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 부외자랑.
"……어뤠에? 히키가야밖에 없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온 모교.
그 특별동 구석에 있는 교실에 귀여운 동생을 찾아왔지만. 거기에 찾던 사람은 없고 눈이 썩은 소년이 있을 뿐이었다.
"……유키노시타는 왠지 위원회에. 유이가하마는 오늘은 자유참가입니다"
"흐-응, 조금 기다려도 될까?"
그는 나를 보지도 않고 턱을 괴고, 교실 뒤쪽에 쌓인 의자를 가리킨다. 시선은 처음부터 손 안의 문고본에 부어지고, 이쪽에 주의를 주는 모습도 없다.
때때로 있다, 이런 식으로 흥미없는 척을 해서 이쪽의 흥미를 끄는 녀석이. 다소나마 인정못할것도 없는 히키가야지만, 그런 속된 방법으로 나의 관심을 사려는거야?
뭐, 그도 사춘기 남자. 아무리 비스듬하게 대해도 내 몸에 흥미 진진할 것이다.
"그래, 그럼 실례하고……"
어떤 의미로 무례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응대에 특별히 반응하지도 않고 뒤에서 의자를 꺼낸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히키가야의 옆에 둔다.
툭, 앉는다.
"……유키노시타 씨?"
"하 루 노"
"…하아…그럼 하루노 씨. 왜 그렇게 가까이에 앉는겁니까?"
옆에 앉은 나에게 새침한 얼굴을 돌리는 그. 그런 반응은 분명 필사적으로 쥐어짜냈을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귀엽게 느낀다.
"어째설까-?"
아래에서 들여다보듯이 상반신을 돌려, 안색을 엿보니 쥐어짜낸 표정에 변화는 없다.
그렇다면 하고, 히키가야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는다.
가슴을 들이미는것 만큼 조심성이 없는건 아니라, 들이미는건 두 팔. 그 탄력을 감싼 팔에 전한다.
"우리우리~ 어때~에에"
"뭐, 부드럽네요"
"그렇지, 누나의 매력에 당해버렸어?"
"……하아"
왠지 이상하네? 아무리 그래도 반응이 너무 옅다. 이성의 괴물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로 반응이 없는건 이상하다.
히키가야는 다시 손안의 문고본으로 주의를 돌리고 일정한 리듬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팔랑.
팔랑.
팔랑.
몇 분에 한번. 얇고 낡고 건조한 종이를 넘기는 소리.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감겨든 두 팔에서, 부드러운 감촉을 전하는 이상으로 따뜻한 그의 체온이 역류한다.
툭.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봤다.
사락, 미끄러지듯이 하면서, 윤택을 띤 머리카락은 내 자랑 중 하나다. 유키노처럼 롱헤어도 좋지만, 이 정도의 보브도 나쁘지는 않다.
사락 풀어해친 머리카락에서, 컨디셔너의 향이 난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를 해도 히키가야에게 변화는 없다. 그게 반한듯, 그러면서도 기쁜듯하다.
눈을 감는다.
고동을 느낄 정도로 밀착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리듬으로 넘겨지는 종이 소리와, 코에서 새어나가는 호흡소리.
조금 쌀쌀한 부실에서 맞닿는 그의 체온은 무척이나 졸음을 불러온다.
"……자도 될까?"
"마음대로 하세요"
"고마워"
갑작스런 질문에 돌아온 무기질적인 반응, 거기에 짧게 대답해서.
"……고마워"
쉰 듯한 목소리로 한번 더, 감정을 담지 않고 중얼거렸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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