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라이.라이
뭘 미쳤는지. 나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진짜 진심으로 거짓말을 하면, 평소부터 접하고 있는 녀석들은 어떠한 반응을 할까.
이건, 혈기의 기세로 치워버리면 좋을텐데, 나중에 그렇게 후회하게 될법한 행동으로 나선 나의 하루.
"뭐니, 일부러 나를 부실로 불러내다니……"
오늘은 부활동이 쉬는 날이다. 그런데 나와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부실 안에 있었다.
"……무슨 용건이 있어서 나를 부른거지?"
그래. 나는 유키노시타를 여기에 부른 것이다. 그녀의 신발장에 노트를 찢어서 넣은 봉투를 숨기고. 마음을 담은, 평소의 나보다도 신중한 달필의 메세지를 구사해서.
나는 긴장하고 있는건지 바싹 마른 목을 적시듯이 꿀꺽 침을 삼킨다.
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몸을 지키듯이 몸을 틀며, 경계하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설마……손이라도 댈 생각이야?"
미묘하게 핵심을 찌른 발언에 내 몸은 움찔 반응한다.
그걸 본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약간 긴장한다.
"너는 위험수반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냥 부딪쳐서 깨질 수밖에 없나.
"그래, 위험수반 따위 이젠 알바 아냐"
"……히키가야?"
내뱉는듯한 내 발언에 유키노시타의 어깨가 순간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런 자기보호가 아무래도 좋아질만큼…………"
다음 말을 해야할지 말지 잠시 망설인다. 그 망설임에 자리는 정적에 감싸인다.
그 정적을 이용하듯 나는 말했다.
"……좋아해"
"………………어?"
유키노시타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조금 떨어져있던 유키노시타와 거리를 한 걸음, 두 걸음으로 좁힌다.
그리고 한번 더 말한다.
"너를. 유키노시타를 좋아해"
그 말을 이번에는 제대로 이해했는지, 유키노시타는 나와 마주치고 있던 눈을 얼굴과 함께 피한다.
그리고, 겨우 한 마디.
"……그런건, 거짓말이야"
바로 나도 한 마디.
"그래, 거짓말이야"
쩌적. 공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울린 느낌이 들었다.
"……지금, 뭐라고?"
"거짓말이야"
"……한번 더 부탁할 수 있을까"
"거짓말이야"
"…………………………그래"
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이 이상 없을만큼 무표정이다.
그 표정을 슬픈 표정으로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니, 들릴락말락한 그런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기대해버렸잖아"
그 목소리는 완전히 내 귀로 들어가서, 내 심박수를 극적으로 올렸다.
얼굴이 뜨겁다. 괴롭다. 어찌된 영문인지 눈이 젖는다.
"…………어?"
그 목소리를 내는게 고작이었다.
내 반응을 보고 유키노시타는 또 한마디.
"거짓말이야"
쿡 미소지으면서 천천히 그렇게 말했다.
"………………"
한숨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해했다. 나는 그녀에겐 이길 수 없다.
* * *
"힛키, 할 얘기는 뭐야?"
방과후의 비니 교실.
거기에 유이가하마와 내 모습은 있었다.
석양이 비치는 교실은 어딘가 노스탤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공간에 단 둘이서 마주보고 서있다. 그 사실만으로 어딘가 가슴 고동이 시끄럽게 우는것처럼 느낀다.
"힛키?"
반응이 없는 나에게 불안하다는듯이 올려다보며 확인하듯 유이가하마가 말을 건다.
"……할 얘기라"
무엇부터 얘기를 할까.
"우리, 이제 곧 3학년이지"
"……어? 응, 그렇지"
"그리고, 내년에는 졸업이지"
"……응"
어딘가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쓸쓸한 목소리로 변한다.
"……앞으로 1년간, 즐겁게 지내자 힛키"
"……어"
그 유이가하마의 말에는 속뜻이 있다. 1년후에는 모두와 다 떨어져버리니까 이 1년간을……라는 소리겠지. 그녀의 성격이니 분명 그렇다.
"……쓸쓸하겠다"
내가 그런 말을 할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유이가하마는 조금 멍하니 넋나간 표정을 짓는다.
"어, 아으응. 유키농이랑 하야토네랑……그리고 힛키도……"
"……그렇군"
나는 유이가하마의 말을 긍정한다. 그것도 의외였는지, 그녀는 내 안색을 확인하듯이 이쪽으로 다가와 내 얼굴을 쳐다본다.
"왜 그래? 힛키, 왠지 이상해"
"……그럴지도"
"엣? 상태 나빠?"
진짜로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
"……아니, 이상해져서 말야"
"어?"
"엄청 쓸쓸하다고 느껴"
나의 요령없는 말에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그녀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똑바로 나는 말했다.
"유이가하마와 헤어지는걸, 무척이나 쓸쓸하다고 느끼는 내가 있어"
석양과 찰나가 비추어내는건 새하얀 공기. 그 공기를 그녀가 지운다.
"엣! 아아! 아아! 그런 소리구나!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와 헤어지는게――"
"아니, 너와 헤어지는게 쓸쓸해"
"엣! 에에엣!? 그, 그건……"
"……그래"
"힛키가, 나를……조, 조……"
"…………그래"
"좋아……한다는거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겨우 유이가하마가 그 말을 한다.
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뭐, 거짓말이지만"
다음 찰나가 비추어낸것도 또한 새하얀 공기. 하지만 그 질은 거의 모두 달랐다.
"하, 하아!? 히, 힛키, 진짜 말도 안 돼!"
우갸악! 하며 화내며 유이가하마는 내 어깨를 붕붕붕붕 흔든다.
나는 졌다 졌어하면서 그 팔을 탭하지만 유이가하마는 멈추지 않는다.
숨을 헐떡이면서 유이가하마는 겨우 그 행위를 머춘다.
"진짜, 힛키……그건 아니야……"
의기소침한것처럼 말을 쥐어짜는 그녀.
나는 그녀에게 아무 거짓도 없는 진심을 말한다.
"하지만, 너와 헤어져서 쓸쓸해지는건 틀림없는 진심이야"
그 말에 유이가하마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정말? 거짓말 아냐?"
"어"
즉답한다. 그 순간, 유이가하마가 뒤어들었다.
그 몸을 받아내니, 그녀의 팔이 내 등에 감겨온다. 그렇게되자 필연적으로 그녀의 몸이 내 몸에 닿고 있어서…….
"……야"
"…………싫어. 안 놓을거야"
삐친듯한, 조금 눈물로 젖은듯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듣고서야 어쩔 수가 없다.
해방된건 30분 후였다.
* * *
문을 노크.
"들어와도 좋아요-"
허가를 받고나서 문을 열고 입실한다.
"아, 선배, 기다렸어요-"
"그래, 미안하다"
석양지는 학생회실. 거기에는 다른 임원들은 없고 회장인 잇시키만 정위치인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나저나 선배, 갑자기 어쩐 일이에요. 단 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니"
"뭐……그래"
"뭐에요, 혹시 고백하려는 생각인가요, 왠지 좀 무리라는 느낌이 드니까 죄송해요 정말로 아니, 진짜로 정말 그만두세요"
"어, 어어……"
그렇게까지 들어서야……. 게다가 잘도 그렇게까지 숨이 이어지는구만.
"거절하는쪽은 힘드니까요……최근엔 3학년한테도……"
"고백받은거냐"
"네……뭐에요? 혹시, 질투하는거에요-?"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리듯이, 잇시키가 입가를 히쭉거리면서 말한다.
"………………"
나는 그걸 쓴 표정과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잇시키는 묘하게 당혹감을 보인다.
"엥? 아니, 진짜로요? 엥?"
"왜 그래?"
내가 물으니 잇시키는 조금 차분함을 되찾는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
나는 창문으로 보이는 경색을 쳐다보듯, 먼눈으로 입을 연다.
"……어떤 녀석한테 고백받았어?"
"에?"
어리벙한 잇시키의 얼굴이 시야에 보인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재촉하듯, 침묵을 한다.
"어, 어음, 예전 축구부 주장이에요"
하야마의 선배에 해당하는 인물일까……그러고보니 이 녀석, 매니저였지.
"그러너가, 주장이라……나하고는……아니, 아무것도 아냐"
축구부 주장과 나는 차이나 너무 난다. 그런 소리를 하다말고 멈춘다.
"그조차도 거절하다니, 너는 얼마나 눈이 높은거야"
먼눈으로 나는 말한다.
"……에, 아니, 뭐어……일단 의중의 상대는 있으니까요……"
"하아……그렇겠지……"
하야마겠지. 그 녀석이랑 나는 기본 스펙이 너무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는것 만으로 자조의 웃음이 솟아오른다.
"……선배?"
그런 나에게 말을 거는 잇시키. 어느샌가 그녀는 일어서있었다. 그 얼굴은 뭔가 이상한걸 보는듯한 눈이다.
"오늘 선배는 왠지 이상해요"
"아니, 늘 그래. 자각하고 있어"
"아니, 그런 이상한게 아니라……평소와 다른 의미로 이상하다고 할까……"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나서, 잇시키가 들을락말락한, 그 정도의 볼륨으로 한 마디.
"……질투로 이상해질것 같아"
벌떡, 의자가 소리를 낸다.
잇시키가 발밑의 의자에 다리를 부딪친거겠지.
"서, 선배? 뭐라, 뭐라 말했어요?"
석양탓일까, 잇시키의 얼굴은 조금 붉다. 그리고 그건 당혹의 색으로도 물들어있었다.
나는 그걸보고, 애매한 미소를 짓는다.
"아아……실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핫, 마른 웃음소리가 나온다.
그에 비해 잇시키는 교복 자락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잡는다. 뭔가, 흘러나오는걸 참는듯한 행위로 보였다.
"저, 저기, 선배!"
그녀답지 않은, 떨리는 목소리가 실내에 울린다.
표정도 어딘가 긴장하는걸로 보인다. 눈동자는 요동치고, 입술은 꾸욱 쥐여지고, 뺨은 상기하고 있어 붉은색으로 물들어있다.
그걸보고, 어째선지 나는 도망치고 싶어졌다……어째서일까. 무서우니까? 아니…….
"나, 나는, 이만 돌아갈게. 간다"
황급히 나는 학생회실 문을 연다.
"아, 선배…………"
문을 닫을때 잠시 보인, 잇시키의 표정은 무척이나 안타깝고 괴로워보였다.
× × ×
닫은 문을 열고 얼굴을 밀어넣는다.
거기에 반응했는지 앉아있던 잇시키가 바로 일어선다.
"서, 선배!?"
놀란듯한, 하지만 어딘가 기쁜듯한 표정을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말을 한다.
"오늘 나의, 너에게 마음이 있어보이는 태도……그거, 전부 다 연기야"
그리고 문을 닫는다.
몇초 후에 안에서 "진짜 말도 안 돼 뭐야 저 선배, 각오하게 만들지 않으면……진짜 더는 절대로 용서 못해" 라는 목 소리가 들려와서 무심코 몸을 떨었다. 이로하스, 무셔어…….
× × ×
그 다음날부터 묘하게 잇시키의 스킨십이 과잉해진건 또 다른 이야기.
'내청춘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우절 (2) | 2015.04.27 |
---|---|
역시 나의 만우절은 잘못됐다. (1) | 2015.04.27 |
오늘만큼은 (0) | 2015.04.27 |
히키가야"(내 주위에 있는 여자 중 한 사람이 전업주부가 된다고 하면 누가 최적일까…)" (0) | 2015.04.27 |
【스레】하치만"……너넨 누구야?" 유키노"……어?"【콤마】 (1) | 2015.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