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거, 거기 너어. 귀엽네, 나랑 차 안마실래?"(떨리는 목소리)
"……헌팅…이라"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릿지릿 비치는 햇살을 손으로 가린다.
주위를 돌아보니 여름방학 중간인데 사람으로 붐비는 역이 있었다.
본래는 여름방학이니까, 라는게 올바르지만 나에게 있어선 이런 더럽게 더운 가운데 굳이 밖으로 나가는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데 이유가 있다.
떠오르는건 오늘 아침 일이다.
☆
경험한다, 즉 어떤 일에 대해 경험자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인가.
예를 들면, 실수를 경험하는것으로 성공하는 일이 있다.
과연, 이거라면 나도 납득할 수가 있다. 인간은 모두다 완벽한건 아니니까, 실패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다려줬으면 싶다.
이 경험을 하는 건 좋은일, 이라는건 모든 상황에 맞는 말일까.
경험하지 않는것으로 생겨나는 성공도 있는건 아닌가.
예를 들면 예술.
경험해버리면 일종의 고정관념이 생겨나버려서 유연한 상상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경험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은 일도 있는 것이다.
이른바 경험하지 않는 경험을 한다.
무슨 일이든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이상이 내가 코마치에게 한 변명이다.
이런걸 생각하는것도 점심부터 미연시에 빠져있던 나에게 코마치가 『오빠에겐 경험치가 부족해』라고 말한게 시작이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여름방학 대낮.
청춘 도중에 있는데 여자와 어디 나가지도 않고, 망상속의 여자애랑 시시덕거리는 나를 용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알았어…알았어 오빠. 언제까지고 그런 태도로 나온다면, 코마치에게도 생각이 있어"
내 방문에서 두 다리 벌려 서 있는 코마치가 말했다.
그런 코마치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침대 위에서 미연시를 하는 나.
"…음-. 딱히 상관없지만 문은 닫아줘. 냉방이 아깝다"
"뭐엇!? 이쪽 보지도 않네!?"
데뎅, 충격을 받는 코마치.
하나하나 리액션이 크구만.
"이제 화났어. 코마치 화났어! 엄청 뿡뿡 화났어!"
볼을 부풀리며 화내는 코마치.
히키가야 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보털이 붕붕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지만, 뿡뿡 소리내는건 오빠로선 좀 아니라고 생각해.
"…아- 네네. 화난 코마치도 귀여워"
"아, 그런거 됐어"
야.
진심으로 싫다는것처럼 눈을 피하지마.
간격을 두고, 크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오빠"
"…응?"
"지금부터 헌팅해와"
"하?"
무심코 게임하는 손을 멈추고 코마치를 쳐다본다.
이 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딱히 여자애를 데리고 오라고는 안 할테니까, 하다못해 말 정도는 걸 수 있게 돼"
"야, 내가 여자애한테 상대도 못받는다는 전제로 얘기를 하지마"
"어? 받긴 해?"
"…………"
갸웃, 거리는 얼굴로 쳐다보는 코마치.
귀여운게 화가나네.
"말해두겠지만 말야. 헌팅 같은걸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외톨이는 하지도 않고, 여자친구 없는 역사 = 나이라는 일도 안 돼. 거기다 나는 그런건 싫다고"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거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코마치가 말하는건 이 참에 여자애한테 말을 거는 경험치를 쌓으라는거야"
간격을 두고.
"이대로가면 오빠는 평생 독신 외톨이로 회사에서도 짤려버린다구? 뭐, 그러면 코마치가 길러줄거지만.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포인트 높아!"
아니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잖아, 내 인생. 아니지?
"그럼 아무 문제 없네. 나를 길러주라, 코마치"
내 말에 코마치는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나서 볼을 희미하게 붉히고 양팔을 붕붕 흔들면서 소리질렀다.
"뭐, 뭐뭐뭐뭘 진심으로 말하는거야 오빠! 쫑알쫑알거리지 말고 얼른 가!"
거기서부터는 폭풍처럼, 정신을 차리니 옷갈아입고 밖에 나가 있었다.
이젠 이것밖에 할 말이 없다.
아무래도 쫓겨난 모양입니다.
하지만 코마치한테도 『해오지 않으면 일주일간 말도 안 들어줄거야』라고 말했으니까.
어차피 실패하겠지만, 서로 안면이 있는것도 아니니까 대미지도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렇게 생각해서 일단 나는 걸어갔다.
☆
이렇게해서 서두로 돌아오는 것이다.
뭐, 역에 있는건 사람이 많다는것 뿐이다.
어차피헌팅한다면 마일이라도 성공해도 곤란하고, 절대 가망성 없는 귀여운 애가 좋다, 라며 조금 역을 멤돈다.
그러자 전신주에 기대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착해보이는 애를 발견했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는데, 긴장으로 손에 땀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헌팅은 날라리남DQN이냐고 바보취급 했지만, 막상 자신이 하게 되니 엄청 긴장된다. 그냥 날라리남을 존경해버릴 수준이다.
결심하고 다가가는 나.
목표로 하는 여자애는 고개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풍성한 세미롱 흑발이나 분위기에서 충분히 귀엽다는걸 알 수 있다.
"거, 거기 너어. 귀엽네, 나랑 차 안마실래?"
목소리가 뒤집혀버렸고, 스스로도 자신이 역겨워서 오한이 장난이 아니다.
어? 신고당하는거 아니지?
여자애는 고개를 들어, 뭔가 경멸하는 눈으로.
"미안해. 그런거 어울ㄹ………어?"
"어?"
눈이 마주치고 서로 경악한다.
어깨까지 뻗은 예쁜 흑발.
단정한 얼굴과 모델에 뒤지지 않는 스타일.
내가 말을 걸었다.
아니, 걸어버린 것은, 강화외골격인 유키노시타 하루노였던 것이다.
그런 그녀도 내가 헌팅이라는 행위를 했다는게 예상밖이었는지 경멸을 띠고 있던 눈을 점으로 만들고 있다.
내심 내 심장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안그래도 연관갖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형태로 만나버리는건 최악이다.
젠장, 속았다! 역시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 있구만!(자업자득)
"라는건 농담이고, 그렇게 귀엽지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유키노시타 씨가 굳어있는 틈에 재빨리 우회해서 도주를 꾀하려던 나였지만, 바로 오른어깨를 붙들렸다.
끼끼끽, 돌아보니 엄청난 미소를 지은 악마가 있었다.
"좋아. 마침 나도 한가하던 참이야-"
"아뇨, 저기, 역시 됐거…"
"저쪽 찻집이면 되겠지?"
웃는 얼굴로 묻기에 끄덕이는 수 밖에 없어다.
나, 내일 아침해를 볼 수 있으려나.
자리 바꾸어서 찻집이다.
내부 장식이 아름답고, 꽤나 분위기도 좋아서 리얼충 전용이라는 느낌이다.
돌아보니 커플로 자리를 잡고 있는사람도 많아서, 가능하면 혼자서 들어가고 싶지 않다.
"헤- 코마치에게 들어서구나-"
정면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왠지 기분 좋다는듯 턱을 괴는 유키노시타 씨가 있었다.
손에는 반정도 줄은 홍차를 숟거락으로 젓고 있다.
"…어쩔 수 없다구요. 제가 이런거 싫어하는거 알고 있잖아요"
"후후, 그나저나 걸작이었어. 『거기 너어』라니, 히키가야의 캐릭터가 아니잖아"
"무시입니까"
아- 집에 가고 싶어. 침대 배게에 우와아아아아아아 소리지르고 싶어.
이런 거대한 흑역사를 만든건 얼마만일까.
"그나저나 히키가야가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순전히 미움샀다고 생각했어, 라며 말하는 유키노시타 씨에게 속으로만 사실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가-. 히키가야의 기준에서 보면 나는 귀여운가-"
뭐가 기쁜건지, 턱을 괴고 얼굴을 푸는 유키노시타 씨. 기분탓인지 그 뺨도 약간 붉은 느낌이 든다.
"아니, 아무도 그런 소리를…"
"『귀엽네, 나랑 차 안마실래?』적어도, 그렇게 말을 걸려고 생각할 정도로는 귀여웠다는거잖니?"
"으윽……"
그런 말과 함께 얼굴을 쳐다봐서 나는 상반신을 뒤로 젖혔다.
그랬다, 언질을 잡혔었다.
"응응, 좋아좋아. 누나는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어울려줄게"
"아, 아니 역시 민폐……"
"그렇게 정했으면 렛츠고-"
엥? 거기서 무시야?
아까부터 나 몇 번이나 말을 끊어진걸까.
가능하면 유키노시타 씨하고는 다른 부분도 끊고 싶다.
팔을 잡혀서 찻집을 나온다.
내 귀에는 어디에선지 도나도나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 갈까?"
"집에 가고 싶어요"
"에-, 난데없이 가내 데이트라니, 너무 일러. 하지만 히키가야가 꼭 하고 싶다면야…"
"저기, 게임 센터는 어떤가요? 갈래요? 갑시다"
다행히, 눈에 들어온 게임센터를 들먹여서 난제를 모면했다.
안들려, 안 들려.
혀를 차는건 안 들리거든!
자동문을 지나가니 밖하고는 비교도 안 될 소음에 눈썹을 찌푸린다.
역시 리얼충이라고 해야할까, 유키노시타 씨는 익숙한 모양이라 특별히 신경쓰는 모습은 없다.
"아, 히키가야! 저거 하자 저거!"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 눈을 두니 『눈동자 반짝반짝☆ 비백 200%소금☆』이라고 쓰여진 편차치 낮아보이는 기계가 있었다.
미백 200%소금이라니 너무 하얘서 여러모로 새하얗게 변해버릴것 같다. 주로 내 정열이라던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와서 저항해도 의미가 없다는건 알고 있으므로 얌전히 따라간다.
"자자-. 히키가야도 좀 더 붙어"
"아니, 이미 충분히 가깝거든요"
자, 치즈! 라는 소리와 함께 셔터 소리가 들린다.
우와, 나 흰눈 뒤집고 있어.
눈동자 반짝반짝☆은 어디간거야.
즐거운듯이 사진에 낙서를 하는 유키노시타 씨를 보고 귀찮으니까 그냥 떠넘기자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루노 LOVE』나 『첫 데이트』라고 쓰고 있어서 황급히 저지한다.
"좀……뭘 아무 근거도 없는 소리를 쓰는거에요"
"그치만 헌팅 당했구. 근거도 있는데?"
이렇게 들어서야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거기다 흥흐흥- 하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낙서하는 유키노시타 씨를 보고 조금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아니, 원래부터 엄청 귀엽기는 했지만.
……뭐라고 할가, 오늘은 강화외골격이 옅네.
"좀? 제 사진에 콧수염 그리는거 그만두지 않을래요?"
오늘도 여전히 그녀는 마이페이스였다.
몇 시간후.
나와 유키노시타 씨는 슬슬 해도 저물어서 가로등이 불을 키기 시작한 주택가를 둘이서 걷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유키노시타 씨하고는 대조적으로 내 보폭은 좁고 무겁다.
"히야- 오늘은 즐거웠어-"
몇 발짝 앞을 걷고 있던 유키노시타 씨가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에이 뭐야 이거. 헌팅한건 나지? 보통 반대 아냐? …핫!? 역시 나의 흘러넘치는 길러줘 오러가 여자를 적극적으로!?
"…무리. 진짜 무리 이제 반년은 집에서 안 나가"
어깨를 떨구면서 중얼거리는 나에게 유키노시타 씨는 아하하 쓴웃음을 짓는다.
"그보다 왜 유키노시타 씨는 그렇게 기운찬겁니까"
"뭐, 나는 익숙하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하는 유키노시타 씨에게 칫, 이 리얼충이 라며 내심 독을 퍼붓고 있으니.
"근데 말이야-. 언제까지 히키가야도 나를 『유키노시타 씨』라고 부를 생각이야?"
지금까지 2m정도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단번에 좁혀져서 무심코 발을 멈춰버렸다.
얼굴 가깝고 좋은 냄새 나고 귀여운 얼굴 가깝다.
"……에, 아니, 딱히 상관없잖슴까?"
"상관없기는"
몸을 굽히면서 올려다보니까, 강조되는 가슴에 눈이 갈것 같다.
어쩔 수 없는걸. 왜냐면 나 남자애인걸!
"자, 하루노라고 말해봐"
"……………"
지금까지 여자를 이름으로 불러서 좋은 기억이 없는 나에게 연상의, 그것도 엄청난 미인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리도 없다.
떠오르는건 중학교 2학년때, 이름을 불려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다는 시츄에이션에 동경해서 동급생을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그거 진짜로 그만두지 않을래?』라며 정색으로 들었을때는 진짜로 울뻔했다.
"헌팅하고 당한 사이잖아. 자, 복창해봐, 하루노……사랑해. 자!"
"하루…아니 잠깐만 뭔가 늘어났고, 숨겨서 녹음하려고 하지 마요"
흑역사를 끄집어져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복창하려고 해버렸다.
위험해라. 하마터면 증거랑 함께 유키노시타 씨의 전업주부가 될뻔했어.
유키노시타 씨 진짜 책사.
……어라? 꽤 나쁘지 않네?
"치잇-, 조금만 더 먹혔으면 히키가야를 명실상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참아주세요"
입술을 뾰족이면서 말하는 유키노시타 씨.
오늘은 특히 강화외골격이 옅었던거도 있어서, 그런 어린애같은 몸짓에 두근거려버린다.
"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호칭은 바꾸게 만들거야"
"에, 아직도 계속하는건가요"
"물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는 유키노시타 씨에게 크게 한숨을 쉬어버렸다.
솔직히 귀찮고 무섭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하지만 말이다? 흑역사를 움켜쥐였다고? ……그거군. 따를수 밖에 없다고 할가, 이건 내 의사가 아니거든!
"하, …하루노………씨"
내심 츤데레라며 여유부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동수상쩍게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거기에 도저히 경칭생략이라는게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씨를 붙여버렸다.
그런데 하루노 씨는 만족한건지, 미소를 짙게 지으면서도 혼자서 응응 끄덕이고 있다.
"좋아좋아. 히키가야의 데레데레 보이스도 녹음했으니, 슬슬 네 집으로 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될 두 가지 사안이 있었는데요"
"에? 파고든다니……아직 일러. 하지만… 네가 바란다면……"
"아- 진짜! 이 기회에 녹음에 대한건 넘긴다치고, 어째서저희 집에 온다는 얘기가 된거에요!"
내 물음에 유키노시타 씨는 진심으로 이상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그야 부모님께 인사를 하기 위한게 뻔하잖아"
"……처음 듣는데요"
"지금 말했으니까"
나는 혼자서 경악하고 있었다.
그냥 이 충격은 내가 이과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해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거야.
"왜냐면 나를 헌팅했으니까, 책임을 져줘야지"
어? 요즘 여성은 헌팅하면 책임지지 않으면 안 돼?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이 결혼 못하는건…아(헤아림).
"그렇게 정했으면 가자"
혼자서 히라츠카 선생님의 슬픈 실태에 동정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옆까지 와있던 하루노 씨에게 오른팔을 잡혔다.
걸어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의식이 날아갈뻔해진다.
윽!? ……유이가하마보다도……크다…고!?
"갈거지?"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의 혈연관계를 진짜로 의심하자 순간 어디에선가 한기를 느꼈지만, 하루노 씨의 말로 한층 공포를 부추겨진다.
미소가 무서워, 그리고 무서워.
"더는 놓치지 않을거야♪"
이 후에 집에 도착했더니 코마치가 『오, 오빠가 여자를 낚아왔어!?』라며 소동을 일으킨건 말할것 까지도 없다.
역시 내가 헌팅하는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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