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삭빠른 후배 시리즈【세컨드 시즌!】
 
 





약삭빠른 프롤로그











――아침 공기는 맛있다.


특히 입에서 폐로 들어가는 신선한 공기는 모 미식 만화식으로 말하자면 '식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간의 구간은 인간이 멋대로 정하는 것이므로 아침도 낮도 밤도 공기의 교환은 되지 않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선배"
방과후, 잇시키 이로하는 빈 교실 교탁 앞에서 서서 나를 향해 강의를 시작했다. 후배 여교사라니 꽉 막혀!
"하나는 인간이 활동하지 않는다는거에요"
탁탁탁, 칠판 표면에 분필을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어색하게, 신입 교사같아서 약삭……아니, 귀엽다. 모처럼이니 GAI라고 써주지 않
칠판에는 '1x5000만명'이라 쓰여있었다.
"한 사람이 만드는 먼지를 1로 보고, 낮에 활동하는 사람을 5000만명이라고 하면, 일본이라는 좁은 토지에도 5000만명의 먼지가 날아드는거에요. 더 말하자면 그 다수는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바람으로 치바의 공기가 더러워져도 아무 이상한 점은 없어요"
거기다 말하자면 그 다수는 차에 타고 있고, 배기가스를 뿌리고 있다는건가. 확실히 색이 있지 않은 공기니까 깨닫지 못하지만, 생각해보면 낮에 움직인다는것은 그것 자체가 자살행위로 직결한다고도 할 수 있다. 좋아, 장래에는 낮에는 집에도 있고 밤에 인터넷으로 활동하자! ……그거 어떤 의미(사회적으로)로 죽었다고 하나?
"또 다른 하나는 마음의 문제에요. 옛날부터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은 맛있다거나, 손요리는 맛있다거나 하잖아요? 실제로 완전히 같은 맛이라도 시츄에이션이 다르면 그에 대해서 실제로 느끼는 맛이 다르다고 한다구요?"
"감정이 최고의 향신료라는건가……"
"저라는 존재가 무척이나 귀중하다는걸 알았을거라 생각해요"
흐흥, 하며 눈을 가늘게 만들며 웃는 이로하. 때때로 보여주는 우쭐대는 얼굴과 곁눈질같은 표정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실수해도 부끄러우니까 말 못하지만.
"라는건 역시 아침 공기는 맛있는거군"
"좀, 무시하는건 너무해요!"
라며 볼을 부풀리는 그녀의 얼굴은 히쭉거리고 있다. 사귀고나서 벌써 3, 4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겨우 서로에게 기분 좋은 거리감을 잡은 것이다. 농담과 딴죽의 타이밍이 너무 부드러워서 무서울 정도다.
"아, 그러고보니 세간에선 일개월마다 기념일같은걸 하는 모양이에요-"
"그런걸 하면 초콜렛이나 밀가루가 부족하지 않냐?"
"빼빼로 얘기가 아니에요! 빼빼로는 11월 11일 뿐이거든요?"
"어, 어어……"
뭐야 이 녀석, 내 보케를 이렇게까지 파악하하다니 에스퍼인거 아냐?
"아뇨, 하치군이 알기 쉬워서 기분 나쁠 뿐인데요?"
"그거 소리 내지 마"
"후힛, 그치만 하치군은 다른 사람과 사이 좋아지는건 처음이잖아요-. 저 전용 회선같은게 생겼다구요?"
에, 뭐야 그거 무서워. 즉 나는 잇시키 이로하의 예상이상의 일은 할 수 없다는거야?
"……뭐, 평생은 없겠지. 너 이상으로 사이 좋아지는 녀석은 말이야"
뭣하면 이로하에게 차이면 평생 틀어박혀 니트짓까지 한다. 땡큐 코맛치.
"읏, 그, 그런거 가끔 말하는건 비겁한데요"
라며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고개를 홱 돌리는 이로하. 아무래도 나에게도 다소는 존재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아, 그러고보니 세간에선 일개월마다 기념일이라는걸 하는 모양이에요-"
마치 고장난 레디오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로하. 그 미소 뒤에는 화제를 깊게 파고 들려는 강한 의사가 감춰보였다.
본래라면 세간의 흐름은 신경쓰면 진작에 산에 틀어박힐 나지만, 순수하게 이로하가 하고 싶다는 일이라면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니까 마지못해 화제를 들어본다. 아니 의욕있는건지 없는건지 어느쪽이냐 나는. ……부끄럼 감추기입니다, 테헤페롯.
"그래서, 오늘은 134일째 기념일로서 뭘 할건데?"
"날짜를 기억하다니 무리에요 기분 나빠요"
그, 그만 입이 미끄러져버렸다. 이대로 가면 달력에 이로하와 논 날이라던가 쓴것까지 들키는거 아니냐, 나…….
"그, 그치만 달이라면 그거잖아, 31일이거나 30일이거나 확실하지 않으니까. 가끔은 페인트처럼 28일을 29일로 늘리고, 달은 나긋나긋한 남자 같은거야"
"하치군도 아직 이로하에게 6번밖에 똑바로 좋아한다고 말 안했는데요?"
"……도, 동족혐오라는건가, 하핫"
빤히 쳐다보는 이로하. 오늘 이로하는 천재적으로 나를 농락해온다. 다쵸 클럽의 클레임 담당 사람에게 하는 유길같다.
"용서해주길 원하면 이번주 휴일에 불고기 데이트를 요구합니다!"
"……어?"

종업식 방과후, 내일부터 매일이 에브리데이라며 마음이 들떠있는 타이밍에, 나는 인생 처음으로 가족 이외와 불고기를 먹게 됐다.




……아니, 내일이 휴일 아니잖아.


 

 
 
약삭빠른 제 1화
 
 
 
 
 
 
 
 
 
 
 
 
동생이 합격 통지를 메세지로 보내온 몇분 후,
나는 교실에서 쫓겨나, 복도에서 살짝 승리 포즈를 취했다.
 
 
             ――어떤 시스콘의 독백.
 
 
 
 
 
 
 
 
봄방학 첫날은 물론 잇시키 이로하와 데이트다.
어느 정도로 물론이냐고 하면 원피스에서 루피의 등에 두둥 문자가 나올 정도라고 하면 알아주려나.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5시, 역 앞의 시계탑 아래. ……그래, 오늘은 밤 데이트인거다! 두둥!!
서로 부모님에게는 이미 승낙은 얻었다. 그보다 요즘 부모님이 집에 데려오라고 시끄럽다. 저쪽 부모님도 나보고 매일 메세지를 보내오는 정도다. 그보다 이로하스의 아버지 상당히 친근해-. 어제 본 애니메이션 얘기를 딸의 남친에게 보통 말하나? 뭐, 나도 백합 곰 설정에 대해서는 누군가와 얘기해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남은 5시간 정도, 나는 토베 카케루와 하야마 하야토와 함께 어떤 공원에 찾아갔다.
"축구부를 하면 되지 않아? 타니는 운동신경 나쁜편이 아니고"
라고 토베가 말한다. 나쁜편이 아니라는건 좋은거야? 보통이야? 언동까지 왔다갔다한다고, 토벳치!
"거기다 이로하스도 타니랑 같이 축구부를 하면 기뻐할거고! 안 그래, 하야토!"
토베에게 동의를 요구받은 하야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로서도 히키가야만 진심이라면 받아들일 생각은 있어"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토베하고는 다른 감정도 토로한다.
"하지만 네가 그리는 결과는 어려울거라 생각해. 체력적으로 말하자면 1학년보다 떨어지는데다 초보자인 너에게는 도저히는 아니어도, 거기다……"
하야마는 마지막까지 말하지 않고 도망치듯이 시선을 돌렸다.
"아아, 그런가. 타니에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니까 무린가"
라며 자신을 재쳐두고 주장하는 토베. 하야마가 분위기를 읽어줬는데, 눈치채라. 훌쩍.
"지금의 히키가야가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저 팀 스포츠는 신뢰를 샇아가는데 긴 시간이 들고, 무엇보다 너는 문제를 너무 일으키니까"
나도 토베도 그저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도시락 옥션 이외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켜온 나는 소부에 있어서 악역 말고는 그 무엇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가 되지 않으니까 내버려두는것 분이지, 날려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뭘 할수 있나 생각했다.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스포츠 뿐만 아니라 문화부도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한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대답을 혼자서 생각하는건 이전의 나로부터 아무것도 성장하지 않았다는 증명이 된다.
"……모처럼 휴일인데 정말로 미안하구"
그러니까 나는 의지했다. 현재 동성중에 가장 신뢰를 쌓고 있는 토베에게, 그리고 내 안에서 가장 위대한 급우인 하야마 하야토에게. 이건 자존심을 버린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약함과 결별'이다.
 
"아니아니, 타니가 의지해오는건 좀처럼 없고, 그 때의 빚을 갚는거니까 일석이조잖으!? 아, 거기다 다같이 놀 수 있으니까 일석삼조인가!?
아하하, 라며 웃는 토베. 하야마도 싱긋 웃고,
"마라톤 대회에서 확실히 나는 너를 싫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건 과거의 너를 싫다라는 의미지, 지금의 너는 오히려……음, 좋은 의미로 지고 싶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해"
뭐야 이 핸섬남. 너무 멋지지 않아(울상)?
"하지만 타니는 어째서 갑자기 스포츠를 하려고 생각한거여?"
토베의 의문에 하야마는 그 정도는 알아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오히려 그 앞의 의문이라서,
"아니, 이로하스를 위한건 알겠지만, 뭐라고 할까 기합이 다르잖아?"
때때로(정말로 좀처럼 없지만), 토베는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곳에 손을 댈 수가 있다. 주절충이기에 분위기를 읽지 않는게, 그 자신의 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의문에 명확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똑바로는 말 못하지만 애타고 있었어"
"애타?"
토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를 들어, 스포츠 만화에서 마지막 대회에서 패했을때, '우리는 좀 더 할 수 있는데, 좀 더 하고 싶었어'라는 말을 하는 보조가 있잖아? 나는 그걸 읽고 학생의 대다수는 패배자이며, 청춘의 희생이며, 후회와 고뇌의 틀을 짊어질 뿐이라고 생각해"
"어, 엄청 비뚤어졌잖으"
토베는 놀랬지만 하야마는 오히려 동조하듯이 말했다.
"확실히 우리는 힘냈어, 라고 말하는건 위로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토너먼트 식 대회는 한 번이라도 패하면 모든 노력을 없었던 일로 되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이라고 멀찌감찌 생각했다. ――이 얼마나 잔혹한걸까.
"하지만 그마저도 말하지 못하다니, 후회도 고뇌도 없는 고등학교 생활은 '하지 않은것과 같다'라는거니까"
그런 의미로는 봉사부라는 있을 곳을 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쫓아내지 않았던 유키노시타에게도, 받쳐준 유이가하마에게도.
"으음, 여러모로 어렵네"
토베는 끙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하야마가 딴죽을 넣는다.
"너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정도가 딱 좋아"
달래듯이 듣고, 토베는 양팔을 팔짱끼고 잠시 생각을 하고, 표정을 파앗 밝게 짓고 말했다.
"……그럼 적당하게 놀면서 찾아볼까!"
우랴 두근두근한다 같은 기세의 토베에게 나와 하야마는 참지 못하고 뿜는다. 드래고보라고 생략하는건가, 이 녀석은. 물론 나는 용구슬이라고 부르고 있다. 뭐가 물론이야, 그보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WIHUMHEA!라는 느낌의 용구슬.
 
그 후에 느낌이 오는 스포츠는 못 찾았지만, 역시 몸을 움직이는건 즐겁다고 생각했다. 아니, 초등학생 수준의 감상이군. 아무래도 문학부도 무리일것 같다. 단어량은 자신 있는데. 센스는 있지만 실력을 시험하는걸 두려워하는건 전형적인 그거잖아. 구체적으로는 마랗지 않겠지만 그거다, 그거. 역시 센스도 없어.
 
◆◆◆
 
"에-엑, 코마치의 축하가 아니야!?"
집으로 돌아가, 데이트 준비를 시작한 나에게 뛰어든건 코마치의 항의였다. 평소라면 '이로하 언니같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가지 않으면 버림받을거야 오빠야' 라고 해올텐데, 오늘은 꽤나 데이트에 부정적이었다.
"다음에 좋아하는 곳에 데려가줄게"
라고 머리를 쓰다듬어보지만 코마치의 기분은 낫지 않는다. 오히려 얼렁뚱땅 넘어간 일에 화가나서 눈썹을 치켜뜨고 눈꼬리에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대체 어쩌라는거야?
"……우-, 이제 오빠 다위――"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있는 힘껏 소리 지르는 코마치. 하지만 마지막 말을 하기 전에 목소리는 딱 멈췄다.
"아……그런가, 코마치는 외롭구나"
아무래도 스스로 타협이 된 모양이지만, 뺨을 타는 눈물은 내 마음을 흔드는데는 충분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늘은 거절할게"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코마치에게 많은 폐를 끼쳤다. 때로는 정신적으로 받쳐주고, 때로는 좋은 친구로 대해줬다. 그런 소중한 동생이 나보고 있어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은 순간,
"안 돼"
라며, 등 뒤로 안겨오는 코마치. 몇 주 후에는 고등학생이지만 발육은 별로 좋지 않다. ……아니 동생 상대로 뭘 검정하는거야, 나는.
"아니,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 그 대신에 봄방학에 코마치하고도 데이트할것! 알겠어!?"
"어, 어어……"
뭐야 이거, 혹시 내여귀 발동? 아니 하지만, 내 동생은 언제나 귀엽다고? 정말이라고?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되게 높을지도!"
방금전까지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밝아진다.
 
……동생의 마음은 모르겠다.
 
 
 
 
 
 
 
 
 
약삭빠른 제 2화
 
 
 
 
 
 
 
 
 
 
 

집에서 뛰쳐나온 순간, 울타리 너머로 누군가가 있던것 같다.
 
 
"헤에"
"아니, 헤에가 아니잖아, 유키노시타. 뭐하는거야"
 
유키노시타 유키노.
봉사부 부장이며 친구사랑 덩어리. 나를 인간적으로 싫다고 하면서 그녀의 언동은 스토커(중도) 그 자체. 나와 이로하가 사귀는걸 용인하면서 히키가야 유키노로서 장래설계를 나날로 망상하는 흑발 롱헤어의 미소녀.
그런 그녀가, 일찍이 유이가하마를 위해 생일 선물을 사러 나갔을때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너, 춥지 않아?"
"……내 얇은 옷을 보고 뭘 망상한거니? 이제 곧 봄의 방문에 바람이 세지만, 유감스럽게도 히키가야가 좋아하는 보라색 팬티는 입지 않았어"
이 녀석 왜 알고 있는거야……. 아니 잠깐, 남자는 모름지기 보라색의 번질번질한 팬티를 좋아한다. 검은 여자가 입을법한 에로 팬티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확률론으로 내 기호를 이끌어낸게 틀림없다.
"나를 빠뜨리려고 하다니, 그렇게는 안 돼"
"어머, 네가 최근에 구입한 잡지나 열람한 야한 동영상의 통계로 이끌어낸 답인데, 혹시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거니?"
 
FBI씨-! 여기 위험인물이 있어요---!
 
"야, 유키노시타"
"그래, 왜?"
 
 
"너는 나를 어떡하고 싶은거야?"
 
 
유키노시타의 눈썹이 순간 치켜들린다. 이어서 시선을 지면으로 떨어뜨리고, 스커트 자락을 꼬옥 쥐었다.
(뭔가를 망설이고 있어?)
스토커 행위까지 하고 있는데 뭘 이제와서 망설이는게 있는건가.
고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하니, 유키노시타는 천천히 입을 열어다.
 
――그 눈동자에는 눈물을 띄우고.
 
"……나는 너와 대화하는것이 굉장히 즐거워"
유키노시타는 어째선지 일본어 직역 어조로 자신의 마음을 토로해간다.
"나는, 너와 여러 미래를 생각하는게 즐거워"
"나는, 너와 좀 더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
"나는, 잇시키와 사귀어서 웃는 너를 계속 쳐다보고 싶어"
"……나는, 네가 행복하면 무척이나――"
 
마치 사랑의 고백처럼, 나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소중한 것을 건내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무척이나 행복해"
 
 
 
 
 
 
 
◆◆◆
 
역 앞의 분수 공원에서 이로하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방금전의 유키노시타의 진의에 대해서 생각을 계속했다.
 
저건 고백인걸까.
 
유키노시타 유키노정도의 인간이라면, 좋아한다 이콜 사귄다는 속물적인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이쪽으로 돌릴 필요성따위 없다고도 생각하는 기질이 있다.
확실히 그건 진리이며, 서로가 서로를 처음부터 좋아해서 사귀는 관계는 전체의 반 이하일 것이다. 대개는 타산적으로 주위와 협조성도 가미하고 장래성과 현실적인 이익을 합쳐서 사귄다. 유키노시타에게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약자의 생각이라고 할까.
하지만 사람은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준다면, 그 마음에 응석부리는건 죄인걸까.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마음을 안 지금, 내가 그걸 기쁘게 생각하는건 죄인걸가.
모른다.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잇시키 이로하를 좋아하고, 그녀와 인생을 걸어가고 싶다는 것을.
 
"나는 이로하를 사랑ㅎ――"
"어라? 하치군 벌써 왔어요?"
밤중에 켠 텔레비전이 갑자기 미즈도지군의 업이었을때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몇 초후에 플라잉 프로포즈를 할 뻔했다.
"오, 오오, 조금 일찍 집을 나왔거든"
"프로포즈 연습하기 위해서인가요?"
"………들었어?"
급격하게 몸이 뜨거워진다. 혹시 치바의 마츠오카 수조가 놀러 온걸지도 모르잖아?
"네, 그건 완벽해요!"
라며 이로하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화면을 눌렀다.
 
『나는 이로하를 사랑해』
 
어, 어라? 마지막까지 말하지 않았을텐데에?
"니히-, 하치군은 너무 무겁다구요. 이로하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인데요오"
설마 들렸을 줄이야, 하치만 인생의 실수……풀썩.
"자, 가요, 이런데서 하치군이 서 있으면 신고당할거에요"
꾸욱 내 팔꿈치를 잡은 이로하의 손은 잘게 떨고 있었다.
"이로하?"
이름을 부르니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녜잇" 하고 소리질렀다.
"뭐, 뭐뭣, 뭔가욧!"
"………"
시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요동치고, 전혀 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팔꿈치를 잡는 손의 힘도 점점 강해진다.
혹시지만-, 혹시지만-.
"수줍은거야?"
"뭣, 무슌 쇼리를 하는거에요!? 자자의식 과잉 아니에요!?"
"아니,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라고 물어보지만 이로하는 팔꿈치에서 손을 떼고 한 발짝 거리를 둔다. 그리고 뿌우 볼을 부풀리면서 울것같은 미소로,
"그걸로 동요하지 않는 여자애가 있을리가 없잖아요"
라고 말했다.
"어, 어어……"
이로하의 수줍은 얼굴은 단 둘이 있어으면 덮쳐버릴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하지만 인파가 그걸 그만두게 해줬다.
"정말 좋아해요, 하치군♪"
내 손을 잡고 기쁜듯이 걷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얽고서 처음으로 깨달은 이로하의 손가락 길이, 부드러움. 내가 이웃집 할머니라면 웃너 틀림없이 피아노 배워보는게 어때? 라고 권면하겠지.
"이치카루면 되겠죠?"
라고 이로하는 불고기 뷔페 가게, '카르비가 최고!'를 줄여서 이치카루를 제시한다. 패밀리나 젊은층의 낮은 가격에 다양하고 풍부한 이치카루는 출점하고나서 몇 년만에 전국규모로 발전하고 있었다. 히키가야가도 몇 번이나 신세를 지고 있다.
"아아, 이치카루의 카르비를 먹고 싶네"
"저는 네기시오땅을 먹고 싶어요!"
여자애는 네기시오땅을 좋아하는군. 뭣하면 네기시오탄을 위해 불고기를 먹으러 가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건가, 땅은 울림이 귀여워서 그런건가.
나도 하치만땅으로 하면 인기가 생길가. 그럴리가 없지. 좋아야 후낫시다. ……충분하잖아.
"후힛"
이어잡은 손은 이치카루에 들어갈때까지 놓는 일은 없었다.
 
 
◆◆◆
 
안냅다은 곳은 가게 안쪽에 위치하는 4인석이었다. 패밀리용으로 조금 넓은 탁자에 나와 이로하가 먹기에는 충분할 크기다.
앞을 걷고 있던 내가 안족 자리에 앉는다. 이어서 이로하도 내 옆에 앉는다.
점원은 순간 당혹한 모습으로 우리와 아무도 없는 소파를 교대로 돌아보고 그 의문을 말하기 직전에 어떻게든 생각을 정리했다.
"저희 가게는 처음 오셨나요?"
라고 웃는 얼굴로 듣고, 나는 온 적이 있다, 뷔페로 부탁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드링크는 이로하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그걸 부탁하고, 나는 물이면 되서 물통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적당하게 고기와 샐러드, 비빔밥을 주문하고 점원이 인사하고 사라지고나서, 겨우 나는 참고 있던 딴죽을 넣을 수 있었다.
"왜 옆에 앉는거야?"
하마터면 "바보야?" 라고 말할뻔했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놀랄 행동이었던 것이다.
"에, 당연하잖아요. 저희는 사귀고 있다구요?"
이로하의 눈에 망설임은 없다.
"하치군은 더블데이트때, 남자끼리 앉아요?"
라고 듣고, 내가 생각하고 댇바을 하려고 하기 전에, 이로하는 고의로 "앗" 하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하치군에게는 친구가 없으니까 상상할 수 없네요"
"토베랑 하야마가 친구 놀이 해준다고"
지기싫어서 그렇게 대답하니 이로하는 조금 뚱해진 표정으로,
"혹시 이로하가 모르는데서 둘이랑 데이트한거에요?"
라고 말했다.
"아니 잠깐만, 그 녀석들은 남자야. 데이트라는 표현은 이상하잖아"
하다못해 놀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그 녀석들과 데이트라니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구토가 나온다.
그보다 남자를 상대로 데이트라는건 누구든 간에 싫다. 자이모쿠자라면 그런 표현을 할것 같지만.
"그럼 토츠카 선배라면요?"
"데이트군"
즉답이었다. 내 마음에 일절의 망설임은 없다.
"그럼 토츠카 선배랑 몰래 놀러가면 바람 피우는 거라구요?"
이로하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어어……"
기분탓인지 관계가 무겁지 않습니까?
역시 지적하지 못해서 나는 살짝 끄덕이는데 주저했다.
"기다리셨습니다
타이밍 좋게 요리가 옮겨진다. 이 경우 조리되지 않았으니까 식재라고 불러야할까. 붉은색의 고기가 점점 옮겨져, 철판의 열과 함께 텐션이 올랐다.
"제가 구울게요"
통, 하고 젓가락을 드는 이로하. ……나, 그 도구를 통이라고 알고 있을 정도로 불고기 좋아하는데.
하지만 뭐, 누군가가 구워준다는건 좀처럼 업으니까 조금 기쁘다. 부모님은 늘 코마치에게만 고기를 구워주고, 나는 한 구획에서 잘게 구운 고기를 아버지에게 채이기만 했으니까. 갈취당했잖아.
"자, 갑니다!
이로하는 젓가락으로 땅을 집어 철판 위에 올렸다.
츄와악, 고기 굽는 소리가 귀에 들리고 하얀 연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레몬을 집어줄래요?"
이로하에게 들은대로 나는 탁상 구석에 있던 레몬다레를 접시에 넣었다.
"와아, 벌서 구워졌어요!"
기쁜듯이 집은 고기를 내 접시에 옮겼다.
"파는 자기가 좋아하는 만큼만 부탁할게요"
나는 이치카루 특제 타레에 절인 파를 땅 위에 올린다. 이제 겉보기만으로 잘 한다는걸 알 수 있는 그걸 젓가락으로 파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집어서 천천히 입으로 넣었다.
땅 독특한 식감과 파의 풍미, 그리고 그것들을 돋우는 레몬의 신맛이 균형 좋게 입안에 퍼져, 세상은 말 그대로 땅의 시대였다!
"맛있어……"
"팍팍 구울게요. 먹어주세요"
철판의 반을 땅, 다른 반을 카르비와 하라미로 채우는 이로하.
"왠지 솜씨가 좋네"
"축구부 뒤풀이할때 억지로 굽게 됐거든요. 이런건 특기에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로하는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에게는 깊게 꽂혔다.
 
내가 모르는 잇시키 이로하가 있고, 그녀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청춘을 구가하고 있다. 그건 지금부터도 계속될테고, 그 옆에 내 모습은 없다.
질투와 닮으면서도 동경에 가깝다. 그런 타협하기 힘든 감정이 머리속을 빙글빙글 돈다.
"자, 구웠어요, 하치군"
팍팍 고기를 접시에 올려가는 이로하.
나는 묵묵히 그걸 먹고, 그녀는 만족스러운듯이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마음이 무너질것 같았다.
 
 
◆◆◆
 
 
"많이 먹었네요, 하치군!"
"……아아"
결국 아무 타협도 하지 못한채로 검은 감정은 공중을 뜬 상태로 가게를 나오게 됐다.
밤바람이 뺨을 차갑게 쓰다듬고, 이로하는 내 팔을 꼬옥 안았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역시 밤늦게까지 데리고 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말을 이로하는 좋게 여기지 않았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요……"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나 자신도 같은 기분이다. 계속 함께 있고 싶다. 밤의 텐션으로 이로하와 떠들어보고 싶다. 뭣하면 철야도 좋다. 좀 더 좀 더 잇시키 이로하를 알고 싶다.
 
하지만.
 
"안 돼. 나는 네 어머니한테 부탁받았어. 배신할 수는 없어"
라고 발걸음을 옮긴다.
"엄마에게는 연락을 넣으면 괜찮아요! 아빠도 하치군을 좋아하구요"
"안 돼"
아아, 싫다.
"……왜 그렇게 말하는거에요?"
이로하는 불만스러운듯이 말했다. 사실상 불만이겠지.
나 자신이, 자기가 한 말에 가시가 있다는건 알고 있다. 그 이유가 그녀가 아닌 나에게 있다는것도.
이대로는 좋지 않다. 분명 나는 그녀를 상처입힌다.
그 순간,
 
"히키가야랑 잇시키잖아"
 
말을 걸어온건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으헉, 히라츠카 선생님"
"뭐가 으헉이냐. 바보녀석"
데님 팬츠에 레저 자켓. 혼자서 말을 걸렸으면 무시를 해버릴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차갑다. 그 이유는 필시,
"차였나요오?"
"크헉!?"
이로하의 정확한 블로우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과대 액션과 함께 신음지었다.
"차였구나……"
불쌍하단 표정으로 눈을 내리는 이로하.
히라츠카 선생님은 비틀거리면서,
"그, 그런것 보다 이런 시간에 학생 둘을 내버려둘 수 없지. 바래다줄테니까 따라오거라"
라고 말했다.
"에, 선생님 술 마실거 아니에요?"
나는 말을 하고, 아뿔싸, 라고 후회한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술이 들어가기 전에 '이런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라고 도망쳤다고오오!"
라며 내 배에 전신전령의 한 방을 먹였다.
"크헉"
위를 채운 불고기가 역류할것 같다. 얼마나 바보력을 갖고 있는거야, 이 사람.
"후-, 후련하다"
나를 샌드백 대신삼아 스트레스 발산한건가, 이 인간…….
"자, 가자"
아무래도 거부권은 없는 모양이다.
이렇게해서 최악의 타이밍에 이야기를 끊지 않을 수 없었던 우리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를 쫓아 전차를 타게 됐다.
 
그보다 전차냐! 술 관계없잖아!
 
 
 
 
 
 
 
약삭빠른 번외편
 
 
 
 
 
 
정신을 차리니 스마트폰이 스마트폰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라고해도 메세지와 전화 기능밖에 쓰지 않으므로 갈라파코스 휴대폰과 차이없다고 하면 그렇다.
 
하지만 어젯밤 스마트폰 사용자……왠지 마법 사용자같아서 멋지네. 고고의 스마트폰 사용자……어라, 친구 없는것 같잖아?
 
라는 농담을 트위터에 보내본다……는 척을 한다. 에어 트위터다.
 
이로하에게 듣고 시작한 트위터지만 일상 일을 주절거리는건 여름방학 숙제 같은 일은 할수 있을리도 없어서.
 
누군가를 팔로우 하려고 해도 화면 너머로 바보취급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손가락이 떨린다.
 
중얼거리지 않았으니까 팔로우도 받지 못해서 심한 꼴이다. 만약 내 정ㅅ니력이 낮았으면 편의점 냉동고에 들어가서 화제 만들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울면서 감사해라고, 포푸라!
 
 
"하치구-운. 모처럼 휴일이니까 방에서 뒹굴거리는건 그만해요-"
 
대수롭지 않게 스웨트틈새로 배를 만져오는 부근이, 성인이 되어도 약삭빠른 이로하다. 그대로 내 가슴에 턱을 올리고 엎드랜채로 다리를 뻗었다. 어째선지 참치 경매를 떠오르고 만다. ……반드시 이겨야지(사명감).
 
 
"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평일은 대학을 가고, 휴일은 대부분이 알바잖아.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짧지 않아?"
"듣고보니 확실히……"
 
라며 턱을 움직인다기 보다는 머리를 움직이며 말하는 이로하. 왠지 가슴 위에서 춤추는것 같아서 간지럽다.
 
"대개 인생의 3분의 1은 잠을 자. 8시간이 365일이면 2920시간은 잔다는 계산이 돼. 거기서 휴일 하루이틀이 더해져도 별 큰 차이는 없어"
"왜 그럴때만 계산이 빠른거에요……"
"실례구만. 이럴때만이 아니야. 하구레 멘탈을 한 시간 정도에 쓰러뜨리는 수에 경험치를 곱하는 경우와, 그레이트 드래곤을 쓰러뜨린 경우의 계산도 빠르다고. 결국 매드 헌드 대량 토벌 얍사를 쓴거지만"
"결국 방치하는 기술이잖아요. 게다가 슈퍼 패미콤 판의 드래퀘5는 아무도 몰라요"
 
이로하가 바로 태클을 걸고 몇초. 침묵이 이어지고, 그리고……,
 
 
""후힛""
 
 
아마 치바에서 가장 나태한 휴일을 보내고 있는 커플일 것이다.
 
알고 있다. 본래라면 이로하를 잡아두기 위해 나도 노력해야한다.
 
외모에도 신경을 쓰고, 장래를 내다본 행동을 하고, 휴일에는 그녀를 위해 움직인다. 그것이 올바른 남친의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의라고 하면, 일본의 이혼율이 높은건 뭐지?
 
압도적 다수가 방금전의 행위를 실행해온것은 아닌가.
 
혹은 나의 상상 이상으로 힘낸것은 아닌가. 장래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가족이 웃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겹쳐서 지금을 희생하여 자신을 깎아낸다.
 
그 결과가 화장도 하지 않고 몸도 늘어진 아내에게 이별을 선고받는다. 재산의 반을 빼앗기고, 거기다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위자료까지 청구도니다. 아이의 양육비를 내야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 때가 와도 자신의 과거가 올발랐다고 말할 수 있을가.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전력으로 생각한다. 혼자만의 생각을 갖는게 아닌, 이로하와 어떻게 하면 최고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그 결과가 이거다.
 
 
"이로하, 꼭 안아도 돼?"
"……화장실만 갔다와도 되요?"
 
 
――볼을 붉힌 이로하를 보고 나는 확신한다.
 
역시 콘돔은 얇은걸로.
 
뭔 소리야.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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