인형.
귀 모양은 좌우가 조금 다르고, 목도 조금 굽어져서 이상하다.
그래도 그녀가 기뻐해준것이 기뻤다.
"얘, 히키가야."
"엉? 왜?"
"…너도, 저기, 갖고 싶니?"
"…갖고 싶냐고 하면, 잘 모르겠어."
"…그래."
"하지만 뭐, 귀엽잖냐."
그래.
같은 중얼거림을 되풀이 할 생각이었는데, 톤이 조금 올라가버린걸지도 모른다.
새어나온 숨결은 열을 띠고 있던걸지도 모른다.
* * *
어젯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던 공부 책상에는 어제 만든 펠트 인형이 규칙바르게 나열되어 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놓여진 그것들은 점점 완성도가 예뻐져서, 나의 숙달을 알 수 있게 되어간다.
휴일이나 취침전, 그것들을 지켜보는것이 나의 사소한 일과가 되고 있다.
오늘밤은 고양이를 만들자.
그날, 부실에서 나오고나서 머리에 있던 이미지를 떠올린다.
색은 무슨 색이 좋을까?
……백색일까, 검은색일까.
눈을 붙이는걸 생각하면 흰색이 좋다.
형태 이미지는 이미 정해뒀다.
고양이 등으로 굽은 자세.
입은 ㅅ자 모양
눈은 광택이나 윤기가 적은 단추.
머리에는 남은 펠트로 안테나 같은 삐죽털을 달자.
그리고나서, …….
……….
"별로 귀엽지 않네."
아직 손을 대지 않은 펠트 덩어리를 쳐다보며 완성을 상상한다.
너무 무뚝뚝해보이고 비굴해보여서 귀염성이 없다.
"그런건 누구에게 줄 수도 없잖아."
그에게 건낼 인형은 따로 만들자.
어차피 그다. 시판 키트로 만든걸 건내면 그런대로 반응은 보일 것이다.
또 자신의 혼잣말에 웃고 있다.
밝았던 자신의 웃음소리가 자조적으로 바뀐다.
오늘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까?
펠트 바늘을 쥐고 책상 조명을 비춘다.
갓 켠 조명은 어째선지 열을 띠고 있는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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