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에서.

2015. 3. 5. 23:33

처마에서.
 








솨아- 솨아- 솨아- 솨아-

"…"

"…하아"

"…젠장, 어째서 하필이면 오늘 비가 내리는거야"

"…뭐 체육 수업이 있어서 수건을 갖고 왔으니까 됐나…"

"어떻게 여기서 돌아간다…"

"좀 더 세게 내릴것 같은데…"

"…불행한 날이다"

"…"

끼익- 달칵 첨벙첨벙

"…?"

"하아하아… 진짜로 중간부터 비 내리다니 못 들었는데…얼레?"

"…하?"

"히키가야!? 왜 여기 있어!?"

"…왜 오리모토가 여기에 있는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둘 다 흠뻑 젖어서 재회하다니 진짜 뿜긴다"

"아니, 뿜기지 않고, 둘 다 감기걸릴 뿐이잖아…"

"뭐 그래~ 확실히 그러네"

"히키가야도 자전거?"

"아아…뭐 그래. 늘 자전거로 통학하니까"

"헤에, 그렇구나"

"어"

"…"

"…"

"…"

"…"

"…오리모토"

"왜?"

"…"

"아니… 역시 아무것도 아냐"

"그런 소리를 들으면 신경 쓰이는데?"

"딱히 대단한건 아니야. 신경쓰지마"

"흐응"

"…뭔데"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니구"

"…"

"…"

"…저기"

"…있잖아"

"! 아, 미, 미안. 오리모토부터 말해도 돼"

"! …히키가야부터 말해"

"너야말로 뭔가 말하려고 했잖아. 오리모토부터 말해"

"히키가야부터"

"오리모토부터 말해. 그건 양보못해"

"하아…히키가야답네, 엄청 뿜긴다"

"아니, 뿜기는 요소 없거든…"

"…그래서? 뭐라고 하려고 했어?"

"…"

"…"

"히키가야는 말야-"

"…나를 아직 원망해?"

"…하?"

"…말대로야. 나를 원망해?"

"…"

"저기, 똑바로 말해줘"

"아니, 그…"

"…똑바로 말해줘, 안 그러면…"

"…?"

"여, 역시 지금 그거 됐어! 이, 잊어줘!"

"잊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안 들었다만…"

"그, 그래서?"

"…"

"…내 의견을 들어봐도 어떻게든 안 되잖아"

"되버린건 되버린거고. 그것 뿐이지"

"…내가 이래저래 말해도 과거는 변함없어"

"…대답이 안 되잖아"

"정답을 이끌어내는게 반드시 올바른건 아니잖아"

"거기다-"

"…?"

"지나간 일에 대해서 해답을 이끌려고해도 해답은 나오지 않아"

"지나간 일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은 할 수 있고, 가능성을 찾는것도 가능해"

"하지만 사태는 변하지 않아. …그럼 돌아보지 않는게 나아"

"…"

"후훗, 히키가야다워서 왠지 안심했어"

"안심했다니 뭐가…"

"그 말그대로 의미야♪"

"그러십니까…"

"…"

"그치만 고마워, 히키가야"

"…하?"

"이런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줘서"

"딱히 나는 다정하게 대한 생각은 없어. 세상이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지만"

"아니- 그건 무리잖아♪"

"똑바로 말하는구만…"







툭 툭 툭

"…오, 비가 겨우 그쳤군"

"정말이네~ 겨우 집에 갈 수 있어"

"그렇군"

"라고해도 알바가 있지만. 히키가야. 지금부터 어디 갈 예정이야?"

"아니… 그저 집에 돌아갈 뿐인데"

"흐응, 그 여자애들하고는 놀러가지 않아?"

"?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 말이야?"

"그래그래, 그거"

"…그 녀석들하고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그렇구나. 뭐, 히키가야가 여자한테 인기 있으면 진짜 뿜기지만"

"야…"

"아하하, 농담, 농담"

"나참…"

"만난것도 무슨 인연이니까-"

"메일 주소 교환할까?"

"…하?"

"그-러-니-까 메일 주소 교환하자구. 못 들었어?"

"…아니, 왜?"

"좀?! 그 대답은 심하지 않아!?"

"뭐? 내 개인정보라도 뿌릴 생각이냐?"

"아니, 그런짓 안 하거든…"

"야, 그만해. 그런 불쌍한걸 보는 시선은 그만둬"

"히키가야가 뿜기니까 그걸로 됐지만"

"나는 관상품이 아니야"

"자, 얼른 하자!"

"아니, 저기 말이다…"

"얼른 휴대폰 내밀어!"






"아, 자…여기"

"앗…어?"

"…뭐하는거야? 히키가야?"

"…하는법 몰라, 네가 해줘"

"그렇다고 휴대폰을 건내는건 히키가야 정도야…"

"딱히 친구가 없으니까 뿌려져도 곤란하지 않아"

"우와아…"

"…그렇게나 깨지마. 내가 울고 싶어지니까"

"…호이호이. 등록해뒀어~"

"아, 아아, 빠르네"

"그럴까? 이런거 보통 아냐?"

"…뭐, 딱히 상관없지만"

"아- 그렇지, 치카 몫도 넣어뒀어"

"…아니 의미 모르겠는데"

"다음에 셋이서 놀러가자"

"…왜 너네랑?"

"아니 그게 말야- 히키가야랑 놀면 재미있을것 같잖아?"

"다른 놈이랑 놀러 가라… 친구 부른던가 해서"

"그러는 편이 훨씬 재미있잖아"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랑 히키가야는 친구잖아"

"…하? 아니아니 잠깐만. 그건 이상하잖아"







"? 뭐가 이상한데?"

"나랑 네가…친구?"

"어? 아니야?"

"…"

"…반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애시당초 나랑 친구가 되고 싶어, 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제로에 가깝잖아"

"나랑 너는 분명히 중학교 시절은 알고 있고, 최근에도 만났어"

"하지만"

"그건 단순히 『아는 사람』에 지나지 않지."
 
"…"
 
"히키가야는 말야- 이러쿵저러쿵 너무 깊게 생각하는거 아냐?"
 
"…어?"
 
"친구의 정의- 라던가, 사랑은- 라던가 생각할것 같은걸, 히키가야는"
 
"…"
 
"…확실히 말야, 나를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을거야"
 
"…"
 
"딱히 이 사람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행동하면 외잖아?"
 
"히키갸야의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있으니까 말야"
 
"…그렇게 좋은건 몰라"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
 
"…그래서 왜 너는 나랑 친구가 되고 싶은건데"
 
"속죄나 동정이라면 거절이다"
 
"…"
 
"그거라면 나에겐 친구 따윈 필요없어"
 
"나는…고독한 편이 나아"
 
"…"
 
"그러니까 너도"아니야" …뭐가?"
 
"…딱히 속죄 같은게 아니야"
 
"그럼…"
 
"내가… 되고 싶어"
 
"?"
 
"내가 히키가야를 알고 싶어"
 
"나 자신이"
 
 
 
 
 

 
"나를 알고 싶다고?"
 
"그래"
 
"…어째서? 어째서 그런 생각을?"
 
"…"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데?"
 
"…"
 
"…히키가야가…"
 
"…부러워"
 
"…?"
 
"내가 부럽다고? 오리모토, 제정신이냐?"
 
"나는 제정신이야. 히키가야가 부럽다는 마음은 정말이야"
 
"나한테 부럽다고 생각할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거 아니야"
 
"나 말야"
 
"그때 크리스마스 모임할때 대화에 참가했잖아?"
 
"…그랬지"
 
"그래서 말야, 그때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였나?"
 
"중간부터 회의에 참가했지"
 
"아아…"
 
"그 때말야"
 
"…유키노시타가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 않겠니' 라고 말했을때"
 
"히키가야는 그 둘에게 소중한 존재구나 생각했어"
 
"…"
 
"그 때의 유키노시타의 마음은"
 
"아마 진심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
 
"…그런건 모르잖아"
 
"…거짓말쟁이"

 
 
 
 
 
 
"나는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아. 진심이다"
 
"아-니, 히키가야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히키가야는 깨닫지 못한 척을 하는것 뿐이잖아?"
 
"!"
 
"…사실은 알고 있지?"
 
"둘 다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
 
"…왜 입을 다무는거야? 정답?"
 
"아니야, 나는―"
 
"그 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확실히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는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는 할 수 없잖아"
 
"…"
 
"나는 남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 둘에게는-"히키가야" …뭔데"
 
"…히키가야는 말야-"
 
"머리도 좋고, 나같은것 보다도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구나"
 
"남을 생각해주고 말야"
 
"딱히…"
 
"이래저래 말하면서 챙겨주잖아?"
 
"…칭찬한다한들 나한테선 흑역사밖에 발굴 못한다"
 
"거기다 나는 남이랑 관계 맺고 싶은게 아니야. 주위가 억지로 관계를 맺을 뿐이다"
 
"하아… 좀 더 솔직하게 받아들여…"
 
"바보야, 너 남을 의심하는건 자연의 섭리야"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녀석은 침입자라고 의심하는거라고"
 
"히키가야…"
 
"아니, 내 경험에서 그렇게 말하는건 아니거든? 이거 책에 쓰여있던 내용이거든? 내가 그런 경우였다는게 아니라고?"
 
"…"
 
"하아… 왜 나는 너한테 흑역사를 보여줘야하는건데…"
 
"그만큼 대화하기 쉽다는거 아냐?"
 
"누가?
 
"내가"
 
"…"
 
"아니, 왜 거기서 눈을 피하는거야!?"
 
"조금 말이다… 음,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는건 좋다고 생각해"
 
"왜 그렇게 달래는 말투야!?"
 
 
 
 
 
"자신의 가슴에 물어보지 그래"
 
"나 가슴 꽤 있는데? 만질래?"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아하하, 히키가야 진짜 뿜긴다"
 
"아니, 뿜기지 않거든"
 
"그치만 말야- 그런대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뭐야, 너는 나를 성희롱으로 체포했으면 싶냐?"
 
"딱히~ 히키가야가 호색한이려나? 해서"
 
"네 인식력을 나는 의심하고 싶다"
 
"자자, 괜찮잖아. 줄어드는것도 아니고"
 
"엄청 줄어들고 있거든. 주로 내 SAN치가"
 
"히키가야의 경우, 깎이는것 처럼 안 보이는거 아냐?"
 
"내 마음은 일단 유리제다만…"
 
"쩍쩍 깨질것 같네, 그거"
 
"야…"
 
"농담, 농담. 반쯤은"
 
"…"
 
"거짓말! 미안해, 히키가야!"
 
"…뭐 됐어"
 
"내 취급이 심한건 지금 시작된게 아니니까"

"납득하는 이유가 너무 슬퍼…"
 
"냅둬"
 
 
 
 
 
 

 
"…라고할까 오리모토, 시간은 괜찮아?"
 
"…어? 왓! 슬슬 알바 시간이야!"
 
"서둘러야해! 또 메일 보낼테니까 제대로 답신하라구?"
 
"…마음이 내키면"
 
"꼭 보내! 또 봐, 히키가야!"
 
"…"
 
"아아"
 
"또 봐, 인가…"
 
"뭐, 잊어먹겠지"
 
부- 부- 유 갓어 메일
 
"…? 누구한테 온거야?"
 
'from : 오리모토 카오리'
 
"…하? 그 녀석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보다 언제 친거야라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용은…어디"
 
'오늘은 즐거웠어! 또 얘기하자! 나중에 봐!'
 
"…"
 
"집에 갈까…"
 
달칵달칵 꽈당
 
"…"
 
"…뭐어"
 
"확실히…"
 
 
 
 
 
"재미없지는… 않았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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