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권에서 만약 유키노가 "상의, 입지 그래?"라고 안 했다면
 
 


 
 
 
"히, 힛키. 거기 추워?"
"……어, 뭐어. 춥네"
 
부실 복도측 자리에서 두 팔을 문지르며 추워하면서도 힛키는 대답해줬다.
나는 특별히 춥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이쪽은 창측이라 볕이 쬐이고 있고, 유키농이랑 붙어있고, 무릎 덮개도 쓰고 있으니까 따뜻한게 당연한가.
 
그렇다면 힛키도 이쪽으로 와주면 괜찮지 않을까. ……조금, 아니, 상당히 부끄럽지만.
 
 
"그, 그럼 말야……"
꿀꺽 침을 삼키며 용기를 내어 나는 그 뒤를 말한다.
무릎 덮개를 조금 집고,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 들어올래?"
 
 
 

 
 

 
 

 
 
 
말해버렸다―――――!!
 
 
우와아, 우와우와우와우왓!
얼굴이 뜨거워져. 너무 대담한걸까?
 
힛키의 모습을 보니 그가 굳어있다는걸 알았다.
아, 얼굴 빨개.
 
 
"……아, 아니, 그건 좀, 무리잖냐……, 부끄럽고"
허둥대는 모습으로 힛키가 대답한다. 행동이 괴상해서 좀 기분나빴지만 쪼금 귀엽다.
하지만 역시 무리지.
 
"그, 그치……, 나도 좀 부끄럽구"
부끄럼 감추기로 웃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뭐, 무릎덮개를 같이 쓴다는건 무리겠지만 말야.
 
"그치만 말야, 하다못해 좀 더 볕이 쬐는곳에 앉지 그래?"
 
내 말에 유키농도 따라 말한다.
"그래, 아무리 그늘음쟁이라도 그 이름대로 정말로 그늘을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
아하하, 유키농의 얼굴 무지 만족스러워 보여.
 
"그런 이름 아니거든. 하나도 맞는게 없잖아. ……하지만"
유키농의 말에 딴지를 걸으면서 조금 생각하고서 힛키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뭐, 그렇군. 그쪽이 따뜻해보이고"
 
힛키는 그렇게 말하고 덜커덕 일어나서 자신의 의자를 들어올렸다.
 
 
두근,
내 심장이 뛰었다.
 
옆에, 조금 더 가까이 와주는걸까. 그런거라면 기쁜데.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자세히 보니 힛키는 책상을 사이에 둔 우리의 정면 측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가. 옆이 아니라 눈 앞에 앉는구나. 그쪽이 볕도 잘 비치는걸.
마주보는 형태로 앉는것도 좋으려나.
 
 
그렇게해서 힛키는 의자를 놓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우리들의 정면에.
 
우리에게 등을 돌린채.
 
 















"……아니, 왜 그쪽을 보고 앉는거야!? 이상하잖아!!"
"엥, 이상하냐? 그치만 교실에서도 이렇게 앞뒤로 앉잖아? 마주보고 앉는다니, 좀 부끄럽잖아"


"여기는 부실이야! 절대로 이상해!"
힘껏 딴지를 걸어버리는 나.

"이상해"
쿨한 눈으로 썩둑 베어버리는 유키농. 멋있어.

"수고하셨어요-, 앗, 선배는 왜 이상한데 앉아있는거에요!?"
들어오자마자 딴지를 걸어주는 이로하. 역시 이로하네에.

"우. 그런 소리 들어도 이상한 얘긴……"
동요해서 이상한 소리를 주절거리는 힛키. 이상한 얘기가 아냐, 진짜!

증말, 힛키는 진짜 힛키라니까.

아아, 역시 힛키의 앉은 자세는 잘못됐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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